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의 머릿속에 온전하지 않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구천광에게 뭐라 말한 듯한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강성연은 유이와 해신과 함께 차 앞에 섰다. 강해신은 여전히 그들을 따라오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아저씨, 왜 저희를 따라오는 거예요?”청년은 어색하게 웃더니 곧 표정을 갈무리하면서 헛기침을 했다.“너의 여동생이 아역으로 데뷔했으니 장차 꼭 크게 될 것 같아. 앞날이 창창한걸! 앞으로 꼭 많은 인기를 얻게 해줄게!”강해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청년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강해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너의 여동생이 성인이 되면 나와 꼭 계약을 체결하게 될 거야. 꼭 구천광씨보다 더 인기 많은 배우로 키워줄 거라고!”강해신은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유성 엔터 매니저 우성빈이라고 적혀있었다.강해신은 명함을 버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호주머니에 넣었다.앞으로 쓸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차에 오른 후 강성연은 물었다.“누구랑 말하는 거야?”강해신은 감추지 않았다.“스카우터예요. 유이가 마음에 들어 유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린대요.”그는 강성연을 보면서 반문했다.“엄마, 유이가 어른이 된 후 연예인이 되려고 한다면 반대할 건가요?”강성연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유이를 바라보았다.“유이가 어른이 되면 뭘 하든지 엄마는 상관하지 않을 거야.”강해신이 입을 열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할아버지 전화예요.”강해신은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곧 반지훈의 생일이 오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내일 옛 저택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자고 했다.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반 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휴대폰 액정에 김아린이 10분 전에 보낸 “배신자!”라는 문자가 떴다.강성연은 휴대폰을 보면서 픽 웃더니 답장을 보냈다.“구천광 씨랑 있는 게 싫어요?”“어색해요......”김아린은 테라스에서 강성연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어떤 기억으로 인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테라스에 “도망”친 거다.“앞으로 내가 술을
구천광이 요리하는 걸 본 김아린은 의외라고 생각했다.“구...... 구 씨 저택에도 도우미가 있잖아요.”김아린은 그의 곁에 서서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당신이 밥할 필요가 있나요?”구천광은 계란물을 풀면서 말했다.“촬영 때문에 저택에 돌아가는 일이 적고 보통 혼자 밖에 있어요. 먹고 싶은 걸 스스로 하다 보니 실력이 늘게 되었어요.”김아린은 주먹을 입 앞에 놓으면서 헛기침을 했다.“에헴, 아주 훌륭하네요.”구천광은 풀어놓은 계란물을 그릇에 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배우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요.”김아린은 구천광의 가르침에 따라 요리 두 가지를 완성했으나 비주얼은 별로였다.구천광이 한 것과 비교해 보면 그녀가 한 건 야매요리 같았다.김아린은 테이블에 올려진 그녀의 요리가 너무 부끄러워 가장자리에 놓았다.“이 두 가지는 먹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구천광은 젓가락으로 그 요리를 집었다.“저기......”김아린이 말리기도 전에 요리를 먹은 구천광은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이럴 줄 알았어.그녀는 눈을 내리깔면서 억지로 웃었다.“내가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맛없죠?”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뱉어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도대체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예요?”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한 스푼이라고 했잖아요.”구천광은 아까 주방에서 둘의 대화를 회상했다.그가 말하는 한 스푼은 요리용 스푼을 말한 건데, 설마......구천광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물었다.“설마 이 숟가락으로 한 스푼 넣은 거예요?”김아린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아니면요?”구천광은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을 가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의 어깨를 보고 그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김아린은 자신의 잘못을 눈치채고 표정이 굳어졌다.구천광이 억지로 웃음을 참는 얼굴을 발견한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웃고 싶으면 그냥 웃어요......”“미안해요...... 정말 당신이 소금 한 스푼을 그
