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딛던 걸음을 멈추었다. 강성연을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성연은 잔에 담긴 술을 조금씩 마시며 고개를 들고 그를 응시했다. “내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가 날 뻔했는데, 그 이유가 피습 때문이었어. 그날 네 차가 학교에 있었어서 너를 조사했고.” 진여훈이 몸을 떨었고,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강성연은 은밀히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 진여훈이 그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분명했지만, 누가 그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강성연이 잔을 놓고 일어섰다. “어쨌든 동창인데, 오늘 진지하게 얘기하러 온거야.” 진여훈이 이를 꽉 깨물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으나, 모두 꾸며낸 모습이었다. “말이 안 통할걸?” 강성연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말이 안 통하면 진씨 집안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보고 너가 대신 이 일을 해결해야 할 거야.” 그는 강성연에게 다가가 웃었다. “날 협박하는구나.”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느껴졌나 보네.” 그는 한참 동안 강성연을 쳐다보다가 진한 웃음을 지었다. “학교에서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네, 나는 네가 이렇게 사람을 위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어.”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거고, 너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진여훈은 곧장 일어나 양복을 고쳐 입었다.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 나는 내일 아침에 시간 있어.” 그는 손끝으로 명함을 한 장 집어 그녀의 주머니에 넣었다. “한번 보자.”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돌아서면서 웃음을 감춘 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곁에서 지켜보던 한재욱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진 가네 가족 중에 호락호락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겠지?” 강성연은 하마터면 한재욱을 잊을 뻔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재욱 씨는 제가 저 사람이랑 단둘이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기에 머물러 계신건가요?” 한재욱은 고개를 들었다. “너는 지금 진여훈이 어떤 사람
진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한번 보지.” 그는 저장고 안으로 향했다. 나유가 마침 그 여자와 함께 안에서 나오다가 진철을 보았고, 나유가 고개를 숙였다. “진 어르신, 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흥, 너희도 폐를 끼친 걸 아는 구나.” 진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나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오히려 반 가의 사람들을 끌어들였어.” 그 여자는 작은 소리로 말했습다. “진 어르신, 그 여자 애가 직접 따라온거예요. 저희도 그 아이를 저희 손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반 가 사람들이 함부로 뭘 하지는 못할 거 같아서요.” 진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네 일본 쪽 사람들이 반 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거 아니고? 그들 반 가가 S국에서 있었던 일을 듣지 못한 거야?” 나유와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유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가…내일 그 여자 애를 보내겠습니다.” 진철은 말이 없었다.그때 강유이가 창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요, 저희 배고파요, 밥도 못 먹었어요.”진철이 창가를 보니 창가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얼굴에는 원한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예쁜 이목구비에 그녀의 부모를 닮은 건지 어린 나이에도 미모가 매우 출중했다.특히 눈을 보니 그는 누군가 생각났다. “죄송합니다, 진 어르신. 저녁 준비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나유가 막 뭐라고 말하려 하자 진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잠깐.” 나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했다.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더 준비하라 해. 어찌됐든 아이들이다. 반 가네 사람들이 뭘 하려하든 여긴 내 구역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나유도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어쨌든 부인도 진 어르신의 구역에서는 진 어르신의 분부를 따르겠다고 했으니까. 경호원이 푸짐한 저녁 식사를 챙겨오자 강유이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크게 벌렸다. “와, 맛있는 게 이렇게나
진철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네 아버지를 몰라. 네 아버지는 나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단다. 내가 네 아버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뭐 있겠어.” 강유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 두 사람이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자 진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걱정 마라, 독을 넣지 않았어. 굶어 죽고 싶지 않으면 그냥 먹거라.” 강유이가 이 말을 듣자 한태군이 움직이기 전에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집어들고 한입 크게 먹었다. 한태군은 약간 어이없었다. 이 바보 같은 아이는 어떻게 남의 구역에서 이렇게 잘 먹을까? 진철은 그녀가 매우 즐겁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낯선 환경에서 울고 보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히 자신에게 말대꾸하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이 아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정말 희한하다. 그가 뜻밖에도 이 낯선 소녀에게 관심을 쏟은 것이다. 진철이 옆에 앉아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강유이는 닭다리를 움켜쥐고 입에 기름을 묻힌 채 말했다. “강유이에요.” “유이.” 진철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구나.” 