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가연이 수현을 데려간 것을 보고 자신도 차를 몰고 떠났다. 수현과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도 이곳에 이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유담에 관해서 비록 자신의 약속으로 유담은 정서가 많이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였기에 아버지로서 은수는 돌아가서 그의 곁에 있어줄 필요가 있었다.은수는 차를 몰고 온가네 본가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르신은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은수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어르신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았다."돌아왔어?" 은수가 오늘 수현을 찾아간 일에 대해 어르신은 알고 있었다."네." 은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미 양육권을 포기한 거야?""그녀는 흥분해져서 아직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너무 핍박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은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어 자신이 한 놀라운 결정을 조금도 내뱉지 않았다.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이 결과는 별로 의외가 아니었다. 수현의 성격으로 만약 그녀가 갑자기 그의 요구를 승낙했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그러나 수현이 경거망동하지 않고 유담 앞에서 온가네의 이미지를 파괴해서 그로 하여금 온가네에 대해 미움을 생기게 하지 않는다면 어르신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수현도 유담의 어머니였으니 만약 정말 그녀에게 손을 댄다면 앞으로 유담이 커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아마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네 말도 맞다. 이 일은 천천히 하자구나. 시간이 지나면 유담도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라질 테니 그녀도 허락하겠지."어르신은 말을 마치자마자 일어나서 그의 침실로 돌아가려 했다. 은수는 이 상황을 보고 재빨리 그를 불렀다."아버지,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어르신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어머니의 병에 관한 거예요."은수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그는 거의 알고 있는 게 없었다. 필경 그때 그도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아이였을 뿐이다.그
어쩔 수 없었던 어르신은 그녀를 외국으로 보내 더는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고 미자의 가족더러 돌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외부의 자극을 피한 후 미자의 병세는 점차 호전되었고, 몇년 후 마침내 정상인처럼 회복되었다. 어르신은 비록 그녀의 상황에 깊은 관심을 돌리면서 줄곧 암암리에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돌보고 보호해왔지만 그녀의 반감을 불러일으킬까 봐 종래로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뒤에서 이런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심리치료에 대해 어르신은 많은 심리학계의 전문가와 교수들을 소집하였지만 토론의 결과는 모두 미자가 그때 가장 두려웠던 상황을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치료과정에서 그녀는 반드시 당초에 받은 고통을 다시 한번 겪어야만 완치될 희망이 있었다.어르신은 그녀가 다시 한번 이런 고통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고 미자 혼자서도 외국에서 잘 회복되며 기본적으로 정상인과 차이가 없어 보였기에 그는 더 이상 치료를 안배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한다면 그도 마음이 편했다.아버지의 말을 듣고 은수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이 결정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보기에 그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그는 수현에게 유담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마음의 매듭을 철저히 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다만 이 일은 결국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알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난 유담에게 그동안 어머니와 많이 지내라고 말할 게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수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 유담을 찾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그는 미자가 침대 옆에 앉아 녀석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유담은 비록 미자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다소 긴장해 보였다. 그는 분명 미자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지만 은수가 떠나기 전에 그에게 당부한 것 때문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었다.은수가 문을 열자 유담은 마치 구원자
유담의 존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열쇠와도 같았다. 오직 그만이 미자의 병을 진정으로 고칠 수 있다.미자가 철저히 회복되여야만 은수는 어르신을 설득하여 유담을 수현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유담은 은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요. 나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냈어요. 내게 맡겨요."녀석의 영리한 모습을 보고 은수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유담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머리는 매우 똑똑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이 있는 것은 틀림없이 좋은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기에 은수도 끼어들 생각이 없었고 그가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은수는 유담에게 샤워를 해주고 나서야 녀석을 데리고 함께 잤다.......다음날 아침, 일가족이 아침을 먹은 후 유담은 소파에 앉아 책상우에 있는 그림책을 뒤적였다.미자는 옆에 앉아 녀석의 영리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아이를 보는 것처럼 마음도 서서히 안정되었다.