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사계절이 분명하다. 겨울이 되었지만 정원의 장미는 원예사의 알뜰한 정성에 활짝 피고 있었다.요즘 강성연은 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회사 관리를 이율에게 맡겼다. 그녀는 오늘 미소를 보러 반크 아저씨에게 가려고 했다.미소는 6달이 되어 부드럽던 머리칼도 조금 자랐다. 아직 어리지만 그녀의 눈은 은하수를 담은 듯이 밝았는데 웃을 때면 반달이 되었다.“크면 진짜 미인일 거야.”반크는 미소를 안고 매우 즐거워했다. 비록 반크는 친아버지가 아니지만 일찍부터 미소를 친딸처럼 생각했다.강성연은 웃으면서 말했다.“미소가 2, 3살이 되면 미소에게 예쁜 원피스를 선물할 거예요. 미소를 예쁘게 꾸밀 거예요.”예전 세쌍둥이를 낳았을 때 그녀는 유이를 예쁘게 꾸밀 여유가 없었다. 강성연은 그것에 대해 매우 미련이 남았다.“참, 반크 아저씨, 아주머니가 늘 미소를 보러 오나요?”반크는 눈을 내리깔면서 말했다.“유린 씨는 이 아이를 예뻐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하지만 나도 늘 폐를 끼칠 수 없어.”강성연은 손가락으로 미소의 통통한 볼을 가리키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반크 아저씨, 혼자 애를 키우려면 힘들 거예요. 아저씨는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아주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성연아, 또 나랑 장난치는 거야?”반크는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연히 강성연의 뜻을 알 수 있었다.강성연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비록 둘을 이어줄 생각이 있지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필경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니 말이다.이때 송아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성연이 전화를 받아보니 김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김아린이 뭐라고 말했는지 그녀는 반크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한 후 어느 레스토랑으로 갔다.그녀들은 노천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있었으며 김아린이 강성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강성연은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송아영을 바라보았다.“왜 이러는 거예요?”김아린은 커피를 마시더니 탄식했다.“큰일이 났어요.”강성연은
강성연은 코끝을 비볐다“송아영, 너 바보야? 오빠랑 약혼한 애가 술을 먹은것도 모자라 조훈이랑 밤새 동안 밖에 있었다고? 죽고 싶은 거야?”“그날 기분이 나빴어.”송아영은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굳은 표정으로 테이블을 바라보았다.“전여자친구 모임에 파트너로 참석했다고. 그 사람은 왜 자신이 약혼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거야?”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송아영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약혼이고 뭐고 다 거품이야. 두 가문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면 전여자친구랑 다시 만났을 수도 있어.”강성연은 턱을 괴었다.“오빠가 정말 명승희랑 다시 만나려고 했다면 너희들은 일찍부터 파혼했을 거야. 아마 다른 이유 때문에 명승희랑 그 자리에 갔을 수 있잖아. 해명을 듣지 않았던 거야?”송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아린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육예찬 씨의 해명을 듣지 않고 저를 끌고 골드 룸살롱에 갔어요. 그래서 이렇게 귀찮은 일들이 생긴 거죠.”강성연과 김아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송아영은 겉으로 개의치 않은 척하지만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밥을 먹은 후 강성연은 송아영을 음악 학원에 배웅해 주었다.강성연이 물었다.“내가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줘?”송아영은 손을 저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운전하고 왔으니까. 난 괜찮아.”강성연은 그녀가 학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에서야 자리를 떴다.송아영이 사무실 빌딩에서 고개를 드니 명승희가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고는 입술을 깨물며 보지 못한 듯 지나치려고 했다.명승희는 그녀 곁을 지나치면서 그녀를 불렀다.“송아영 아가씨.”송아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왜요?”명승희는 그녀의 적의를 느꼈지만 그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랑 할 말이 있어요.”“됐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송아영은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렸다.“저랑 육예찬 씨는 파혼할 테니 걱정하지 마요. 당신들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명승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아
그녀는 숨을 쉬고 싶었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자 육예찬은 그녀의 손을 놓아줬다.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손가락 끝으로 그녀 입술에 붙은 머리카락을 뗐다.“당신이 조훈을 좋아한다 해도 그에게는 기회가 없어요. 파혼은 생각도 하지 마요.”“송아영, 당신 몸과 마음은 모두 내꺼니까.”송아영은 말 못 할 억울함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육예찬은 그녀 얼굴에 눈물을 닦아주더니 또 목덜미에 키스했다. 그는 가까스로 이성을 찾았으며 그녀를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극심한 고통에 그녀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육예찬은 뒤에서 그녀가 고개를 돌리게 하더니 키스를 했다.커튼 뒤 창문에 빛이 반사되어 유리창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보였다.늦은 저녁, 송아영은 육예찬의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온한 그녀의 얼굴은 조금 창백하고 피곤해 보였다.육예찬은 송아영을 안고 송씨 저택에 들어갔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홀가분한 표정으로 송인후와 이야기를 나눴다.송인후는 그날 밤 송아영이 외박한 일에 대해 몇 마디 꾸짖었지만 그녀는 한 마디도 반박하지 않았다.육예찬은 그녀를 위층에 있는 방까지 데려다줬다. 송아영은 외투를 벗어 그에게 건네줬다.“나갈 때 문 닫아요.”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송아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육예찬은 여전히 방에 있었다. 그녀는 육예찬을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육예찬은 한참 동안 침대 끝에 앉아 조용히 있더니 그녀의 이불을 여며줬다.“푹 쉬어요.”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송아영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저녁에 육예찬은 골드 룸살룽에 갔고 룸에는 육예찬 혼자였다. 구천광은 문을 열고 들어와 육예찬이 주문한 술을 테이블에 놓더니 자리에 앉았다.“왜요? 기분이 좋지 않아요?”육예찬은 술 한 잔 붓더니 단숨에 비웠다.구천광은 웃음을 터뜨렸다.“아영이 때문이군요.”육예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약혼으로 아
