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재욱은 확실히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비록 혈육이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증오했고 심지어 한씨 가문 전체를 증오했다.그 이유는 아마 한씨 노부인만 잘 알 거다.강성연은 작별 인사를 고하고 차로 돌아갔다. 경호원은 그녀에게 반지훈이 유이를 찾았고, 며칠 더 지내다가 오니 걱정하지 말라는 반지훈의 말을 전달했다.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며칠 더 있다 온다는 건 무슨 뜻이죠?”경호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막내 아가씨가 돌아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표님더러 한씨 가문의 도련님을 구하라고 떼를 써서, 대표님도 골치 아파하고 계세요.”강성연이 물었다.“진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는 어때요?”“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반지훈 대표님 일행이 군오에 있는 저택에 찾아가자 바로 막내 아가씨를 풀어줬다고 합니다.”경호원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그들은 강유이를 데려갈 생각이 없었고, 강유이가 억지로 따라간 듯하였다.그들의 목표는 한태군뿐이었다. 진씨 가문이 강유이를 풀어주는 것도 반지훈이 참견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진씨 어르신과 한씨 노부인 사이에는 아마 무슨 “관계”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관계” 때문에 진씨 어르신이 한씨 노부인을 도와줬을지도.그녀는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한씨 노부인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찾아주세요. 예전과 지금걸 모두요.”......진성.의사가 구천광의 깁스를 풀어주자 그는 침대에서 내려 걸어봤다. 라민희가 부축하려고 했지만 구천광은 거절했다.그는 몇 걸음 걷더니 고개를 돌려 웃었다.“많이 나아졌어요.”라민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의사는 라민희에게 말했다.“다 나은건 아니니 한 달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헬스나 달리기 같은 건 안돼요. 적당한 다리 운동은 괜찮고요.”라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후 라민희는 구천광을 침대까지 부축
일부 팬이 아닌 네티즌들도 추서희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구천광한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거절을 당했잖아.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죄야?##구천광 팬들은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추서희가 뭘 잘못한 거지? 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는 거잖아.#인터넷에는 의론이 분분했고 구천광 편을 드는 사람도 있고, 추서희 편을 드는 사람도 있었다.네티즌들은 모두 구천광이 공식적인 답변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오후가 되어서도 구천광과 구천광 매니저, 회사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다음날 구천광이 퇴원할 때 각 방송사의 기자들은 병원 대문에 모여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제인과 경호원은 달려드는 기자들을 막아냈다. 검은색 코트에 회색 목도리를 한 구천광은 여전히 멋있었으나, 갓 퇴원한 탓에 얼굴이 좀 창백했다.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고 차를 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썰미가 좋은 기자는 차에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저건 누구지?경호원과 제인도 탄 후 차는 천천히 떠났다. 김아린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기자가 왜 이렇게 많아?”그러니 제인이 그녀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한 거였다. 아니면 새로운 이슈가 생길 거다.구천광은 자신의 목도리를 그녀에게 둘러주며 말했다.“익숙해지면 괜찮아.”김아린은 구천광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도를 만지작거렸다.“지금 서울로 돌아갈 거야?”그는 웃었다.“아니면?” 구천광은 웃으면서 그녀를 안았다.“어머니께서 우리 일을 집안에 알리셨어.”김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구천광은 그녀의 손을 잡아줬다.“다들 너무 기뻐했어.”“하지만 난......”구천광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강요하지 않아. 당신도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부모님들을 뵙자.”김아린은 그의 품에 안기면서 웃었다.“고마워.”Soul 주얼리 회사.강성연은 한씨 노부인 자료를 보고 있었다. 사진만으로도 한씨 노부인의 매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한씨 노부인은 서른 살에 한씨 어르신
