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때 반지훈이 호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한씨 노부인은 아마 어르신께 저희 어머니가 한씨 가문에서 지냈다는 걸 말한 적이 없을 겁니다.”반지훈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진철은 멍해졌다.“이건......”“이분이 바로 저희 어머니입니다. 한씨 노부인이 데려와 입양한 딸이에요.”반지훈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들었다. 너무 닮았어, 정말 똑같아. 특별히 표정이 젊은 시절 연과 똑같았다.“한씨 노부인은 저희 어머니의 신분을 잘 알고 있어 입양했을 겁니다. 저도 진실을 알아차렸어요. 아마 저희 어머니가 어르신과 연 씨의 딸일 겁니다.” 진철은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울.Soul 주얼리 회사.“구천광 씨가 그런 사람일 리가. 그 무명 배우는 뜨고 싶어 미친 거 아니야?”“그러니까, 구천광 씨가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어? 아이돌도 아니고, 그런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은 아이큐가 정상인가?”강성연과 이율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가 마침 여직원들이 구천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이율은 구천광의 팬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우상이 루머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안 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고 화가 났지만 강성연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강성연은 이를 눈치채고 웃으면서 여직원들에게 다가갔다.“천광 씨는 당연히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죠.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는 마케팅일 뿐이에요. 그러니 시름 놓고 일해요.”강성연의 말을 들은 여직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중 한 여직원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웃었다.“전 구천광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닐 줄 알았어요.”떠나려고 하던 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이번 달 판매 실적이 3위 안인 직원에게는 구천광 씨의 친필 사인과 상금 60만 원을 드릴 거예요.”여직원들은 멍하니 있다가 곧 아주 흥분하면서 방방 뛰었다.이율은 강성연 곁
양우진은 뒷짐을 지고 책상 앞에서 배회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더니 천장을 보며 탄식했다.“일찍부터 천광 씨가 은퇴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어. 휴, 하지만 그의 데뷔부터 남우주연상 20개를 받는 걸 모두 지켜봤던 나로서 갑자기 은퇴를 한다고 하니 아까울 수밖에.”양우진은 고개를 숙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제인은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세상에 영원한 만남은 없어요. 옛사람과 헤어져야 새사람을 만나죠.”양우진을 얼굴을 가렸다.“그래도 슬퍼, 내 아들 같단 말이야. 10년 더 하면 안 되나? 요즘에 연기력이 좋은 늙은 배우들도 인기가 많잖아.”밖에 서있던 구천광은 노크를 하면서 방안의 적막을 깼다.“왜 우는 거야?”양우진은 재빨리 눈물을 닦더니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천광 씨가 정말 은퇴하려고 한다면 억지로 만류하지 않을게요.”구천광은 소파에 앉더니 빙긋 웃었다.“언젠가는 은퇴해야 해. 내가 은퇴해야 신인들한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하지만 당신은 영황을 떠날 거잖아요.”양우진은 또 울먹거렸다.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아버지”인 그를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구천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영황을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난 이미 영황의 주주가 되었고, 배후의 일을 하고 싶어. 만약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조연쯤은 생각해볼 수 있어.”양우진과 제인은 멍해졌다.구천광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참, 오늘 기자회견을 하려고 해. 이미 이사회에 말해뒀어.”점심, 영황 엔터는 수많은 방송사의 기자를 회의실에 불러 모았다. 구천광은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무대에 올랐다.“최근 여러분이 진성에 있었던 일에 대해 관심 갖고 있는걸 알고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무대 아래 기자들은 귓속말을 했고, 어떤 기자들은 노트를 적기 시작했다.구천광은 무대 아래를 바라보았다.“첫 번째 일은 저
