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네 아버지를 몰라. 네 아버지는 나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단다. 내가 네 아버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뭐 있겠어.” 강유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 두 사람이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자 진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걱정 마라, 독을 넣지 않았어. 굶어 죽고 싶지 않으면 그냥 먹거라.” 강유이가 이 말을 듣자 한태군이 움직이기 전에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집어들고 한입 크게 먹었다. 한태군은 약간 어이없었다. 이 바보 같은 아이는 어떻게 남의 구역에서 이렇게 잘 먹을까? 진철은 그녀가 매우 즐겁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낯선 환경에서 울고 보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히 자신에게 말대꾸하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이 아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정말 희한하다. 그가 뜻밖에도 이 낯선 소녀에게 관심을 쏟은 것이다. 진철이 옆에 앉아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강유이는 닭다리를 움켜쥐고 입에 기름을 묻힌 채 말했다. “강유이에요.” “유이.” 진철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구나.” 강유이가 갑자기 그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왜 그 나쁜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요?” 진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나쁜 놈이라고 하면 어쩔건데?” 강유이는 닭다리를 뜯어먹으며 말했다. “나쁜 놈인데 이렇게 맛있는 걸 많이 가져다 줘요?” 그는 웃었다. “그야 너희를 살찌워 팔려고 그러지.” 강유이가 멍해졌고, 그녀의 손에 있던 닭다리가 순간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아이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진철은 더 이상 아이를 겁주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됐다, 팔지 않을 테니 배불리 먹고 쉬거라.”진철이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강유이는 곧장 한태군 옆으로 다가갔다. “봐봐, 내 신분이 효과가 있다니까. 저 영감님이 우리 아빠를 알잖아. 내가 있으니, 저 사람들도 감히 오빠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한태군은 어이가 없다. 이건 그녀가 운이 좋아서 진 씨 집안의 그 늙은이를 기쁘게 한 것이다
강성연은 거실에 서서 호텔방을 한번 둘러보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옷부터 갈아입고 와서 얘기할까?” 진여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마치 가까이 하려는것 같았다. “난 가운 입는 게 좋은데.” 강성연은 고개를 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여기로 부른거 보면 대화 할 뜻이 없다는거지?” 진여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의 향기를 맡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려 감으며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오다니.” 강성연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팔꿈치를 의자 손잡이에 걸쳤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더 돋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네가 얘기 하고 싶지 않아하니, 내가 하게 만들어야지.” 진여훈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녀는 손바닥으로 막아내며 그의 입술을 막았다. “너 정말 이러고 싶어?” “향수 뿌렸네?” 진여훈은 그녀를 안은 채 눈빛을 이글거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 못 볼 줄이야. 근데 네가 이렇게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전에는 네가 사람을 꼬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래, 너는 내가 두렵지 않아? 여우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는데?” 진여훈은 그녀의 턱을 치켜세웠다. “너 같은 여우면 환영이지.” 그는 키스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시선은 흐려졌고,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경악하며 눈앞의 강성연이 점점 두 명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너…” 그는 강성연의 몸위로 쓰러졌다. 강성연은 그를 밀어내고 손바닥에 남아 있던 약을 그의 가운에 문질렀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강성연은 코를 움켜쥐고 외쳤다. “감히 나랑 도련님 시간을 방해하다니! 당신 죽고 싶어? 목숨 잃고 싶지 않으면 떠들지 마.” “죄송합니다, 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은 방안에 여자가 있는걸 알고 더 이상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내가 무서워할 게 뭐 있는데?”. “진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인걸. 진씨 집안 도련님은 서울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잖아. 남자들이랑 노는 영상이 마카오로 흘러가면 진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게 될 텐데. 나는 잃을 게 없는데 뭐가 두렵지?” “이건 범죄야!”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음흉하게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든 말든 나중에 얘기하자. 당신들은 우선 발가벗겨요.” 경호원 네 명이 달려들어 그에게 접근하자, 진여훈이 소리쳤다. “잠깐만!”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강성연, 나랑 얘기하고 싶다면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강성연이 손을 흔들어 그들을 한쪽으로 물러나게 했고, 몸을 숙여 그의 턱을 치켜들었다. “그 차 네가 나유한테 운전하라고 준거지?” “맞아.” 그가 덧붙혀 말했다. “근데 난 그 사람들이 그 차로 가서 뭘 했는지 몰라. 그들이 하는 일에 난 손을 대지 않거든.” “한 가의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강성연이 그를 주시했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에야 물었다. “너랑 한 가가 무슨 관계가 있지?” 