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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수현은 원래 그에게 손이 없냐고, 그녀는 하인도 아닌데 왜 그녀가 머리를 닦아줘야 하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은수의 안색을 훑어보니 그는 무척 피곤해하며 평소처럼 그렇게 늠름하지 않았고 마치 활기를 싫은 것만 같았다. 너무 피곤하지 않았다면 욕조에서 잠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현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됐어, 어차피 나도 곧 떠날 거니까, 마지막으로 이 남자가 제멋대로 구는 것을 받아주자.’

수건을 가져온 다음 수현은 고개를 들어 은수를 힐끗 보았다.

"당신이 앉지 않으면 나보고 어떻게 머리를 닦으라는 거죠?"

은수는 키가 엄청 컸기에 그녀는 침대에 선 채로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닦아줄 수 없었다.

은수는 의아하게 수현을 바라보았다. 원래 그녀가 핑계를 대고 거절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다니. 오늘의 수현은 좀 이상한 것 같다.

은수는 수현을 한참 쳐다보며 마치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말 잘 듣는 이유를 찾으려는 것 같았다.

남자의 검은 눈동자의 응시를 받자, 수현은 왠지 어색해하며 짜증을 냈다.

"뭘 봐요? 싫으면 됐어요."

은수는 아무런 이상함을 찾지 못했으니 더 이상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고 침대에 앉았다.

"이제 닦아줘.”

수현은 그제야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은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은수의 머리카락은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졌기에, 얼마 걸리지 않아 거의 말랐고,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예전처럼 그에게 두피 마사지를 해주며 그의 피로를 완화시켰다.

은수는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시원하게 누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문득 전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분명히 오래되지 않았지만 또 엄청 낯설 정도로 오래된 것 같았다.

그 기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의 기억 속에서 가장 즐거운 날인 것 같았고, 은수는 기분이 무척 유쾌해졌다.

이렇게 그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수현은 은수에게 마사지를 하다가 자신의 손이 시큰해진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할 필요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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