이때 한 여기자가 일어섰다.“구천광 씨, 은퇴하려는 겁니까?”구천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연예계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기자가 물었다.“왜 은퇴하시는 겁니까?”“언젠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스크린은 신인들에게 넘겨주려고 해요. 당연히 저에게 어울리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어요.”기자가 또 물었다.“여자친구 때문에 은퇴하는 겁니까?”구천광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녀는 항상 절 지지할거고 팬들도 절 이해해 줄 겁니다. 팬들이 저를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은퇴하지만 전 항상 팬 여러분들 곁에 있을 겁니다.”구천광이 허리를 숙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구천광 은퇴 선언##구천광 여자친구##연예계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기자회견이 끝난 후 구천광은 실검 3위를 모두 독차지했다. 구천광이 은퇴를 선언했다는 말에 트위터 서버는 터질 뻔했다.구천광의 팬들은 분분히 그에 대한 축복과 아쉬움을 담은 댓글을 달았고, 심지어 어떤 팬은 울면서 댓글을 달았다.#천광 오빠는 우리를 떠난 게 아니야. 그저 배후로 돌아갔을 뿐이야. 천광 오빠는 여전히 우리 빛이야.##오빠만 보면 정말 힐링 돼. 이미지 세탁을 한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끝까지 해명하지 않았잖아. 우리더러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고 하네, 오빠 최고!##뭐라 할까, 덕질 6년째인데 솔로 탈출했다고 하니 축복하고 싶어. 은퇴도 지지할 거고. 여하튼 구천광은 영원한 빛이야!##맞아, 구천광은 영원한 빛이야!#영황 엔터테인먼트도 구천광에 대한 글을 올렸다.#저희는 구천광 씨를 잃지 않았고, 사업 파트너 한 명이 더 생겼을 뿐입니다. 앞날이 기대됩니다.#이와 동시, 유성 엔터와 추서희는 네티즌들의 욕을 먹고 트위터 댓글 기능을 모두 껐다. 원래 그들을 지지하던 네티즌들도 구천광의 기자회견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유성 엔터는 상황을 눈치채고 글을 삭제한 후 사과를 했지만 네티즌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아린은 얼굴이 뜨거워져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구천광은 피식 웃더니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이튿날, 어젯밤 비가 내려 그런지 날씨가 좀 쌀쌀했다.아침 9시가 되었을 때,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성연은 이율과 함께 가게 임대료에 대해 알아보았고 결국 황금 삼각지대를 선택했다.빌딩에서 나온 이율은 우산을 펼치면서 강성연 곁에 섰다.“대표님, 일 년 임대료가 6억 원이라니,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강성연은 빙긋 웃었다.“황금 삼각지대는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지역이야. 인파가 많기 때문에 외지 상인들도 모두 이곳에서 가게를 하고 싶어 해. 매년 6억 원이라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이율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차 쪽으로 걸어갔고, 마침 진여훈의 차가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것이 보였다.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이 그녀들에게 다가오자 강성연은 우산을 건네받으면서 이율에게 말했다.“너 먼저 타.”“하지만 대표님......”이율이 머뭇거리자 강성연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율은 불안한 얼굴로 차에 탔고 강성연은 문을 닫고 다가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강성연 아가씨, 저희 도련님께서 만나뵙자 하십니다.”강성연은 그들을 따라 걸었다. 경호원이 차 문을 열자 널찍한 차 안에는 없는 게 없었다.진여훈은 짙은 갈색 가족 외투에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으며 피처럼 새빨간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들고 있었다.“오늘은 사람을 데려오지 않았어?”강성연은 웃더니 다리를 꼬고 턱을 괴며 물었다.“여훈아, 내가 사람을 데려오길 바래?”진여훈은 술을 한 입에 마시고는 잔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네가 날 속였잖아. 후환이 두렵지 않아?”강성연은 코웃음을 쳤다.“그래? 지금 복수하러 온 거야?”진여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성연은 팔짱을 끼며 창문에 기댔다.“당당한 진씨 가문 도련님이 여자의 꾀에 속았으니, 확실히 창피한 일이지.”그녀는 빙긋 웃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네가 나랑
