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몸을 가볍게 누르며 그녀가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난 괜찮아!"말하는 사이에 또 어두운 곳에서 쏜 총알이 남자의 등을 명중했다.은수는 이번에 억지로 참았고, 심지어 끙끙거리지도 않았다. 그는 수현이 알면 기필코 걱정에 당황해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는 조금의 착오도 용납할 수 없었다.은수가 데려온 몇 사람은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오더니 은수가 후퇴하는 것을 엄호했다.유람선의 총소리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런 장면을 보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머리를 안고 비명을 질렀고 또 몇 명의 겁에 질린 손님들은 뜻밖에도 당황하여 뛰쳐나왔는데 결국 마구 날아다니던 총알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국면이 점점 혼란해지자 은수는 이 기회를 틈타 즉시 그의 사람을 불러 재빨리 철수했다.일행은 이렇게 싸우면서 물러나다가 마침내 그들의 쾌속정이 정차한 위치에 이르렀고 은수는 수현을 안고 직접 뛰어내렸다.무중력을 느낀 수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마음속의 불안과 공포를 꾹 참았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은수를 믿는 것이었다.은수는 수현을 안고 쾌속정에 안정적으로 착지했고, 뒤의 몇 사람도 재빨리 따라왔다. 선장은 이 상황을 보고 재빨리 쾌속정을 몰고 부두의 방향으로 달려갔다.뒤의 추격병은 또 쾌속정을 향해 총을 겨누고 미친듯이 쏘았지만,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더는 사람을 맞히지 못했다.유람선에 배치된 쾌속정은 방금 가연을 해안으로 돌려보내는데 사용되었으니 지금 그들은 뜻밖에도 추격할 수가 없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은수가 수현을 데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은수는 수현을 안전한 위치로 데리고 가서야 천천히 앉았다.은수의 어깨에 난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한 쪽의 사람들도 매우 긴장하여 재빨리 지혈하는 붕대와 약을 들고 와서 그의 상처를 처리해주려 했다.하지만 은수는 손을 흔들었다."먼저 그녀의 상처
윤찬은 원래 부두에서 기다리다가 은수의 명령을 받고 즉시 수하의 사람들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고는 적이 매복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후 또 재빨리 구급차를 불렀다. 필경 은수가 방금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고 재빨리 병원에 호송해서 구급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일들을 잘 안배한 후에야 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긴장이 풀리자 그의 몸의 상처는 즉시 아프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를 악물고 수현이 보지 못한 위치에서 손으로 등의 상처를 만졌다. 그 순간, 피가 그의 상처를 붉게 물들였다.그러나 은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수현은 이미 거대한 충격을 박았기에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부상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줄 수 없었다.그가 방금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상처는 이런 곳에서 그런 초라한 물건으로는 전혀 처리할 수 없었다. 말해도 그저 사람을 절망해지게 만들 뿐이엇다.잠시 후, 수현은 상처를 거의 다 싸맸고, 그녀는 서둘러 은수에게 다가갔다."온은수...... 은수 씨, 괜찮아요?"출혈로 인해 은수의 정신도 약간 모호해졌지만 수현의 목소리를 듣자 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떴다.수현의 눈이 토끼처럼 빨개진 채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은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수현아, 너 지금 나 걱정하는 거니?"평상시라면 수현은 부인하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그녀는 마음이 매우 당황해지더니 눈시울을 붉힌 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은수는 웃었고, 진심으로 웃었다. 그는 마침내 수현이 더는 거짓말 하지 않고 그를 걱정한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걱정 마, 난 괜찮아……"은수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수현은 감히 발버둥 치지 못하고 이렇게 가볍게 그에게 기대어 심지어 조금도 힘을 쓰지 못했다.짙은 피비린내 속에서 은수는 마치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는 수현이 오래 전에 이렇게 태연하게 그의 품 속에 기대고 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원한도, 원망도 없었
수현은 즉시 당황하여 입을 가리고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다.그녀는 은수가 단지 어깨를 다쳤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알고 보니 그는 등까지 다쳤던 것이다. 이 남자는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이렇게 억지로 참았다.왜……그냥 그녀가 걱정하는 게 싫어서?수현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의료진들이 조심스럽게 은수를 구급차에 실은 것을 보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달려갔다."나도 같이 가요.”의료진은 무진을 한 번 보았고,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그제야 수현도 구급차에 오르게 했다.차 문이 닫힌 후 귀를 찌르는 경적 소리가 울리자 수현은 한쪽에 앉아 의사가 능숙하게 은수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우고 또 혈액대를 찾아내 수혈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의사 선생님, 그는 아무 일 없을 거죠, 그렇죠?"수현은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긍정적인 답안이 절실히 필요했다."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의사는 계기의 숫자를 보며 결코 낙관적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수현에게 매우 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의기소침하게 한쪽에 앉아 은수의 얼굴을 보면서 몸을 끊임없이 떨었다.그녀는 조용해지자마자 은수의 배후에 있는 그 총상을 떠올렸다. 그 위치는 마침 왼쪽 가슴에 있었고, 만약 총알이 심장을 다치게 했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수현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꽉 쥐었다.모두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가 너무 충동적이어서, 그녀가 단순하게 자신이 모든 것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결국, 뜻밖에도 은수가 나서서 그녀를 도와줬다니.만약 이 남자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이렇게 10분 정도 지나자 차는 병원 입구에 세워졌고 구급대원들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멈추자 은수는 수술침대로 옮겨져 누군가에 의해 수술실로 밀려갔다.수현은 줄곧 뒤를 쫓다가 결국 수술실의 차가운 철문이 그녀를 가
