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은 영안실 입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한참 후, 그녀는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그럴 리가…말도 안 돼.” 수연이 죽었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수연처럼 교활하고 약삭빠른 여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지? 조 팀장은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린 씨, 확인하러 가시겠습니까?” 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 팀장을 따라 시신이 안치된 냉동고 앞으로 걸어갔다. 조 팀장은 16호 냉동고를 열었고, 안에 누워 있는 여자는 분명 수연이었다. 김아린의 눈빛은 경악에서 점차 암담함으로 바뀌었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부친에게 알릴게요.” ...... 수연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강성연은 이틀 후에야 알았다. 심지어 반지훈이 알려주었다. “이렇게 갑자기요?” 강성연 역시 놀랐다. 그녀도 수연을 알긴 했지만,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반지훈은 잡지를 뒤지며 커피를 마셨다. “인생은 뜻밖의 일의 연속이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 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 이 소식을 들으니, 그녀의 마음도 몹시 괴로웠다. 살아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차가운 시체로 변했다. 강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와 희영을 떠올렸다.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여보, 시간 있으면 우리 아버지와 희영 씨 묘에 데려가 줘요.” 반지훈은 페이지를 넘기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클라우드 아파트. 초인종이 몇 번 울리자, 김아린은 술잔을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고, 구천광은 그녀의 몸에서, 그리고 방안에서 풍기는 짙은 술냄새를 맡았다. 김아린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당신이에요?”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가 소파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곧 바닥 날 것 같은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고, 커튼은 걷지 않아 방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구천광은 창
구천광도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받았지만, 사실 껴안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김아린은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대었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그의 목덜미를 스쳤다. 그는 꼿꼿이 앉아 침을 꿀꺽 삼켰다. 구천광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매만졌다. 어느덧 몸이 무거워졌고, 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와 목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얕은 호흡이 가볍게 그의 목을 스치는 것 같았고, 그의 마음에는 약간의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구천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김아린을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구천광은 침대 옆에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떠났다. 제인은 클라우드 아파트 측문에 차를 세우고 구천광이 오기를 기다렸다. 곧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았다. 제인은 김아린과 구천광이 얼마 전 스캔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구천광이 그녀의 숙소를 찾아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다. 구천광은 아이돌이라고 불릴 나이를 훌쩍 넘긴 지 오래고, 팬들이 결혼을 재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구천광의 공개적인 교제에 팬들은 축복의 메시지를 던졌다. “괜찮아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다가 경찰의 발표 내용을 접했다. 경찰은 수연이 치여 숨진 날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화면에서 그 차는 수연과 충돌한 후 몇 초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멈추었다가 다시 엑셀을 밟아 넘어갔다. 가해자의 신상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유포됐고, 그들은 경상도에서 4년 전 강도사건을 벌인 용의자였다. 경상도… 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그는 수연의 사고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 병원, 한성연은 산부인과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한성연은 구의범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남편들은 아내와 동행하며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때마다 아내 곁을 지켰는데, 그는 오히려 그들 사이의 관계를 다른 사람
“아가씨, 내가 이번엔 진욱이 형님 체면을 봐서 처리해줬지만, 형님도 이제 들어갔으니 당신 도와줄 사람은 이제 나 밖에 없는 거야.”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경찰이 나를 여기저기에 수배하고 있어. 서울을 떠나려면 돈이 좀 필요해.” 한성연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4억 주지 않았나?” “아가씨, 그거 가지고 누구 코에 부쳐. 진욱이 형님이 준 돈도 4억은 아니잖아. 게다가 나야 경찰에 잡혀가면 십 년이나 이십 년 감옥살이하는 것뿐이지만, 배후는 당신이고, 구 씨 집안의 미래 며느리잖아. 앞길을 망치면 곤란하지.” 남자의 말뜻을 알아챈 그녀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찾으면 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4억 더 줄게. 입을 단단히 다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양아버지가 절대 용서하지 못하실 테니.” 손유린은 유모차를 끌고 쇼핑몰에서 분유를 구입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쇼핑몰을 떠날 때 구세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 손유린은 구세호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세호는 그녀에게 무엇을 물어보려다가 그녀가 미는 유모차에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린아, 이 아기는…” “귀엽죠?” 손유린은 미소만 지을 뿐 그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구세호는 유모차 앞에 섰다. “너의 아이 일리가 없어.” 손유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일 없으신 것 같으니, 저 먼저 갈게요.” “유린아.” 구세호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며칠 뒤에 구 가네로 들릴래? 의범이가 내년에 결혼해, 약혼녀도 임신했고.”손유린은 잠시 멍해졌으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축하해요, 당신 할아버지 됐네요. 나중에 한번 들릴게요.” 그녀는 유모차를 끌고 구세호의 옆을 지나갔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구세호는 손유린이 차에 타고 떠나는 걸 지켜봤다. 마음이 매우 아팠고,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을 때가 점점 더 그리워졌다.
