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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그래요. 아쉽네요.”

구세준은 잔을 비웠다.

한재욱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가갔다.

“아쉽지 않았다면 구세준 씨 부인이 제 아내가 됐을지도 모르죠.”

구세준은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강성연과 반지훈은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강성연은 반지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한재욱 씨 당신이 부른 거예요?”

강성연은 남여진 부인에게만 얘기했었다. 반지훈의 생일 파티인데 남여진이 한재욱을 데려올 리는 없지 않은가?

“아니.”

강성연은 의아했다.

“초대한 적 없는데 왔다고요?”

반지훈은 입꼬리를 당겼다.

“뻔뻔한 사람이라 그래. 초대받지 않고 온 건 정상이야.”

사실은 그의 질손도 함께 왔다. 무언가 떠올린 반지훈은 술잔을 내려놓고 강성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한테 할 얘기 있어.”

강성연은 움찔했다.

“무슨 얘기요?”

반지훈은 그녀의 목덜미 뒤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저 늙은이는 한 씨 집안 장손을 반씨 저택에 맡길 생각이야. 넌 어떻게 생각해?”

강성연은 당황했다.

저 아이를 반 씨 저택에 당분간 맡긴다고?

강성연의 시선이 강유이 옆에 있는 예쁜 남자아이에게로 옮겨졌다. 강유이는 한태군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듯했고 정말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래도 당신이 쟤 외삼촌인데,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 거예요?”

반지훈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너는 쟤 외숙모잖아.”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우리 집 조카도 봐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죠?”

강성연이 우리 집이라고 하자 반지훈의 눈웃음은 얼음마저 녹일 듯 따사로웠다.

희승과 지윤, 그리고 두 아이는 6단 케이크를 내놓았다. 현장의 조명이 어두워졌고 송아영은 인형 탈을 입고 육예찬과 함께 옆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합주했다.

송아영은 피아노를, 육예찬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강성연은 반지훈을 케이크 선반 앞으로 끌고 갔다.

“어서 소원 빌어요!”

반지훈은 피식 웃으며 촛불에 대고 소원을 빌었고, 강성연은 그 틈을 타 소리 없이 물러섰다.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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