온은수의 약속을 받아낸 유예린은 곧바로 운전 기사에게 S시에서 최로고 비싼 쇼핑몰로 자신을 태워다 달라고 했다.카드에 무려 1억이라는 돈, 그것도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라는 사실에 유예린은 불 타오르는 구매 욕구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이는 대로 무작정 카드를 긁었다.사치스러운 쇼핑을 마음껏 즐기며 유예린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VVIP 대접을 받았고 마치 상류 사회에 입성이라도 한 듯한 그 느낌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결국 유예린은 그동안 상상도 못 해봤던 최고급 명품들을 잔뜩 쓸어담고 크고 작은 쇼핑백을 한 가득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그녀는 고급진 명품 박스를 어루만지며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오고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돈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한 번 그 속에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게된다.하지만 그녀는 결국엔 누군가를 사칭한 가짜이기에 시간이 갈 수록 변수는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가서 들통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그 날 거기 있었던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자신이 온은수라는 거물급 인물과 잤다는 사실을 그녀는 과연 알고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덜컥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다 뺏겨야 한단 말인가?생각할 수록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유예린은 더 이상 명품들을 보며 좋아할 겨를이 없었다.한참 생각을 하던 유예린은 얼른 차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그날 밤 온은수랑 같이 있었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호텔에 도착한 유예린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평소대로 태연하게 작업복을 갈아입었다.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호텔 시스템을 관리하는 컴퓨터를 켜고 그 날의 투숙객 기록을 찾아봤다.하지만 하루 종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
차수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요, 실수로 물을 쏟아서, 저 화장실 가서 좀 닦고 올게요.”유예진이 반응도 채 하기 전에 차수현은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고 그녀에겐 옷이 젖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순간 창백해졌다.유예진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날의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심지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찾아낸 것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온은수? 아니면 그날 그 남자?설마 그 남자,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걸까? 이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찾아내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이미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차수현은 덜컥 겁부터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수 있는 남자라면 분명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사람일텐데 만에 하나 그 사람이 차수현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아이를 뺏어가려 한다면 그에 맞서 싸울 힘조차 없는 차수현은 그저 순순히 당할 수밖에 없다.생각할 수록 초조하고 무서운 생각만 더해지는 그녀, 지금 이 상황에 유예진과 차분히 마주 앉아 얘기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던 그녀는 휴지를 대충 감아 젖은 옷을 대충 닦고 나가서 유예진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핑계로 가방을 챙겨 커피숍을 나왔다.차수현한테서 더 많은 걸 캐내려고 했지만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 그녀, 심지어 대답조차 제대로 안 하고 이대로 가버렸다.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차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유예진은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회사에 그렇게까지 급한 일이 있다고?무엇보다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차수현이 수상하게 느껴진 유예진. 하지만 유예진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같이 호텔에서 일했던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그날 다른 층 알바생들 중에 차수현 말고 누가 또 있었는지 알아봐줘요.”“어제 이미 확인했잖아요, 그 층에서 일했던 사람은 차수현 한 명 뿐이라고... 아 참, 그러고보니 차수현 인적사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복귀한 차수현은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착잡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잠시 가라앉는 듯 싶었다.어떤 일이든 너무 조급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니까, 억지로 밀어 붙일 경우 오히려 자신과 뱃속의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온은수를 본 차수현, 겨우 차분해졌던 그녀의 마음이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차수현은 감히 온은수에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흐린 날씨의 먹구름처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온은수의 까다로운 성격, 그 시각 온은수는 잔뜩 긴장해있는 차수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사인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자신만 보면 부랴부랴 피하는 그녀, 괜히 기분이 잡친 온은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한 쪽으로 툭 던졌고 그 소리에 차수현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온은수를 쳐다보았다.분명 온은수 눈에 안 띄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저 남자가 만족할까?계속 이렇게 잘난 온대표의 심기를 건드릴 바에 차라리 여기서 나가는게 낫겠다 싶었던 차수현은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때 마침 그때 남자의 냉철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차수현은 흠칫하며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피곤하니까 가서 커피나 타 와.” 