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은 멈칫했고,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CCTV 영상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수연은 한성연에게 10억을 요구했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수연이 한성연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구의범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게 한성연의 동기였나? 한참 동안 그녀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날 내가 한성연이 남자랑 있는 걸 봤는데 본 적 없는 남자였어요. " “언제 얘기죠?” “수연이 사고를 당하기 하루 전이요.” 김아린이 회상했다. “그 남자가 카페에 데려다 줬는데 둘 사이가 묘했던 것 같아요.” 한성연은 지금 임신을 하고 아이를 구의범의 아이라 주장하고 있다. 수연은 그녀가 구의범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를 가지고 한성연에게 10억을 달라고 협박했다.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성연은 구 가네 가족을 속이고 뱃속에 있는 아이를 통해 구 가로 들어가려 하는 것 같네요.” “그 여자 보통이 아니에요. 근데 아마 들통나지는 않을거예요. 뱃속에 있는 아이의 생부를 조사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김아린은 고개를 숙였다. 수연의 죽음은 한성연과 관련이 있었다. 한성연은 지금 아이를 업고 구 가네 문앞에 서있다.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스크린에 시선을 두었다. 그 시각, TG그룹.반지훈은 노트북을 돌려 그날 수연과 한성연의 만남을 구천광에게도 알렸다. 구천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죠?”“너가 잘 봐.” 반지훈은 커피를 들고 마셨고, 옆에 서 있던 연희승은 구천광에게 화면을 확대해보라고 얘기했다. 확대해 보니, 곧 이상한 점이 보였다.한성연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반지였다. 그리고 이 반지는 매우 낯이 익었다. 구천광은 미간을 다시 찌푸렸다. “이건 우리 삼촌 반지인데.” 그런데 이 반지가 한성연의 손에 있다니? 그는 볼륨을 높혀 한성연과 수연의 대화를 들었다. 이 대화를 들은 구천광은 다시 침묵했다. … 구의범의 차
그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한성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수연은 분명 이미 죽었는데, 그가 어떻게 자신이 수연을 만났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안 돼, 당황하면 안 돼. 누군가 알아낸 이상 그녀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억울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네, 제가 수연을 만난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 여자가 저를 협박했어요. 아시다시피, 그 여자가 아버님에게 집착해요. 그 여자가 저에게 그 반지를 달라고 협박한 거예요. 저는 정말 어쩔 수 없이 꺼낸 거고요. 하지만 정말 그 여자에게 주지 않았어요. 제가 반지를 돌려놨어요. 의범 씨, 저를 믿어야 해요.” 구의범은 그녀의 해명을 들으며 흔들림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성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의범 씨, 정말 고의가 아니였어요.” 구의범은 손을 빼며 웃었다. “거짓말 안 하면 죽어요?” 한성연은 울음을 그치고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턱을 조였다. “당신 뱃속의 아이, 내 아이 아니죠?” “의범 씨, 어떻게 나를 그렇게 의심할 수가…아!” 구의범이 그녀를 밀었다. 그녀는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땅에 넘어졌다. 배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안돼…제발, 아이를 살려줘요, 제발요 의범 씨.” 구의범은 침착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집에 어떤 임산부가 넘어졌는데 오셔서 진찰해 주시고 친자 검사도 부탁드려요.” 한성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손유린은 이 말을 듣고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의범아, 너 무슨 말이야, 친자 검사라니?” 그녀는 구의범의 여자친구를 보고싶어 온 건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구의범은 당황했다. “엄마?” 한성연은 이를 보고 손유린에게 달려갔다. “어머니, 살려주세요. 저는 친자 검사하고 싶지 않아요. 제 뱃속의 아이는 분명 의범 씨의 아이인데, 의범 씨가 저를 믿지 않아요…” “한성연 씨, 정신차리세요. 당신이 남의 아이를 품고 구 가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 적은 있고요?”구의범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심지어 조롱 하는 듯한 말투였다. “술집에서 나한테 약을 먹이고, 그날 밤 내가 정말 당신을 안았어도 한 달도 안 돼서 당신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니, 날 바보 취급 하는 건가요?”한성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조금씩 사라졌고, 비록 그녀가 임신 중에 손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상쩍음을 모를 리 있겠는가?손유린은 넋을 잃은 채로 말했다.“이게……어떻게 된 일인 거지?”한성연은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구의범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한 달 전 술집에서 한성연 씨를 만났는데, 건네준 술을 마시고 깨어나니 호텔에서 같이 있었습니다.”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저는 처음에 제가 성연 씨를 건드린 줄 알았는데, 한 달도 채 안 돼서 한 씨 집안사람이 와서 저희 할아버지에게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녀를 책임지라고 했죠.”“그게 아니에요…의범 씨, 제 말 좀…”“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구의범이 비웃으며 말했다.“난 한때 방탕했지만 상스럽지는 않았고, 더러운 수단도 안 썼어요. 특히나 당신 같은 여자는 더러워서 건드리지도 않았고요.”더럽다는 그 단어에 그녀는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한성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게 아니에요. 제 뱃속의 아이는 분명 의범 씨의…”구의범은 무표정을 한 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맞는지 아닌지는 지금이라도 DNA 검증을 해보면 되죠, 못 하겠나요?”한성연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몸을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강성연은 줄곧 냉정하게 관찰만 했고, 김아린에게서 구의범의 휴대폰 번호를 받은 뒤 구의범이 이 진실을 알고 반드시 한성연에게 이 문제를 걸고넘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만약 구의범이 그녀가 임신한 아이가 구의범의 아이가 아닌 걸 폭로한다면 그녀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보러 온 것이다.물론 그녀가 와서 다행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진상을 알 수
