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제일 궁금한 부분에서 강유진이 뜸을 들였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두 번째 라이트가 향한 곳으로 쏠렸다.“누구지?”“강씨 집안에서 추천한 사람 누굴까?”“도대체 누가 그 기회를 잡았을까?”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눈빛에는 궁금함 외에도 부러움이 가득 섞여 있었다.이 기회만 있으면 황금 동아줄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라 곧 성운시에서 이름을 떨치고 모든 사람을 제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가 향한 곳에는 세 사람이 보였다.이민영, 장민준, 진도하였다.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다 그 세 사람한테로 쏠렸다. 일부는 이씨 집안 장녀인 이민영을 알아봤고 어떤 사람은 성운시에서 꽤 잘나가는 청년인 장민준을 알아봤다.원래대로라면 진도하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도 성운시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하지만 사라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유생의 티는 말끔히 벗고 정직하고 굳센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여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행사장 안의 모든 눈빛은 장민준에게로 향했다.이유는 간단했다. 이민영은 여자에 불과했기에 기회를 줄 리가 없다고 다들 생각했다. 만약 여자를 추천한다면 성운시에서는 강유진이어야만 했고 그게 아니면 다른 여자는 더더욱 안된다. 진도하는 본 적이 없는 데다가 사람들은 그의 영웅담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강씨 집안에서 추천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장민준!젊은 세대에서 손꼽히는 청년일 뿐만 아니라 해성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강씨 집안에서 누군가를 추천한다면 장민준밖에 없다고 다들 추측했다.장민준 본인도 어리둥절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자 그도 의혹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추천한 사람이 진짜 나라고? 근데 아까 강 사장님 심기를 거슬렀는데 나를 추천할 리가 없잖아!’장민준은 조심스럽게 무대 중앙에 선 강유진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강유진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장민준은 깨달았다!‘내가 너무 우쭐대서 모양새 빠질까 봐 내 포지션이
이게 바로 진도하였다!두 사람은 지금 너무나 선명하게 비교되고 있었다.장민준은 원망의 눈길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다 저놈 때문이야! 저놈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개망신을 당한 거야!’하지만 진도하는 그를 보지 못한 듯 태연하게 무대 중앙으로 향했고 강유진 옆까지 걸어갔다.둘이 나란히 서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사람들은 그 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미 이 두 커플에 대한 팬심도 드러내고 있었다.진도하를 바라보는 강유진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진도하를 향해 자신의 손을 뻗었다. 진도하도 태연하게 손을 뻗어 강유진과 악수했다.“이 기회를 저보다 더 좋은 사람한테 줬어야 해요.”하지만 강유진은 오히려 진도하를 흘기며 말했다.“내가 내 남자한테 어떻게 잘해줄지는 내가 결정해요!”진도하는 말문이 막혔다.강박적이면서도 제멋대로인데 또 여성스러웠다. 진도하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였다.하지만... 진도하에게 이 기회가 필요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에게 추천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이때 이민영이 이래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무슨 근거로 저 사람을 신성 장군에게 추천하는 거죠? 거렁뱅이한테 무슨 능력이 있다고?”“신성 장군께서 강씨 집안을 믿고 추천할 기회를 줬는데 사리사욕을 위해서 능력도 없는 사람을 추천하는 건 직권 남용이자 신성 장군의 신임을 저버리는 일 아닌가요?”이민영이 이렇게 비꼬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해명이 필요합니다! 왜 듣도 보도 못한 사람한테 이런 기회를 줬는지 근거를 주세요!”사람들은 늘 그렇게 맹목적이었다. 아까까지 기대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당치도 않은 소란에 가담하고 있다.행사장 안이 시끄러워지자 강유진이 이민영을 힘껏 노려봤다. 그러고는 제일 큰 목소리로 말했다.“능력이라면 진도하를 이길 사람이 없습니다!”강유진도 자신의 아우라를 풀로 뿜어내며 말했다.“다른 의견 있으셔도 달라지
이민영의 말에 행사장이 술렁이었다.강씨 집안에 신성 장군에게 추천할 기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강씨 집안에서 추천한 사람의 인성이 떨어지면 신성장군의 노여움을 살 것이다.그러면 강씨 집안만 영향받는 게 아니라 성운시의 모든 가문들이 같이 연루된다.“아가씨,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요!”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냈다.“맞아요! 바꿔요! 강씨 집안에도 전도유망한 사람들 많잖아요! 강씨 집안에 마땅한 사람 없으면 기타 가문 사람들 추천해도 되잖아요! 이런 좋은 기회를 강씨 집안만 독점하면 안 되죠!”다른 사람도 거들기 시작했다.“동의합니다! 왜 하필이면 능력도 별로고 인성도 안 좋은 사람을 뽑는 거죠?”질타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더 많았다.“빨리 사람 바꿔요! 이렇게 큰 성운시에 신성 장군의 마음에 들 청년을 못 찾는다고요?”이민영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시 협박하기 시작했다.“강유진 씨, 만약에 사람 안 바꾸면 전화해서 제보할 거예요!”사람들의 아우성을 듣고 있는 강유진의 얼굴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인성이 떨어진다고 누가 그래요? 진도하를 알아요?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요?”강유진이 마이크를 들고 있었기에 소리가 다른 사람들을 압도했다.강유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그러게, 누가 인성이 떨어진다고 했지?”“저 사람들 이 청년이 누군지 아예 모르잖아!”그들이 어쩔 바를 몰라 하는데 이민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높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한 말이에요!”“당신이?”강유진이 역겹다는 표정으로 이민영을 흘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증거라, 허허...”이민영이 웃으며 말했다.“엄청나죠!”“5년 전, 진도하가 차린 회사가 있었는데 화제성도 좋고 전도유망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진도하가 유흥에 빠지다 보니 회사에 부도가 났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였는데 이것도 능력이 딸린다는 표현 아닌가요?”“같은 5년 전, 나는