비록 유담과 그녀의 관계는 아직 친밀하지 않지만, 미자는 녀석도 점차 그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미자는 그 장면을 상상하며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고, 이때 그림책을 열심히 읽고 있던 유담은 갑자기 손에 든 책을 탁자 위에 세게 떨어뜨렸다.탁자 위에 놓여 있는 컵은 그의 화풀이에 몇 개 깨졌다.미자가 말을 하기도 전에 유담은 짧은 다리를 내디디고 재빨리 위층으로 달려갔다."유담아!" 미자는 얼른 그를 불렀지만 녀석은 순식간에 사라져 그녀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미자는 하인에게 이 난장판을 치우라고 한 다음 서둘러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쫓아가자 유담은 또 자신을 방에 가두었다. 방문은 굳게 잠겼고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미자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유담이 흥분해서 다시 자신을 다치게할까 봐 힘껏 문을 두드렸다."유담아, 빨리 문 열어!”그러나 안에 있는 녀석은 전혀 대답하지 않았고 방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이는 오히려 사람을 더욱 두려워하게 했다.미자는 너무 걱정
이 그림책은 꼬마 천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찾는 이야기를 묘사했는데, 그의 여행에서 그는 많은 동물 어린이와 그들의 엄마와 만났고, 각종 작은 동물과 엄마 사이의 대화는 무척 정교하고 귀엽게 그려졌다.웬만한 아이라면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어머니와 억지로 떨어져 있는 유담의 눈에는 좀 거슬렸다.그러니 녀석이 갑자기 화를 낸 것이었다.미자는 갑자기 화가 나서 구매를 책임진 하인을 불러 한바탕 화를 냈다."너희들 물건 살 때 잘 고를 순 없니? 이게 다 뭐야?"하인도 억울했지만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어린이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모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들도 단지 분부대로 가장 유명한 것을 사왔으니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미자가 더 꾸짖으려 하자 은수가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어때?”은수는 고개를 저었다."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아마도 자극을 받은 것 같네요."미자는 즉시 조급해하기 시작했다. 원래 활발하고 귀엽던 유담이 갑자기 이렇게 되니 그녀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아니면 차수현 아가씨를 불러 도련님을 달래는 건 어떻습니까?" 화풀이 당한 하인은 전전긍긍하며 입을 열었다.만약 유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아마 잘릴 것이다."안돼!" 미자는 생각도 하기 않고 바로 거절했다. 겨우 하루밖에 헤어지지 않았는데 수현을 찾아가다니, 그럼 유담은 언제 그의 어머니한테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그러나 유담을 이렇게 혼자 놔두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으니 은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제가 정신과 의사 부를게요."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에 있던 유담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싫어요, 나는 병이 없어요. 의사 보기 싫다고요. 설마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 바보로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바깥의 어른들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은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일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반드시 정신과 의사 봐야 해."유담은 이 말을 듣고 억울하
은수는 가족들과 인사를 한 뒤 즉시 공항에 도착했다.공항에 도착하자 은수는 시간을 보았는데, 비행기가 아직 착륙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차에서 내려 몸을 차에 기대고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은수의 스포츠카는 글로벌 한정판으로 워낙 눈길을 끌었는데,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저 사람, 온은수 아니야?""그런 것 같은데. 저번에 공항에서 봤던 그 연예인보다 더 멋있는 거 같아."마침 공항에 있던 적지 않은 여자들은 먼 곳에 숨어 몰래 이쪽을 보면서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다.그중 담력이 비교적 큰 사람은 심지어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은수는 짜증이 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들이 재잘거려서 그는 좀 초조해졌고 마침 입을 열고 그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할 때, 은수가 기다리는 사람들이 공항의 출구에서 나왔다.은수도 다른 것을 돌볼 겨를 없이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닥터 켈로스에게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두 사람은 인사를 하며 은수는 손을 내밀어 예의 바르게 교수의 짐을 받고 걸어가며 미자의 병세를 다시 켈로스 교수에게 이야기하려 할 때, 뒤에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하얀 팔을 은수의 어깨에 걸쳤다.은수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고 여자는 이미 그에게 달라붙으며 은수와 아주 친밀한 인사를 했다.이렇게 대담한 행동은 구경꾼들도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이 여자가 누군데 감히 은수와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설마 은수의 새 애인인가?은수가 반응한 후 몸이 다소 경직되었다. 그가 피하려 할 때 여자는 이미 한걸음 물러섰다.남자의 안색은 많이 어두워졌다. 그는 줄곧 다른 사람과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런 행동은 분명히 그의 인내심을 도전하는 것이었다.닥터 켈로스는 이 상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가볍게 꾸짖었다."도리스, 소란 피우지 마."그러자 남자는 미안한 표정으로 은수를 쳐다보았다."미안해요, 온 대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었고 말하는 소리 하나하나가 모두 그렇게 나지막했다. 마치 음색이 아름다운 첼로처럼 입가를 수시로 오므리고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유혹감이 배어 있었다.이런 은수는 그녀가 기억하는 그 남자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도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의 화면을 떠올렸다.그 당시 뜻밖의 사고로 그녀는 켈로스 가문의 원수에 의해 집에서 끌려가 빈민굴에 버려졌다.다행히도 그녀는 한 여자에게 주워가서 바로 굶어 죽지 않았다. 다만 아쉽게도 그 여자의 남편은 온종일 폭음하고 가정폭력을 부리는 술고래였기에 양모는 이런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다.