소름돋게 차분한 중저음 목소리엔 아무 감정도 없는듯 했다. 커피를 타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녀는 온은수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제가 회사의 커피 머신을 다룰 줄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내가 당신한테 월급을 주면서 이런 작은 일도 시키지 못 해? 당장 가서 타 와.”잔뜩 화가 난 듯 심하게 찌푸려진 그의 미간, 우물쭈물하는 차수현의 모습이 많이 거슬리는 눈치였다.어느새 고개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화들짝 놀란 차수현은 반사하듯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에 넘어지면서 하필이면 머릿카락이 온은수의 셔츠 단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단추에 얽힌 머릿카락이 당겨지면서 통증은 심해졌고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미, 미안해요, 머릿카락이 단추에 걸린 것 같은데 제가 바로 풀게요...”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차수현, 그렇다고 이 난감한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온은수의 허벅지에 앉아버린 그녀, 만에 하나 누가 들어와서 업무 보고라도 하는 날엔 분명 그녀가 대표에게 끼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며 급기야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게 뻔했다.온은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고 도저히 기분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눈빛은 오묘했다. 차수현은 손을 뻗어 어떻게든 얽힌 머릿카락을 풀어보려 했지만 지금의 자세로는 도저히 머릿카락 부분을 볼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조물딱거릴 수밖에 없었다.앙상한 나무가지처럼 삐쩍 마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여기저기 터치하는 그녀, 한 참을 애를 써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그럴수록 머릿카락은 더 팽팽하게 감겼다.설마 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걸까?“대체 머리를 풀겠다는 거야, 스킨쉽을 하겠다는 거야?” 굵직한 중저음에 허스키한 보이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섹시하고 매혹적인 이 남자.그 시각, 누구보다 조급한 차수현의 얼굴은 어느새 잘 익은 토마토마냥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은수의 조롱 섞인 말에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이 자세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난감한 상황에 차수현은 그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책상위에 가위가 있던 것 같은데 그냥 잘라야겠어요.”차수현은 손을 뻗어 가위를 잡으려
그 말을 들은 온은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워낙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온은수는 최고의 미슐랭 쉐프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데 말이다온은수는 이미 별장에 최고급 쉐프들을 고용했으니 유예린더러 괜히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난 날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속으론 싫었지만 겉으론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오늘 저녁에 갈게요.”온은수가 온다고 하자 유예린은 너무 기뻤다. “그럼 집에서 기다릴게요.”온은수는 전화를 끊었고 차수현도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안 그래도 찌푸렸던 온은수의 눈살이 더욱 깊에 일그러졌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 차수현은 그 자리에 앉은 채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방금 전 무척이나 부드럽고 상냥했던 온은수의 말투, 그녀는 여태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투, 통화 상대는 분명 사랑하는 여자겠지?그런 온은수의 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방금전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상황이 너무 나도부끄럽게 느껴졌다.대체 이 남자는 뭘 하자는 걸까? 밖에서는 딴 여자랑 사랑을 나누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을 조롱하다니. 온은수 눈에는 내가 정말 그렇게 헤픈 여자인 걸까? 돈 몇푼 쥐어주면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그런 여자?생각할 수록 차수현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고 잠시나마 온은수가 겉으론 차갑게보여도 실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었는데, 지금 보니 그는 그저 여자를 심심풀이 상대, 노리개로 아는 바람둥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것이다.차수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고, 오늘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퇴근 시간이 곧 다가왔고 오늘따라 웬 일인지 온은수는 야근을 하지 않고 제 시간에 퇴근을 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이 시각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저것 봐, 퇴근하자마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저 남자, 일 밖에 모르던 일 중독자가 한
차수현의 체력이 점점 바닥이 난 채 막무가내로 오토바이 한테 끌려가고 있을 때, 길을 지나 가던 행인 몇 몇이 이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거 뭐하는 짓이요? 얼른 손 놔요!” 한 행인이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고 누군가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했는지 그 사람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질주를 하더니 그만 길 옆 화단을 그대로 들이박았다.드디어 오토바이가 멈추고 차수현도 관성에 의해 끌려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지켜보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차수현을 부축였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제압하려 할 때 그 사람은 정신없이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부랴부랴 도망을 갔다.바닥에 주저앉은 차수현, 불행중 다행인 것은 딱딱한 길 바닥이 아닌 화단에 넘어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수현은 배가 이따금씩 아파왔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는데 급기야 끈적한 액체가 밑으로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차수현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자신을 부축여줬던 행인의 팔목을 꽉 부여잡은 채 사정했다. “빨리요, 저 병원으로 좀 옮겨주세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 제발 뱃속의 아이를 살려주세요...”