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네 셋째 삼촌이 나를 미행하라고 사람을 보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강재용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강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하지만... 셋째 삼촌이 왜 아빠를 감시하도록 사람을 보냈을까요?”강재용은 스스로 비웃는 듯 말했다.“아마도 내가 자기 자리를 빼앗을까 봐 걱정해서 그런 것 같아.”강유진은 깨달았다.이론상으로는 아버지가 기주시 강씨 가문의 다음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할머니가 주인이 된 지금, 할머니는 분명히 자신의 친아들이 다음 주인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이것이 아버지가 애초에 기주시 강씨 가문을 떠나 성운시로 온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여전히 아버지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생각지 못했다.이런 생각을 하며 강유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빠,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강재용은 딸의 걱정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 “넌 걱정하지 마. 감시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지 뭐.”“하지만...”강유진은 여전히 불안했다.“그 사람들이 아빠를 해칠까 봐 걱정돼요.”강재용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 사람들이 감히 그러지 못해!”강유진은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었지만 강재용이 강유진의 말을 끊고 말했다.“이 문제는 이쯤 끝내고, 넌 아무에게도 언급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아버지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강재용이 이어서 말했다.“넌 이제 독에 대해 조사하지 마. 무술 고수 대회가 끝나면 넌 성운시로 돌아와.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자.”“그래요. 알겠어요.”강유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딸의 마음은 아버지가 가장 잘 안다고 했던가! 강재용은 강유진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또 한 번 당부했다.“유진아, 꼭 기억해. 마음이 급해서 경솔하게 행동하면 안 돼.”“네.”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전화를 끊은 후 강유진은 진도하를 바라보았는데 진도하의 의견을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진도하도
바로 강유진이 그의 곁에 있기 때문이다.“배고프죠?” 강유진은 진도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조금요.”진도하는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어제 밤새 바쁘게 보냈기 때문에 벌써 배가 고팠다.강유진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가요. 나도 배고파요. 나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요.”“알았어요.”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유진은 자연스럽게 진도하의 팔을 잡았다.진도하는 잠시 경직되었지만 팔을 빼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팔짱을 끼고 저택을 걸어 나갔다.마당을 나서자마자 멀리서 여러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그 선두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성호였다.강유진은 강성호가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도 진도하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강성호는 강유진에게 다가가 물었다.“누나, 어디 가는 거예요?”그렇게 물은 후 그의 시선은 진도하의 손을 잡고 있는 강유진에게로 넘어갔고, 그의 얼굴에는 부자연스러운 기색이 보였지만 그는 마음을 잘 추스르고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강유진은 이미 강성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게다가 오늘 강성호의 아버지인 셋째 삼촌이 사람을 보내 아버지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호의적이지 않았다.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말했다.“강성호, 여기서 뭐 하는 거야?”강성호는 강유진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나가 어쩌다 기주시로 돌아왔는데 내가 어떻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제 거절했는데 오늘도 여전히 거절하는 건 아니죠?”이때 강성호는 강유진이 또 거절할까봐 걱정되어 덧붙였다.“동생이 누나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에요?"강유진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평온했다.그녀는 진도하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강성호에게 말했다.“가자. 우리도 마침 저녁 먹으러 가려고 했어.” 그들 일행은 강씨 대 저택으로 걸어갔다.그들은 저택 앞 주차장에서 몇 대의 고급 승용차를 몰고 나와 레
진도하는 강용호에게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이 손 놔!”강용호는 진도하의 눈빛에 놀라 어쩔 수 없이 진도하의 옷을 놓아주었다.진도하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털었다.그리고는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는 원래 이 식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고, 강유진도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강성호는 그녀의 친척이고, 그녀는 현재 기주의 강씨 저택에 머물고 있어 자주 마주치기에 강성호의 요청에 여러 번 거부하는 것은 약간 불친절하다고 느껴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들이 자신을 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도하는 스스로 바보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강성호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를 본 강유진은 강용호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내 친구에게 무슨 짓이야?”강유진은 평소 기주의 강씨 저택에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녀는 직계 혈통이었고 신분과 지위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두려워했다.강용호도 마찬가지였다.그는 강유진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보고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강유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진도하의 팔을 잡고 말했다.“우리를 환영하지 않으니 우리끼리 밥 먹으러 가요.”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진도하의 팔을 잡아당기고 떠나려고 했다.동시에 그녀는 미안한 듯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강유진의 팔을 톡톡 치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강유진의 잘못도 아니었으니까.이때 강성호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나서서 말했다.“유진 누나, 화 풀어요. 이렇게 가지 마요.”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강유진은 화를 내며 말했다.“이게 네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방식이야? 아니면 나를 협박하려는 거야?”강성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진 누나, 내가 감히 어떻게 그래요!”강유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아
