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연은 구세호와 손유린의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는 계속해서 모든 화를 강성연에게 뒤집어씌웠다.“강성연 씨는 수연이 큰아버지의 애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 수연이 가지고 있었던 그 가짜 반지도 반 씨 부인이 수연에게 만들어 준 거기 때문에 의범 씨의 부모님이 이혼을 한 것도 부인의 책임이 있지 않겠어요?” 병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한성연은 말을 할 때 눈가에 독한 웃음을 머금었다.그녀는 강성연의 곤란한 모습을 절박하게 보고 싶은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쏠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으며 침묵을 유지하는 강성연의 눈에는 애잔함이 배어 있었고, 이는 한성연에 대한 동정이나 가엾음이 아닌 그녀가 자신의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희극으로 이용하면서 단지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자신을 모함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저는 한성연 씨와 아무런 원한도 없어요.”병실에는 그녀의 말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만약 내 남편인 반지훈이 당신을 좋아했다면 나는 질투를 했을 테지만, 내 남편을 좋아하는 여자가 그렇게 많았는데 왜 당신만 겨냥하겠어.”한성연은 목이 메었다.강성연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지훈 씨와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저 외부인일 뿐이고, 네가 지훈 씨를 좋아하는 것도 네 개인의 일이지 나와 그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러니 나와 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 난 알고 싶네.”그녀는 당황한 듯 이를 악물었다.“넌…넌 날 질투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지훈 씨를 시켜 우리 아버지의 사업에 손을 대게 한 거야!” 이때 구천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한성연 씨, 이 일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반지훈에게 한 씨 집안에 손을 대도록 시킨 사람은 접니다. 왜냐하면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거든요.”한성연은 경악하며 그를 쳐다보았다.구세준도 놀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천광아, 정말 네가 한 짓이냐?”이전에 한 씨 집안 산업을
그는 말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 소리를 최대로 키운 뒤 휴대전화를 침대 위로 던졌다.동영상 안에서 대화가 쏟아져 나오자 한성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쳤다.“이건 내가 아니라, 강성연이…날 모함하는 거라고요!“ 구 씨 어르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구세호는 그 자리에서 화를 냈다.“감히 내 반지를 건드리다니.” 심지어는 수연에게 가져가서 돈으로 바꾸려고까지 했으니! 라민희가 차갑게 웃었다."아직 정식으로 구 씨 집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도둑질부터 하고 반지까지 훔치려 했다니.” “아뇨, 그게 아니라…”한성연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며 머리를 감쌌고, 상황은 그녀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녀와 수연이 카페에서 만나는 영상을 구의범이 어떻게 가지고 있느냔 말이다! 어쩐지 그녀가 임신한 아이가 그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과, 그녀가 반지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굳게 믿더라니…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벌벌 떨면서 강성연을 가리켰다.“네가 한 짓이야, 이 천한 년이! 네가 날 헤쳤어!” 그러자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한성연, 언제까지 네 불행이 다 나때문이라고 우길래?” “널 감옥에 보낸 건 확실히 내가 한 짓이지만, 너랑 고진욱이 한 패를 먹고 구 씨 집안과 반지훈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방해했고, 심지어는 내 주변 사람들을 거의 죽일 뻔했어. 고진욱이 김아린이랑 구천광을 납치한 일을 잊지마,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네가 여기 있었을 것 같아?”구 어르신은 한성연이 자신의 손자를 납치한 고진욱과 관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고진욱 그놈이랑 아는 사이란 말이냐?”“아뇨…아니에요…“한성연은 입이 몇 개라도 설명을 하지 못했고, 강성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고진욱의 수양딸이 한성연이고, 그가 체포된 것도 한성연의 덕이죠. 제가 궁금한 건 경
