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현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억울하면 언제든지 복수하러 와요.”유현빈은 말을 더 하려 했지만, 진도하의 싸늘한 눈빛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무술 고수 출신이다.비록 완전한 고수는 아니지만 일반 사람과 절대 비교할 수 없다.진도하 앞에서 유현빈은 반항할 여지조차 없었다.그때 유현빈도 진도하가 무술 고수일 것이라 짐작했다. 이것이 바로 유현빈이 진도하를 놓아준 이유이기도 했다.진도하를 놓아주지 않았더라도 진도하의 능력으로는 충분히 무사히 빠져나갔을 것이다. 다만, 이 원수는 조만간 꼭 갚겠다고 유현빈은 혼자 다짐했다.여기까지 생각한 유현빈의 눈에는 진도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도하는 다시 되돌아 진용문과 강유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진도하는 진용문에게 계약서를 건네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큰아버지. 다시는 도박하지 마세요. 도박 열 판에 아홉 판은 속임수입니다. 만약 큰 아버지가 지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친절한 태도를 보일 것이고, 혹시라도 이기면 어떻게든 그 돈을 다시 거둬들일 방법을 생각할 거예요.”진용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진용문은 오늘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 덕분에 진용문은 다시 정신을 차렸고 진도하의 말에도 흔쾌히 대답했다. 진도하도 진용문이 진짜로 정신을 차렸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말은 이미 분명히 했으니 다음부터 어떻게 할지는 진용문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진용문을 데려다주기 위해 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진용문은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약서 건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다시는 도박하지 않을 테니. 약속할게.”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큰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하면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진도하의
한참 말이 없던 강유진이 고개를 갸웃하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도하 씨 무술 고수예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그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진도하는 무술 고수라고 할 수 없다.무술 고수의 몸속에는 영기가 없고 경계 구분도 다르다.강유진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발생한 많은 일들을 생각하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진도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진도하는 침을 놓을 줄도 알고 단약을 제련할 줄도 알며 싸움에 능하고 원석을 잘 분별한다.진도하는 뭐든 잘하는 것 같다....진도하는 강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강유진은 머리를 숙인 채 가방의 지퍼를 만지작거리며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진도하는... 잠시 멍해졌다.그런데 그가 시선을 거두기 전에 강유진에게 발각되었다.“뭘 봐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눈빛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냥 오늘 유진 씨가 좀 달라 보여서요.”진도하는 난감해하며 설명했다.“뭐가 다른데요?”강유진은 고개를 기울이고 큰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내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죠?”진도하는 마침 강유진을 칭찬하려고 했다.그런데 강유진이 이어서 말했다.“나 칭찬하지 말아요. 절대 그러지 마요. 나도 내가 이쁜 거 알아요. 내가 성운시에서 가장 이쁜 여자라는 거 알고 있어요.”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유진 씨... 너무 자아도취에 빠진 거 아니에요?!”그러나 강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자아도취가 아니라 공인된 사실이라고요! 성운시 남자들 중 어느 누가 나보고 이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어요!!”그렇게 말한 후 강유진은 갑자기 조용해졌다.곧바로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아주 진지하게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30초 동안 눈 마주칠 수 있어요?”“네?”진도하는 의아했다.강유진이 설명했다.“많은 남자들이 나를 보
이 입맞춤은 마치 영원할 것 같았다.이 한 번의 키스에 감정은 폭발하여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마치 이 세상의 다른 것들이 그 두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들은 완전히 몰입했다.이때 휴대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강유진이 맞춰놓았던 알람이 울린 것이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들의 눈빛에는 약간의 당혹감과 아쉬움이 남아 있었고 감히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강유진은 목까지 다 붉어졌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강유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무슨 짓이야!’‘너무 부끄럽잖아!’강유진은 이마를 짚고 다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진도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며 가방도 두고 도망쳤다.5미터쯤 갔을 때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땅에 넘어질 뻔했다.진도하도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그는 다급히 차 문을 열고 외쳤다.“유진 씨... 차는요! 운전 안 할 거예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진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할 수 없이 차에 올라탔다.그는 차에 시동을 걸지 않고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치면서 조금 전의 충동적인 행동에 대해 생각했다....한참 지난 후...진도하는 마침내 시동을 걸고 스카이 타운의 방향으로 갔다.곧... 그는 교차로에 도착했고 코너만 돌면 스카이 타운이었다.하지만... 모퉁이를 돌자마자 진도하는 살기를 느꼈다.‘누가 따라오고 있는 거지?’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차를 몰고 스카이 타운으로 가지 않고 바로 차를 돌렸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진도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장 계룡산으로 향했다.그곳은 특히 밤에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곧 그는 차를 몰고 계룡산 기슭으로 가서 시동을 끄고 차를 세웠다.진도하는 차에서 내렸다.텅 빈 공터를 돌아보며 그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나와. 장난치지 말고.”