강유진은 무심하게 말했다.“너희들은 다음 거 타.”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강성호와 다른 몇 명의 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감히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 문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강유진과 진도하가 먼저 올라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강유진과 진도하가 가장 먼저 예약한 룸에 도착했다.강유진은 미안해하며 말했다.“나 때문에 고생했어요.”진도하는 웃었다.“이 말이 왜 이렇게 익숙하게 들리나 했어요.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말 아닌가요?”강유진은 진도하의 어깨를 툭 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도하씨에게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진도하는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고, 강유진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농담을 했다.진도하가 말했다.“마음에 두지 마요. 난 괜찮아요.”그제야 강유진은 안심했다.바로 이때 강성호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룸으로 들어왔다.좋은 자리를 찾아 앉은 후, 강성호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웨이터에게 말했다.“평소대로 주문할게요.”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식탁에 음식이 차려졌다.진도하와 강유진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강성호는 감히 강유진에게 술을 강요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강성호는 강유진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마치 그가 누나를 걱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사실 그는 강유진에게 기주도에 온 진정한 목적을 캐물었다.예를 들어, 그는 강유진에게 기주도에 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 성운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기주도에 계속 머물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강유진은 그 모든 것에 대해 시큰둥하게 이야기했다.이로 인해 강성호는 약간 지루함을 느꼈고 가끔씩 강유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전부 재미 없는 것들이었다.누가 여자친구 몇 명 사귀었는지, 누가 고급
“당연하지, 니들이 보는 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야.”강성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형은 어느 파벌이나 가문이 우승할 것 같아?”강용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성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 누나, 이번 무술 고수 대회에서 누가 1등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강유진은 이 주제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강성호의 물음을 대충 넘기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했다.“유씨 가문, 오씨 가문, 강씨 가문은 이미 한 번씩 우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씨 가문이 우승 할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의 대답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강성호는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무심한 척 물었다.“누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진도하는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끼어들지 않고 강유진 옆에 조용히 앉아 요리를 먹고 차를 마셨다.그러나 그는 강성호가 자신에게 질문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진도하가 강성호의 물음을 무시하는 것을 본 옆에 있던 사람은 참지 못하고 그를 비웃었다.“형님, 우리 같은 집안의 자식들도 이번 대회에서 누가 우승할지 아직 모르는데 평범한 사람인 저 자식에게 물어보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강성호도 웃으며 말했다.“그래. 진도하 씨도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나 봐.”그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진도하 씨, 많이 드시고 부족하면 더 주문하세요.”강성호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경멸이 가득했다.진도하가 어떻게 그것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는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말했다.“제가 무술 고수 대회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자는 당신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네?”강성호는 진도하가 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한 듯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래요?”다른 사람들도 진도하를 쳐다보았지만 그들은 진도하가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이 때문에 강성호는 다소 망설였다.자양파가 우승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조금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강유진은 재촉했다.“걸 거야 말거야?”강성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10억 원을 걸게요.”그렇게 말하며 그는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강유진은 고개를 들고 강성호의 은행 카드를 무심하게 받아 들고 말했다.“고작 이 정도만 걸 거야?”강성호는 난감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강유진을 원망했다.