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낮게 웃었다.“나도 보고 싶었어.”강성연은 주위를 둘러봤다.“우리 딸은요?”반지훈이 몸을 돌리자 강유이와 연희승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강성연이 다가가 안아주려고 하니 강유이는 보지 못한 듯 그저 스쳐 지나갔다.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유이, 왜 이래요?”연희승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이 일은 대표님께 들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반지훈은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가면서 말해.”강유이와 연희승은 뒤쪽 차에 탔고 강성연과 반지훈이 함께 탔다. 돌아가는 길에 반지훈은 강유이의 일을 이야기했다. 한태군이 Y국으로 끌려가는 걸 두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친구를 보내 의기소침해진 거라고.강유이는 한태군을 좋아했고, 그를 구하기 위해 군오까지 따라간 거였다.강성연은 그를 바라보았다.“군오에서 두 아이를 모두 구할 수 없었나요?”반지훈은 머뭇거렸다.만약 일찍부터 진철이 자신의 외할아버지라는 걸 알았다면, 확실히 구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군오는 진씨 가문의 세력 범위였기에, 부하가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유이까지 있었다.“성연아, 이 일은......”강성연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그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태군이 Y국으로 갔다고 해도 앞으로 만날 기회가 있으니까 유이가 슬퍼하는 것도 잠시뿐이겠죠.”반지훈은 눈을 내리깔았다.“앞으로는 없어.”강성연은 멍해졌다.“네?”반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Y국에서 소식을 받았는데, 한태군은 Y국에 도착하자마자 암살을 당했다고 해. 한씨 노부인이 한태군을 군오로 데려간 것도 한재욱을 피하기 위함이지. 한재욱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진씨 어르신의 세력 범위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으니까.”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나유가 총을 꺼내 들었다.“부인을 보호해!”경호원 여럿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외국인이었고 그들은 손에 자동 소총을 들고 스캔했다.나유는 한재욱의 어머니를 밀면서 배에 올랐고 총을 꺼내 계단 뒤에 몸을 숨긴 뒤 접근하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경호원들이 한재욱의 어머니를 엄호하며 배에 올랐고 선원을 향해 소리쳤다.“출항하세요, 빨리!”선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선원이 총에 난사 당했다. 유리에 피가 흩뿌려지고 선원의 몸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한재욱의 어머니는 어두운 곳에 누군가 숨어서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을 끌어당겨 총알을 막았다. 총알이 경호원의 머리를 관통해 한재욱의 어머니는 피를 뒤집어쓰게 됐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몸을 낮추고 선실로 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러나 주위는 전부 바다라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상처를 입은 나유는 상처를 누른 채로 한 걸음씩 옮겨 배에 올라탔다. 선원 한 명이 2층에서 떠밀려 그녀의 앞에 떨어졌다.나유는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한재욱은 2층에 서서 담배를 피우면서 총을 꺼냈다.“재욱...”나유는 충격받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재욱은 파문 하나 일지 않은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심장을 관통했고 나유는 천천히 뒤로 쓰러졌다. 부릅뜬 눈에서 동공이 서서히 풀렸다.밖에서 더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자 한재욱의 어머니는 문 뒤에 기대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누구일까? 설마 진철이 파견한 걸까?그건 불가능했다. 그 사람들은 진철의 사람 같지 않았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밖의 상황을 살피고 싶어 천천히 빗장을 풀었다. 발소리가 들려 다시 빗장을 걸려는데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다름 아닌 한재욱이었다.한재욱의 어머니는 당황했지만 뭔가를 떠올린 건지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한재욱... 재욱아, 어머니를 구하러
