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승이 서재에서 떠난 후, 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반지훈은 죄인을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강유이는 눈알을 팽글팽글 돌리면서 아빠를 바라보지 못했다. 침묵하는 아빠가 너무 무서웠다.엄마, 보고 싶어요!반지훈은 화난 마음를 가라앉히고 화내지 않았다.“유이야, 아빠도 네가 친구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알아. 하지만 한태군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왜요?”강유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빠, 태군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왜 싫어하는 거예요?”반지훈은 콧등을 만지면서 대답했다.“그 자식은 속이 너무 깊어, 넌 너무 단순하고.”강유이는 이해되지 않았다.“속이 너무 깊단 말은 무슨 뜻이에요?”“......”그가 8살 딸에게 이런 일을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른 일이었다. 유이는 이해하지 못할 거다.그는 탄식했다.“여튼 아빠 말 들어. 그 자식은 너처럼 단순하지 않아.”“큰오빠랑 둘째 오빠도 단순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태군 오빠만 미워하는 거예요?”“......”강유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총명한 건 좋은 일이잖아요?”그녀가 이해한 “단순하지 않다”라는 뜻은 너무 총명하다는 뜻인 듯했다.반지훈은 천천히 일어섰다.“앞으로 걔 만나지 마.”강유이는 입만 삐죽거리고 대답하지 않았다.반지훈은 유이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더니 아이의 볼을 꼬집았다.“알겠어?”강유이는 대수롭지 않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때 반지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강성연 전화였다.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강유이가 소리를 질렀다.“엄마, 아빠가 절 욕해요!”“......”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은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유이를 욕했어요?”반지훈은 곁에서 억울한 척하는 유이를 바라보았다.“아니, 연기하는 거야.”강유이가 말하려고 할 때 반지훈은 문밖에 있는 연희승에게 눈치를 줬다.연희승은 빠른 속도로 들어와 유이의 입을 막은 후 서재에서 나갔다.반지훈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상업계의 양탈을 쓴 승냥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혈기왕성한 재벌 2세라고 알고 있지만 상업계에서 상대를 무시하는 게 가장 “치명적”인 실수라는 걸 잊은 거였다.반지훈은 컴퓨터로 여준우가 정리해놓은 파일을 보았다. 위에는 Y국의 예전 신문이 있었는데 모두 몇 십 년 전 거였다.Y국, 창밖에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길거리 소나무에 눈이 소복이 쌓였으며 추위에 가지마다 고드름이 생겼다.한씨 노부인은 푸들을 안고 요양원에 도착했다. 경호원이 곁에서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경호원은 문 앞에 도착한 다음에야 우선을 접었고 하인에게 건네주었다. 요양원 직원들은 열정적인 태도로 그녀를 2층 방에 안내했다.그녀는 경호원더러 복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직원이 문을 열자 산소 호흡기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이 보였다.그 노인은 얼굴이 핼쑥했고, 병마에 시달려 그런지 볼품없었다. 누구도 그가 예전 준수한 외모로 유명했던 한씨 집안의 귀공자, 한수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다.한씨 노부인은 침대 끝에 서서 안고 있던 푸들을 땅에 내려놓았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침대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한수철을 바라보았다.한수철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상처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한씨 노부인은 무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하고 싶은 말 있어?”산소호흡기에 뜨거운 숨결이 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씨 노부인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흰머리를 쓰다듬었다.“보아하니 할 말이 없는 것 같네. 하지만 난 할 말 있어. 난 젊을 때의 당신 모습이 그리워. 만약 내가 당신 아버지가 아닌, 너에게 시집갔다면.”한수철은 듣고 싶지 않은지 동공이 풀린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한태군을 찾았어. 한씨 가문은 모든 희망을 그 아이에게 걸었지만, 내가 찾아냈지.”한씨 노부인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네 아들과 며느리를 감금했고 널 여태까지 살려뒀어. 하지만 넌 기어코 이 길을 선택한 거지. 솔직히 말해, 널 죽이고 싶지 않아.”한수철은 여
