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으면요?”“난 아린 씨가 들떠서 자지 못한 건 줄로 알았는데요.”젓가락을 든 김아린이 움찔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들떠요?”강성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젯밤에 아영이랑 내기를 했는데 아영이가 나한테 10만 원을 줬어요.”김아린은 여전히 망연했다.“무슨 내기요?”강해신은 주스를 마셨다.“엄마랑 아영 이모가 아린 이모랑 천광 아저씨 둘 중에 누가 먼저 입을 맞출지 내기했어요. 엄마는 아린 이모가 먼저 할 거라고 했어요.”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김아린은 뒤늦게 얼굴을 붉혔다.“그걸...”강성연도 놀란 표정으로 강해신을 바라보았다.“해신이 넌 어떻게 안 거야?”강해신은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이모가 어젯밤에 저희한테 한탄했어요.”역시, 송아영은 입이 가벼웠다.김아린은 너무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그 장면을 보았다니?그녀는 오늘 어떻게 구천광의 얼굴을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젯밤에는 정말 충동적으로 그런 것이었다.“아빠, 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강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에 나타난 두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아린은 순간 고개를 푹 숙이며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옆으로 걸어가 그녀가 앉은 의자에 손을 올렸다.“왜 나 안 기다렸어?”“당신이 천광 씨랑 헬스장 갈 거라고 했잖아요.”강성연은 작게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는 다른 곳 가서 앉을까요?”“좋아요!”강유이와 강해신은 눈치가 빨랐다. 두 아이는 자신의 그릇을 들고 콩콩 뛰면서 강성연의 뒤를 따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반지훈은 구천광의 어깨를 두드렸다.“난 우리 아내랑 같이 간다.”김아린은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맞은편에 착석한 구천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젯밤엔...”“미안해요.”김아린은 고개를 숙인 채로 손을 꼼지락대며 같잖은 핑계를 댔다.“나도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구천광은 김아린
김아린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창밖을 바라봤다.“전에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요?”구천광은 그제야 자신이 김아린에게 말을 잘렸던 걸 떠올렸다.“어젯밤에 왜... 콜록, 그랬는지 묻고 싶었어요.”구천광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어젯밤 그 키스가 싫은 건 아니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김아린은 입을 앙다문 채로 한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컵을 꼭 쥐고 말했다.“솔직한 말 듣고 싶어요?”구천광은 김아린을 바라보았다.김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미소로 머쓱함을 숨겼다.“어젯밤에... 확실히... 층동적이었던 건 맞아요. 참을 수 없었어요. 물론 그 때문에 구천광 씨가 난처했다면 없던 일로 해도 돼요.”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는 그렇게 대담하게 굴었으면서 오늘은 왜 갑자기 소심해진 걸까?반지훈은 그녀의 그릇에 갈비를 놓아줬다.“내가 이긴 것 같네.”“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강성연은 그가 집어준 갈비를 먹으며 말했다.“반전이 있을지도 모르죠.”어젯밤 그녀는 반지훈과 내기를 했다. 만약 구천광이 커플이 된다면 반지훈이 그녀에게 별 1억 개를 선물로 주기로 했다. 어떻게 줄지는 반지훈의 일이었다.하지만 만약 그녀가 내기에서 진다면 강성연은 구천광과 반지훈 커플 덕질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니, 너무 잔인했다!반지훈은 피식 웃었다.“정말 두 사람이 잘 된다면 나랑 유부남인 구천광을 덕질할 거야?”강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음식을 먹여 줬다.“두 사람 덕질해도 나랑 아린 씨 우정은 영향받지 않아요.”“...”같은 시각, 구천광은 김아린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꾹 다물었던 입을 살짝 움직였다.“없던 일로 하자고요?”김아린은 당황했다. 설마 뭔가 잘못 말한 걸까?“난 그저...”“정말 아린 씨가 없던 일로 할 수 있다고 해도.”구천광은 젓가락을 멈추고 그윽한 눈빛으로 창밖의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우선은 내 기분 좀 고려해 줄래요?”김아린은
김아린이 어떻게 구천광도 그녀에게 호감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을까?잠시 뒤, 구천광은 컵을 입에 가져다 대며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어젯밤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들긴 했어요.”김아린은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취해서 그런 거겠죠...”“그건 아니에요.”잠시 뒤, 구천광이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였다.“난 멀쩡했어요.”김아린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단순히 취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주 멀쩡했다니.그러면 어젯밤 그녀가 한 말 모두...김아린은 더더욱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크루즈는 점심 때쯤 인제항으로 돌아왔다. 송아영과 그 일행은 크루즈에서 내렸다. 그녀의 알레르기는 하룻밤 지나니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여도 여전히 부은 흔적이 보였다.육예찬은 그녀에게 모자를 씌워줬고 송아영은 당황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송아영의 시선이 부랴부랴 떠나는 김아린에게 닿았다.그녀는 의아했다.“아린 씨 왜 저렇게 급하게 떠나지?”강해신과 강유이는 송아영의 뒤에 서서 그 말을 들었다. 강해신은 웃으면서 말했다.“아린 이모 부끄러워서 그래요.”부끄럽다고?송아영은 어젯밤 김아린이 먼저 구천광에게 입을 맞춘 걸 떠올렸다.그 생각이 들자 송아영은 두리번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구천광을 찾으려 했다. 구천광은 그의 부모님을 차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무슨 얘기를 한 건지 부모님이 먼저 돌아갔다.김아린은 같은 길이면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아무도 그녀와 길이 같지 않았다.구천광이 차를 운전해 김아린의 곁에 멈춰 섰다. 