구세준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조 팀장이 답했다. “수연 씨의 사고 사건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저희 쪽에서 수연 씨의 사고가 한성연 씨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습니다.” 한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저 아니에요, 아니에요…” 조 팀장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성연 씨, 허영을 아시죠?” 구세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허영? 그 고진욱 부하?” 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영이 수연을 죽인 가해자라고 말했고, 사건 이후 허영의 계좌로 4억가량의 거금이 입금됐다고 말했다. 송금 계좌는 고진욱이 한성연을 양녀로 들이며 그녀에게 준 미동결 계좌였다. 구 씨 어르신과 조 팀장은 무언가를 얘기하더니 조 팀장이 사람을 시켜 한성연을 데려가라 했다. 손유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다물었다. “설마…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손유린은 처음에 이 여자를 동정했다. 그런데 한성연이 자기 아들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살인사건과도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강성연은 한성연이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중 문득 누군가 생각이 나 손유린과 구천광에게 서둘러 작별을 고하고 뛰어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 정문 나무 아래에 주차되어 있는 벤틀리 앞에 반지훈이 서 있었다. 검은색의 롱코트가 그를 감싸고 있었고, 시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그를 향해 곧장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당신인줄 알았어요.”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얹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강성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직감이에요.” 반지훈은 CCTV를 찾아냈고, 그녀에게 CCTV를 줬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마구 움직이는 머리를 누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또 끼부리네. 조심해, 돌아가면 내가 혼내 줄거니까.” 강성연은 그의 외투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의 가슴을 매섭게 꼬집었다. “그래요? 누가 혼나게 될지는 모르죠.” 반지훈은 신음 소리를 내며 미간을 가볍게 찡그렸다. “못된 거
강성연은 반지훈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사건의 진도를 확인했다. 그녀는 한성연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조 팀장은 경찰더러 그녀를 취조실에 데려가라고 했다. 곧 여자 경찰이 쇠고랑을 찬 한성연을 데려왔다.그녀의 모습은 초췌했고 예전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빗지 않은 머리는 산발이 되어 항상 예쁘게 꾸미던 그녀 같지 않았다.그녀는 강성연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왜? 지금 나를 비웃으러 온 거야?”강성연은 꼿꼿하게 앉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왜 사람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지?”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강성연은 그녀를 직시했다.“난 당신을 괴롭힌 적이 없어. 당신이 먼저 날 건드린 일을 내놓고 말이야. 그 일 외에 당신에게 잘못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나를 미워하는 거지?”강미현과 서영유의 원한은 이유가 있었다.강미현은 초란이 어릴 때부터 주입한 사상 때문에 그녀의 자리를 대체한 후 회사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반지훈이 그녀에게 부여한 이익과 신분도 노렸다.서영유는 고집스럽게 반지훈을 사랑했고, 얻을 수 없자 사랑이 증오로 변한 거다.그렇다면 한성연은?한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난 그저 단순히 당신이 싫어. 당신이 눈에 거슬린다고.”“내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야.”강성연은 여유로운 얼굴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장 좋은 걸 얻지 못하니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있는 걸 가지지 못하자 불공평함을 느끼는 거고.”한성연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칫, 날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내가 당신을 질투한다는 거야? 하지만 내가 왜 당신을 질투하겠어?” “표정의 심리학에 대해 알아? 당신이 눈썹 안쪽을 치켜 올리는 건 불안하다는 뜻이야. 당신은 열등감과 당혹함을 느끼고 있어.”강성연은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여유롭게 말했다.“나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나랑 비교하려는 것일 수도 있네.”한성연의 표정은 점차