그녀는 계속 한씨 집안사람들의 기타 자료들을 훑어보았고, 뭔가를 발견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씨 집안 도련님 한수철의 첫사랑 투신자살, 한수철 아픔을 딛고 정략결혼 허락해##한수철 신혼 전날 밤, 술집에서 “루나”아가씨의 취한 모습 포착. “루나”아가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는 품위 있는 남자라고 말한 적이 있어, 한수철인 듯싶다. 하지만 곧 20살이 많은 한씨 어르신에게 시집감#이 두 신문은 Y국 예전의 기사로, 깊게 파지 않으면 볼 수 없었을 거다.그녀는 두 기사의 내용을 연희승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연희승은 강성연이 보낸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반지훈의 방문을 두드렸고 허락받은 다음에야 들어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이걸 보내주셨습니다. 한씨 집안의 스캔들을 조사한 것 같아요.”반지훈은 책을 닫고 연희승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대체적으로 훑어보았다.“재미있네.”“사모님이 이런 일까지 찾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설마 한씨 노부인과 전처 큰아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연희승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반지훈은 휴대폰을 그에게 돌려주면서 웃었다.“여준우 그 자식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그에게 물으면 되지.”연희승은 좀 의아했다.“참, 반지훈 대표님, 왜 진씨 어르신의 요청을 허락한 겁니까?”반지훈은 눈을 껌뻑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진철 어르신이 어머니에 대한 일을 좀 알고 있다는 예감이 들어.”진씨 저택 서재.“어르신, 반지훈 대표님이 오셨어요.”하인의 말에 진철은 멈칫하더니 펜을 내려놓았다.“들어오라고 해.”반지훈은 서재로 들어갔고, 고풍스러운 서재를 둘러보며 말했다.“진씨 어르신은 서법을 좋아하시는군요.”진철은 허리를 펴더니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웃었다.“늙으니 마음을 닦을 수 있는 것이 좋다네.”“어제 제 어머니에 대해 물으셨는데, 혹시 아는 사이입니까?”반지훈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어머니의 일을 알아보려고 군오에 남은 거다. 진철은 몸이 경직되었고 좀 굳어
진철과 그녀는 1년 동안 알아가면서 감정이 생겼고 교제하기 시작했다.진철이 대학원 시험을 칠 때 그녀가 항상 곁을 지켰었다. 그는 드디어 건축학 학위를 따게 되었고, 진씨 가문은 일이 좀 생겨 급하게 그더러 귀국하라고 했다. 그는 연이에게 집안의 일을 처리한 후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줄 거라 약속했다. 진철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내가 빨리 돌아갔다면...... 연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그는 몸을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연이와 한씨 노부인은 이란성 쌍둥이라 외모가 별로 닮지 않았네. 연이는 한씨 가문 때문에 죽은 거야. 그래서 난 한씨 노부인을 돕기로 했어.”“만약 자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죽었다면 자네도 그렇게 할 걸세.”반지훈은 조금 멍해졌다.그는 진철의 눈에서 한씨 가문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후회를 보아낼 수 있었다.반지훈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저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진철의 멍한 표정을 보면서 반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사랑하는 여인을 혼자 남겨두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먼 곳에 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요. 제가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잘 보호할 수 있거든요.”반지훈이 떠난 후, 진철은 제자리에 굳어졌으며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태군은 창밖을 바라보았고, 밖은 황무지처럼 쓸쓸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손바닥을 싸늘한 유리창에 댔다. 곧 창밖에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나자 그는 깜짝 놀랐다.강유이는 창문을 열면서 까르르 웃었다.“나야!”한태군은 멍해졌다.“너......”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유이는 창문으로 기어들어왔다.그녀는 옷에 먼지를 툭툭 털더니 가방에서 치킨과 콜라를 꺼냈다.“오늘 연희승 아저씨랑 백화점에 갔었어. 이건 오빠를 위해 포장한 거야.”한태군은 눈을 내리깔았고 치킨을 받지 않았다. 강유이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치킨 안 좋아하는 거야?”한태군은 정신을 차렸다.“아니.”그는 치