그는 차창을 반쯤 내리고 말했다.“타요.”김아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송아영은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두 사람...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한 거지?”육예찬은 고개를 돌려 송아영을 보았다.“뭘 그런 것까지 신경 써요?”송아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김덕문은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반 씨 저택으로 데려다주려 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차에 오를 생각이 없어 보이자 의아한 듯 물었다.“우리는 안 가요?”반지훈은 강성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내가 얘기했잖아. 너에게 꽃을 선물로 주겠다고.”강성연은 더더욱 의아해졌다. 꽃을 선물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비밀스레 구는 걸까?그러나 강성연의 짐작은 틀렸다. 블루 오션 별장에 돌아와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강성연의 눈앞에 확연히 달라진 경치가 들어왔다.활짝 핀 푸른색 장미가 마당에 가득했다.푸른색 장미와 목련나무에 높이 핀 불꽃처럼 화려하게 아름다운 목련 꽃은 녹음과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해서 더없이 아름다웠다.강성연은 입을 틀어막을 새도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였다.반지훈은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턱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마음에 들어?”“어... 어떻게 한 거예요?”푸른색 장미는 유전자 변형 품종으로, 삼색 바이올렛에 함유된 푸른색 색소의 생성을 자극할 수 있는 유전자를 주입한 것이었다. 월계화 염색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지금이 푸른 장미가 꽃 피울 시기는 아니었다.강성연은 처음에는 가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은은하게 풍기는 꽃향기가 진짜라는 걸 알려주었다.반지훈은 살짝 웃었다.“돈이 있으면 못 할 것 없지.”“...”사실이라 할 말이 없었다.반지훈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강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며칠 뒤에 경력 있는 원예사 몇 명 찾아서 부탁할 생각이야. 앞으로 네가 원하는 거 심자.”강성연은 돌아서서 그의 품을 파고들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채소 심어도 돼요?”반지훈은 살짝 뜸을 들였고, 눈가의 웃음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그래. 농장도 화원도 다 줄게.”*#반지훈 생일 파티, 반지훈 아내가 크루즈를 빌려 프러포즈를 진행. 네티즌은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국왕과 황후 같다고 했다.#기사가 온라인을 휩쓸면서 화제
반지 케이스를 열어 예스러운 멋이 있는 결혼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서재에서 나올 때까지 한성연은 구석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는 카메라에 대해 알지 못했다.한성연은 집에서 나와 운전했다. 그녀는 수연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한성연이 먼저 도착했고 수연이 뒤늦게 왔다.“한성연 씨, 벌써 돈을 준비한 거예요?”한성연은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덤덤히 말했다.“10억 현금 말고 10억짜리 물건으로 당신이랑 교환할게요.”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뭐로 교환할 건데요?”한성연이 반지를 꺼내자 수연의 안색이 돌변했다.한성연은 그 반지를 수연의 앞에 내려놓았다. 수연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물었다.“이 반지를 어떻게 손에 넣은 거예요?”“난 구 씨 집안의 미래 사모님이에요. 시아버지랑 시어머님 이혼하셨으니 구의범 씨한테 반지 하나 달라고 했죠.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바꿀 거예요, 말 거예요?”한성연은 일부러 짜증을 내면서 자신의 불안을 감췄다.“바꾼다고요?”수연은 다시 의아해졌다. 한성연은 반지를 보며 말했다.“구의범 씨는 아버지 몰래 이 반지를 나한테 줬어요. 그러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죠. 수연 씨한테 이걸 본떠 만든 반지가 있잖아요.”수연은 무슨 뜻인지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반지 구의범 씨가 준 거 확실해요?”“수연 씨,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설마 내가 훔쳤을 거로 의심하는 거예요?”한성연은 하마터면 당황한 티를 낼 뻔했다. 한성연은 이를 악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을 하네요. 구의범 씨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시아버님 반지를 가져왔겠어요?”수연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반지를 밀었다.“난 현금 10억을 원해요.”한성연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그녀가 말했다.“수연 씨, 이 반지를 팔면 돈을 더 많이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성연은 당황했다. 수연은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면서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보았다.“한성연 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문득 반크의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구 씨 저택.한성연이 구 씨 저택에 돌아왔을 때 구세호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한성연은 당황했고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 옷을 적셨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집에 계셨네요.”구세호는 커피를 마셨다. 비록 한성연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배 속에 구 씨 집안의 미래 손자가 있으니 태도를 보여야 했다.“임신했으면 자꾸 외출하지 마. 며칠 뒤에 나랑 의범이랑 같이 산부인과에 검사받으러 가자.”한성연은 그가 반지에 관해 묻지 않자 그가 아직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면 전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한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세호는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커피잔 속 파문을 바라봤다. 