이는 한성연이 감옥에 들어간 후 마지막으로 그녀와 하는 대화였다.강성연이 복도로 나오자 멀지 않은 곳에 반지훈의 그림자가 보였다. 반지훈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웃으면서 그녀가 다가오는 걸 지켜봤다.“끝났어?”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앞에 멈춰 섰다.“네, 한성연 씨가 왜 저를 미워하는지 알아야잖아요.”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끝에 입을 맞췄다.“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성연이는 최고야.”그녀는 까치발을 했다.“제가 그렇게 좋아요?”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으면서 웃었다.“평소에 조금 겁이 없지만 그래도 좋아.”강성연은 할 말을 잃었다.“누가 겁이 없다는 거예요?”반지훈은 아무 말 없이 웃었다.“에헴, 제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나타난 것 같네요.”조 팀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나타나자 강성연은 다급히 반지훈을 밀쳤다. 아직 그들은 경찰서에 있었다.반지훈은 장난을 치면서 말했다.“부부가 경찰서에서 스킨십을 하는 건 불법이 아니죠?”조 팀장은 멍해졌다가 곧 손을 저으면서 웃었다.“아니요, 아니요. 적당히 하시면 됩니다.”강성연은 고개를 숙인 후 코끝을 비비면서 몰래 팔꿈치로 반지훈을 툭툭 쳤다. 모두 반지훈 때문이다.반지훈은 고개를 숙이며 웃더니 이렇게 물었다.“조 팀장, 고진욱에게서 뭘 좀 알아냈나요?”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뭔가를 좀 알아냈어요. 고진욱은 일부 재산을 한성연 명의로 옮긴 걸 인정했어요. 체포된 그날에요.”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좀 의아했다.“고진욱이 체포 전에 재산을 한성연 명의로 옮겼다고요? 그는 자신이 체포될 줄 알았나요?”한성연의 거짓말에 고진욱이 나타난 게 아니었어?조 팀장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고진욱은 체포될 줄 알고 재산을 옮긴 게 아닙니다. 한성연이 임신했기 때문이에요.”강성연은 의아했다.“그러니 한성연이 고진욱의 아이를 임신한 거예요?”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고진욱이 왜 모험을 무릅쓰면서 한성연을 만났는지 이해할 수
안지성은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지훈이도 와줬구나.”반지훈은 미소를 지으면서 웨이터가 건넨 술을 받았다.“지성 아저씨의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으니 당연히 축하하러 와야지요.”강성연도 술잔을 가져왔다.“안지성 대표님 축하드려요.”안지성은 하하 웃으면서 그들과 잔을 부딪혔다.“그렇다면 너희들의 축하를 거절하지 않고 받으마.”한재욱은 젊은 파트너를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여자는 나이가 20살 남짓해 보였으며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기품이 남달랐다.반지훈은 그와도 잔을 부딪혔다.“또 예쁜 여자친구를 얻었네요.”한재욱은 웃으며 말했다.“나와 같은 노총각이 어떻게 너와 비교할 수 있겠니? 허세를 부리려고 여자친구 한 명 찾은 거지.”안지성은 웃으면서 몸을 돌리더니 그를 바라보았다.“한재욱 대표님이 가정을 이뤘다면 지금쯤 슬하에 자손들이 가득했을 겁니다.”“전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지내 그런 노년을 꿈꾸지 않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걸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집착하는 아내가 있다면 귀찮게 생각할 거예요.”한재욱은 젊을 때부터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얼굴이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교육을 받아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관념이 없었다.당연히 그의 진짜 마음을 아는 사람은 없다.강성연은 웃으면서 물었다.“한재욱 씨, 파트너를 소개하지 않을 거예요?”한재욱은 파트너를 그러안으며 말했다.“나유, 일본인이야.”나유는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한국어로 인사했다.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좀 의아했다.“나유 씨는 한국어를 참 잘하네요.”그녀는 대답했다.“저는 대학교 때 한국어과를 다녔어요. 저는 한국 문화를 매우 좋아하거든요.”그녀와 몇 마디 나눈 후 반지훈은 다른 친구에게 술을 권하러 갔고, 강성연도 함께 작별 인사를 했다.강성연은 반지훈을 따라가면서 말했다.“한재욱 씨는 쉰 살이 되었는데도 주위를 맴도는 젊은 아가씨들이 많네요.”나유는 그녀와 나이가 비슷했고 27, 28살 남짓했다. 한재욱은 쉰 살이 넘었지만 신경 써서 외
