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영은 강성연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가슴 아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송아영은 오늘 그들이 키스한다면 분명 구천광이 먼저 할 거라고 확신했다.밤이 너무 아름다워서일까, 아니면 술 때문에 취해서일까, 두 사람의 입술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구천광은 불현듯 이성이 돌아온 건지 움직임을 멈췄다.그가 몸을 빼려고 할 때, 김아린이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구천광은 김아린을 보고 있었다.잠깐이지만 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김아린이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구천광 씨가 취해서 먼저 날 유혹한 거예요. 난 참지 못한 거고요. 그러니까 구천광 씨가 먼저 잘못한 거예요.”김아린은 웃으면서 몸을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송아영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구천광이 먼저 입을 맞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천광이 김아린에게 플러팅 당하다니!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강성연은 송아영의 어깨를 토닥였다.“아린 씨 안지도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아린 씨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아린 씨는 결코 수동적인 스타일이 아니야.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뿐이지. 술 많이 마셨으면 네 사촌 오빠를 납치해서 침대로 데려갔을걸?”송아영의 표정이 점점 무너졌다. 그녀는 김아린이 아주 바른 사람인 줄 알았다. 강성연보다 더 바른 사람이라 절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밤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내 10만 원!강성연은 객실로 돌아갔고 반지훈이 때마침 씻고 나왔다. 그는 허리춤에 타올을 걸친 채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위아래로 꿀렁이는 목젖이 매우 섹시했다.약지에 낀 결혼반지가 불빛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강성연은 그에게 다가가 백허그했다.“여보.”반지훈은 테이블 위에 컵을 놓은 뒤 강성연의 손등 위에 손을 겹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어? 왔네.”강성연은 다섯 손가락을 뻗어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우리 드디어 결혼반지
“그렇지 않으면요?”“난 아린 씨가 들떠서 자지 못한 건 줄로 알았는데요.”젓가락을 든 김아린이 움찔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들떠요?”강성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어젯밤에 아영이랑 내기를 했는데 아영이가 나한테 10만 원을 줬어요.”김아린은 여전히 망연했다.“무슨 내기요?”강해신은 주스를 마셨다.“엄마랑 아영 이모가 아린 이모랑 천광 아저씨 둘 중에 누가 먼저 입을 맞출지 내기했어요. 엄마는 아린 이모가 먼저 할 거라고 했어요.”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김아린은 뒤늦게 얼굴을 붉혔다.“그걸...”강성연도 놀란 표정으로 강해신을 바라보았다.“해신이 넌 어떻게 안 거야?”강해신은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이모가 어젯밤에 저희한테 한탄했어요.”역시, 송아영은 입이 가벼웠다.김아린은 너무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그 장면을 보았다니?그녀는 오늘 어떻게 구천광의 얼굴을 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젯밤에는 정말 충동적으로 그런 것이었다.“아빠, 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강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에 나타난 두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아린은 순간 고개를 푹 숙이며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옆으로 걸어가 그녀가 앉은 의자에 손을 올렸다.“왜 나 안 기다렸어?”“당신이 천광 씨랑 헬스장 갈 거라고 했잖아요.”강성연은 작게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는 다른 곳 가서 앉을까요?”“좋아요!”강유이와 강해신은 눈치가 빨랐다. 두 아이는 자신의 그릇을 들고 콩콩 뛰면서 강성연의 뒤를 따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반지훈은 구천광의 어깨를 두드렸다.“난 우리 아내랑 같이 간다.”김아린은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맞은편에 착석한 구천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젯밤엔...”“미안해요.”김아린은 고개를 숙인 채로 손을 꼼지락대며 같잖은 핑계를 댔다.“나도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구천광은 김아린
김아린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창밖을 바라봤다.“전에 무슨 얘기 하려고 했어요?”구천광은 그제야 자신이 김아린에게 말을 잘렸던 걸 떠올렸다.“어젯밤에 왜... 콜록, 그랬는지 묻고 싶었어요.”구천광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어젯밤 그 키스가 싫은 건 아니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김아린은 입을 앙다문 채로 한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컵을 꼭 쥐고 말했다.“솔직한 말 듣고 싶어요?”구천광은 김아린을 바라보았다.김아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미소로 머쓱함을 숨겼다.“어젯밤에... 확실히... 층동적이었던 건 맞아요. 참을 수 없었어요. 물론 그 때문에 구천광 씨가 난처했다면 없던 일로 해도 돼요.”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는 그렇게 대담하게 굴었으면서 오늘은 왜 갑자기 소심해진 걸까?반지훈은 그녀의 그릇에 갈비를 놓아줬다.“내가 이긴 것 같네.”“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강성연은 그가 집어준 갈비를 먹으며 말했다.“반전이 있을지도 모르죠.”어젯밤 그녀는 반지훈과 내기를 했다. 만약 구천광이 커플이 된다면 반지훈이 그녀에게 별 1억 개를 선물로 주기로 했다. 어떻게 줄지는 반지훈의 일이었다.하지만 만약 그녀가 내기에서 진다면 강성연은 구천광과 반지훈 커플 덕질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니, 너무 잔인했다!반지훈은 피식 웃었다.“정말 두 사람이 잘 된다면 나랑 유부남인 구천광을 덕질할 거야?”강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음식을 먹여 줬다.“두 사람 덕질해도 나랑 아린 씨 우정은 영향받지 않아요.”“...”같은 시각, 구천광은 김아린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꾹 다물었던 입을 살짝 움직였다.“없던 일로 하자고요?”김아린은 당황했다. 설마 뭔가 잘못 말한 걸까?“난 그저...”“정말 아린 씨가 없던 일로 할 수 있다고 해도.”구천광은 젓가락을 멈추고 그윽한 눈빛으로 창밖의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우선은 내 기분 좀 고려해 줄래요?”김아린은