차수현이 임신중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인들은 부랴부랴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차를 몰고 유예린이 살고 있는 별장에 도착한 온은수, 하지만 이상하게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들며 괜히 불안해졌다.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알수 없는 알수없는 기분으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생각 정리가 채 되기도 전에 온은수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예린은 마당에 주차한 온은수의 차를 보고 냉큼 달려나와 그를 반겼다. “은수 씨, 왔어요? 식사 준비 다 됐는데 어서 들어가요.”유예린의 뒤를 따라 별장안으로 들어간 온은수의 눈에 띄인 건 풍성하게 차려진 서양식 밥상과 그 옆에 놓여진 창고에서 금방 꺼내온 와인이였다.분위기를 위해 유예린은 일부러 불도 켜지 않고 촛불만 켜
온은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급히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차수현 씨가 길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한참 멀리 끌려갔었거든요, 아무래도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힘들거니까 보호자분께서 오셔서 사인을 하시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온은수의 낯색이 급 어두워졌다.차수현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온은수는 유예진과의 저녁 식사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곧바로 병원에 가기위해 서둘렀다.유예진은 얼른 손을 뻗어 온은수를 말리며 말했다. “은수 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급한거에요? 저도 같이 갈까요?”갑작스런 소식에 조바심이 난 온은수는 유예린에게 사사건건 설명할 겨를이 없었던지라 대충 둘러대며 옷을 입기에 급급했다.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오늘은 그냥 쉬어요, 난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은수는 황급히 자리를 떴고 유예린은 그런 온은수의 뒤를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쏜살같이 사라져 그녀의 시선속에서 사라졌다.열심히 공 들여 준비한 멋진 저녁 식사가 시작도 안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리자 화가 난 유예린은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그러나 방금 전 휴대폰 통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는데 상대는 분명 차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차 씨 성을 가진 여자, 현 시각 유예린에게 그보다 더 지뢰밭 같은 이름은 없었다.설마 다쳤다는 여자가 차수현은 아니겠지?아니야, 절대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없어, 유예린은 놀란 가슴을 스스로 억누르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그녀는 이내 차수현에게 전화를 걸어 슬쩍 떠보기로 마음 먹었다.신호음이 한참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차수현,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옆에 있던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차수현 씨 가족분 되시죠? 빨리 와서 사인하세요, 한시가 급합니다!”유예린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붙잡고 진정하려 했다. “혹시 어느 병원입니까? 제가 곧 가겠습니다.”의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전 연락한 사람은 분
그러나 온은수는 이내 들고 있던 펜을 멈추었다.누구의 핏줄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아이인데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이가 아닌가? 이럴거면 차라리 없애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문득 데자뷰처럼 떠오르는 생각 하나, 지난 번 강제적으로 차수현의 아이를 떼려 했을때 그녀는 발악에 가까운 반항을 했고 급기야 온은수랑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눈에 뵈는게 없었었다. 그런 그녀가 아이를 잃게 된다면 과연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세상을 다 잃은듯한 차수현의 절망어린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온은수는 차마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할 수가 없었다.“선생님?”한참을 머뭇거리는 온은수에게 의사는 서명을 재촉했고 온은수는 급기야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졌다. “살릴 수 있는데까지 어떻게든 살려보십시오,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온은수는 자리를 떴고 곧바로 육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육무진은 의사 집안 아들이고 특히 그의 어머니는 한 때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였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 다급하게 자신의 엄마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다는 온은수의 말을 듣고 육무진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내 차수현이 입원한 병원으로 사람을 보냈다.육무진이 보낸 사람들이 병원에 도착하자 온은수는 육무진의 엄마가 직접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밖에서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실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온은수를 보며 육무진은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다. “은수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안에 있는 여자가 영감님이 안배로 맞이한 네 아내 맞지? 너 그 여자한테 전혀 관심없다며? 그런데 그새 애가 생겼어? 쥐도 새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육무진의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에 온은수의 낯 색은 급기야 새파랗게 질렸고 불끈 움켜쥔 주먹은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당장이라도 관절뼈가 살을 뚫고 나올 기세였다. 방금 전 행동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에 불과했다, 정신을 차리고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온은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