“그런데 그건 그거고, 지금 누군가가 돈을 주면서 널 죽이라고 했거든. 나도 할 수 없어.”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허허, 그 사람이 너무 많은 돈을 줬어.”돈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돈을 제안한 사람이 아마도 오명훈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오명훈은 뼛속까지 진도하를 미워하는 유일한 사람이다.‘오명훈을 처리할 때가 된 것 같네.’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이미 오명훈을 죽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대신 그는 무심하게 눈앞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손 쓰기 전에 어서 가. 그러면 널 살려줄지 고민해 볼게. 아니면 오늘 무조건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진도하는 이 남자를 미워하지 않았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난 보통 사람이 아니야.”이렇게 말하면서 검은 옷 남자의 웃음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고, 그는 장난스럽게 물었다.“너 무술 고수라고 들어봤어?”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을 진도하의 표정을 보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진도하를 쳐다봤다.하지만 그는 실망했다.진도하는 아무 표정도 없었고 차분했다.이에 검은 옷 남자는 매우 놀랐고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혹시 무술 고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 아니야?’그렇게 생각한 검은 옷 남자는 미친 듯이 웃었다.“너 이 자식 무술 고수가 뭔지도 모르면서 오 도련님을 건드린 거야? 너 정말 겁도 없구나.”진도하는 웃음을 꾹 참으며 물었다.“무술 고수가 그렇게 대단한 거야?”검은 옷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오늘 나 서자명이 너에게 무도의 진수와 무술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려줄게! 겁이 나서 떨리지? 이 못난 사람아!”서자명은 경멸의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시끄러워!”진도하는 인내
진도하는 무심하게 말했다.“복수할 생각이 없어진 거야?”“없습니다. 없어요. 제가 모셨던 그 형님이 오씨 가문을 따라 많은 악행을 저질렀었고 저는 연락 끊은 지 오래됐어요. 무술관의 사람이 저를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여기 오지 않았을 겁니다.”서자명은 갑자기 겸손한 자세로 돌변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진도하의 화가 풀리지 않았을까봐 자신의 얼굴을 “퍽퍽” 두 번 더 때렸다.“제발 넓은 마음으로 저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서자명이 이토록 비참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진도하의 몸에서 풍기던 살기가 서서히 사라졌다.“다음번에는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그렇게 말한 후 진도하는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가 뒤돌아서자마자 서자명의 눈꼬리에서 무자비한 기운이 번뜩였다.어?곧바로 서자명은 손에 든 단검으로 진도하의 등을 찔렀다.이에 대비하고 있던 진도하는 바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허공에서 몸을 돌려 서자명의 손에 쥔 단검을 걷어찼다.서자명은 충격을 받았다.그는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진도하의 경계심을 낮춘 다음 가장 빠른 몸짓으로 몰래 공격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서자명은 마음속으로 공포에 떨었다.진도하의 뒤통수에 눈이 있기라도 한 건가?서자명은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진도하에게 발로 걷어차여 땅에 넘어졌다.그러자 진도하는 서자명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을 밟고 무심하게 말했다.“난 너를 놓아주려고 했는데 네가 스스로 죽기를 원했으니 날 탓하지 마.”진도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서자명을 놓아주려고 했지만 그가 감히 몰래 공격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서자명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했다.그는 한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방법으로 자신보다 강한 무술 고수들을 무수히 죽여왔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예기치 않게 실패했다.이로 인해 그는 어쩔 줄 몰라했다.특히 진도하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낀 서자명
진도하는 무심하게 물었다.“오늘 네가 나를 암살하러 온 걸 네 자양파 선배들은 알고 있어?”“당연히 알고 있지, 그렇지 않다면 난 산에서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야.”서자명은 확신에 차 말했다.하지만... 사실 이번에 그는 산에서 내려오기 위해 몰래 핑계를 둘러댔고, 아무도 그가 산을 내려온 진정한 목적을 모른다.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진도하가 자신을 죽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진도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너희 자양파 선배들이 이 일을 알고 있다니 오늘은 살려줄게.”서자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도박이 제대로 먹혔다!그가 자양파의 얘기를 꺼냈으니 진도하는 감히 그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진도하가 한 다음 말은 그를 극도로 당황하게 만들었다.“돌아가서 너희 자양파 선배들에게 전해. 사흘 안에 직접 성운시에 와서 내게 사과하라고.”서자명은 입을 끔뻑 거리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다.하지만 진도하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꺼져!”