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블루 장미?”강성연은 입꼬리를 올렸다.“다른 사람들은 붉은 장미, 흰 장미를 좋아하지만 전 보기 드문 블루 장미를 좋아해요. 마치 당신처럼 매력이 있거든요.”반지훈의 입술이 그녀 얼굴 가까이에 다가왔다.“아, 내가 매력 있다고 인정하는 거야?”그녀는 어이가 없어 얼굴을 돌렸다.“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공인된 거잖아요.”반지훈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결국 당신의 남자잖아.”강성연은 매우 만족했다.유리창에는 두 사람이 포옹한 채 키스하고 있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비쳤다.다음날, 김아린은 요리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 서점에 들어서니 카운터에 베스트셀러 몇 권이 놓여있었는데 바로 구천광과 반지훈의 soul 주얼리 광고 사진이었다.그녀는 아무 책이나 한 권 집어 계산했다.서점에서 나온 그녀는 불현듯 차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내리는 걸 발견하고 흘깃 보았다.그녀는 한성연이었다. 조수석에는 젊게 생긴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절대 구의범이 아니었다.한성연은 차에서 내릴 때 조수석에 앉은 남자를 향해 윙크까지 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각별해 보였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성연이 구의범의 아이를 임신해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소란을 피웠잖아. 그런데 또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거야?김아린은 살금살금 한성연을 따라갔다. 그녀는 한성연이 도대체 누구와 만나는지 궁금했다.한성연이 커피숍에 들어가자 김아린은 창문 밖에서 지켜보았다. 한성연은 창가 자리에 앉았고 한성연 앞에 앉은 여자는 수연이었다.한성연은 립스틱을 꺼내 화장을 고쳤다.“당신의 동생이 구천광과 사귄다고 들었어요.”수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커피잔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하, 김아린 따위?”“당신이 납득하지 못한들 어떻게 하겠어요.”한성연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거울을 닫았다.“김아린은 명분이 정당한 김씨 가문 아가씨잖아요.” “저를 비꼬라고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수연은 특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한성연은 이를 깨물었다.“얼마 필요해요?”수연은 손가락을 내밀었다.“10억 원이요.”한성연은 목덜미를 잡고 싶었다.“차라리 은행을 털지 그랬어요? 제가 어디에서 10억을 가져다줘요?”“내 앞에서 궁상떨 필요 없어요.”수연은 팔짱을 끼면서 의자에 기댔다.“10억 원은 당신에게 있어 새 발의 피잖아요. 당신은 아는 부자들이 많으니 아마......”“내가 도와줄게요!”한성연은 테이블 아래 놓은 손을 꽉 쥐면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수연이 그녀의 꼬투리를 잡고 있으니 한성연은 어쩔 수 없었다.수연은 그녀의 답을 듣더니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그렇다면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참, 사흘 안으로 그 돈을 입금해 주세요.”그녀는 곧 커피숍에서 나왔다.한성연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수연, 버러지 취급을 당하는 년이 감히 나를 위협해?수연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녀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숨어있던 김아린은 수연이 차를 타고 떠나자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그녀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았으나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해 보였다.한성연과 수연이 함께 있는 걸 본 김아린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재는 게편인 법이니까.반 씨 옛 저택.정원의 낙엽이 황금색 카펫을 이뤘으며 떨어진 꽃잎들이 호수 위에서 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돌다리 위에 강유이와 강해신 두 사람이 뛰놀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놀라울 정도로 맑은 물 아래서 금붕어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엄마!”강유이는 강성연 품에 안기더니 정원 밖에서 뜯은 꽃을 그녀에게 보여줬다.“이건 다매잖아요. 하지만 둘째 오빠는 믿지 않아요.”강해신은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렸다.“그건 분명히 산다화예요.”강성연은 쪼그려앉아 유이가 뜯어온 꽃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탄식했다.“산다화야.”강유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저 책에서 본 적이 있는걸요. 다매잖아요?”강성연은 그녀의 머리를 주물렀