“너무 갑작스러워요.” 김아린은 눈썹을 찡그리며 어떤 생각에 빠졌다. “근데 나는 수연의 사고가 뜻밖의 사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강성연은 어리둥절해했다. “사고가 아니라고요?” 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동안 경찰서에서 CCTV를 봤는데, 그 차가 수연이 사고가 난 장소에 오래 머물렀어요. 제가 봤을 땐 고의적인 사고인 것 같아요.” 강성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수연이 또 누구와 척을 졌나요?” 김아린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참, 수연이 사고 나기 전날에 한성연과 만났어요.” 한성연?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수연은 원래 한성연을 알고 있었다. 김아린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을 치어 죽인 가해자 허영은 경상도 도주범이에요. 어쩌면 수연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연이 어쩌다 그 사람에게 원한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주범이 서울에 와서 사람을 치었다. 그것도 수연을. 이건 확실히 좀 수상쩍다. 강성연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지훈 씨한테 허영이란 사람의 신원을 조사해 보라고 할게요.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성연은 반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반지훈은 그 시각 사무실에 앉아 허영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허영은 경상도 출신으로, 4년 전 강도 행위를 벌이다 남자 주인을 사망시켰다. 이후 공범과 지명수배 되었고 혼자 도망갔다. 이상하게도, 그의 동료 중 아무도 그에 대해 자백하지 않았고, 이 일은 순식간에 잊혀졌다. 이때 연희승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대표님…” 연희승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반지훈에게 말했다. “허영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그 사람, 고진욱의 사람이에요.” 반지훈은 파일을 열었다. 위에 적힌 개인 정보는 모두 고진욱과 관련 있었다. 허영이 4년 전 강도 사건으로 수배되지 않은 것도 고진욱이 자신의 세력을 동원해 경상도 경찰을 매수해 허영을 커버 쳐주어서였다. “이상한 것이, 허영과 수연은 전혀 접촉이 없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없어요.”
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자료를 정리하고 의심의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정말 한성연이 수연을 죽이려 했다면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증거가 없다면 그들이 한성연을 의심해도 그것이 한성연이 허영을 매수해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연희승이 말했다. “허영 계좌에서 그 돈의 출처를 알아내면 알 수 있을 겁니다.”한 편, 구 가네.한성연이 구 씨 어르신에게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아이라고 말했을 때, 구 씨 어르신은정말로 기뻐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식구들이 모두 모였고, 구 씨 어르신은 특별히 가정부에게 몇 가지 요리를 추가하라고 했다. 한성연은 구 씨 어르신이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구 씨 가문의 미래라며 중시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 의기양양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어두운 얼굴의 구의범을 보았다. 어쨌든 구 씨 어르신께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손자를 위해 그녀를 인정하였으니,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녀와 결혼하기로 정해졌다. 구 씨 어르신은 구천광을 바라보았다. “의범이 좀 봐라, 곧 결혼할 거다. 너도 나이가 많고, 적지 않은 나이인데, 빨리 혼사를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 구천광은 천천히 식사를 하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 “급할 거 없어요.” 한성연은 웃었다. “송 씨네 따님이랑 스캔들이 들리긴 하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다들 아주버님이 송 씨네 따님이랑 사귀는 사이라고 한다니까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구천광은 담담하게 말을 끊고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한성연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방금 구천광의 말은 무슨 뜻일까? 그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구세준과 라민희도 아들이 한 말에 대해 꾸짖지 않았다. 특히 라민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성연을 바라보았다. “굳이 지금 부를 필요는 없죠. 어쨌든 구가의 진짜 며느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까요.” 한성연의 안
“아버님,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도 지금 천자 검사를 할 수 있어요.” “부…부인, 하지만 자극을 주는 건 아이에게 좋지 않아요.” 한성연은 한순간 얼굴이 창백해졌고, 마음속으로 그녀를 가로막는 걸림돌인 라민희를 증오하고 있었다. 이 늙은 여자는 왜 죽지 않는 거야?! 라민희는 안색이 바뀌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요, 저희 구가 전문의를 모셔올 거예요. 절대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성연 씨, 뱃속의 아이가 의범이의 아이가 아닌가요? 뭘 망설여요. 구가의 며느리가 되려면 구가의 명성부터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라민희는 몰아붙였고, 한성연은 순간 목이 메어 긴장한 기색이 드러나 하마터면 탄로날 뻔했다. 다행히 구 씨 어르신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자, 음식 식겠다. 일단 들지.” 