한재욱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어머니가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데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같은 시각, Y국 언론은 한재욱의 어머니가 총격을 당해 정신적으로 자극을 받아 요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요양원인지 아닌지 기자는 따지지 않았다.서울시, 사립학교.3일 뒤면 겨울방학이라 반 친구들은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네다섯 명은 겨울방학에 뭐 하면서 놀지 의논하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리사는 강유이가 시무룩하게 책상에 엎드려 있는 걸 보고 다가갔다.“유이야, 몸이 안 좋아?”강유이는 고개를 들어 리사를 힐끗 보더니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아니. 그냥 움직이기 싫어서.”리사는 웃음을 터뜨렸다.강해신이 농구공을 들고 교실 문 앞에 나타났다.“유이야.”강유이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왜?”“가자. 오빠랑 같이 농구하러 가자. 너 앞으로 나랑 한판 붙어 보겠다며. 안 배울 거야?”강해신은 농구공을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몇 바퀴 돌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살짝 거만한 듯 보이지만 멋있었다.반 친구들은 그의 그런 특기를 부러워했고 몇몇 여학생들은 넋을 놓고 보았다.강해신은 부반장이고 성적도 좋은 데다가 체육생이었다. 한태군이 떠난 뒤로 강해신은 마침내 1등의 자리로 복귀했다.강유이는 꼼짝하지 않았다.리사가 설득하려 했지만 강해신은 리사보다 본인의 동생을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농구공을 들고 말했다.“강유이, 설마 배울 용기가 없는 건 아니지? 나한테 질 것 같아서 그래? 형도 이제 곧 돌아올 텐데 형 돌아오면 형 앞에서 네가 겁쟁이라고 할 거야.”강유이는 책상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겁쟁이 아니야. 겨우 농구 아냐? 하면 되지!”강해신은 씩 웃었다. 그는 강유이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했다....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겨울방학이 되었다. 이제 십여 일만 더 지나면 섣달그믐날이었다.그리고 강시언도 드디어 귀국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두 아이를 데리고 강시언을 마중하러 공항
강해신은 살짝 상처받았다.“아빠, 전 안 멋있어요?”희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강해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멋있죠. 그런데 시언 도련님보다는 살짝 덜 멋있어요. 하하하.”온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공항을 떠났다.반씨 저택은 다시 북적거릴 때로 돌아갔다. 거실에서 반지훈의 아버지는 희호가 얘기해주는 해외에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으며 활짝 웃었다.반지훈의 아버지는 손짓해서 강시언을 불렀다. 어린 나이지만 생기가 넘치고 준수한 모습의 강시언을 정면에서 바라보니 무척이나 흡족했다.“역시 우리 반씨 집안 아이답네. 그동안 해외에서 고생 많았다, 시언아.”강시언은 싱긋 웃었다.“안 힘들었어요, 할아버지.”반지훈의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강시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증조할아버지께서 네게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조금 거친 면이 있는 분이라 옆에 있으면서 고생 많이 했을 거야. 정말 쉽지 않았을 거다.”반지훈과 강성연이 거실로 들어왔고 반지훈의 아버지가 물었다.“해신이랑 유이는?”“마당에 있어요.”강성연이 대답했다.반지훈의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아이 오랜만에 모이는 걸 텐데, 겨울방학이니까 아이들 데리고 푹 쉬어. 그리고 지훈아.”그는 반지훈을 바라봤다.“너랑 성연이 결혼식도 설 지나서 봄 되면 해. 성연이도 우리 반씨 집안에 시집온 지 3년이야. 햇수로 치면 4년인데 결혼식은 해야지 않겠니?”반지훈은 강성연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는 강성연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결혼식은 당연히 할 거예요. 성연이를 푸대접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저희 이미 계획이 있어요.”“계획이 있으면 됐다.”반지훈의 아버지가 감개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하려면 성대하게 해야 해.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게 말이야.”강성연은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반지훈과 반지훈의 아버지는 역시나 부자가 맞았다. 두 사람은 하는 생각도 똑같았다.겨울 저녁, 날이 아주 빨리 저물었고, 들판과 노란 수풀은
