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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연희승이 서재에서 떠난 후, 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반지훈은 죄인을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유이를 바라보았다.

강유이는 눈알을 팽글팽글 돌리면서 아빠를 바라보지 못했다. 침묵하는 아빠가 너무 무서웠다.

엄마, 보고 싶어요!

반지훈은 화난 마음를 가라앉히고 화내지 않았다.

“유이야, 아빠도 네가 친구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알아. 하지만 한태군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

“왜요?”

강유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빠, 태군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왜 싫어하는 거예요?”

반지훈은 콧등을 만지면서 대답했다.

“그 자식은 속이 너무 깊어, 넌 너무 단순하고.”

강유이는 이해되지 않았다.

“속이 너무 깊단 말은 무슨 뜻이에요?”

“......”

그가 8살 딸에게 이런 일을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른 일이었다. 유이는 이해하지 못할 거다.

그는 탄식했다.

“여튼 아빠 말 들어. 그 자식은 너처럼 단순하지 않아.”

“큰오빠랑 둘째 오빠도 단순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태군 오빠만 미워하는 거예요?”

“......”

강유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총명한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녀가 이해한 “단순하지 않다”라는 뜻은 너무 총명하다는 뜻인 듯했다.

반지훈은 천천히 일어섰다.

“앞으로 걔 만나지 마.”

강유이는 입만 삐죽거리고 대답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유이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더니 아이의 볼을 꼬집았다.

“알겠어?”

강유이는 대수롭지 않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때 반지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강성연 전화였다.

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강유이가 소리를 질렀다.

“엄마, 아빠가 절 욕해요!”

“......”

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은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이를 욕했어요?”

반지훈은 곁에서 억울한 척하는 유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연기하는 거야.”

강유이가 말하려고 할 때 반지훈은 문밖에 있는 연희승에게 눈치를 줬다.

연희승은 빠른 속도로 들어와 유이의 입을 막은 후 서재에서 나갔다.

반지훈은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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