강성연은 냉소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희가 감히 내 딸한테 손 대면, 나는 너를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천 가지 방법을 모두 실행할 거야.” 진여훈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가 방심했다. 적을 얕잡아본 거다. 그는 눈앞에 옛 동창인 여자가 아이를 위해 온갖 수단으로 그를 좌지우지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접근한 다른 여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미색을 이용해 자신에게 접근하고, 자신을 위협하며, 심지어 그를 현혹시킨 것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다 준비된 거다. 그는 한때 순수하고 연약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이렇게 팜므파탈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예뻤다. 그는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가의 일에 대해 아는 것 없고, 진 가가 한 가의 일에 개입한다고 해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강성연이 말
강성연은 술잔을 바라보았다.“한씨 노부인이 당신 할아버지에게 뭘 약속했기에, 이렇게 도와주는 거지?”진여훈은 픽 웃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알고 있는 건 모두 말했어.”그는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봤다.“아니면 우리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 그래?”강성연도 그를 보았다.“내 남편이 이미 갔어. 내 딸이 군오에서 사고를 당해서 말이야.”강성연은 들고 있던 술잔을 놓았다. 술잔은 카펫에 떨어졌고 산산조각이 났다.“진씨 가문 따위는 손쉽게 없애버릴 수 있지.”진여훈은 멍해졌다.누가 감히 자신만만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너 도대체 누구야?”강성연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일어서면서 빙긋 웃었다.“당연히 강성연이지.”진여훈은 다시 한 번 물었다.“그렇게 신분이 간단하면 나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너 도대체 누구야?”강성연은 소매를 털면서 웃었다.“내 딸 성은 반씨야, 남편은 반지훈이고. 반씨 가문으로 부족한가? 그렇다면 내 외할아버지의 이름은 연혁이고 수양아버지는 메트로폴리탄의 헨리지. 이걸로 충분해?”진여훈은 멍해졌다.강성연은 부하더러 그를 풀어주라고 한 다음 문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진씨 어르신에게 전화하는 거 잊지 마. 내 딸 털 끝 하나 다치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말이야.”군오, 진씨 가문.아래층으로 내려온 진철은 밖의 동정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갑자기 하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어르신, 누군가가 와서 소란을 피웁니다. 자신의 딸을 찾으러 왔다고 해요.”딸?설마 반씨 가문 사람인가?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군오를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철은 어두운 얼굴로 경호원들과 함께 나갔다.“보러 가자꾸나.”정원 밖, 쳐들어온 반지훈과 연희승은 진씨 집안 경호원들과 싸우고 있었다.반지훈은 경호원의 손목을 꺾더니 상대방의 복부를 걷어찼다. 곧 다른 경호원의 공격을 피하면서 팔꿈치로 턱을 가격한 다음 돌려차기로 호수에 빠뜨렸다.“그만.”묵직한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손을 멈췄다.진철은
진철은 하인을 불렀다.“그 아이를 데려오거라.”하인은 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묻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진철은 다시 한번 반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자네가 바로 반씨 가문의 반지훈인가?”그는 반지훈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지만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다른 지방의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반지훈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좀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네, 전 어르신의 부하들을 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진철이 갑자기 물었다.“자네 어머니의 이름은 무언가?”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한씨 노부인과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제 어머니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습니까?”진철이 말하지 않자 반지훈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제 어머니는 한씨 가문의 양딸, 한미영입니다.”진철은 다시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좀 어두워진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날 따라오게.”진철은 별장으로 들어갔다.연희승은 반지훈 곁에 다가가면서 물었다.“반지훈 대표님, 함정이 아닐까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하인은 그들에게 찻물을 따라줬고, 진철은 엄숙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아있었다.“우리는 실수로 그 여자애를 데려온 거네. 그저 한씨 가문 그 자식만 데려올 생각이었어.”반지훈은 무표정으로 물었다.“실수입니까? 아니면 절 견제하기 위해서입니까?”진철은 멈칫하더니 찻잔을 손에 쥐며 말했다.“난 그 아이가 마음에 드네.”반지훈이 대답하기 전에 강유이가 들어왔다. 그녀는 객실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곧장 뛰어왔다.“아빠!”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자세히 살펴보았다.“다치지 않았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네,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또 보네요.”진철은 찻물을 마시면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오해니 이 아이를 자네에게 돌려주겠네. 한씨 집안의 일은 수고스러운 대로 참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반지훈이 답하기 전에 강유이는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 왜요?