“오빠, 저거 뭐야?”강유이가 다리 아래 연등을 파는 곳을 가리켰다. 연등은 색상이 알록달록하고 동물 모양, 꽃이나 풀 모양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다 정교하고 아름다웠다.강성연이 다가갔다.“저건 연등이야.”“엄마, 저도 연등 강에 띄우고 싶어요.”강유이는 눈을 깜빡였다. 강유이는 새로운 것에 항상 호기심이 넘쳤다.최근 강유이가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아이의 흥을 깨기 싫었던 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심해. 물가에서 놀지 말고.”강유이는 강시언과 강해신을 데리고 돌다리 아래로 달려갔다.강성연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쟤들 정말 에너지가 넘치네요.”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도 가고 싶어?”강성연은 싫다고 했다.그런데 반지훈이 그녀를 끌고 다리 아래로 향했다. 다리 아래에는 아이와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들은 연등 위에 자신의 염원을 적었다. 비록 실현할 수는 없어도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는 있었다.반지훈은 토끼 모양의 연등을 골라 강성연에게 건넸다. 강성연은 그것을 건네받은 뒤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토끼를 주는 거예요?”“너 닮아서.”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급하면 사람을 깨물잖아.”강성연은 그를 밀어냈고 연등을 파는 아주머니가 웃었다.“두 사람 부부인가 보네요. 정말 잘 어울려요.”반지훈은 싱긋 미소 지었다.“안목이 높으시네요.”강성연은 검은색 펜을 들어 연등에 무언가를 썼다. 반지훈이 가까이 다가가 보려는데 강성연이 그를 막았다.“보면 안 돼요.”반지훈은 조용히 웃었다.“왜 이렇게 쪼잔해?”강성연은 입을 비죽였다.“남에게 보여주면 영험하지 않다고 들었어요.”반지훈의 웃음기가 짙어졌다.다 쓰고 난 뒤 강성연은 연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 수십 개의 연등이 상류에서 떠내려왔다. 마치 물속으로 떨어진 반짝이는 은하수 같았다.그녀는 연등을 떠내려 보낸 뒤 연등이 물살에 따라 움직이는 걸 지켜봤다. 마음속에 꽃이 핀 듯, 강성연은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웃어 보였다.반지
구천광은 김아린을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그렇게 오랫동안 숨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머니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도 연예계에서 은퇴하면서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밝혔을 거예요.”구천광의 할아버지가 뭐라 말하려는데 구세준이 앞서 입을 열었다.“돌아왔으니 저녁에 같이 밥이나 먹자. 천광아, 시간 있으면 아린이 데리고 사람들 얼굴 좀 익혀.”구천광은 고개를 끄덕였다.구천광은 김아린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김아린은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다. 대부분은 그를 찍은 것이었고 책장에는 수많은 상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동안 영화계에서 받은 상들과 그가 실린 잡지, 인터뷰, 신문 등이 있었다.김아린은 그중 아무거나 하나 집어서 봤다. 그것은 18살 유명해졌을 때의 구천광이었다. 김아린은 웃음이 터졌다.“너 같지 않아.”구천광은 김아린의 등 뒤로 걸어가 그녀가 들고 있던 잡지를 건네받았다.“어디가 다른데?”김아린은 몸을 돌렸다.“나 열다섯 살 때 네가 찍었던 드라마 본 적 있어.”구천광은 잡지를 덮은 뒤 웃음을 터뜨렸다.“그래.”김아린은 그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액자를 들었다.“정말 신기해.”그녀는 액자를 구천광에게 보여주며 말했다.“내가 국민 남친을 손에 넣었잖아.”구천광은 갑자기 그녀를 책상 위에 앉혔고 두 팔을 그녀의 몸 양옆으로 내려놓았다.“기뻐?”김아린은 액자를 내려놓고 말했다. “기쁘지.”김아린은 구천광의 목에 팔을 둘렀다.“내가 수억 명 소녀의 공공의 적이 된 셈이잖아?”구천광은 김아린에게 입을 맞췄다.“대신 넌 날 가졌잖아.”김아린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그를 살짝 밀어냈다. 그녀의 손가락이 구천광의 눈썹, 코, 입술을 지나쳤다.“난 예전에 내가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줄 알았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 그랬나 봐.”구천광은 그녀의 손을 자기 가슴 위에 댔다.“그러면 지금은?”김아린은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지금은 모르지. 어쩌면 진짜 결혼하