그 말을 들은 서자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애써 고통을 견디며 땅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곧... 그는 어두운 산 속으로 사라졌다....서자명이 떠난 후에도 진도하는 졸리지 않았다.계룡산에 왔으니 차라리 산에 올라가서 정기를 흡수하기로 했다.사실 그는 이미 선천경에 도달해서 곧 태서경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돌파하지 못했다.산 정상에 도착했다.그는 땅에 앉았다.계룡산의 정기를 흡수해 자신의 기운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동시에 그는 자신의 몸에 있는 정기를 동원하여 방금 흡수한 정기와 합쳤고, 정기들은 그의 몸속을 휘젓고 다녔다.정기는 아래에서 위로, 배에서 머리 위로, 다시 머리 위에서 발아래로, 마지막에는 다시 배로 이동했다.전체 과정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렸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선천경 도달 상태만
진도하는 입과 코를 막고 숨을 참았다.아니나 다를까, 배꼽 아래에서 태가 형성되었다.그는 태서경을 성공적으로 돌파했고, 앞으로 코와 입을 쓰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진도하는 신이 나서 태서경에 도달한 후의 변화들을 조심스럽게 느꼈다.그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지각력도 이전보다 열 배 이상 강해졌다.어?몸 안의 정기도 이전보다 훨씬 더 확장된 것 같았다.이 순간, 그는 마치 천지와 자신이 이어진 것 같았다.그는 바람소리의 리듬을 들을 수 있었고, 공기의 흐름을 볼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하늘과 땅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그는 자신이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하하...”진도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하늘은 이미 밝아왔다....그 후 이틀 동안, 강유진은 먼저 진도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마음속으로 강유진이 그날의 30초 동안 발생한 일 때문에 그녀가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도하는 강유진에게 먼저 연락하고 싶었지만, 매번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그는 전화를 걸 용기가 없었다.이 때문에 진도하는 괴로웠다.그는 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가는 것이 아주 느리게 느껴졌다.진도하는 강유진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지는 몰랐다.그는 자신이 남녀관계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다음 날 부모님이 그를 불러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도하야, 해성 그룹 사람들이 먼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보상금을 보내왔어. 그리고 원래 살던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어.”진도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강유진이 부하들에게 분부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았다.이 일을 생각하니 그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고, 강유진이 지난 이틀 동안 한가하게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돕고 있었다는 것을
진용진과 유서화는 다시 한번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어머니 유서화가 입을 열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이 집은 크고 화려해서 확실히 살기 편하긴 한데...”“그런데요?”진도하가 다급히 물었다.유서화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그런데 이 집은 네가 직접 산 건 아니잖니, 그리고... 나랑 네 아빠는 이렇게 화려한 집에서 살아본 적도 없어서 여기서 지내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아. 네 아빠 이 며칠 동안 잠도 잘 못 주무셨어.”그제야 진도하는 아버지의 다크서클을 발견했다. 진용진은 잘 쉬지 못해서 무기력해 보였다.그렇게 생각하자 진도하는 죄책감을 느꼈다.최근,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소홀히 했다.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어머니 유서화는 그를 달래주었다.“아들, 사실 네가 우리 둘에게 효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지만, 우리가 원래 살던 곳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어서 알고 지낸 친한 사람들이 다 그곳에 있잖니. 다시 돌아가면 네 아빠와 난 그렇게 외롭지 않을 거야.”진도하는 죄책감 가득한 눈빛으로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두 분이 돌아가고 싶으시다면 제가 같이 들어갈게요.”진도하도 부모님 두 분이 주위에 이웃도 없는 이렇게 큰 집에서 지내면서 마치 감옥에 갇혀 사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그는 부모님이 좋은 집에서 지내기를 바라지만, 부모님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걸 더 좋아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유서화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넌 따라오지 마. 그리고 너도 이젠 이 나이가 됐는데 연애를 해야지.”부모님이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듣고 진도하는 기분이 이상했다.그는 빠져나갈 핑계를 찾고 있었는데 유서화가 말했다.“며칠 전에 우리 집에 온 그 여자애가 괜찮은 것 같은데, 생각 좀 해보지 그러니?”진도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모님이 또 말했다.“만약 네 생각에 우리 집 형편이 그 여자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민영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