하지만 아버지인 반지훈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강유이의 울음소리가 밖까지 전해졌다. 반지훈은 콧등을 주무르더니 온화해진 표정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강유이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아빠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아빠 미워요!”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유이야......”연희승은 반지훈을 흘깃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가겠습니다.”연희승은 유이를 쫓아갔다.진철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애가 자네와 돌아가길 원하지 않으니 이곳에 며칠 더 남아있는 건 어떤가?”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진철을 바라봤다.“무슨 꿍꿍이가 있죠?”진철은 웃었다.“그래도 찾아온 손님이니 주인으로서 손님 대접을 해야 하지 않겠나? 걱정하지 말게, 난 저 아이를 이용할 생각이 없으니.”반지훈은 넥타이를 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씨 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반지훈은 거실을 떠났다.진철은 문밖으로 사라지는 반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침울해졌다.그는 서재에 가서 책장에 있는 화분을 움직였다. 그러자 책장 뒤에 있는 벽이 천천히 갈라졌다.비밀 통로에 들어간 진철이 불을 밝히자 작은 서재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이곳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고, 개인 물품을 저장하는 창고로 썼다.진철은 벽에 걸린 그림을 떼어냈다. 그림 뒤에는 커다란 전신사진이 있었는데 소박한 드레스를 입고 비단부채를 든 여자의 사진이었다. 진철은 평생 그 웃음을 잊지 못했다.사진 속의 여자 얼굴은 반지훈과 많이 닮아있었다. 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 속 여자 얼굴을 쓰다듬더니 붉어진 눈시울로 중얼거렸다.“연아, 왜 날 기다리지 않은 거야......”호숫가.강유이는 풀숲에 앉아 돌멩이를 호수에 던졌다. 눈물로 그렁그렁 한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가득했다.연희승은 나무 뒤에 서서 강유이가 제멋대로 뛰어다니지 않은 걸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반지훈이 찾아왔다.
“......”한참 후 반지훈은 이마를 주무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유이야, 여긴 서울이 아냐. 아빠는 그냥 널 구하러 온 거야.”군오는 서울이 아니었고 반씨 가문은 여기에서 발생한 일에 손쓰기 어려웠다. 또한 두 세력은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었다.그들이 유이를 납치한 것이니 그가 찾으러 온 것이고 진씨 어르신이 유이를 풀어주었는데, 계속 남는 건 무례한 일이었다.강유이는 훌쩍거리면서 말했다.“그럼 태군 오빠는 죽는 건가요?”반지훈은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유이야, 아빠는 네가 착해 친구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넌 아직 어리고, 어른들은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단다. 이곳에 여러 가지 일들이 섞여있어. 아빠한테 약점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지금 네가 곁에 있으니 아빠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강유이는 그렁그렁 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다.“제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네요.”그녀는 일어서면서 눈물을 닦았다.“절 보호하지 않아도 돼요. 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요.”반지훈은 웃더니 그를 바라보았다.“어린 계집애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한다는 거야?”강유이는 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아빠는 계집애를 낮잡아 보네요.”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총총 자리를 떴다.곁에 있던 연희승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반지훈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작은 아가씨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니겠죠?”이 계집애는 매우 영리했고, 빈해진 창고의 불도 유이가 시간을 벌려고 질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불 때문이 아니라면 그들은 조급하게 한태군을 군오까지 옮기지 않았을 거다.반지훈은 강유이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누굴 닮아 저렇게 사고를 잘 치는지 모르겠어. 부하들이 암암리에서 보호하게 해.”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물었다.“성연이는 서울에서 어때?”아마 그녀도 알게 되었을 거다.연희승은 이렇게 대답했다.“사모님은 한재욱 씨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진여훈도 만난 것 같습니다.”반지훈
강성연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재욱은 확실히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비록 혈육이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증오했고 심지어 한씨 가문 전체를 증오했다.그 이유는 아마 한씨 노부인만 잘 알 거다.강성연은 작별 인사를 고하고 차로 돌아갔다. 경호원은 그녀에게 반지훈이 유이를 찾았고, 며칠 더 지내다가 오니 걱정하지 말라는 반지훈의 말을 전달했다.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며칠 더 있다 온다는 건 무슨 뜻이죠?”경호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막내 아가씨가 돌아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표님더러 한씨 가문의 도련님을 구하라고 떼를 써서, 대표님도 골치 아파하고 계세요.”강성연이 물었다.“진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는 어때요?”“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반지훈 대표님 일행이 군오에 있는 저택에 찾아가자 바로 막내 아가씨를 풀어줬다고 합니다.”경호원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그들은 강유이를 데려갈 생각이 없었고, 강유이가 억지로 따라간 듯하였다.그들의 목표는 한태군뿐이었다. 진씨 가문이 강유이를 풀어주는 것도 반지훈이 참견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진씨 어르신과 한씨 노부인 사이에는 아마 무슨 “관계”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관계” 때문에 진씨 어르신이 한씨 노부인을 도와줬을지도.그녀는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한씨 노부인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찾아주세요. 예전과 지금걸 모두요.”......진성.의사가 구천광의 깁스를 풀어주자 그는 침대에서 내려 걸어봤다. 라민희가 부축하려고 했지만 구천광은 거절했다.그는 몇 걸음 걷더니 고개를 돌려 웃었다.“많이 나아졌어요.”라민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의사는 라민희에게 말했다.“다 나은건 아니니 한 달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헬스나 달리기 같은 건 안돼요. 적당한 다리 운동은 괜찮고요.”라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후 라민희는 구천광을 침대까지 부축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