한성연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성연은 끝까지 조마조마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라민희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라민희의 존재는 한성연에게 너무 위협적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무의식적으로 구천광에게 시선을 던졌다. 가슴은 쿵쿵거렸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숙여 밥을 먹었다. ...... 블루 오션. 강성연은 커피를 한 잔 끓여 서재로 들어갔다. 반지훈은 안경을 쓰고 책상 앞에 앉아 깔끔한 순백의 셔츠를 입고 목젖 부위까지 잠그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담담한 분위기가 풍겼다.강성연은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뒤에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웃었다.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네요.” 반지훈은 멈칫 하다가 씩 웃었다. “얼마나?” 강성연은 빙긋 웃으며 그의 귓가에 다가갔다. “쓰러뜨리고 싶을 정도로요.” 반지훈은 손을 뻗어 강성연의 손목을 잡고 품으로 끌어 앉혔다. “성연이가 나를 덮치려나.” 그녀의 손끝이 그의 목젖에 가볍게 닿았다. 천진난만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어떨 것 같은데요?” 반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살짝 긁었다. “네가 뭘 닮았는지 알아?” 강성연은 억울한
김아린은 멈칫했고,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CCTV 영상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수연은 한성연에게 10억을 요구했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수연이 한성연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구의범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게 한성연의 동기였나? 한참 동안 그녀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날 내가 한성연이 남자랑 있는 걸 봤는데 본 적 없는 남자였어요. " “언제 얘기죠?” “수연이 사고를 당하기 하루 전이요.” 김아린이 회상했다. “그 남자가 카페에 데려다 줬는데 둘 사이가 묘했던 것 같아요.” 한성연은 지금 임신을 하고 아이를 구의범의 아이라 주장하고 있다. 수연은 그녀가 구의범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를 가지고 한성연에게 10억을 달라고 협박했다.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성연은 구 가네 가족을 속이고 뱃속에 있는 아이를 통해 구 가로 들어가려 하는 것 같네요.” “그 여자 보통이 아니에요. 근데 아마 들통나지는 않을거예요. 뱃속에 있는 아이의 생부를 조사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김아린은 고개를 숙였다. 수연의 죽음은 한성연과 관련이 있었다. 한성연은 지금 아이를 업고 구 가네 문앞에 서있다.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스크린에 시선을 두었다. 그 시각, TG그룹.반지훈은 노트북을 돌려 그날 수연과 한성연의 만남을 구천광에게도 알렸다. 구천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죠?”“너가 잘 봐.” 반지훈은 커피를 들고 마셨고, 옆에 서 있던 연희승은 구천광에게 화면을 확대해보라고 얘기했다. 확대해 보니, 곧 이상한 점이 보였다.한성연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반지였다. 그리고 이 반지는 매우 낯이 익었다. 구천광은 미간을 다시 찌푸렸다. “이건 우리 삼촌 반지인데.” 그런데 이 반지가 한성연의 손에 있다니? 그는 볼륨을 높혀 한성연과 수연의 대화를 들었다. 이 대화를 들은 구천광은 다시 침묵했다. … 구의범의 차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한성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수연은 분명 이미 죽었는데, 그가 어떻게 자신이 수연을 만났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안 돼, 당황하면 안 돼. 누군가 알아낸 이상 그녀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억울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네, 제가 수연을 만난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 여자가 저를 협박했어요. 아시다시피, 그 여자가 아버님에게 집착해요. 그 여자가 저에게 그 반지를 달라고 협박한 거예요.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이 꺼낸 거고요. 하지만 정말 그 여자에게 주지 않았어요. 제가 반지를 돌려놨어요. 의범 씨, 저를 믿어야 해요.” 구의범은 그녀의 해명을 들으며 흔들림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성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의범 씨, 정말 고의가 아니였어요.” 구의범은 손을 빼며 웃었다. “거짓말 안 하면 죽어요?” 한성연은 울음을 그치고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턱을 조였다. “당신 뱃속의 아이, 내 아이 아니죠?” “의범 씨, 어떻게 나를 그렇게 의심할 수가…아!” 구의범이 그녀를 밀었다. 그녀는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땅에 넘어졌다. 배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안돼…제발, 아이를 살려줘요, 제발요 의범 씨.” 구의범은 침착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집에 어떤 임산부가 넘어졌는데 오셔서 진찰해 주시고 친자 검사도 부탁드려요.” 한성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손유린은 이 말을 듣고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의범아, 너 무슨 말이야, 친자 검사라니?” 그녀는 구의범의 여자친구를 보고싶어 온 건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구의범은 당황했다. “엄마?” 한성연은 이를 보고 손유린에게 달려갔다. “어머니, 살려주세요. 저는 친자 검사하고 싶지 않아요. 제 뱃속의 아이는 분명 의범 씨의 아이인데, 의범 씨가 저를 믿지 않아요…” “한성연 씨, 정신차리세요. 당신이 남의 아이를 품고 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