연희승이 서재에서 떠난 후, 그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반지훈은 죄인을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강유이는 눈알을 팽글팽글 돌리면서 아빠를 바라보지 못했다. 침묵하는 아빠가 너무 무서웠다.엄마, 보고 싶어요!반지훈은 화난 마음를 가라앉히고 화내지 않았다.“유이야, 아빠도 네가 친구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알아. 하지만 한태군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왜요?”강유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빠, 태군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왜 싫어하는 거예요?”반지훈은 콧등을 만지면서 대답했다.“그 자식은 속이 너무 깊어, 넌 너무 단순하고.”강유이는 이해되지 않았다.“속이 너무 깊단 말은 무슨 뜻이에요?”“......”그가 8살 딸에게 이런 일을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른 일이었다. 유이는 이해하지 못할 거다.그는 탄식했다.“여튼 아빠 말 들어. 그 자식은 너처럼 단순하지 않아.”“큰오빠랑 둘째 오빠도 단순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태군 오빠만 미워하는 거예요?”“......”강유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총명한 건 좋은 일이잖아요?”그녀가 이해한 “단순하지 않다”라는 뜻은 너무 총명하다는 뜻인 듯했다.반지훈은 천천히 일어섰다.“앞으로 걔 만나지 마.”강유이는 입만 삐죽거리고 대답하지 않았다.반지훈은 유이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더니 아이의 볼을 꼬집았다.“알겠어?”강유이는 대수롭지 않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때 반지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강성연 전화였다.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강유이가 소리를 질렀다.“엄마, 아빠가 절 욕해요!”“......”수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은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유이를 욕했어요?”반지훈은 곁에서 억울한 척하는 유이를 바라보았다.“아니, 연기하는 거야.”강유이가 말하려고 할 때 반지훈은 문밖에 있는 연희승에게 눈치를 줬다.연희승은 빠른 속도로 들어와 유이의 입을 막은 후 서재에서 나갔다.반지훈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상업계의 양탈을 쓴 승냥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혈기왕성한 재벌 2세라고 알고 있지만 상업계에서 상대를 무시하는 게 가장 “치명적”인 실수라는 걸 잊은 거였다.반지훈은 컴퓨터로 여준우가 정리해놓은 파일을 보았다. 위에는 Y국의 예전 신문이 있었는데 모두 몇 십 년 전 거였다.Y국, 창밖에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길거리 소나무에 눈이 소복이 쌓였으며 추위에 가지마다 고드름이 생겼다.한씨 노부인은 푸들을 안고 요양원에 도착했다. 경호원이 곁에서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경호원은 문 앞에 도착한 다음에야 우선을 접었고 하인에게 건네주었다. 요양원 직원들은 열정적인 태도로 그녀를 2층 방에 안내했다.그녀는 경호원더러 복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직원이 문을 열자 산소 호흡기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이 보였다.그 노인은 얼굴이 핼쑥했고, 병마에 시달려 그런지 볼품없었다. 누구도 그가 예전 준수한 외모로 유명했던 한씨 집안의 귀공자, 한수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다.한씨 노부인은 침대 끝에 서서 안고 있던 푸들을 땅에 내려놓았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침대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한수철을 바라보았다.한수철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상처투성이가 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한씨 노부인은 무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하고 싶은 말 있어?”산소호흡기에 뜨거운 숨결이 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씨 노부인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흰머리를 쓰다듬었다.“보아하니 할 말이 없는 것 같네. 하지만 난 할 말 있어. 난 젊을 때의 당신 모습이 그리워. 만약 내가 당신 아버지가 아닌, 너에게 시집갔다면.”한수철은 듣고 싶지 않은지 동공이 풀린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한태군을 찾았어. 한씨 가문은 모든 희망을 그 아이에게 걸었지만, 내가 찾아냈지.”한씨 노부인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네 아들과 며느리를 감금했고 널 여태까지 살려뒀어. 하지만 넌 기어코 이 길을 선택한 거지. 솔직히 말해, 널 죽이고 싶지 않아.”한수철은 여