김아린이 어떻게 구천광도 그녀에게 호감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을까?잠시 뒤, 구천광은 컵을 입에 가져다 대며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어젯밤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들긴 했어요.”김아린은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취해서 그런 거겠죠...”“그건 아니에요.”잠시 뒤, 구천광이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였다.“난 멀쩡했어요.”김아린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단순히 취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주 멀쩡했다니.그러면 어젯밤 그녀가 한 말 모두...김아린은 더더욱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크루즈는 점심 때쯤 인제항으로 돌아왔다. 송아영과 그 일행은 크루즈에서 내렸다. 그녀의 알레르기는 하룻밤 지나니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여도 여전히 부은 흔적이 보였다.육예찬은 그녀에게 모자를 씌워줬고 송아영은 당황했다. 고개를 돌렸을 때, 송아영의 시선이 부랴부랴 떠나는 김아린에게 닿았다.그녀는 의아했다.“아린 씨 왜 저렇게 급하게 떠나지?”강해신과 강유이는 송아영의 뒤에 서서 그 말을 들었다. 강해신은 웃으면서 말했다.“아린 이모 부끄러워서 그래요.”부끄럽다고?송아영은 어젯밤 김아린이 먼저 구천광에게 입을 맞춘 걸 떠올렸다.그 생각이 들자 송아영은 두리번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구천광을 찾으려 했다. 구천광은 그의 부모님을 차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무슨 얘기를 한 건지 부모님이 먼저 돌아갔다.김아린은 같은 길이면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아무도 그녀와 길이 같지 않았다.구천광이 차를 운전해 김아린의 곁에 멈춰 섰다. 그는 차창을 반쯤 내리고 말했다.“타요.”김아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송아영은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다.“두 사람...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한 거지?”육예찬은 고개를 돌려 송아영을 보았다.“뭘 그런 것까지 신경 써요?”송아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김덕문은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반 씨 저택으로 데려다주려 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차에 오를 생각이 없어 보이자 의아한 듯 물었다.“우리는 안 가요?”반지훈은 강성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내가 얘기했잖아. 너에게 꽃을 선물로 주겠다고.”강성연은 더더욱 의아해졌다. 꽃을 선물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비밀스레 구는 걸까?그러나 강성연의 짐작은 틀렸다. 블루 오션 별장에 돌아와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강성연의 눈앞에 확연히 달라진 경치가 들어왔다.활짝 핀 푸른색 장미가 마당에 가득했다.푸른색 장미와 목련나무에 높이 핀 불꽃처럼 화려하게 아름다운 목련 꽃은 녹음과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해서 더없이 아름다웠다.강성연은 입을 틀어막을 새도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였다.반지훈은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턱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마음에 들어?”“어... 어떻게 한 거예요?”푸른색 장미는 유전자 변형 품종으로, 삼색 바이올렛에 함유된 푸른색 색소의 생성을 자극할 수 있는 유전자를 주입한 것이었다. 월계화 염색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지금이 푸른 장미가 꽃 피울 시기는 아니었다.강성연은 처음에는 가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은은하게 풍기는 꽃향기가 진짜라는 걸 알려주었다.반지훈은 살짝 웃었다.“돈이 있으면 못 할 것 없지.”“...”사실이라 할 말이 없었다.반지훈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강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며칠 뒤에 경력 있는 원예사 몇 명 찾아서 부탁할 생각이야. 앞으로 네가 원하는 거 심자.”강성연은 돌아서서 그의 품을 파고들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채소 심어도 돼요?”반지훈은 살짝 뜸을 들였고, 눈가의 웃음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그래. 농장도 화원도 다 줄게.”*#반지훈 생일 파티, 반지훈 아내가 크루즈를 빌려 프러포즈를 진행. 네티즌은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국왕과 황후 같다고 했다.#기사가 온라인을 휩쓸면서 화제
반지 케이스를 열어 예스러운 멋이 있는 결혼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서재에서 나올 때까지 한성연은 구석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는 카메라에 대해 알지 못했다.한성연은 집에서 나와 운전했다. 그녀는 수연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한성연이 먼저 도착했고 수연이 뒤늦게 왔다.“한성연 씨, 벌써 돈을 준비한 거예요?”한성연은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덤덤히 말했다.“10억 현금 말고 10억짜리 물건으로 당신이랑 교환할게요.”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뭐로 교환할 건데요?”한성연이 반지를 꺼내자 수연의 안색이 돌변했다.한성연은 그 반지를 수연의 앞에 내려놓았다. 수연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물었다.“이 반지를 어떻게 손에 넣은 거예요?”“난 구 씨 집안의 미래 사모님이에요. 시아버지랑 시어머님 이혼하셨으니 구의범 씨한테 반지 하나 달라고 했죠.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바꿀 거예요, 말 거예요?”