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케이스를 열어 예스러운 멋이 있는 결혼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서재에서 나올 때까지 한성연은 구석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는 카메라에 대해 알지 못했다.한성연은 집에서 나와 운전했다. 그녀는 수연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한성연이 먼저 도착했고 수연이 뒤늦게 왔다.“한성연 씨, 벌써 돈을 준비한 거예요?”한성연은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덤덤히 말했다.“10억 현금 말고 10억짜리 물건으로 당신이랑 교환할게요.”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뭐로 교환할 건데요?”한성연이 반지를 꺼내자 수연의 안색이 돌변했다.한성연은 그 반지를 수연의 앞에 내려놓았다. 수연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물었다.“이 반지를 어떻게 손에 넣은 거예요?”“난 구 씨 집안의 미래 사모님이에요. 시아버지랑 시어머님 이혼하셨으니 구의범 씨한테 반지 하나 달라고 했죠.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바꿀 거예요, 말 거예요?”한성연은 일부러 짜증을 내면서 자신의 불안을 감췄다.“바꾼다고요?”수연은 다시 의아해졌다. 한성연은 반지를 보며 말했다.“구의범 씨는 아버지 몰래 이 반지를 나한테 줬어요. 그러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죠. 수연 씨한테 이걸 본떠 만든 반지가 있잖아요.”수연은 무슨 뜻인지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반지 구의범 씨가 준 거 확실해요?”“수연 씨,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설마 내가 훔쳤을 거로 의심하는 거예요?”한성연은 하마터면 당황한 티를 낼 뻔했다. 한성연은 이를 악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을 하네요. 구의범 씨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시아버님 반지를 가져왔겠어요?”수연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반지를 밀었다.“난 현금 10억을 원해요.”한성연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 그녀가 말했다.“수연 씨, 이 반지를 팔면 돈을 더 많이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성연은 당황했다. 수연은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면서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보았다.“한성연 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문득 반크의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구 씨 저택.한성연이 구 씨 저택에 돌아왔을 때 구세호는 거실에 앉아있었다. 한성연은 당황했고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 옷을 적셨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집에 계셨네요.”구세호는 커피를 마셨다. 비록 한성연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배 속에 구 씨 집안의 미래 손자가 있으니 태도를 보여야 했다.“임신했으면 자꾸 외출하지 마. 며칠 뒤에 나랑 의범이랑 같이 산부인과에 검사받으러 가자.”한성연은 그가 반지에 관해 묻지 않자 그가 아직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면 전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한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세호는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커피잔 속 파문을 바라봤다. 손유린이 임신했을 때 그는 손유린이 혼자 검사받으러 가게 했었다.위층으로 올라간 한성연은 서재로 몰래 들어가 반지를 반지 케이스 안에 넣어두고는 다시 서재에서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구의범이 문 앞에 서 있자 한성연의 표정이 굳었다.구의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우리 아버지 서재에서 뭐 해요?”한성연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난... 난 그냥 내가 볼만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와본 거예요. 집에 있을 때 심심해서...”“하하.”구의범은 비아냥거렸다.“책을 찾는 것처럼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한성연은 안색이 달라졌다.“의범 씨, 어떻게 날 의심할 수 있어요? 내가 뭘 가져갔다고 생각한다면 뒤져봐요.”한성연은 수색하라고 팔을 벌렸다.이미 물건을 제자리에 놓았으니 수색해도 두렵지 않았다.구의범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난 당신에게 닿고 싶지도 않거든요. 별일 없으면 우리 아버지 서재에 들어가지 말아요.”구의범은 몸을 돌려 떠났다.조금 전 그 말을 들은 한성연은 큰 충격을
반크는 아기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강성연은 부드러운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강성연이 아기를 가볍게 달래자, 아기는 이내 울지 않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 이를 본 반크는 웃었다. “역시 이 아이는 너희에게 데려가야 얌전해지는 것 같아.” 강성연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반크 아저씨, 제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하셨어요. 이 아이는…” “내 아이 아니야. 말하자면 길어.” 반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아 말했다. “한 달 전 빗속에서 주웠어.” 강성연은 어리둥절했다. “주웠다고요?” 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달 전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근처 슈퍼에 물건을 사러 나갔다. 처마 밑에 놓인 종이 상자를 보고 별 생각이 없이 지나쳤는데, 그 상자에서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이상함을 느끼고 처마 밑으로 가 종이 상자를 열었는데, 안에 든 것은 뜻밖에도 여자 아기였다. 아기는 생후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버림받았고, 날은 여전히 추운데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추워서인지 피부색이 파랗게 변해 있었으며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 반크는 차마 이 아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 반크는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는 병원에 가서 아이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서에 가 물어봤지만 어떠한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고, 버려진 아기에 대해 경찰은 입양이나 복지시설로 보내라고만 조언했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 부모가 버렸다고 생각해서 입양했어.” 반크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품에서 자신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이는 아기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다니. 강성연이 손가락을 뻗어 아이의 작은 뺨을 살짝 눌렀다. 아이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을 잡는 순간, 강성연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반크는 웃었다. “이 아이, 참 착하지?” “그러게요. 유이는 이 나이 때 울기만 했는데, 아이가 진짜 잘 웃네요.”