수현은 무진이 부른 한 간호사를 따라 vip병실로 갔고 안에는 욕실이 있어서 그녀는 피로 물든 옷을 갈아입고 또 얼굴과 몸에 있는 그 뚜렷한 핏자국을 닦았다.옷을 갈아입은 후 간호사는 그녀에게 깨끗한 옷을 보내왔고 수현은 통증을 참으며 입은 다음 또 그들의 안배에 따라 신체검사를 받았다.이런 일을 할 때 수현은 마비된 듯 아무런 감각도 없었고 그저 간호사의 지령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수술실에 있었다.신체검사과, 수현은 아무런 엄중한 내상도 입지 않았고 다만 찰과상이 비교적 많을 뿐이었다. 간호사는 그녀에게 약을 발라준 후 더는 그녀의 행동을 단속하지 않았다.수현은 즉시 다시 수술실 입구로 돌아왔는데, 그 결과, 안에는 여전히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수현은 손이 약간 떨렸고, 이 화면은 그녀에게 있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그때 은수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도 이와 같은 장면이었다.그녀는 이 남자가 이번 역시 지난번처럼 운이 좋아서 구사일생으로 무사하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수현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서 비틀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자 가연이 벽을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가연도 금방 깨어났는데, 수현이 구조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후 은수가 뜻밖에도 응급실에 실려가 지금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녀도 허약한 몸을 이끌고 재빨리 와서 어떤 상황인지 보려 했다.수현을 보았을 때 가연은 눈시울이 순식간에 빨개졌다."수현아, 너 별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가연이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수현도 매우 기뻐해하며 서둘러 그녀를 부축하여 앉혔다.가연은 수현의 얼굴에 몇 개의 상처가 더 많아진 것을 보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미안해, 수현아,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너도 온은수 씨도 아무일 없었을 텐데......""그런 말 하지 마. 난 후회한 적 없어." 수
의사는 초조한 수현을 바라보았다."환자분 운이 좋은 편이에요. 총알은 환자분의 심장을 맞히지 못했기에 지금은 생명에 지장이 없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내출혈을 일으켰으니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야 깨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은수가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수현은 걱정하던 마음을 마침내 내려놓았다.또 의사에게 몇 가지 일을 물어본 후에야 그녀는 서둘러 은수가 있는 병실로 갔는데, 그제야 그 남자가 두 눈을 꼭 감고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수현의 눈은 또 약간 시큰시큰했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충동을 참았고, 이때 무진도 들어왔다.수현은 그를 보고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고마워요."만약 무진이 일찍 부두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면, 가장 빠른 시간내에 은수를 병원에 호송하여 구급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엄청 끔찍했을 것이다.무진은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은수는 나의 절친이니 내가 또 어떻게 그에게 무슨 일 생기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상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진은 그녀가 아주 진지하게 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약간 감탄했다.보아하니 수현도 은수에 대해 전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걱정하는 모습은 절대로 위장이 아니었다.그는 갑자기 두 사람을 한 번 더 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때 그도 은수가 수현을 잃은 후에 그런 퇴폐적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는 평생 그런 은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무진은 입을 열었다."아,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은수의 옷은 엄청 더러워졌으니까 차수현 씨가 좀 닦아준 다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줘요."무진은 말하면서 황급히 떠났다. 수현도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가 정말 바쁜가 했다.수현은 화장실에 가서 물을 좀 받은 다음 깨끗한 수건을 적신 후 또 조심스럽게 짜서 부드럽게 은수의 얼굴과 몸의 핏자국을 닦았다.그의 상처