한성연은 일부러 짜증을 내면서 자신의 불안을 감췄다.“바꾼다고요?”수연은 다시 의아해졌다. 한성연은 반지를 보며 말했다.“구의범 씨는 아버지 몰래 이 반지를 나한테 줬어요. 그러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죠. 수연 씨한테 이걸 본떠 만든 반지가 있잖아요.”수연은 무슨 뜻인지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반지 구의범 씨가 준 거 확실해요?”“수연 씨,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설마 내가 훔쳤을 거로 의심하는 거예요?”한성연은 하마터면 당황한 티를 낼 뻔했다. 한성연은 이를 악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을 하네요. 구의범 씨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시아버님 반지를 가져왔겠어요?”수연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반지를 밀었다.“난 현금 10억을 원해요.”한성연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그녀가 말했다.“수연 씨, 이 반지를 팔면 돈을 더 많이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성연은 당황했다. 수연은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면서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보았다.“한성연 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문득 반크의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구 씨 저택.한성연이 구 씨 저택에 돌아왔을 때 구세호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한성연은 당황했고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 옷을 적셨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집에 계셨네요.”구세호는 커피를 마셨다. 비록 한성연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배 속에 구 씨 집안의 미래 손자가 있으니 태도를 보여야 했다.“임신했으면 자꾸 외출하지 마. 며칠 뒤에 나랑 의범이랑 같이 산부인과에 검사받으러 가자.”한성연은 그가 반지에 관해 묻지 않자 그가 아직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면 전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한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세호는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커피잔 속 파문을 바라봤다. 손유린이 임신했을 때 그는 손유린이 혼자 검사받으러 가게 했었다.위층으로 올라간 한성연은 서재로 몰래 들어가 반지를 반지 케이스 안에 넣어두고는 다시 서재에서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구의범이 문 앞에 서 있자 한성연의 표정이 굳었다.구의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우리 아버지 서재에서 뭐 해요?”한성연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난... 난 그냥 내가 볼만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와본 거예요. 집에 있을 때 심심해서...”“하하.”구의범은 비아냥거렸다.“책을 찾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한성연은 안색이 달라졌다.“의범 씨, 어떻게 날 의심할 수 있어요? 내가 뭘 가져갔다고 생각한다면 뒤져봐요.”한성연은 수색하라고 팔을 벌렸다.이미 물건을 제자리에 놓았으니 수색해도 두렵지 않았다.구의범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난 당신에게 닿고 싶지도 않거든요. 별일 없으면 우리 아버지 서재에 들어가지 말아요.”구의범은 몸을 돌려 떠났다.조금 전 그 말을 들은 한성연은 큰 충격을
반크는 아기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강성연은 부드러운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강성연이 아기를 가볍게 달래자, 아기는 이내 울지 않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 이를 본 반크는 웃었다. “역시 이 아이는 너희에게 데려가야 얌전해지는 것 같아.” 강성연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반크 아저씨, 제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하셨어요. 이 아이는…” “내 아이 아니야. 말하자면 길어.” 반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아 말했다. “한 달 전 빗속에서 주웠어.” 강성연은 어리둥절했다. “주웠다고요?” 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달 전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근처 슈퍼에 물건을 사러 나갔다. 처마 밑에 놓인 종이 상자를 보고 별 생각이 없이 지나쳤는데, 그 상자에서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이상함을 느끼고 처마 밑으로 가 종이 상자를 열었는데, 안에 든 것은 뜻밖에도 여자 아기였다. 아기는 생후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버림받았고, 날은 여전히 추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추워서인지 피부색이 파랗게 변해 있었으며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 반크는 차마 이 아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 반크는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는 병원에 가서 아이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서에 가 물어봤지만 어떠한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고, 버려진 아기에 대해 경찰은 입양이나 복지시설로 보내라고만 조언했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 부모가 버렸다고 생각해서 입양했어.” 반크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품에서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이는 아기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니. 강성연이 손가락을 뻗어 아이의 작은 뺨을 살짝 눌렀다. 아이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을 잡는 순간, 강성연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반크는 웃었다. “이 아이, 참 착하지?” “그러게요. 유이는 이 나이 때 울기만 했는데, 아이가 진짜 잘 웃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