강성연도 손유린과 구의범을 따라왔다. 한참을 기다린 뒤,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오자 구 씨 어르신이 다가가 아이의 상황을 물었고, 의사는 고개를 내저었다.“장담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사람들이 일제히 말이 없어졌다.구 씨 어르신은 손을 들어 구의범의 뺨을 내리쳤고, 그 소리가 복도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이제 아이가 없어졌으니 기쁘겠구나?”구 씨 어르신은 원래부터 이 아이를 기대하고 있었고, 어찌 됐든 구 씨 집안의 손자이니 비록 어머니의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는 결백한 것이다.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어르신에게 뺨을 맞은 구의범은 얼굴에 붉은 자국이 하나 더 생겼고, 그는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산을 했어도, 내 아이가 아니니 상관없어요.” “너…”“어르신!”손유린은 구의범의 앞으로 막아섰고,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안타까워했다.“그 아이는 무고하지만, 어르신도 의범이의 설명을 들어 보셔야죠.” “무슨 설명?”구 씨 어르신은 지금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았다.“한성연에게 친자 검사를 강요하고 유산까지 하게 했어, 무슨 일 있더라도 일단 아이가 무사히 태어난 뒤 해결했으면 되지 않았나?” 구의범은 주먹을 움켜쥐며 말을 꺼냈다.“아이가 태어나고 검사를 한 뒤 친손자가 아닌 걸로 밝혀져도 해결이 됐을까요?”구 씨 어르신은 말이 없었다.구세준은 구의범의 옆으로 다가가 구 씨 어르신을 향해 말했다.“아버지, 의범이가 계속해서 그 아이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믿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단지 한 가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나중에 구 씨 집안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대신 키운다는 소문이 생기지 않아야 하니까요.” 구세호도 구세준의 말을 거들며 말했다.“그래요, 아버지. 만약 이놈 말이 정말이라고 한다면 저도 의범이가 억울한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 모두 하나같이 구의범의 편을 드는 것을 본 구 씨 어르신은 안색이 바뀌며 말했다.“정말 하
한성연은 구세호와 손유린의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는 계속해서 모든 화를 강성연에게 뒤집어씌웠다.“강성연 씨는 수연이 큰아버지의 애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 수연이 가지고 있었던 그 가짜 반지도 반 씨 부인이 수연에게 만들어 준 거기 때문에 의범 씨의 부모님이 이혼을 한 것도 부인의 책임이 있지 않겠어요?” 병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한성연은 말을 할 때 눈가에 독한 웃음을 머금었다.그녀는 강성연의 곤란한 모습을 절박하게 보고 싶은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강성연에게 쏠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으며 침묵을 유지하는 강성연의 눈에는 애잔함이 배어 있었고, 이는 한성연에 대한 동정이나 가엾음이 아닌 그녀가 자신의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희극으로 이용하면서 단지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자신을 모함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저는 한성연 씨와 아무런 원한도 없어요.”병실에는 그녀의 말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만약 내 남편인 반지훈이 당신을 좋아했다면 나는 질투를 했을 테지만, 내 남편을 좋아하는 여자가 그렇게 많았는데 왜 당신만 겨냥하겠어.”한성연은 목이 메었다.강성연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지훈 씨와 나에게 있어서 너는 그저 외부인일 뿐이고, 네가 지훈 씨를 좋아하는 것도 네 개인의 일이지 나와 그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러니 나와 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 난 알고 싶네.”그녀는 당황한 듯 이를 악물었다.“넌…넌 날 질투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지훈 씨를 시켜 우리 아버지의 사업에 손을 대게 한 거야!” 이때 구천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한성연 씨, 이 일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반지훈에게 한 씨 집안에 손을 대도록 시킨 사람은 접니다. 왜냐하면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거든요.”한성연은 경악하며 그를 쳐다보았다.구세준도 놀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천광아, 정말 네가 한 짓이냐?”이전에 한 씨 집안 산업을
그는 말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 소리를 최대로 키운 뒤 휴대전화를 침대 위로 던졌다.동영상 안에서 대화가 쏟아져 나오자 한성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당황해하며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쳤다.“이건 내가 아니라, 강성연이…날 모함하는 거라고요!“ 구 씨 어르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구세호는 그 자리에서 화를 냈다.“감히 내 반지를 건드리다니.” 심지어는 수연에게 가져가서 돈으로 바꾸려고까지 했으니! 라민희가 차갑게 웃었다."아직 정식으로 구 씨 집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도둑질부터 하고 반지까지 훔치려 했다니.” “아뇨, 그게 아니라…”한성연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며 머리를 감쌌고, 상황은 그녀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녀와 수연이 카페에서 만나는 영상을 구의범이 어떻게 가지고 있느냔 말이다! 