서울은 사계절이 분명하다. 겨울이 되었지만 정원의 장미는 원예사의 알뜰한 정성에 활짝 피고 있었다.요즘 강성연은 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회사 관리를 이율에게 맡겼다. 그녀는 오늘 미소를 보러 반크 아저씨에게 가려고 했다.미소는 6달이 되어 부드럽던 머리칼도 조금 자랐다. 아직 어리지만 그녀의 눈은 은하수를 담은 듯이 밝았는데 웃을 때면 반달이 되었다.“크면 진짜 미인일 거야.”반크는 미소를 안고 매우 즐거워했다. 비록 반크는 친아버지가 아니지만 일찍부터 미소를 친딸처럼 생각했다.강성연은 웃으면서 말했다.“미소가 2, 3살이 되면 미소에게 예쁜 원피스를 선물할 거예요. 미소를 예쁘게 꾸밀 거예요.”예전 세쌍둥이를 낳았을 때 그녀는 유이를 예쁘게 꾸밀 여유가 없었다. 강성연은 그것에 대해 매우 미련이 남았다.“참, 반크 아저씨, 아주머니가 늘 미소를 보러 오나요?”반크는 눈을 내리깔면서 말했다.“유린 씨는 이 아이를 예뻐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하지만 나도 늘 폐를 끼칠 수 없어.”강성연은 손가락으로 미소의 통통한 볼을 가리키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반크 아저씨, 혼자 애를 키우려면 힘들 거예요. 아저씨는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아주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성연아, 또 나랑 장난치는 거야?”반크는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연히 강성연의 뜻을 알 수 있었다.강성연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비록 둘을 이어줄 생각이 있지만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필경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니 말이다.이때 송아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성연이 전화를 받아보니 김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김아린이 뭐라고 말했는지 그녀는 반크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한 후 어느 레스토랑으로 갔다.그녀들은 노천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있었으며 김아린이 강성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강성연은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송아영을 바라보았다.“왜 이러는 거예요?”김아린은 커피를 마시더니 탄식했다.“큰일이 났어요.”강성연은
강성연은 코끝을 비볐다“송아영, 너 바보야? 오빠랑 약혼한 애가 술을 먹은것도 모자라 조훈이랑 밤새 동안 밖에 있었다고? 죽고 싶은 거야?”“그날 기분이 나빴어.”송아영은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굳은 표정으로 테이블을 바라보았다.“전여자친구 모임에 파트너로 참석했다고. 그 사람은 왜 자신이 약혼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거야?”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송아영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약혼이고 뭐고 다 거품이야. 두 가문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면 전여자친구랑 다시 만났을 수도 있어.”강성연은 턱을 괴었다.“오빠가 정말 명승희랑 다시 만나려고 했다면 너희들은 일찍부터 파혼했을 거야. 아마 다른 이유 때문에 명승희랑 그 자리에 갔을 수 있잖아. 해명을 듣지 않았던 거야?”송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아린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육예찬 씨의 해명을 듣지 않고 저를 끌고 골드 룸살롱에 갔어요. 그래서 이렇게 귀찮은 일들이 생긴 거죠.”강성연과 김아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송아영은 겉으로 개의치 않은 척하지만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밥을 먹은 후 강성연은 송아영을 음악 학원에 배웅해 주었다.강성연이 물었다.“내가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줘?”송아영은 손을 저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운전하고 왔으니까. 난 괜찮아.”강성연은 그녀가 학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 뒤에서야 자리를 떴다.송아영이 사무실 빌딩에서 고개를 드니 명승희가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고는 입술을 깨물며 보지 못한 듯 지나치려고 했다.명승희는 그녀 곁을 지나치면서 그녀를 불렀다.“송아영 아가씨.”송아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왜요?”명승희는 그녀의 적의를 느꼈지만 그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랑 할 말이 있어요.”“됐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송아영은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렸다.“저랑 육예찬 씨는 파혼할 테니 걱정하지 마요. 당신들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을게요.”명승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아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