한씨 노부인은 한씨 가문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아마 그들이 참견하는 게 싫어 한희운 부부를 감금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수철이 죽었으니 그녀는 곧 한희운 부부에서 마수를 뻗칠 거다.노부인은 확실히 독한 여자였다. 먼저 한씨 가문의 일을 해결한 후 한태군을 찾은 거다. 한태군이 돌아가는 길에 무슨 사고가 생겨도 다른 사람은 의심하지 않을 거였다.반지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차 돌려, 진씨 저택으로 가자.”반지훈은 진씨 저택으로 가서 진철을 찾았으나 진철은 이미 외출하고 없었다. 순간 반지훈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진철은 술창고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 보아하니 한씨 노부인이 사람을 보내 한태군을 Y국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듯싶었다.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반지훈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경호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막내 아가씨가 또 사라졌습니다!”순간 반지훈의 표정이 음침해졌다. 그의 불안한 예감이 정확했던 거다!기사는 술창고를 향해 미친 듯이 차를 몰았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반지훈이 고함을 질렀다.“공항으로 가!”이때, 군오 공항.나유는 한태군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한태군 곁에 경호원 두 명이 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었다.그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강유이가 갑자기 나타났다.“태군 오빠!”나유는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경호원 한 명이 유이를 막으면서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한태군은 유이를 참 동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유이야, 돌아가.”강유이는 고개를 저었다.“저 사람들이랑 가면 안 돼.”유이는 이렇게 말한 후 막무가내로 다가오려고 했다. 나유는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고, 경호원은 유이를 밀쳤다.“뭐 하는 거예요!”한태군이 다가가려고 하자 나유가 그의 어깨를 눌렀다.“태군 도련님, 무고한 사람이 연루되는 걸 원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경고 섞인 말투였다.한태군은 멍하니 있다가 화를 참았다.강유이는 다시 한번 일어섰다. 힘이 약
강유이는 창문에 기대 있었다. 긴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의 표정은 쓸쓸하고도 슬퍼 보였다.달려온 반지훈은 아이의 무릎이 까진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다가가 따뜻한 손으로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강유이가 고개를 드니 맑고 아름다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반지훈은 아이의 눈물을 닦아준 후 품에 안았다.“아빠, 흑흑.....”강유이가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반지훈은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돌아가는 길, 강유이는 반지훈에게 기대 잠들었다. 연희승은 백미러로 보더니 탄식하며 말했다.“막내 아가씨가 얼마나 오래 슬퍼할지 모르겠네요.”창밖의 노을빛이 창문에 비쳤다. 반지훈은 울다 지쳐 잠든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아직 어려서 괜찮아. 시간이 지나고, 새 친구를 사귀면 잊을 지도 모르지.”연희승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호텔로 돌아온 후 반지훈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강유이를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강유이는 깊게 잠든 듯 깨어나지 않았다.반지훈이 방에서 나간 뒤에야 강유이는 눈을 뜨더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거짓말쟁이.”투명한 눈물이 베개에 떨어졌다.저녁, 반지훈은 서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연희승은 담배꽁초로 가득한 재떨이를 발견했다.“대표님, 이 자료는 진씨 어르신께 드릴 겁니까?”반지훈은 담뱃재를 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씨 어르신이 알아야 할 일들이 있어.”연희승은 눈을 내리깔았다.“여태껏 한씨 가문을 범인이라고 오해했는데,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반지훈은 웃으면서 재떨이에 담뱃불을 지졌다.“대부분 진실은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이지.”연희승은 입을 삐죽거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은 왜 한태군을 싫어하는 겁니까?”반지훈은 의자에 기대 천장을 한참 동안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2년 전 한태군이 납치되었던 사건, 기억나?”연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