오늘 명승희는 인사를 하러 온 거였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10분 밖에 있지 않았기에 그와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구천광의 말을 들은 후 그는 오늘 송아영의 반응을 돌이켜 보았다. 확실히 신경쓰지 않는것 같지 않았다......그는 머리가 아파 이마를 주물렀다.“전 명승희랑 다시 만나려는 뜻이 없어요. 그날 밤은 명승희의 드라마가 종영하는 날이었어요. 원래 파트너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한테 일이 생겨 절 찾은 거예요.”사실 그는 예전 일 때문에 미안해 명승희의 부탁을 들어준 거였다. 구천광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명승희에게 미안해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아영이한테 해명하는 게 비교적 좋을 거예요. 아영이는 두 사람의 일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것도 정상이지요.”다음날.음악 학원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잇달아 동아리에 가입했으나 대부분 서양 음악을 선택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다.고전 민악과를 신청하는 학생은 매우 적었다.민악과 선생님은 한가하게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청하러 온 사람이 있으면 신청표를 줬다.송아영은 전단지를 다 나눠준 후 다시 돌아와 전단지 묶음을 들었다. 그 중 한 여자 선생님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아영 씨, 그만해요. 요즘 젊은 사람은 민악에 대해 별로 취미가 없어요.”“네, 전단지를 나눠도 소용이 없어요. 자원해서 동아리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8명뿐이에요. 옆 서양 음악 동아리에는 거의 100명이 되잖아요, 차이가 너무 커요.”송아영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전단지를 품에 안았다.“한 명이라도 더 오면 좋죠. 이곳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낫잖아요.”그녀의 말에 앉아있던 선생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송아영은 그녀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칫, 엄청 잘난체하네. 온 지 몇 달 밖에 안된 주제에.”“우리는 신경 끄자. 참, 화장품 뭐 써? 나 요즘 피부가 좀 건조한 것 같아..
우강인은 당연히 이를 발견했으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웃으면서 송아영에게 물었다.“보아하니 아직도 동아리 학생을 다 모으지 못했나 봐.”송아영은 어색하게 웃었다.이하늘은 우강인의 학생이기 때문에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아영 선생님은 정말 열심히 홍보했어요. 아직 사흘이나 있으니 충분히 공연할 학생들을 모을 수 있을 거예요.”우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을 믿으마. 학원의 민악과 미래는 너희 세대에게 달렸다.”이하늘과 우강인은 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고 송아영과 육예찬만 남았다.송아영이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육예찬은 갑자기 그녀더러 손을 펼치라고 했다.송아영은 의아했다.“왜 그래요?”육예찬이 다시 말했다.“손바닥 펼쳐봐요.”송아영이 머뭇거리면서 왼쪽 손을 내밀자 육예찬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곧 예쁘게 생긴 보라색 진주 팔찌를 그녀의 손목에 껴줬다.당황한 송아영을 보면서 육예찬은 말했다.“당신한테 어울리네요.”송아영은 손을 빼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는 다시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보면서 물었다.“왜...... 왜 저한테 이걸 선물하는 거예요?”“마음에 안 들어요?”“......”송아영이 무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자 육예찬은 그녀에게 다가왔다.“사과 선물이에요.”사과?그녀는 육예찬을 쳐다봤다. 어젯밤 그와 발생했던 일이 떠오르자 송아영은 얼굴이 빨개져 그의 시선을 피했다.“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육예찬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강의동 뒤의 화원은 매우 고즈넉했고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송아영은 살짝 그를 밀쳤다.“육예찬 씨, 왜 저를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육예찬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녀가 벽에 기대게 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허리를 숙였다.“명승희의 일에 대해 해명해야겠어요.”송아영은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물었다.“뭘 해명하려는 거예요?”“저랑 그녀는 일찍부터 끝났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송아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저랑 그녀는 일찍부터 끝났어요. 만약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만나지 않을게요.”송아영은 육예찬이 자신의 기분을 고려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일시 그녀는 할 말을 잃었고 심지어 자신이 너무 속이 좁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아영 씨.”육예찬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가까이 다가갔다.“교제하는 6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당신이 처음이에요.”송아영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그만 말해요.”육예찬은 계속 중얼거렸다.“어제는 처음이라...... 많이 아팠죠? 다음에는 내가...... 읍.”송아영은 새빨개진 얼굴로 그의 입을 막았다.