손유린이 임신했을 때 그는 손유린이 혼자 검사받으러 가게 했었다.위층으로 올라간 한성연은 서재로 몰래 들어가 반지를 반지 케이스 안에 넣어두고는 다시 서재에서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구의범이 문 앞에 서 있자 한성연의 표정이 굳었다.구의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우리 아버지 서재에서 뭐 해요?”한성연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난... 난 그냥 내가 볼만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와본 거예요. 집에 있을 때 심심해서...”“하하.”구의범은 비아냥거렸다.“책을 찾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한성연은 안색이 달라졌다.“의범 씨, 어떻게 날 의심할 수 있어요? 내가 뭘 가져갔다고 생각한다면 뒤져봐요.”한성연은 수색하라고 팔을 벌렸다.이미 물건을 제자리에 놓았으니 수색해도 두렵지 않았다.구의범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난 당신에게 닿고 싶지도 않거든요. 별일 없으면 우리 아버지 서재에 들어가지 말아요.”구의범은 몸을 돌려 떠났다.조금 전 그 말을 들은 한성연은 큰 충격을
반크는 아기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강성연은 부드러운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강성연이 아기를 가볍게 달래자, 아기는 이내 울지 않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 이를 본 반크는 웃었다. “역시 이 아이는 너희에게 데려가야 얌전해지는 것 같아.” 강성연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반크 아저씨, 제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하셨어요. 이 아이는…” “내 아이 아니야. 말하자면 길어.” 반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아 말했다. “한 달 전 빗속에서 주웠어.” 강성연은 어리둥절했다. “주웠다고요?” 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달 전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근처 슈퍼에 물건을 사러 나갔다. 처마 밑에 놓인 종이 상자를 보고 별 생각이 없이 지나쳤는데, 그 상자에서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이상함을 느끼고 처마 밑으로 가 종이 상자를 열었는데, 안에 든 것은 뜻밖에도 여자 아기였다. 아기는 생후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버림받았고, 날은 여전히 추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추워서인지 피부색이 파랗게 변해 있었으며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 반크는 차마 이 아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 반크는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는 병원에 가서 아이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서에 가 물어봤지만 어떠한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고, 버려진 아기에 대해 경찰은 입양이나 복지시설로 보내라고만 조언했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 부모가 버렸다고 생각해서 입양했어.” 반크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품에서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이는 아기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니. 강성연이 손가락을 뻗어 아이의 작은 뺨을 살짝 눌렀다. 아이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을 잡는 순간, 강성연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반크는 웃었다. “이 아이, 참 착하지?” “그러게요. 유이는 이 나이 때 울기만 했는데, 아이가 진짜 잘 웃네요.”
“이 아이의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버릴 수 있을까요.” 강성연은 손유린의 눈빛에서 그녀가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성연은 3년 전 자신의 아이가 당시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 두 살쯤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크는 유아용품을 챙겨 부엌으로 갔다. “다들 점심도 안 먹었죠? 제가 해줄게요.” 강성연은 손유린과 함께 아기를 돌봤다. 아기가 배고파 하자, 손유린은 아기에게 줄 분유를 타러 갔다. 그녀들 중 현재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기가 분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을 보고 강성연도 따라 웃었다. “의범이 근황을 아세요?” 손유린이 갑자기 묻자 강성연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지만…곧 결혼한다고 들었어요.” 손유린은 멈칫하다 웃었다. “정말요?” 강성연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한성연이 순수한 마음으로 구의범과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녀도 축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연의 목적이 그렇게 순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물며 예전에 그녀가 고진욱에게 나쁜 물이 들어 반지훈의 계획을 틀어버린 일도 있었고, 지윤이 그들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 강성연은 한성연이 그렇게 순순히 결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어때요?” 아무것도 모르는 손유린은 그저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로서 기뻐했다.강성연은 눈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만나실 기회가 생기면 알게 되실 거예요.” 밤이 깊었다. 도시의 네온은 쓸쓸하게 빛났고, 골목 앞에 놓인 가로등은 사방을 노랗게 비추었으나 끝은 캄캄했다. 수연이 골목에서 나왔다. 수연은 원래 아파트에서 이사한 후, 근처의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에 세를 들었다. 그녀는 골드 룸살롱의 고임금 일자리를 잃었고, 지금은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막 골목길을 나서며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았다. 귀를 찌르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고, 이어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