강유이가 갑자기 그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왜 그 나쁜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요?” 진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나쁜 놈이라고 하면 어쩔건데?” 강유이는 닭다리를 뜯어먹으며 말했다. “나쁜 놈인데 이렇게 맛있는 걸 많이 가져다 줘요?” 그는 웃었다. “그야 너희를 살찌워 팔려고 그러지.” 강유이가 멍해졌고, 그녀의 손에 있던 닭다리가 순간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아이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진철은 더 이상 아이를 겁주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됐다, 팔지 않을 테니 배불리 먹고 쉬거라.”진철이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강유이는 곧장 한태군 옆으로 다가갔다. “봐봐, 내 신분이 효과가 있다니까. 저 영감님이 우리 아빠를 알잖아. 내가 있으니, 저 사람들도 감히 오빠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한태군은 어이가 없다. 이건 그녀가 운이 좋아서 진 씨 집안의 그 늙은이를 기쁘게 한 것이다
강성연은 거실에 서서 호텔방을 한번 둘러보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옷부터 갈아입고 와서 얘기할까?” 진여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마치 가까이 하려는것 같았다. “난 가운 입는 게 좋은데.” 강성연은 고개를 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여기로 부른거 보면 대화 할 뜻이 없다는거지?” 진여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의 향기를 맡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려 감으며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오다니.” 강성연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팔꿈치를 의자 손잡이에 걸쳤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더 돋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네가 얘기 하고 싶지 않아하니, 내가 하게 만들어야지.” 진여훈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녀는 손바닥으로 막아내며 그의 입술을 막았다. “너 정말 이러고 싶어?” “향수 뿌렸네?” 진여훈은 그녀를 안은 채 눈빛을 이글거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 못 볼 줄이야. 근데 네가 이렇게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전에는 네가 사람을 꼬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래, 너는 내가 두렵지 않아? 여우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는데?” 진여훈은 그녀의 턱을 치켜세웠다. “너 같은 여우면 환영이지.” 그는 키스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시선은 흐려졌고,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경악하며 눈앞의 강성연이 점점 두 명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너…” 그는 강성연의 몸위로 쓰러졌다. 강성연은 그를 밀어내고 손바닥에 남아 있던 약을 그의 가운에 문질렀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강성연은 코를 움켜쥐고 외쳤다. “감히 나랑 도련님 시간을 방해하다니! 당신 죽고 싶어? 목숨 잃고 싶지 않으면 떠들지 마.” “죄송합니다, 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은 방안에 여자가 있는걸 알고 더 이상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내가 무서워할 게 뭐 있는데?”. “진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인걸. 진씨 집안 도련님은 서울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잖아. 남자들이랑 노는 영상이 마카오로 흘러가면 진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게 될 텐데. 나는 잃을 게 없는데 뭐가 두렵지?” “이건 범죄야!”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음흉하게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든 말든 나중에 얘기하자. 당신들은 우선 발가벗겨요.” 경호원 네 명이 달려들어 그에게 접근하자, 진여훈이 소리쳤다. “잠깐만!”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강성연, 나랑 얘기하고 싶다면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강성연이 손을 흔들어 그들을 한쪽으로 물러나게 했고, 몸을 숙여 그의 턱을 치켜들었다. “그 차 네가 나유한테 운전하라고 준거지?” “맞아.” 그가 덧붙혀 말했다. “근데 난 그 사람들이 그 차로 가서 뭘 했는지 몰라. 그들이 하는 일에 난 손을 대지 않거든.” “한 가의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강성연이 그를 주시했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에야 물었다. “너랑 한 가가 무슨 관계가 있지?” 강성연은 냉소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희가 감히 내 딸한테 손 대면, 나는 너를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천 가지 방법을 모두 실행할 거야.” 진여훈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가 방심했다. 적을 얕잡아본 거다. 그는 눈앞에 옛 동창인 여자가 아이를 위해 온갖 수단으로 그를 좌지우지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접근한 다른 여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미색을 이용해 자신에게 접근하고, 자신을 위협하며, 심지어 그를 현혹시킨 것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다 준비된 거다. 그는 한때 순수하고 연약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이렇게 팜므파탈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예뻤다. 그는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가의 일에 대해 아는 것 없고, 진 가가 한 가의 일에 개입한다고 해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강성연이 말