“이 아이의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버릴 수 있을까요.” 강성연은 손유린의 눈빛에서 그녀가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성연은 3년 전 자신의 아이가 당시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지금 두 살쯤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크는 유아용품을 챙겨 부엌으로 갔다. “다들 점심도 안 먹었죠? 제가 해줄게요.” 강성연은 손유린과 함께 아기를 돌봤다. 아기가 배고파 하자, 손유린은 아기에게 줄 분유를 타러 갔다. 그녀들 중 현재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기가 분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을 보고 강성연도 따라 웃었다. “의범이 근황을 아세요?” 손유린이 갑자기 묻자 강성연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지만…곧 결혼한다고 들었어요.” 손유린은 멈칫하다 웃었다. “정말요?” 강성연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한성연이 순수한 마음으로 구의범과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녀도 축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성연의 목적이 그렇게 순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물며 예전에 그녀가 고진욱에게 나쁜 물이 들어 반지훈의 계획을 틀어버린 일도 있었고, 지윤이 그들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 강성연은 한성연이 그렇게 순순히 결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어때요?” 아무것도 모르는 손유린은 그저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로서 기뻐했다.강성연은 눈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만나실 기회가 생기면 알게 되실 거예요.” 밤이 깊었다. 도시의 네온은 쓸쓸하게 빛났고, 골목 앞에 놓인 가로등은 사방을 노랗게 비추었으나 끝은 캄캄했다. 수연이 골목에서 나왔다. 수연은 원래 아파트에서 이사한 후, 근처의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에 세를 들었다. 그녀는 골드 룸살롱의 고임금 일자리를 잃었고, 지금은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막 골목길을 나서며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았다. 귀를 찌르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고, 이어 펑 하는 굉음과 함께
김아린은 영안실 입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한참 후, 그녀는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그럴 리가…말도 안 돼.” 수연이 죽었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수연처럼 교활하고 약삭빠른 여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지? 조 팀장은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린 씨, 확인하러 가시겠습니까?” 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 팀장을 따라 시신이 안치된 냉동고 앞으로 걸어갔다. 조 팀장은 16호 냉동고를 열었고, 안에 누워 있는 여자는 분명 수연이었다. 김아린의 눈빛은 경악에서 점차 암담함으로 바뀌었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부친에게 알릴게요.” ...... 수연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강성연은 이틀 후에야 알았다. 심지어 반지훈이 알려주었다. “이렇게 갑자기요?” 강성연 역시 놀랐다. 그녀도 수연을 알긴 했지만,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반지훈은 잡지를 뒤지며 커피를 마셨다. “인생은 뜻밖의 일의 연속이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 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 이 소식을 들으니, 그녀의 마음도 몹시 괴로웠다. 살아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차가운 시체로 변했다. 강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버지와 희영을 떠올렸다.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여보, 시간 있으면 우리 아버지와 희영 씨 묘에 데려가 줘요.” 반지훈은 페이지를 넘기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클라우드 아파트. 초인종이 몇 번 울리자, 김아린은 술잔을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고, 구천광은 그녀의 몸에서, 그리고 방안에서 풍기는 짙은 술냄새를 맡았다. 김아린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당신이에요?”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가 소파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곧 바닥 날 것 같은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고, 커튼은 걷지 않아 방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구천광은 창
구천광도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받았지만, 사실 껴안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김아린은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대었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그의 목덜미를 스쳤다. 그는 꼿꼿이 앉아 침을 꿀꺽 삼켰다. 구천광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매만졌다. 어느덧 몸이 무거워졌고, 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와 목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얕은 호흡이 가볍게 그의 목을 스치는 것 같았고, 그의 마음에는 약간의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구천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김아린을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구천광은 침대 옆에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떠났다. 제인은 클라우드 아파트 측문에 차를 세우고 구천광이 오기를 기다렸다. 