어쩐지 그녀가 임신한 아이가 그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과, 그녀가 반지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굳게 믿더라니…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벌벌 떨면서 강성연을 가리켰다.“네가 한 짓이야, 이 천한 년이! 네가 날 헤쳤어!” 그러자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한성연, 언제까지 네 불행이 다 나때문이라고 우길래?” “널 감옥에 보낸 건 확실히 내가 한 짓이지만, 너랑 고진욱이 한 패를 먹고 구 씨 집안과 반지훈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방해했고, 심지어는 내 주변 사람들을 거의 죽일 뻔했어. 고진욱이 김아린이랑 구천광을 납치한 일을 잊지마,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네가 여기 있었을 것 같아?”구 어르신은 한성연이 자신의 손자를 납치한 고진욱과 관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고진욱 그놈이랑 아는 사이란 말이냐?”“아뇨…아니에요…“한성연은 입이 몇 개라도 설명을 하지 못했고, 강성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고진욱의 수양딸이 한성연이고, 그가 체포된 것도 한성연의 덕이죠. 제가 궁금한 건 경
구세준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조 팀장이 답했다. “수연 씨의 사고 사건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저희 쪽에서 수연 씨의 사고가 한성연 씨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습니다.” 한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저 아니에요, 아니에요…” 조 팀장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성연 씨, 허영을 아시죠?” 구세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허영? 그 고진욱 부하?” 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영이 수연을 죽인 가해자라고 말했고, 사건 이후 허영의 계좌로 4억가량의 거금이 입금됐다고 말했다. 송금 계좌는 고진욱이 한성연을 양녀로 들이며 그녀에게 준 미동결 계좌였다. 구 씨 어르신과 조 팀장은 무언가를 얘기하더니 조 팀장이 사람을 시켜 한성연을 데려가라 했다. 손유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다물었다. “설마…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손유린은 처음에 이 여자를 동정했다. 그런데 한성연이 자기 아들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살인사건과도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강성연은 한성연이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중 문득 누군가 생각이 나 손유린과 구천광에게 서둘러 작별을 고하고 뛰어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 정문 나무 아래에 주차되어 있는 벤틀리 앞에 반지훈이 서 있었다. 검은색의 롱코트가 그를 감싸고 있었고, 시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그를 향해 곧장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당신인줄 알았어요.” 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얹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강성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직감이에요.” 반지훈은 CCTV를 찾아냈고, 그녀에게 CCTV를 줬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마구 움직이는 머리를 누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또 끼부리네. 조심해, 돌아가면 내가 혼내 줄거니까.” 강성연은 그의 외투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의 가슴을 매섭게 꼬집었다. “그래요? 누가 혼나게 될지는 모르죠.” 반지훈은 신음 소리를 내며 미간을 가볍게 찡그렸다. “못된 거
강성연은 반지훈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사건의 진도를 확인했다. 그녀는 한성연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조 팀장은 경찰더러 그녀를 취조실에 데려가라고 했다. 곧 여자 경찰이 쇠고랑을 찬 한성연을 데려왔다.그녀의 모습은 초췌했고 예전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빗지 않은 머리는 산발이 되어 항상 예쁘게 꾸미던 그녀 같지 않았다.그녀는 강성연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왜? 지금 나를 비웃으러 온 거야?”강성연은 꼿꼿하게 앉더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왜 사람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지?”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강성연은 그녀를 직시했다.“난 당신을 괴롭힌 적이 없어. 당신이 먼저 날 건드린 일을 내놓고 말이야. 그 일 외에 당신에게 잘못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나를 미워하는 거지?”강미현과 서영유의 원한은 이유가 있었다.강미현은 초란이 어릴 때부터 주입한 사상 때문에 그녀의 자리를 대체한 후 회사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반지훈이 그녀에게 부여한 이익과 신분도 노렸다.서영유는 고집스럽게 반지훈을 사랑했고, 얻을 수 없자 사랑이 증오로 변한 거다.그렇다면 한성연은?한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난 그저 단순히 당신이 싫어. 당신이 눈에 거슬린다고.”“내가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야.”강성연은 여유로운 얼굴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장 좋은 걸 얻지 못하니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있는 걸 가지지 못하자 불공평함을 느끼는 거고.”한성연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칫, 날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내가 당신을 질투한다는 거야? 하지만 내가 왜 당신을 질투하겠어?” “표정의 심리학에 대해 알아? 당신이 눈썹 안쪽을 치켜 올리는 건 불안하다는 뜻이야. 당신은 열등감과 당혹함을 느끼고 있어.”강성연은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여유롭게 말했다.“나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나랑 비교하려는 것일 수도 있네.”한성연의 표정은 점차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