강성연은 술잔을 바라보았다.“한씨 노부인이 당신 할아버지에게 뭘 약속했기에, 이렇게 도와주는 거지?”진여훈은 픽 웃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알고 있는 건 모두 말했어.”그는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봤다.“아니면 우리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 그래?”강성연도 그를 보았다.“내 남편이 이미 갔어. 내 딸이 군오에서 사고를 당해서 말이야.”강성연은 들고 있던 술잔을 놓았다. 술잔은 카펫에 떨어졌고 산산조각이 났다.“진씨 가문 따위는 손쉽게 없애버릴 수 있지.”진여훈은 멍해졌다.누가 감히 자신만만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너 도대체 누구야?”강성연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일어서면서 빙긋 웃었다.“당연히 강성연이지.”진여훈은 다시 한 번 물었다.“그렇게 신분이 간단하면 나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 너 도대체 누구야?”강성연은 소매를 털면서 웃었다.“내 딸 성은 반씨야, 남편은 반지훈이고. 반씨 가문으로 부족한가? 그렇다면 내 외할아버지의 이름은 연혁이고 수양아버지는 메트로폴리탄의 헨리지. 이걸로 충분해?”진여훈은 멍해졌다.강성연은 부하더러 그를 풀어주라고 한 다음 문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진씨 어르신에게 전화하는 거 잊지 마. 내 딸 털 끝 하나 다치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말이야.”군오, 진씨 가문.아래층으로 내려온 진철은 밖의 동정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갑자기 하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어르신, 누군가가 와서 소란을 피웁니다. 자신의 딸을 찾으러 왔다고 해요.”딸?설마 반씨 가문 사람인가?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군오를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철은 어두운 얼굴로 경호원들과 함께 나갔다.“보러 가자꾸나.”정원 밖, 쳐들어온 반지훈과 연희승은 진씨 집안 경호원들과 싸우고 있었다.반지훈은 경호원의 손목을 꺾더니 상대방의 복부를 걷어찼다. 곧 다른 경호원의 공격을 피하면서 팔꿈치로 턱을 가격한 다음 돌려차기로 호수에 빠뜨렸다.“그만.”묵직한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손을 멈췄다.진철은
진철은 하인을 불렀다.“그 아이를 데려오거라.”하인은 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묻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진철은 다시 한번 반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자네가 바로 반씨 가문의 반지훈인가?”그는 반지훈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지만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다른 지방의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반지훈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좀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네, 전 어르신의 부하들을 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진철이 갑자기 물었다.“자네 어머니의 이름은 무언가?”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한씨 노부인과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제 어머니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습니까?”진철이 말하지 않자 반지훈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제 어머니는 한씨 가문의 양딸, 한미영입니다.”진철은 다시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좀 어두워진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날 따라오게.”진철은 별장으로 들어갔다.연희승은 반지훈 곁에 다가가면서 물었다.“반지훈 대표님, 함정이 아닐까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하인은 그들에게 찻물을 따라줬고, 진철은 엄숙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아있었다.“우리는 실수로 그 여자애를 데려온 거네. 그저 한씨 가문 그 자식만 데려올 생각이었어.”반지훈은 무표정으로 물었다.“실수입니까? 아니면 절 견제하기 위해서입니까?”진철은 멈칫하더니 찻잔을 손에 쥐며 말했다.“난 그 아이가 마음에 드네.”반지훈이 대답하기 전에 강유이가 들어왔다. 그녀는 객실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곧장 뛰어왔다.“아빠!”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자세히 살펴보았다.“다치지 않았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네,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또 보네요.”진철은 찻물을 마시면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오해니 이 아이를 자네에게 돌려주겠네. 한씨 집안의 일은 수고스러운 대로 참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반지훈이 답하기 전에 강유이는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 왜요?
하지만 아버지인 반지훈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강유이의 울음소리가 밖까지 전해졌다. 반지훈은 콧등을 주무르더니 온화해진 표정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강유이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아빠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아빠 미워요!”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유이야......”연희승은 반지훈을 흘깃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가겠습니다.”연희승은 유이를 쫓아갔다.진철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애가 자네와 돌아가길 원하지 않으니 이곳에 며칠 더 남아있는 건 어떤가?”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진철을 바라봤다.“무슨 꿍꿍이가 있죠?”진철은 웃었다.“그래도 찾아온 손님이니 주인으로서 손님 대접을 해야 하지 않겠나? 걱정하지 말게, 난 저 아이를 이용할 생각이 없으니.”반지훈은 넥타이를 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씨 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반지훈은 거실을 떠났다.진철은 문밖으로 사라지는 반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눈빛이 침울해졌다.그는 서재에 가서 책장에 있는 화분을 움직였다. 그러자 책장 뒤에 있는 벽이 천천히 갈라졌다.비밀 통로에 들어간 진철이 불을 밝히자 작은 서재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이곳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고, 개인 물품을 저장하는 창고로 썼다.진철은 벽에 걸린 그림을 떼어냈다. 그림 뒤에는 커다란 전신사진이 있었는데 소박한 드레스를 입고 비단부채를 든 여자의 사진이었다. 진철은 평생 그 웃음을 잊지 못했다.사진 속의 여자 얼굴은 반지훈과 많이 닮아있었다. 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 속 여자 얼굴을 쓰다듬더니 붉어진 눈시울로 중얼거렸다.“연아, 왜 날 기다리지 않은 거야......”호숫가.강유이는 풀숲에 앉아 돌멩이를 호수에 던졌다. 눈물로 그렁그렁 한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가득했다.연희승은 나무 뒤에 서서 강유이가 제멋대로 뛰어다니지 않은 걸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반지훈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