“그만 말하라니까요!”육예찬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등과 손끝에 키스를 했다. 송아영은 정신이 아찔해졌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육예찬은 고개를 숙여 키스를 했다. 거칠었던 어제와 달리 부드러운 키스였다.송아영은 거절하는 것도 잊은 채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송아영과 육예찬은 다시 화해했다. 이틀 전 우울해있던 그녀와 달리 지금 그녀는 매일 사랑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강성연과 김아린 두 사람은 정말 눈꼴이 시렸다.“화해했으니 결혼을 고려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강성연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결혼이라는 말에 송아영은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이렇게 물었다.“결혼이라니...... 너무 빠른 거 아니야?”김아린은 풉 웃었다.“3년 전부터 약혼을 했잖아요. 빠르지 않거든요.”“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걸요.”송아영은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결혼 공포증이 있었다.김아린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러다가 육예찬 씨가 도망가면 어떡해요?”송아영은 입을 삐죽거렸다.강성연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김아린을 바라보았다.“아영이만 말하지 마요. 당신도 멀지 않았어요.”김아린은 멈칫하더니 송아영의 깨고소한 미소를 보면서 이마를 주물렀다.“저는 됐어요.”송아영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김아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사람 잘못 보셨어요.”“임수호가 죽으니 날 잊은 거야?”남자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오래 보지 못한 사이에 많이 예뻐졌네.”그의 손이 스르륵 어깨 아래로 향했다.강성연은 벌떡 일어서더니 그의 손목을 꺾었다. 강성연이 그의 무릎을 걷어차자 남자는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조금 전 물싸대기를 맞은 것도 모자라 제 친구한테 걸떡거리는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성추행이라는 걸 알아요?”강성연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리자 남자는 화내면서 일어섰다.“죽일 년아, 괜한 일에 참견할래?”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강성연은 재빨리 피하면서 그를 바닥에 쓰러눕혔다.레스토랑의 손님들은 우르르 일어서서 사진을 찍었고 어떤 사람들은 손뼉을 치기도 했다.송아영이 다가가 말했다.“여자를 괴롭히다가 꼴좋게 됐네요.”“너...... 너희들 딱 기다려!”남자는 황급히 레스토랑을 벗어났다.강성연은 얼굴이 좀 창백해진 김아린을 보더니 물었다.“임수호 친구예요?”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의 이름은 이주고 임수호의 친구예요. 아직까지 나를 기억할 줄은 몰랐어요.”그 사고가 있은 후 임수호 친구들은 연루될까 두려워 뿔뿔이 흩어졌다. 그녀는 이곳에서 이주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예전 그 사람들이 김아린에게 가져다준 트라우마는 평생 사라지지 않을 거다. 송아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아까 저 사람이 아린 씨한테 껄떡거렸어. 몇 번 더 킥을 날려야 하는데.”세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자 남자 몇 명이 거들먹거리면서 나타났다. 이주가 친구들을 불러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이주는 맨 앞에 서서 거들먹거리며 소리쳤다.“죽일 년들아, 아까 으스댔었지?”송아영은 큰소리로 말했다.“사내놈들이 못나게 여자를 괴롭히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게 아까 그냥 얌전히 있지 그랬어.”이주는 침을 퉤 뱉더니 손목을 움직였다.“네들한테 매운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날
그는 창문을 올렸다.나중에 봐요?송아영과 강성연은 눈빛을 주고받은 후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그녀들에게 하는 말이 아는 듯싶었다.지윤은 먼저 송아영을 배웅해 준 후 김아린과 강성연을 배웅했다. 강성연은 그녀에게 물었다.“괜찮아요?”김아린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내 생각에 이주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요즘 최대한 혼자 외출하지 마요.”김아린은 멍하니 있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요.”차는 클라우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김아린이 차에서 내려 작별 인사를 한 다음에야 지윤은 시동을 걸었다.지윤은 백미러로 강성연을 보면서 말했다.“아가씨, 전 며칠 후 M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강성연은 깜짝 놀랐다.“X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지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보스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저희 친부모님의 소식이 있어 돌아가려고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정말 잘 됐어요. 그렇게 해요.”그녀는 또 이렇게 보충했다.“필요한 게 있으면 꼭 저에게 말해줘요.”지윤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soul 주얼리 회사에 돌아갔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반지훈은 소파에 앉아 주얼리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의 외투는 소파에 걸쳐있었고 온 지 한참 되는 듯하였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왔어?”강성연이 그의 품에 안기자 반지훈은 잡지를 곁에 두고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았다.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오래 기다렸어요?”반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반 시간이면 오랜 건가?”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왜 나한테 전화를 하지 않은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친구들과 밥 먹으러 갔잖아? 당신을 방해하면 저녁에 벌받지 않겠어?”강성연은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나쁜 사람.”반지훈은 그녀의 볼에 뽀뽀하더니 이렇게 물었다.“내 어디가 나빠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