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유예린은 어떻게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사칭한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유예린은 옆에 있는 윤찬을 슬쩍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전 카드랑 이 집, 이거 다 저한테 주시는 거 맞죠? 그런데 뭘 한 것도 없는 제가 이런걸 덥석 받기엔 너무 부끄럽네요.”그녀의 말에 윤찬은 연한 미소를 지었다. “한게 왜 없어요? 당신은 대표님을 살렸잖아요, 대표님은 본인의 여자한테 절대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 모든걸 충분히 받을 자격이 된단 말씀입니다.”그를 살렸다고?유예린은 대충 이 상황이 짐작이 갔지만 여전히 질문을 이어갔다. “그, 그럼 그 시계는 뭔데요?윤찬은 자꾸만 질문을 하는 그녀가 귀찮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그녀한테 선물로 준 물건인데 굳이 왜 또 묻는 거지?윤찬이 약간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자 유예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난 당신들이 정말 사기꾼일 까봐, 혹시라도 마음이 변해서 날 감방에 처 넣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물어본거에요.”“그럴리 없습니다, 그 시계는 대표님이 당신에게 준 증표이고 우린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알겠어요, 다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제가 좀 상황 파악이 안 돼서요, 시간이 필요하니까 좀 혼자 있게 해줘요.”사건의 대략적인 실마리를 파악한 유예린은 얼른 윤찬을 쫓다싶이 내보냈다. 그런 그녀를 보며서도 윤찬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오늘 처음 발견한 그녀이고 이 상황을 전부 받아들이기엔 감당이 안됀다는 것을 윤찬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윤천은 공손하게 말하고는 곧 떠났다.유예린은 윤찬을 보내고 곧바로 설레는 마음으로 안방에 있는 킹 사이즈의 커다란 침대에 털석 드러누웠다.윤찬이 모든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유예린은 대략 어떤 일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그날 밤, 다
온은수는 검은 눈동자로 차수현을 보며 되물었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혼하기 싫다고?”차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저한테 직접 말하셔도 돼요, 이혼 도장 바로 찍어드릴테니까, 절대 당신을 잡고 늘어질 생각 없거든요.”“그리고 이혼하면 저한테 위자료 챙겨준다던 약속이요.”“왜? 그 정도로 부족해? 금액을 더 오려달라고?” 온은수는 실처럼 가늘게 눈을 뜨고 조롱하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역시 이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였어.“아니요.” 차수현은 약간 난감한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체 온은수는 그녀를 얼마나 속물로 보였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버릴 정도까진 아닌데.“요 며칠 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이번엔 제 목숨까지 구해주고, 그래서 저도 보답을 할 겸 위자료 없이 맨 몸으로 나갈게요.”차수여현은 또박또박 진지하게 말했다.그동안 그녀가 차씨네 집에서 야금야금 뜯어낸 돈만 해도 이미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에 충분했기에 더 이상 온은수한테서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계약 결혼 기간동안 그녀 본인도 계약 조건에 어긋나는 일을 여러번 했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마지막까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깔끔하게 이 도시를 떠나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이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롱섞인 눈으로 그녀를 보던 온은수의 표정에 웃음기가 곧 사라졌다. “진심이야?"“그럼요.” 차수현은 담담하면서도 확고하게 대답했다.무척이나 차분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온은수는 믿겨지지 않았다, 한 때 어떻게든 자신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던 모습과 지금의 그녀는 사뭇 다른 모습이였다.그가 약속한 위자료는 그녀가 평생 호의호식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했지만 그걸 과감히 포기하다니?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그래, 지금 당장 변호사를 불러서 이혼 서류를 작성할게." 의아함도
온은수의 약속을 받아낸 유예린은 곧바로 운전 기사에게 S시에서 최로고 비싼 쇼핑몰로 자신을 태워다 달라고 했다.카드에 무려 1억이라는 돈, 그것도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라는 사실에 유예린은 불 타오르는 구매 욕구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이는 대로 무작정 카드를 긁었다.사치스러운 쇼핑을 마음껏 즐기며 유예린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VVIP 대접을 받았고 마치 상류 사회에 입성이라도 한 듯한 그 느낌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결국 유예린은 그동안 상상도 못 해봤던 최고급 명품들을 잔뜩 쓸어담고 크고 작은 쇼핑백을 한 가득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그녀는 고급진 명품 박스를 어루만지며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오고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돈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한 번 그 속에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게된다.하지만 그녀는 결국엔 누군가를 사칭한 가짜이기에 시간이 갈 수록 변수는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가서 들통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그 날 거기 있었던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자신이 온은수라는 거물급 인물과 잤다는 사실을 그녀는 과연 알고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덜컥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를 다 뺏겨야 한단 말인가?생각할 수록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유예린은 더 이상 명품들을 보며 좋아할 겨를이 없었다.한참 생각을 하던 유예린은 얼른 차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그날 밤 온은수랑 같이 있었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호텔에 도착한 유예린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평소대로 태연하게 작업복을 갈아입었다.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호텔 시스템을 관리하는 컴퓨터를 켜고 그 날의 투숙객 기록을 찾아봤다.하지만 하루 종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여