도리스는 양아버지와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없어서 그녀는 온종일 그의 화풀이를 당하며 집안일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매를 맞고 굶주랴야 했다. 그녀가 열 몇 살 때 양아버지는 그녀의 외모가 나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뜻밖에도 그녀더러 밖에 나가서 남자들과 술을 마시라고 했다. 그녀가 하마터면 그 늙은 남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은수가 나타나 그녀를 도와 주었다.그녀가 어릴 때부터 잃어버린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은수는 그녀의 신분을 조사했고, 그녀가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왔다. 또한 이 때문에 줄곧 세상일에 관심이 없었던, 외부와 교류하는 일이 극히 적은 켈로스 가족은 은수와 알게 되었다. 이번에 그들은 더욱 직접 나서서 은수의 문제를 해결했다.도리스는 이번에 아버지가 한국에 가서 은수를 도우러 가는 것을 알고 서둘러 따라왔다.그리고 은수를 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순식간에 두근거렸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처음에 그가 자신을 도왔던 순간과 같았다.성장기의 경력 때문에 도리스는 남자에 대해 강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켈로스 가문의 혈연관계가 있는 남성 친척을 제외하고는 그녀는 다른 남자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유독 은수에게 반감을 갖기는커녕 그녀는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도리스의 이상한 감정도 닥터 켈로스의 눈에 띄었다
그 아이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오히려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앞으로 두 집안이 혼인한다면, 당연히 도리스가 낳은 아이가 두 집안의 합법적인 상속인이 될 것이다.원래의 그 아이에 대해서라면 필경 온가네의 실력으로 그를 키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부녀는 눈을 마주치며 속마음을 교환했다.켈로스는 은수와 딸에게 단독으로 접촉할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마음이 있어 주동적으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당신의 어머니의 병력은 지금 병원에 보존되어 있겠죠? 만약 시간이 된다면 나는 오늘 가서 찾아보고 싶은데. 도리스 쪽은 당신에게 맡길 게요.”켈로스 교수가 가능한 한 빨리 자기 어머니의 치료를 돕는 것을 보고 은수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고 얼른 입을 열었다."내가 데려다줄게요.""필요 없어요, 나도 예전에 여기에 온 적 있어서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도리스는 처음으로 출국했기 때문에 대표님이 그녀를 잘 돌봐줘요."켈로스가 손을 흔들자 택시 한 대가 바로 그의 앞에 세워졌다. 남자는 차에 탔고 은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떠났다.은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줄곧 남에게 조종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이런 방식은 그를 좀 불쾌하게 했다.옆에 있던 도리스는 남자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옷자락을 꽉 쥐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은수 오빠, 내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거야?"은수는 정신을 차리고 앞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두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기에 사이가 다소 멀어졌다.그러나 그녀 때문이 아니었다면 켈로스 교수처럼 바쁜 사람도 멀리 한국에 와서 어머니를 진찰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남자는 다른 감정을 억누르고 웃음을 짜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가."도리스는 그제야 즐겁게 웃었다. 은수는 신사적으로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도리스는 조수석에 앉아 옆에 있는 은수의 옆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이 만족했다. 이 자리에 앉자 마치 자신이 은수의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그녀에 대한 은수의 태도가 미적지근한 것을 보고 도리스는 약간 풀이 죽었다. 그녀는 평소에 외국에 있을 때 줄곧 시크했지만, 뛰어난 외모와 혁혁한 가세 때문에 줄곧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모해 왔다.갑자기 은수와 같은 사람을 만나니 그녀는 그야말로 매력을 발산할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서 지친 도리스는 조수석에 앉아 침묵했다.차안의 분위기는 한동안 침묵 때문에 어색했고 은수도 주동적으로 말할 의사가 없었다.남자가 진지하게 핸들을 잡고 앞을 주시할 때, 그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은수는 수현의 전화인 것을 보고 한순간 의아해했다.‘이 여자, 주동적으로 날 찾다니,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는구나.’은수는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며 전화를 받았다."왜, 나한테 볼일 있어?"창밖의 풍경을 보며 넋을 잃고 있던 도리스는 은수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남자의 얼굴에 나타난 부드러운 웃음기를 보고 갑자기 경계하기 시작했다.‘그는 누구와 전화하고 있지? 대체 누구야?’그녀가 지금까지 은수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수현은 난감해했다. 어제 집에 급하게 돌아가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옷이 모두 은수의 별장에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그녀의 주머니에는 그녀의 주민들록증과 여권이 있었기에 이런 물건이 없다면 그녀는 무엇을 해도 불편했다. 그래서 그녀는 은수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가서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어젯밤에 내 옷을 어디에 두었죠? 좀 돌려줘.”‘알고 보니 이것 때문이었군.’은수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당신의 옷은 모두 더러워져서 드라이클리닝 보냈는데. 필요하면 내가 이따가 보내줄게."수현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줘요, 내가 직접 가지러 가면 돼요.""내가 보내줄 테니까 당신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은수는 다짜고짜 말하면 이 일을 결정했다.수현은 그가 견지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모처럼 수현이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