이랬다저랬다 중간에 바꾸는 건 상업 금기였다. 게다가 강유진은 진도하의 인성에 절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실제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있다. 그에 반해 함성은 점점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진도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려 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바꿔요. 이 추천 기회 저도 딱히 끌리지는 않아요!”그가 이 기회를 만든 건 강씨 집안을 돕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유진이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진도하 자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사실 진도하는 강유진이 이 기회를 누구에게 주든 상관없었다. 장민준과 이민영만 아니라면 누구든 괜찮았다.강유진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다가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이때 강유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강유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확인해 보니 둘째 삼촌 강재호였다. 강유진은 잠깐 망설이더니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강재호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너 강씨 집안을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작정했어?”“왜 신성 장군께 이런 쓰레기를 추천하려고 하는 거야?”“너랑 형님 구해줬다고 그러는 거야?”“그 은혜는 돈으로 갚으면 되잖아! 하지만 신성 장군이 준 기회를 날리면 강씨 집안이 힘들어질 거야! 이건 비즈니스야! 애들 장난이 아니라!”“좋은 말로 할 때 사람 바꿔! 알았어?”“더 이상 막 나가면 안 돼! 강씨 집안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실수 한번에 우리 강씨 집안을 무너트리려는 사람들 널렸어! 너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왜 이렇게 철부지야!”강재호가 한꺼번에 쏘아붙이더니 전화를 끊었다.강유진이 입술을 꽉 깨물고 여러 곳에서 오는 부담을 견뎌내고 있었다.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밀고 갈 것인가!갑자기 망설여지는 그녀였다.행사장 내의 사람들도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당장 사람 바꿔요!”“강씨 집안은 신성 장군께 밉보이고 싶은 건가요?”“강씨 집안을 성운시 죄인으로 만들고 싶어요?”한마디 한마디가 강유진
허윤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말투는 딱딱했다.행사장 안은 순간 들끓기 시작했다.신성 장군이 온 게 아니라 부하인 허윤겸을 보내오다니, 강유진이 추천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노여우신 건가?“이걸 어쩌면 좋지?”“어쩌면 좋아!”행사장 안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안한 눈길로 무대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기골이 장대하고 살기가 넘치는 거대한 탑과도 같은 남자를 주시하고 있었다.모두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민영만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날뛰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부 장군님!”“부 장군님!”“저 할 얘기가 있습니다!”허윤겸이 차가운 눈빛으로 이민영을 쏘아 봤다. 자신의 말을 끊은 여자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되물었다.“무슨 일인지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이민영이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강유진을 힐끔 보더니 허윤겸에게 고했다.“부 장군님, 고발할게 있습니다!”“말씀해 보십시오.”허윤겸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그는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행사장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민영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이민영은 여전히 주제 넘게 말했다.“강씨 집안 강유진을 고발하려 합니다!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신성 장군께 능력도 안 되고 인성도 떨어지는 쓰레기를 추천했습니다!”이민영은 이렇게 고하고는 더 기세등등해서 강유진을 쳐다보고 있었다.강유진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민영과 눈길을 마주치는 것조차 하찮아했다.이민영은 그 오만한 눈빛을 이제는 진도하에게 돌렸다. 하지만 진도하는 강유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민영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속으로 구시렁댔다.‘신성 장군의 노여움을 어떻게 당해내나 보자. 그때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행사장 안의 사람들은 허윤겸에게 밉보일까 봐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동시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강유진은 끝났어!강유진은 끝났다고!추천 기회는 원래 조작이 가능했다.