차수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요, 실수로 물을 쏟아서, 저 화장실 가서 좀 닦고 올게요.”유예진이 반응도 채 하기 전에 차수현은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고 그녀에겐 옷이 젖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은 덜덜 떨렸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순간 창백해졌다.유예진의 말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날의 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심지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찾아낸 것 같은데, 대체 누구일까? 온은수? 아니면 그날 그 남자?설마 그 남자,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걸까? 이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찾아내려는 이유가 대체 뭘까?이미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차수현은 덜컥 겁부터났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수 있는 남자라면 분명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사람일텐데 만에 하나 그 사람이 차수현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아이를 뺏어가려 한다면 그에 맞서 싸울 힘조차 없는 차수현은 그저 순순히 당할 수밖에 없다.생각할 수록 초조하고 무서운 생각만 더해지는 그녀, 지금 이 상황에 유예진과 차분히 마주 앉아 얘기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였던 그녀는 휴지를 대충 감아 젖은 옷을 대충 닦고 나가서 유예진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핑계로 가방을 챙겨 커피숍을 나왔다.차수현한테서 더 많은 걸 캐내려고 했지만 전혀 기회를 주지 않는 그녀, 심지어 대답조차 제대로 안 하고 이대로 가버렸다.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차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유예진은 뭔가 께름칙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회사에 그렇게까지 급한 일이 있다고?무엇보다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차수현이 수상하게 느껴진 유예진. 하지만 유예진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이내 휴대폰을 꺼내 같이 호텔에서 일했던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그날 다른 층 알바생들 중에 차수현 말고 누가 또 있었는지 알아봐줘요.”“어제 이미 확인했잖아요, 그 층에서 일했던 사람은 차수현 한 명 뿐이라고... 아 참, 그러고보니 차수현 인적사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복귀한 차수현은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착잡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잠시 가라앉는 듯 싶었다.어떤 일이든 너무 조급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니까, 억지로 밀어 붙일 경우 오히려 자신과 뱃속의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온은수를 본 차수현, 겨우 차분해졌던 그녀의 마음이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차수현은 감히 온은수에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흐린 날씨의 먹구름처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온은수의 까다로운 성격, 그 시각 온은수는 잔뜩 긴장해있는 차수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사인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자신만 보면 부랴부랴 피하는 그녀, 괜히 기분이 잡친 온은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한 쪽으로 툭 던졌고 그 소리에 차수현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온은수를 쳐다보았다.분명 온은수 눈에 안 띄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저 남자가 만족할까?계속 이렇게 잘난 온대표의 심기를 건드릴 바에 차라리 여기서 나가는게 낫겠다 싶었던 차수현은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때 마침 그때 남자의 냉철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차수현은 흠칫하며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피곤하니까 가서 커피나 타 와.” 소름돋게 차분한 중저음 목소리엔 아무 감정도 없는듯 했다. 커피를 타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녀는 온은수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제가 회사의 커피 머신을 다룰 줄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내가 당신한테 월급을 주면서 이런 작은 일도 시키지 못 해? 당장 가서 타 와.”잔뜩 화가 난 듯 심하게 찌푸려진 그의 미간, 우물쭈물하는 차수현의 모습이 많이 거슬리는 눈치였다.어느새 고개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화들짝 놀란 차수현은 반사하듯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에 넘어지면서 하필이면 머릿카락이 온은수의 셔츠 단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단추에 얽힌 머릿카락이 당겨지면서 통증은 심해졌고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미, 미안해요, 머릿카락이 단추에 걸린 것 같은데 제가 바로 풀게요...”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차수현, 그렇다고 이 난감한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온은수의 허벅지에 앉아버린 그녀, 만에 하나 누가 들어와서 업무 보고라도 하는 날엔 분명 그녀가 대표에게 끼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며 급기야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게 뻔했다.온은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고 도저히 기분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눈빛은 오묘했다. 