......다른 한 편.한두식은 가연을 빚쟁이에게 보낸 뒤 또 평소 자주 가던 지하 카지노에 갔다.마음속에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가연도 그의 친딸이었으니까.그러나 가연의 어머니가 자신이 놀고 먹고 도박하는 것을 싫어해서 다른 남자와 도망쳤고, 또 자신의 딸도 조금도 효도하지 않고 번 돈을 자신에게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돈 많은 남자친구를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좀 도와줄 생각도 전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화가 났다.그에게 팔린 것도 그저 자신이 그동안 길러준 은혜를 갚은 셈이었다.이렇게 생각하자 한두식은 마음속의 죄책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그는 또 돈을 좀 빌려 전에 진 돈들을 모두 이기기 위해 다시 한번 도박을 할 준비를 했다.손에 카드를 쥐고 베팅을 하려고 할 때, 한두식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그것은 오늘 가연을 데려간 빚쟁이였는데, 그는 즉시 받았다. 결국 가연을 보냈을 때부터 그들은 만약 가연이 좋은 가격에 팔린다면 아버지인 자신도 보수를 조금 받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그쪽에서 또 돈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격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야 한두식, 시한폭탄을 하나 보내오다니. 그녀 때문에 경매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고. 사람과 돈이 모두 없어질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다쳤어. 당신 딱 기다려, 나는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차가운 협박을 한 뒤 그 사람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한두식은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가연이 뜻밖에도 도망가서 심지어 이렇게 큰 손실을 초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갑자기 이곳에서 도박을 할 기분도 나지 않아 부랴부랴 일어나 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이런 불효녀......"한두식은 생각할수록 두려웠다. 만약 빚쟁이에게 추궁당한다면 그는 절대로 살아서 돌아올 수 없기에 반드시 가연을 찾아내 다시 그녀를 보내야 했다.생각하
한두식의 말은 가연으로 하여금 땅에 쥐구멍을 찾아 숨게 하고 싶었다. 특히 무진 앞에서 이런 말을 했으니 이는 그야말로 그녀의 집안의 가장 형편없는 구석을 완전히 드러낸거나 다름없었다."이 사람 정신이 나가서 그런 허튼소리 하는 거니까 믿지 마요." 가연은 빨리 설명했다.한두식은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왜, 남이 네 속셈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 네가 어렵게 낚은 재벌 집 도련님이 너를 버릴까 봐? 너 같은 사람도 명문으로 시집가는 환상을 품고 있다니, 정말 웃겨."한두식은 오늘 빚쟁이가 한 말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땅에서 일어나 가연의 손을 잡고 무진을 바라보았다."이보게 자네, 만약 당신이 정말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그럴만한 돈을 줘. 그럼 나도 너희들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만약 자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매정하게 그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군. 넌 나와 돌아가! 네가 이번에 그곳에서 탈출해서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그들은 나를 죽일 거라고!"무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마침내 그가 도대체 무슨 허튼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다. 그는 자기가 가연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을 보고 그들이 교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인가?그리고 가연이 그런 지하 경매에 보내진 것도 그가 한 짓이었다니?무진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아무튼 그는 앞에 있는 이 사람을 극도로 혐오하기 시작했다."아버지인 사람이 자신의 딸을 상품으로 팔다니, 수치심이 조금도 없는 건가요? 빨리 꺼져요, 그렇지 않으면 난 당신의 목숨을 직접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요."무진은 한두식의 손목을 잡고 조금만 힘을 주었는데, 이미 사람의 뼈를 거의 으스러뜨릴 정도였다.손목에서 삐걱삐걱하는 소리만 들렸는데 뜻밖에도 자신의 손목이 부러진 것을 보고 한두식은 아파서 울부짖었고 가연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마친 후 무진은 시기해하며 한두식을 옆으로 내팽개쳤다. 한두식은 그의 눈
유담이를 언급하자 가연도 망설였다. 유담은 그야말로 수현의 전부였으니,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수현은 미쳐버릴 것이다. 그리고 한두식이 이렇게 매일 이곳을 지키고 있다면 정말 어떤 정신나간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가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럼 나 올라가서 물건 정리하는 김에 유담이 데리고 내려올게요.""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무진은 신사적으로 대답했고 가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가연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그녀의 가슴은 지금 심하게 뛰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방금 한두식의 말이 울려 퍼지며 그녀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녀 같은 사람은 만약 수현의 친구만 아니었다면, 무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에게 다른 감정이 생길 리도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런 아버지가 있는 이상, 일반 남자들도 모두 뒷걸음질칠 것인데 명문가인 육씨 가문은 더 하겠지……그녀는 그래도 있어서는 안 될 망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병원에서.수현은 병상 앞에서 한밤중까지 지켰고, 은수는 마취약의 효과가 지나서야 유유히 눈을 떴다.눈을 뜨자 은수는 수현이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다.잠결에 수현도 마음이 그리 놓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 편으로는 이 자세가 정말 불편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수를 걱정해서 편안히 자지 못했다.은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은 다소 복잡해졌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찌푸린 이마를 어루만지려 했지만 손을 들자마자 어깨가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그는 어깨에도 총상을 입은 것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맹렬하게 움직이니 상처가 하마터면 찢어질 뻔했다.은수는 힘껏 숨을 들이마셨고 수현은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잠에서 놀라 깼다.수현은 고개를 들어 은수가 깨어나는 것을 보았고, 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지금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수현은 멍하니 있다가 곧 손을 내밀어 자신을 꼬집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