곧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았다. 제인은 김아린과 구천광이 얼마 전 스캔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구천광이 그녀의 숙소를 찾아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다. 구천광은 아이돌이라고 불릴 나이를 훌쩍 넘긴 지 오래고, 팬들이 결혼을 재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구천광의 공개적인 교제에 팬들은 축복의 메시지를 던졌다. “괜찮아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다가 경찰의 발표 내용을 접했다. 경찰은 수연이 치여 숨진 날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화면에서 그 차는 수연과 충돌한 후 몇 초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멈추었다가 다시 엑셀을 밟아 넘어갔다. 가해자의 신상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유포됐고, 그들은 경상도에서 4년 전 강도사건을 벌인 용의자였다. 경상도… 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그는 수연의 사고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 병원, 한성연은 산부인과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한성연은 구의범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남편들은 아내와 동행하며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때마다 아내 곁을 지켰는데, 그는 오히려 그들 사이의 관계를 다른 사람
“아가씨, 내가 이번엔 진욱이 형님 체면을 봐서 처리해줬지만, 형님도 이제 들어갔으니 당신 도와줄 사람은 이제 나 밖에 없는 거야.”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경찰이 나를 여기저기에 수배하고 있어. 서울을 떠나려면 돈이 좀 필요해.” 한성연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4억 주지 않았나?” “아가씨, 그거 가지고 누구 코에 부쳐. 진욱이 형님이 준 돈도 4억은 아니잖아. 게다가 나야 경찰에 잡혀가면 십 년이나 이십 년 감옥살이하는 것뿐이지만, 배후는 당신이고, 구 씨 집안의 미래 며느리잖아. 앞길을 망치면 곤란하지.” 남자의 말뜻을 알아챈 그녀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찾으면 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4억 더 줄게. 입을 단단히 다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양아버지가 절대 용서하지 못하실 테니.” 손유린은 유모차를 끌고 쇼핑몰에서 분유를 구입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쇼핑몰을 떠날 때 구세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 손유린은 구세호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세호는 그녀에게 무엇을 물어보려다가 그녀가 미는 유모차에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린아, 이 아기는…” “귀엽죠?” 손유린은 미소만 지을 뿐 그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구세호는 유모차 앞에 섰다. “너의 아이 일리가 없어.” 손유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일 없으신 것 같으니, 저 먼저 갈게요.” “유린아.” 구세호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며칠 뒤에 구 가네로 들릴래? 의범이가 내년에 결혼해, 약혼녀도 임신했고.”손유린은 잠시 멍해졌으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축하해요, 당신 할아버지 됐네요. 나중에 한번 들릴게요.” 그녀는 유모차를 끌고 구세호의 옆을 지나갔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구세호는 손유린이 차에 타고 떠나는 걸 지켜봤다. 마음이 매우 아팠고,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을 때가 점점 더 그리워졌다.
“너무 갑작스러워요.” 김아린은 눈썹을 찡그리며 어떤 생각에 빠졌다. “근데 나는 수연의 사고가 뜻밖의 사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강성연은 어리둥절해했다. “사고가 아니라고요?” 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동안 경찰서에서 CCTV를 봤는데, 그 차가 수연이 사고가 난 장소에 오래 머물렀어요. 제가 봤을 땐 고의적인 사고인 것 같아요.” 강성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수연이 또 누구와 척을 졌나요?” 김아린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참, 수연이 사고 나기 전날에 한성연과 만났어요.” 한성연?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수연은 원래 한성연을 알고 있었다. 김아린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을 치어 죽인 가해자 허영은 경상도 도주범이에요. 어쩌면 수연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연이 어쩌다 그 사람에게 원한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주범이 서울에 와서 사람을 치었다. 그것도 수연을. 이건 확실히 좀 수상쩍다. 강성연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지훈 씨한테 허영이란 사람의 신원을 조사해 보라고 할게요.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성연은 반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반지훈은 그 시각 사무실에 앉아 허영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허영은 경상도 출신으로, 4년 전 강도 행위를 벌이다 남자 주인을 사망시켰다. 이후 공범과 지명수배 되었고 혼자 도망갔다. 이상하게도, 그의 동료 중 아무도 그에 대해 자백하지 않았고, 이 일은 순식간에 잊혀졌다. 이때 연희승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대표님…” 연희승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반지훈에게 말했다. “허영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그 사람, 고진욱의 사람이에요.” 반지훈은 파일을 열었다. 위에 적힌 개인 정보는 모두 고진욱과 관련 있었다. 허영이 4년 전 강도 사건으로 수배되지 않은 것도 고진욱이 자신의 세력을 동원해 경상도 경찰을 매수해 허영을 커버 쳐주어서였다. “이상한 것이, 허영과 수연은 전혀 접촉이 없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