차수현은 손을 뻗어 어떻게든 얽힌 머릿카락을 풀어보려 했지만 지금의 자세로는 도저히 머릿카락 부분을 볼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조물딱거릴 수밖에 없었다.앙상한 나무가지처럼 삐쩍 마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여기저기 터치하는 그녀, 한 참을 애를 써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그럴수록 머릿카락은 더 팽팽하게 감겼다.설마 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걸까?“대체 머리를 풀겠다는 거야, 스킨쉽을 하겠다는 거야?” 굵직한 중저음에 허스키한 보이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섹시하고 매혹적인 이 남자.그 시각, 누구보다 조급한 차수현의 얼굴은 어느새 잘 익은 토마토마냥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은수의 조롱 섞인 말에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이 자세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난감한 상황에 차수현은 그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책상위에 가위가 있던 것 같은데 그냥 잘라야겠어요.”차수현은 손을 뻗어 가위를 잡으려
그 말을 들은 온은수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워낙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온은수는 최고의 미슐랭 쉐프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데 말이다온은수는 이미 별장에 최고급 쉐프들을 고용했으니 유예린더러 괜히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난 날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속으론 싫었지만 겉으론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오늘 저녁에 갈게요.”온은수가 온다고 하자 유예린은 너무 기뻤다. “그럼 집에서 기다릴게요.”온은수는 전화를 끊었고 차수현도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안 그래도 찌푸렸던 온은수의 눈살이 더욱 깊에 일그러졌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 차수현은 그 자리에 앉은 채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방금 전 무척이나 부드럽고 상냥했던 온은수의 말투, 그녀는 여태 한 번도 들어본적 없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투, 통화 상대는 분명 사랑하는 여자겠지?그런 온은수의 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방금전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상황이 너무 나도부끄럽게 느껴졌다.대체 이 남자는 뭘 하자는 걸까? 밖에서는 딴 여자랑 사랑을 나누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을 조롱하다니. 온은수 눈에는 내가 정말 그렇게 헤픈 여자인 걸까? 돈 몇푼 쥐어주면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그런 여자?생각할 수록 차수현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고 잠시나마 온은수가 겉으론 차갑게보여도 실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었는데, 지금 보니 그는 그저 여자를 심심풀이 상대, 노리개로 아는 바람둥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것이다.차수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 겠다고, 오늘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퇴근 시간이 곧 다가왔고 오늘따라 웬 일인지 온은수는 야근을 하지 않고 제 시간에 퇴근을 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차수현은 이 시각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저것 봐, 퇴근하자마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저 남자, 일 밖에 모르던 일 중독자가 한
차수현의 체력이 점점 바닥이 난 채 막무가내로 오토바이 한테 끌려가고 있을 때, 길을 지나 가던 행인 몇 몇이 이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거 뭐하는 짓이요? 얼른 손 놔요!” 한 행인이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고 누군가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했는지 그 사람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질주를 하더니 그만 길 옆 화단을 그대로 들이박았다.드디어 오토바이가 멈추고 차수현도 관성에 의해 끌려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지켜보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차수현을 부축였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을 제압하려 할 때 그 사람은 정신없이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부랴부랴 도망을 갔다.바닥에 주저앉은 차수현, 불행중 다행인 것은 딱딱한 길 바닥이 아닌 화단에 넘어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수현은 배가 이따금씩 아파왔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는데 급기야 끈적한 액체가 밑으로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차수현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자신을 부축여줬던 행인의 팔목을 꽉 부여잡은 채 사정했다. “빨리요, 저 병원으로 좀 옮겨주세요... 제가 임신을 했는데... 제발 뱃속의 아이를 살려주세요...”차수현이 임신중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행인들은 부랴부랴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차를 몰고 유예린이 살고 있는 별장에 도착한 온은수, 하지만 이상하게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들며 괜히 불안해졌다.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알수 없는 알수없는 기분으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생각 정리가 채 되기도 전에 온은수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예린은 마당에 주차한 온은수의 차를 보고 냉큼 달려나와 그를 반겼다. “은수 씨, 왔어요? 식사 준비 다 됐는데 어서 들어가요.”유예린의 뒤를 따라 별장안으로 들어간 온은수의 눈에 띄인 건 풍성하게 차려진 서양식 밥상과 그 옆에 놓여진 창고에서 금방 꺼내온 와인이였다.분위기를 위해 유예린은 일부러 불도 켜지 않고 촛불만 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