강유이는 어이가 없었다.둘째 오빠는 이상했다.벨 소리가 울리자 강시언이 몸을 돌려 문을 열러 갔다. 송아영과 김아린 두 사람이 먹을 걸 사서 왔다. 김아린은 강시언을 본 적이 없어 강시언을 강해신이라고 여겼는데 차이가 너무 컸다.“해신이 왜 피부가 까맣게 탔어?”송아영이 웃음을 터뜨렸다.“해신이 아니라 해신이 형이야. 해신이는 저기 있잖아.”김아린은 강해신과 강유이가 안에 있는 걸 보았다. 그녀의 탓은 아니고 두 형제가 너무 닮은 탓이었다.“아영 이모, 아린 이모, 오셨어요.”강해신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만두를 다 빚은 뒤 그들은 저녁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김아린과 강유이는 옆에서 아기와 놀고 있었고 강해신과 강시언은 엄마를 도와주고 있었다.소고기를 자르고 있던 송아영은 강시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시언아, 3년 동안 훈련받은 거야?”강시언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비슷해요.”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남자는 피부색이 좀 어두워야 좋아. 해신이를 봐. 너무 하얘서 여자아이 같잖아. 말랑말랑해 보여서 볼 때마다 꼬집고 싶다니까.”“이모, 제 험담하는 거예요?”어느샌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강해신을 본 송아영은 화들짝 놀랐다.“어머, 미안, 미안. 다음번엔 이모가 몰래 얘기할게. 너한테 안 들킬게.”강해신은 말문이 막혔다.“어머!”강유이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강유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소를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강유이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미소 똥 쌌어요!”반크는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그곳으로 다가갔다.“어머, 내가 기저귀 갈아주는 걸 깜빡했네.”반크는 미소를 안아 들고 기저귀를 갈아주러 갔다.송아영은 강성연의 곁에 서서 말했다.“반크 아저씨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지금 완전 애 아빠가 다 됐잖아. 아빠 역할도 하고 엄마 역할도 하고. 내가 보기에 반크 아저씨도 이젠 짝을 찾아야 해
강성연은 의아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반크를 불렀다.반크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은 뒤 몸을 일으켜 문가로 걸어갔다. 손유린이 잠깐 얘기 나눌 수 있냐며 물었고 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마당 밖으로 향하자 강성연은 호기심이 생겼다. 곧이어 송아영과 김아린이 강성연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특히 송아영은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다.“어떻게 둘째 큰어머니지?”강성연은 웃었다.“유린 아줌마면 안 돼?”강성연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것보다 반크 아저씨랑 유린 아줌마 싸웠나?”손유린은 미소를 아주 좋아했고 시간 날 때면 이곳으로 찾아와 미소를 돌봤다. 그런데 최근에 그녀는 찾아오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어도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김아린은 강성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어른들 일에 괜히 참견하지 말고 우리는 밥이나 먹자.”송아영도 동의했다. 때마침 배가 고팠던 그녀는 맛있게 식사하고 싶었다.두 사람이 돌아가는 걸 바라보며 강성연은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마당 밖에서는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손유린은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찬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얼었다. 그들은 잠깐 침묵했고 손유린이 먼저 침묵을 깨부쉈다.“사실 난 당신 생각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 이해했나 봐요.”반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참는 듯한 눈치였다. 손유린은 두 손을 호주머니 안에 넣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작게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서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졌다.“앞으로는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당신이 나한테 잘해주는 것에 마음 안 흔들릴 자신이 없거든요. 당신은 좋은 남자예요. 그리고 난 이혼한 적 있는 여자고요. 우리 여자들 참 이상한 것 같죠.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감동받아요. 어쨌든 내가 잘못 이해해서 우리가 이렇게 된 거니까 앞으로는 연락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손유린이 몸을 돌려 떠났다.반크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유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