“싫습니다!”강유진은 입술을 깨물었고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하면서도 황당했다. 하지만 진도하를 본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눈빛은 다시 굳건해졌다.‘젠장, 진짜 진도하에게 반하기라도 한 건가?’강유진의 표정은 싫다고 대답한 후 많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행사장 안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뭐라고??”“지금 싫다고 한 거야??”강유진이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거절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강씨 집안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이민영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또라이. 생긴 게 여신이면 뭐 해,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이렇게 대놓고 거절해??”“강유진, 넌 끝났어! 끝났다고!”“강씨 집안도 같이 끝난 거야!”이민영은 너무 웃은 나머지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이민영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강유진은 신성 장군의 여자가 될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굳이 엇나가면서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다.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었다.이때 무대 아래서 지켜보던 강재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강유진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강유진, 너 간덩이가 부은 거야? 감히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거절해? 어리석은 건 답도 없어!”이내 강재호는 허윤겸에게 굽신거리며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부 장군님, 유진이 아직 철이 안 들어서 이런 무례를 범했습니다. 유진이의 혼사는 유진이 아버지가 결정할 겁니다.”“신성 장군께 전해주십시오. 이 혼사 강씨 집안은 허락한다고요!”강재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모아 인사했다. 동시에 분노에 찬 눈길로 강유진을 노려보았다. 강유진에게 더 이상 설치지 말라는 경고였다.하지만 강유진은 못 본 척 말을 이어갔다.“저는 아직 신성 장군을 뵌 적도 없습니다. 신성 장군이 어떤 분이신데, 저같이 장사하는 여자가 감히 넘볼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제 생각엔 신성 장군께서 부 장군님을 보내
강재호는 강씨 집안의 불행에 깨 고소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강유진이 이렇게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다. 좋게 끝날 수 있는 일을 굳이 이 지경까지 끌고 간 강유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재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강유진, 너네 아버지한테는 네가 설명해!”강재호는 이 말을 끝으로 행사장에서 나갔다.강유진은 강재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삼촌, 저 너무 미워하지 마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건 싫어요.’‘모든 사람이 칭송하는 신성 장군이라고 해도 저는 싫어요.’이민영은 강유진이 강재호한테 꾸중을 듣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하... 신성 장군의 보복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강씨 집안 전체가 끝장날 거야!”이민영은 끝까지 비웃으며 행사장에서 나갔고 장민준이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이민영은 따라 나오는 장민준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따라오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신성 장군대회가 시작되기 전 장민준이 날린 따귀를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만약 장민준이 추천되었다면 이민영은 그를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민준은 추천도 못 받고 일자리도 잃었으니, 이민영이 그를 쉽게 용서할 리가 없었다.장민준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민영아, 화 풀어. 아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널 때릴 수밖에 없었어. 너도 강유진이 힘 있는 거 알잖아.”이민영이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강유진이 무슨 힘이 있는데? 그냥 해성 그룹 사장이잖아! 그게 뭐가 대수라고.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는데 이제 끝이라고 보면 돼.”장민준이 용서를 비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맞아, 맞아. 신성 장군이 강유진 혼내줄 거고 강씨 집안도 처리할 거야!”이민영이 콧방귀를 끼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이민영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민영의 엄마 전미선이 다가와 물었다.“민영아, 신성 장군대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진도하가 추천되
메시지를 확인한 진도하는 표정이 썩었다. 더럽다고 생각해 바로 답장했다.「꺼져.」답장을 하자마자 강유진이 다가왔다. 몸매가 끝내줬고 옅지만 기분 좋은 향기가 풍겼다.진도하는 자신의 팔이 말랑말랑한 무언가에 닿은 느낌을 받았다. 뒤를 돌아보니 강유진이 예쁜 눈을 깜빡이며 바람의 현장이라도 잡은 듯 물었다.“뭐예요?”“아무것도 아니에요.”진도하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강유진의 행동이 늘 대범하다고 생각했다. 진도하는 머리를 숙여 말캉한 그곳을 힐끔 쳐다보았고 이내 민망한 기색을 드러냈다.강유진은 머리를 숙여 확인하더니 별거 없다는 듯 말했다.“왜요?”위풍당당한 신성 장군 진도하가 강유진 앞에서 부끄럼을 타고 있다.“이건 좀 그런데.”강유진이 예쁜 눈을 치켜뜨더니 말했다.“뭐가 어때서요. 닿지도 않았구먼!”말하면서 옷깃을 당겼다. 진도하처럼 참을성이 좋은 남자가 아니라면 이미 코피가 터졌을 것이다.신성 장군대회가 끝나고 둘은 같이 행사장 밖으로 나와 스카이 드림 옥상으로 왔다.강유진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옥상에서 기분을 추스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민영도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진도하는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면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낼 수 있다고 말하려 했지만 강유진이 옆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 신성 장군의 프러포즈를 대놓고 거절했는데 신성 장군께서 기분 나빠하지는 않겠죠?”“복수하면 어떡하지? 우리 강씨 집안에 복수할라나?”“...”진도하는 말문이 막혔다.“에이, 그러진 않을 거예요. 신성 장군 그런 사람 아니에요.”강유진이 난간에 기대고 서서 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도하 씨가 어떻게 알아요?”진도하가 다시 말문이 막혔다.‘내가 모를 리가 있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르면 안 되지.’“저도 전해 들은 거죠.”진도하는 이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강유진의 예쁜 눈에 불만이 차올랐다.“전해 들은 건 다 가짜예요.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프러포즈를 한 거 보면 신성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