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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하지만 아버지인 반지훈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유이의 울음소리가 밖까지 전해졌다. 반지훈은 콧등을 주무르더니 온화해진 표정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강유이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아빠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아빠 미워요!”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유이야......”

연희승은 반지훈을 흘깃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가겠습니다.”

연희승은 유이를 쫓아갔다.

진철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가 자네와 돌아가길 원하지 않으니 이곳에 며칠 더 남아있는 건 어떤가?”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진철을 바라봤다.

“무슨 꿍꿍이가 있죠?”

진철은 웃었다.

“그래도 찾아온 손님이니 주인으로서 손님 대접을 해야 하지 않겠나? 걱정하지 말게, 난 저 아이를 이용할 생각이 없으니.”

반지훈은 넥타이를 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진씨 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지훈은 거실을 떠났다.

진철은 문밖으로 사라지는 반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침울해졌다.

그는 서재에 가서 책장에 있는 화분을 움직였다. 그러자 책장 뒤에 있는 벽이 천천히 갈라졌다.

비밀 통로에 들어간 진철이 불을 밝히자 작은 서재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이곳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고, 개인 물품을 저장하는 창고로 썼다.

진철은 벽에 걸린 그림을 떼어냈다. 그림 뒤에는 커다란 전신사진이 있었는데 소박한 드레스를 입고 비단부채를 든 여자의 사진이었다. 진철은 평생 그 웃음을 잊지 못했다.

사진 속의 여자 얼굴은 반지훈과 많이 닮아있었다. 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 속 여자 얼굴을 쓰다듬더니 붉어진 눈시울로 중얼거렸다.

“연아, 왜 날 기다리지 않은 거야......”

호숫가.

강유이는 풀숲에 앉아 돌멩이를 호수에 던졌다. 눈물로 그렁그렁 한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가득했다.

연희승은 나무 뒤에 서서 강유이가 제멋대로 뛰어다니지 않은 걸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때 반지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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