원래 그는 더 많은 돈을 걸고 진도하가 돈을 갚을 여유가 없을 때까지 내기 해서 진도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계획했었다.그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강유진이 중간에 끼어들어 진도하와 편을 먹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이 경우 강유진의 재력으로 20억, 40억을 걸어도 강유진을 괴롭히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차선책으로 한 발 물러나 무작위 베팅을 했다.어쨌든 그는 자양파가 우승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사실 강성호만 믿지 않은 게 아니라 강유진도 자양파가 우승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고 그녀는 진도하만 믿었다.진도하는 그들의 마음속의 모든 생각에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모든 물건을 모아서 강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사람을 찾아서 이 모든 것들을 내놓아요. 이 차와 집은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요.”“...”강유진은 진도하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도 무술 고수 대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죠.”강유진은 진도하를 믿고 기꺼이 같은 편에 서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양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자양파는 오랫동안 젊은 사람을 들이지 않았고, 자양파 노조도 수명이 길지 않아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다른 파벌에는 새로 등장한 천재적인 신인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가도 있다.따라서 무술 고수 대회를 잘 아는 사람
그는 말을 마친 뒤 시선이 주위 여러 사람을 향했고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강유진에게 말했다. “다 먹었어요? 다 먹었으면 일어나요.”“네, 다 먹었어요.”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서 진도하의 팔짱을 꼈다.“그럼 이제 나가요.”진도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강성호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옅게 띄고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무섭게 변해갔다.강용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나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뭔데?”강성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진도하 저 녀석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 보니 설마 자양파가 정말로 우승할 리는 없겠지?”강용호가 말했다.진도하는 그의 전 재산을 걸었다. 만약 져버린다면 그는 곧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강성호은 강용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안심해, 우리가 이겨.”비록 그는 진도하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자양파가 곧 몰락할 파벌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른 강씨 집안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용호야, 우리 성호형 판단이 언제 한번 틀린적이 있었어? 게다가 자양파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걸 우리조차도 알고 있다고.”“진도하가 머리를 심하게 다치지 않은 이상 무슨 수로 자양파가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지. 하하하.” 일부 사람들도 시큰둥하게 말했다.그의 웃음소리에 모두 같이 웃어대기 시작했다.···다른 한편.진도하와 강유진 두 사람은 나란히 음식점을 나간 뒤 조금 걷기로 했다.강유진이 물었다. “도하 씨는 정말 자양파가 제패할 것으로 생각해요?”“물론이죠.” 진도하는 자신 있게 말했다.강유진은 진도하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확신하죠?”진도하는 맘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자양파의 대표로 나가는데 자신만만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하지만 그는 결코 그
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내일 자양파 대표료 나가지 않을까봐 걱정 되시나요?”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자양파 노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솔직히 좀 걱정이 되긴 해. 그래서...”진도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염려하지 마세요. 노조 님, 제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진도하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자양파 노조는 한시름을 덜수 있었다.아니면 그는 여전히 마음속에 자리잡은 걱정을 잠재울수 없었을 것이다.진도하는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른 일은 없으신가요?”자양파 노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별일 없다네.”말이 끝나자마자 자양파 노조는 문득 한가지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저번에 진 선생이 나한테 건넨 약초 목록에서 이미 300여 가지를 찾았어.”“정말요?”진도하는 기뻐하며 말했다.그는 자양파 노조의 일 처리 효율이 이렇게 높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렇다네 자양파의 약고에서 300여 종을 찾아내고 또 자양산에서 수십 종을 파냈어.”자양파 노조는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진도하가 알아 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아직 약고의 절반을 정리하지 못했다네. 다 뒤져보면 아마 100여개는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진도하는 조금 미안해 하며 말했다.“그렇게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 천천히 찾으시면 돼요.”“진 선생의 큰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이 앞서.”자양파 노조도 웃으며 말했다.이로써 진도하는 자양파 노조에 대한 호감이 한층 더 깊어졌다.이렇게 생각된 그는 단약 한 알을 꺼내어 자양파 노조에게 건넸다.이 단약은 그가 특별히 강유진에게 부탁해서 가져온 것이다. 지난번에 강유진에게 여러 개를 주었었지만 자신은 단 한 개도 남기지 않았다.자양파 노조가 단약을 건네받고 의아한듯 물었다. “이것은...”진도하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직접 드셔보시면 아시겠죠.”자양파 노조는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단약을 삼켰다.한 줄기의 따뜻한 기운이 그의 단전에서 부터 시작되어 온 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그는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