한씨 노부인은 한씨 가문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아마 그들이 참견하는 게 싫어 한희운 부부를 감금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수철이 죽었으니 그녀는 곧 한희운 부부에서 마수를 뻗칠 거다.노부인은 확실히 독한 여자였다. 먼저 한씨 가문의 일을 해결한 후 한태군을 찾은 거다. 한태군이 돌아가는 길에 무슨 사고가 생겨도 다른 사람은 의심하지 않을 거였다.반지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차 돌려, 진씨 저택으로 가자.”반지훈은 진씨 저택으로 가서 진철을 찾았으나 진철은 이미 외출하고 없었다. 순간 반지훈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진철은 술창고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 보아하니 한씨 노부인이 사람을 보내 한태군을 Y국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듯싶었다.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반지훈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경호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막내 아가씨가 또 사라졌습니다!”순간 반지훈의 표정이 음침해졌다. 그의 불안한 예감이 정확했던 거다!기사는 술창고를 향해 미친 듯이 차를 몰았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반지훈이 고함을 질렀다.“공항으로 가!”이때, 군오 공항.나유는 한태군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한태군 곁에 경호원 두 명이 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었다.그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강유이가 갑자기 나타났다.“태군 오빠!”나유는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경호원 한 명이 유이를 막으면서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한태군은 유이를 참 동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유이야, 돌아가.”강유이는 고개를 저었다.“저 사람들이랑 가면 안 돼.”유이는 이렇게 말한 후 막무가내로 다가오려고 했다. 나유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고, 경호원은 유이를 밀쳤다.“뭐 하는 거예요!”한태군이 다가가려고 하자 나유가 그의 어깨를 눌렀다.“태군 도련님, 무고한 사람이 연루되는 걸 원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경고 섞인 말투였다.한태군은 멍하니 있다가 화를 참았다.강유이는 다시 한번 일어섰다. 힘이 약
강유이는 창문에 기대 있었다. 긴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의 표정은 쓸쓸하고도 슬퍼 보였다.달려온 반지훈은 아이의 무릎이 까진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다가가 따뜻한 손으로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강유이가 고개를 드니 맑고 아름다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반지훈은 아이의 눈물을 닦아준 후 품에 안았다.“아빠, 흑흑.....”강유이가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반지훈은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돌아가는 길, 강유이는 반지훈에게 기대 잠들었다. 연희승은 백미러로 보더니 탄식하며 말했다.“막내 아가씨가 얼마나 오래 슬퍼할지 모르겠네요.”창밖의 노을빛이 창문에 비쳤다. 반지훈은 울다 지쳐 잠든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아직 어려서 괜찮아. 시간이 지나고, 새 친구를 사귀면 잊을 지도 모르지.”연희승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호텔로 돌아온 후 반지훈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강유이를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강유이는 깊게 잠든 듯 깨어나지 않았다.반지훈이 방에서 나간 뒤에야 강유이는 눈을 뜨더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거짓말쟁이.”투명한 눈물이 베개에 떨어졌다.저녁, 반지훈은 서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연희승은 담배꽁초로 가득한 재떨이를 발견했다.“대표님, 이 자료는 진씨 어르신께 드릴 겁니까?”반지훈은 담뱃재를 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씨 어르신이 알아야 할 일들이 있어.”연희승은 눈을 내리깔았다.“여태껏 한씨 가문을 범인이라고 오해했는데,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반지훈은 웃으면서 재떨이에 담뱃불을 지졌다.“대부분 진실은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이지.”연희승은 입을 삐죽거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은 왜 한태군을 싫어하는 겁니까?”반지훈은 의자에 기대 천장을 한참 동안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2년 전 한태군이 납치되었던 사건, 기억나?”연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건