한씨 노부인은 진철에게 연이 한수철 때문에 죽었다고 알려줬을 거다. 그래서 진철이 한씨 집안일에 참견하는 거였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진씨 어르신은 복수하기 위해 한씨 노부인과 손을 잡은 거야?”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한수철이 그 여자를 죽인 거고, 한씨 노부인이 그 조건으로 진씨 어르신을 포섭한 거라면 좀 이상하지 않아? 먼저 죽는 건 한씨 어르신이 아닌 한수철이어야 하잖아.”“한씨 노부인은 한수철을 여태껏 살려뒀어. 너희 할아버지는 어떻게 몇 년 동안 참아온 거지?”그녀는 진여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나였다면, 절대 기다리지 않았을 거야. 그만한 이유가 없는 한.”진여훈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생각에 잠긴 채 술잔을 들었다.“그 여자...... 우리 할아버지를 위해 딸을 낳았던 것 같아.”......강성연은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이율은 그녀가 차 문을 열자 112를 누르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었다.“대표님, 돌아오셨군요. 안 오시면 신고하려고 했어요.”강성연은 차 문을 닫은 후 안전벨트를 맸다.“괜찮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널 속였어?”이율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물었다.“아는 분이세요?”강성연은 운전하면서 대답했다.“예전 동창이야.”“예전 동창이요?”이율은 볼을 긁적이면서 중얼거렸다.“왜 조직폭력배처럼 보이죠......”검은 옷 입은 덩치들이 다가오니 불량배들인 줄 알았잖아.강성연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군오, 진씨 저택.진철은 사진 앞에 서서 암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연아, 평생 동안 딸을 찾았지만 만날 기회가 없어졌어. 딸이… 너처럼 먼저 날 두고 떠났어. 미아키의 말을 들은 내 자신이 정말 미워.”진철의 표정은 매우 음침해졌다. 미아키가 연의 언니기 때문에 그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미아키는 연의 딸을 입양했으면서도 몇 십 년 동안 그에게 숨겼다. 심지어 그의 딸을 한씨 가문에서 도구처럼 살게 했다!진철의 외침에 밖에 있던 하인이 들어왔다.“어르신.”진
반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누구도 누설하지 마. 그리고 당분간 뉴스 계속 주시하고, 국내에 보도되는대로 다 막아.”연희승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지금 Y국은 저녁이다. 나유는 방에 들어간 후 외투를 벗어 하인에게 건네주었고, 서재로 들어갔다.그녀는 난로 앞에 앉은 한씨 노부인에게 귓속말을 했다. 흔들의자에 앉아있던 한씨 노부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깨끗하게 처리했어?”나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데이비가 말하길 깨끗하게 처리했다고 합니다.”한씨 노부인은 발치에 엎드려 있는 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푸들은 일어서서 부르르 몸을 털더니 한씨 노부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푸들의 털을 만지며 대답했다.“좋아. 그 자식이 죽었으니 부모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살아갈 거야.”이때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한재욱이 경호원 세명을 때려눕히고 서재로 들어온 거다. 한재욱을 본 나유는 표정이 변했다.한재욱 어깨에는 눈이 쌓여있었는데 눈을 맞으며 왔는지 싸늘한 한기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벗으면서 무표정으로 나유를 바라보았다.“역시 내 예상이 정확했어. 넌 어머니의 사람이었군.”나유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씨 노부인은 한재욱을 보면서 말했다.“예상했으면 뭐? 그 자식을 위해 돌아오다니, 이 어미와 맞설 생각이니?”한재욱은 웃으며 말했다.“어릴 적부터 절 적의 자식처럼 미워하셨잖아요. 제가 어머니와 한편이 될 자격이 있긴 하나요?” “맹랑한 놈!”한씨 노부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내 배로 낳은 아이가 아니었다면 일찍부터 널 죽였을 거다.”한재욱은 천천히 다가갔다.“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목숨이니 가져가셔도 돼요.”한씨 노부인은 벌떡 일어서서 그의 뺨을 세게 쳤다. 큰 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고 한재욱의 얼굴도 얼얼해졌다.달려온 경호원들은 모두 문밖에 멈춰 섰고 나유도 침묵하며 지켜보고만 있었다.한씨 노부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낮게 웃었다.“나도 보고 싶었어.”강성연은 주위를 둘러봤다.