“그래서 그 자식이 속이 깊다고 하는 거야.”반지훈은 눈을 내리깔았다.“한태군이 납치범을 독살하고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또 다른 봉변이 생길지도 몰라. 그 자식은 그때부터 이미 배후가 노부인이라는 걸 눈치챘어. 경찰이 자신을 찾아야 노부인도 누군가가 이 일을 알고 아이를 구한 거라고 오해하게 되지, 그럼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거고.”연희승은 깜짝 놀랐고 아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표님의 아들 둘이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한태군은 한 수 위였다.그러니 대표님이 막내 아가씨더러 한태군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했던 거다. 한태군이 살아남아 성인이 된다면,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었다.이튿날, 자료를 본 진철은 제자리에 굳어졌다. 신문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이건...... 이건 뭐냐?”반지훈은 맞은편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음미했다.“아직도 모르겠습니까? 한씨 노부인에게 이용당하신 겁니다.”“그, 그럴 수가 없어!”진철은 자료를 테이블에 탕하고 내리쳤다.반지훈은 일찍부터 진철의 반응을 예상했기 때문에 담담하게 말했다.“한수철이 죽인 게 아닙니다. 한수철은 사랑하는 여자를 죽일 이유가 없죠.”“뭐?”진철은 멍해졌다.반지훈은 오래된 신문을 그의 앞에 놓았다.“몇십 년 전, 한수철이 사랑했던 여자가 투신자살했습니다. 전 여준우에게 그때의 신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위 기록에 따르면, 한수철은 어르신보다 먼저 연 씨를 알게 되었고 친구가 되었죠. 한수철은 연 씨를 짝사랑하지만, 연 씨는 한수철을 남자라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리고 투신자살한 한수철의 첫사랑이 바로 연 씨입니다.”진철은 숨이 멎는 듯하였고 신문 위에 놓은 손이 덜덜 떨렸다.“만약 한수철이 아니라면...... 한씨 노부인은 왜 나한테 연이 한수철 때문에 투신자살했다고 말한 겐가?”반지훈은 입꼬리를 올렸다.‘왜냐하면 노부인이 한수철을 사랑하기 때문이죠.”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애초에 한씨 노부인은 한수철에게 시집가려고 했
진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때 반지훈이 호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한씨 노부인은 아마 어르신께 저희 어머니가 한씨 가문에서 지냈다는 걸 말한 적이 없을 겁니다.”반지훈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진철은 멍해졌다.“이건......”“이분이 바로 저희 어머니입니다. 한씨 노부인이 데려와 입양한 딸이에요.”반지훈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들었다. 너무 닮았어, 정말 똑같아. 특별히 표정이 젊은 시절 연과 똑같았다.“한씨 노부인은 저희 어머니의 신분을 잘 알고 있어 입양했을 겁니다. 저도 진실을 알아차렸어요. 아마 저희 어머니가 어르신과 연 씨의 딸일 겁니다.” 진철은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울.Soul 주얼리 회사.“구천광 씨가 그런 사람일 리가. 그 무명 배우는 뜨고 싶어 미친 거 아니야?”“그러니까, 구천광 씨가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어? 아이돌도 아니고, 그런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은 아이큐가 정상인가?”강성연과 이율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가 마침 여직원들이 구천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이율은 구천광의 팬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우상이 루머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안 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고 화가 났지만 강성연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강성연은 이를 눈치채고 웃으면서 여직원들에게 다가갔다.“천광 씨는 당연히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죠. 그저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는 마케팅일 뿐이에요. 그러니 시름 놓고 일해요.”강성연의 말을 들은 여직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중 한 여직원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웃었다.“전 구천광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닐 줄 알았어요.”떠나려고 하던 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이번 달 판매 실적이 3위 안인 직원에게는 구천광 씨의 친필 사인과 상금 60만 원을 드릴 거예요.”여직원들은 멍하니 있다가 곧 아주 흥분하면서 방방 뛰었다.이율은 강성연 곁