“우리 딸은요?”반지훈이 몸을 돌리자 강유이와 연희승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강성연이 다가가 안아주려고 하니 강유이는 보지 못한 듯 그저 스쳐 지나갔다.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유이, 왜 이래요?”연희승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이 일은 대표님께 들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반지훈은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가면서 말해.”강유이와 연희승은 뒤쪽 차에 탔고 강성연과 반지훈이 함께 탔다. 돌아가는 길에 반지훈은 강유이의 일을 이야기했다. 한태군이 Y국으로 끌려가는 걸 두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친구를 보내 의기소침해진 거라고.강유이는 한태군을 좋아했고, 그를 구하기 위해 군오까지 따라간 거였다.강성연은 그를 바라보았다.“군오에서 두 아이를 모두 구할 수 없었나요?”반지훈은 머뭇거렸다.만약 일찍부터 진철이 자신의 외할아버지라는 걸 알았다면, 확실히 구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군오는 진씨 가문의 세력 범위였기에, 부하가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유이까지 있었다.“성연아, 이 일은......”강성연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그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태군이 Y국으로 갔다고 해도 앞으로 만날 기회가 있으니까 유이가 슬퍼하는 것도 잠시뿐이겠죠.”반지훈은 눈을 내리깔았다.“앞으로는 없어.”강성연은 멍해졌다.“네?”반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Y국에서 소식을 받았는데, 한태군은 Y국에 도착하자마자 암살을 당했다고 해. 한씨 노부인이 한태군을 군오로 데려간 것도 한재욱을 피하기 위함이지. 한재욱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진씨 어르신의 세력 범위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으니까.”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나유가 총을 꺼내 들었다.“부인을 보호해!”경호원 여럿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외국인이었고 그들은 손에 자동 소총을 들고 스캔했다.나유는 한재욱의 어머니를 밀면서 배에 올랐고 총을 꺼내 계단 뒤에 몸을 숨긴 뒤 접근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경호원들이 한재욱의 어머니를 엄호하며 배에 올랐고 선원을 향해 소리쳤다.“출항하세요, 빨리!”선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선원이 총에 난사 당했다. 유리에 피가 흩뿌려지고 선원의 몸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한재욱의 어머니는 어두운 곳에 누군가 숨어서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을 끌어당겨 총알을 막았다. 총알이 경호원의 머리를 관통해 한재욱의 어머니는 피를 뒤집어쓰게 됐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몸을 낮추고 선실로 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러나 주위는 전부 바다라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상처를 입은 나유는 상처를 누른 채로 한 걸음씩 옮겨 배에 올라탔다. 선원 한 명이 2층에서 떠밀려 그녀의 앞에 떨어졌다.나유는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한재욱은 2층에 서서 담배를 피우면서 총을 꺼냈다.“재욱...”나유는 충격받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재욱은 파문 하나 일지 않은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심장을 관통했고 나유는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부릅뜬 눈에서 동공이 서서히 풀렸다.밖에서 더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자 한재욱의 어머니는 문 뒤에 기대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누구일까? 설마 진철이 파견한 걸까?그건 불가능했다. 그 사람들은 진철의 사람 같지 않았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밖의 상황을 살피고 싶어 천천히 빗장을 풀었다. 발소리가 들려 다시 빗장을 걸려는데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다름 아닌 한재욱이었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당황했지만 뭔가를 떠올린 건지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한재욱... 재욱아, 어머니를 구하러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