양우진은 뒷짐을 지고 책상 앞에서 배회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더니 천장을 보며 탄식했다.“일찍부터 천광 씨가 은퇴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어. 휴, 하지만 그의 데뷔부터 남우주연상 20개를 받는 걸 모두 지켜봤던 나로서 갑자기 은퇴를 한다고 하니 아까울 수밖에.”양우진은 고개를 숙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제인은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세상에 영원한 만남은 없어요. 옛사람과 헤어져야 새사람을 만나죠.”양우진을 얼굴을 가렸다.“그래도 슬퍼, 내 아들 같단 말이야. 10년 더 하면 안 되나? 요즘에 연기력이 좋은 늙은 배우들도 인기가 많잖아.”밖에 서있던 구천광은 노크를 하면서 방안의 적막을 깼다.“왜 우는 거야?”양우진은 재빨리 눈물을 닦더니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천광 씨가 정말 은퇴하려고 한다면 억지로 만류하지 않을게요.”구천광은 소파에 앉더니 빙긋 웃었다.“언젠가는 은퇴해야 해. 내가 은퇴해야 신인들한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하지만 당신은 영황을 떠날 거잖아요.”양우진은 또 울먹거렸다.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아버지”인 그를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구천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영황을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난 이미 영황의 주주가 되었고, 배후의 일을 하고 싶어. 만약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조연쯤은 생각해볼 수 있어.”양우진과 제인은 멍해졌다.구천광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참, 오늘 기자회견을 하려고 해. 이미 이사회에 말해뒀어.”점심, 영황 엔터는 수많은 방송사의 기자를 회의실에 불러 모았다. 구천광은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무대에 올랐다.“최근 여러분이 진성에 있었던 일에 대해 관심 갖고 있는걸 알고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무대 아래 기자들은 귓속말을 했고, 어떤 기자들은 노트를 적기 시작했다.구천광은 무대 아래를 바라보았다.“첫 번째 일은 저
이때 한 여기자가 일어섰다.“구천광 씨, 은퇴하려는 겁니까?”구천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연예계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기자가 물었다.“왜 은퇴하시는 겁니까?”“언젠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스크린은 신인들에게 넘겨주려고 해요. 당연히 저에게 어울리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어요.”기자가 또 물었다.“여자친구 때문에 은퇴하는 겁니까?”구천광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녀는 항상 절 지지할거고 팬들도 절 이해해 줄 겁니다. 팬들이 저를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은퇴하지만 전 항상 팬 여러분들 곁에 있을 겁니다.”구천광이 허리를 숙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구천광 은퇴 선언##구천광 여자친구##연예계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기자회견이 끝난 후 구천광은 실검 3위를 모두 독차지했다. 구천광이 은퇴를 선언했다는 말에 트위터 서버는 터질 뻔했다.구천광의 팬들은 분분히 그에 대한 축복과 아쉬움을 담은 댓글을 달았고, 심지어 어떤 팬은 울면서 댓글을 달았다.#천광 오빠는 우리를 떠난 게 아니야. 그저 배후로 돌아갔을 뿐이야. 천광 오빠는 여전히 우리 빛이야.##오빠만 보면 정말 힐링 돼. 이미지 세탁을 한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끝까지 해명하지 않았잖아. 우리더러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고 하네, 오빠 최고!##뭐라 할까, 덕질 6년째인데 솔로 탈출했다고 하니 축복하고 싶어. 은퇴도 지지할 거고. 여하튼 구천광은 영원한 빛이야!##맞아, 구천광은 영원한 빛이야!#영황 엔터테인먼트도 구천광에 대한 글을 올렸다.#저희는 구천광 씨를 잃지 않았고, 사업 파트너 한 명이 더 생겼을 뿐입니다. 앞날이 기대됩니다.#이와 동시, 유성 엔터와 추서희는 네티즌들의 욕을 먹고 트위터 댓글 기능을 모두 껐다. 원래 그들을 지지하던 네티즌들도 구천광의 기자회견을 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유성 엔터는 상황을 눈치채고 글을 삭제한 후 사과를 했지만 네티즌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