“할아버지, 둘째 오빠만 말썽을 피웠어요.”강유이는 반 씨 어르신 곁에 쪼르르 달려가더니 해신을 향해 혀를 홀랑 내밀었다.강해신도 혀를 홀랑 내밀자 반 씨 어르신은 더 크게 웃었다.강성연은 그쪽으로 걸어갔다.“아버님, 몸은 괜찮으세요?”그녀도 오늘 반지훈과 도착했을 때에야 최근 어르신의 몸이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반 씨 어르신은 항상 그녀에게 친절했으니 강성연도 진심으로 어르신이 걱정되었다.어르신은 손을 저으면서 웃었다.“걱정 말거라. 다 지병이니까.”“할아버지, 또 위가 아프신 거예요?”강해신이 물었다.“위병?”강성연이 그를 바라보자 강해신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예전부터 위가 아프셨어요.”“괜찮다. 작은 병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이미 약을 먹었단다.”그는 강해신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나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는지 확인해 보러 갈게.”강성연은 어르신이 떠난 후 쪼그려 앉으며 강해신에게 물었다.“예전부터 할아버지 위가 아프셨어?” “네.”강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저희와 할아버지가 지낼 때 할아버지는 별로 식사를 하지 않으셨어요. 자주 약을 드셨고요.”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아빠는 알고 있어?”“아빠는 모르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알려주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때 아빠도 아파 할아버지는 괜히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강해신은 오늘 깜빡하고 말한 거다. 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닥을 보고 있었다.3년 전 반지훈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확실히 몸이 허약했다. 반 씨 어르신은 돌아와 반지훈을 대신해 회사를 관리했으니 아주 바빴을 것이다. 어르신은 회사 외에도 그녀의 아이들과 반지훈까지 보살폈을 거다.이런 생각이 미치자 강성연은 가슴이 시큰거렸다.이때 반지훈이 나타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쳤다.“왜 여기에 서있는 거야?”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반지훈은 깜짝 놀라면서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었다.“왜 그래?”
“할아버지, 저희와 함께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거예요?”강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늙은 내가 어떻게 젊은이들처럼 늦게까지 놀 수 있겠니? 난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단다.”반 씨 어르신은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셨다.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후 반 씨 어르신은 서재로 돌아갔고 해신과 유이는 강성연과 함께 정원에서 산책했다.반 씨 어르신은 홀로 서재에 앉아 예전 물건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반지훈이 조용히 문에 기대 있었다.어르신은 멍한 표정으로 물건을 내려놓았다.“아내, 아이들이랑 함께 산책하지 않고 왜 여기 온 거냐?”“위병은 왜 말하지 않으셨어요?”어르신은 그를 바라보았다.“작은 병이니 말할 필요가 없지.”반지훈은 책상 쪽으로 걸어가 위에 올려진 낡은 박스를 바라보았다. 안에 반지훈 어머니 유물이 담겨있었다.“예전부터 위병이 있었던 거예요?”어르신은 대답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그를 바라보았다.“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일에 전념하느라 생긴 병이죠?”어르신은 탄식하더니 의자에 기대 노을이 진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너무 일찍 너의 어머니를 잃었지. 일에 전념하지 않으면 항상 네 어머니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너도 내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3년 전 성연이를 잃은 후 내가 없었다면 넌 스스로도 보살피지 못했을 거야. 그때 나도 스스로 버틸 용기가 없었어.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일찍 포기했을 거다.”반지훈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렇다면 더 저한테 알리셨어야죠.”“너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위병일 뿐이잖아, 난 매일 약을 먹고 있어. 앞으로 손자, 손녀가 커가는 걸 지켜봐야지.”반 씨 어르신은 박스 안에 있는 제왕 에메랄드 팔찌를 꺼냈다. 그건 반지훈 어머니의 유물로 3년 전에 강성연에게 줬었다. 3년 전 강성연에게 사고가 생긴 후 반지훈은 팔찌를 다시 가져왔었다.“성연이가 돌아왔으니 이 팔찌를 성연이에게 다시 돌려줘.” “괜찮아요.”반지훈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때
“생일 말고도.”강성연은 몸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며 시선을 맞췄다.“중요한 일이 또 하나 있어요.”반지훈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무슨 일인데.”강성연은 그의 손을 잡고 손바닥을 주물럭거렸다.“안 알려 줄 거예요. 내일 저녁이면 알게 될 거예요.”...soul 주얼리 회사.“대표님, 저희 오늘 저녁 진짜 일찍 퇴근할 수 있어요?”회의 때 강성연은 단상에 서서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고 사람들은 다들 흥분했다.강성연은 마이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다들 soul 주얼리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잖아요. 그러니 대표인 제가 여러분들 복지를 조금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반지훈 씨 생일이라 여러분을 생일 파티에 초대하고 싶어요. 다들 어때요?”“대표님께서 말하셨으니 저희는 당연히 가야죠!”단상 아래 환호하는 직원들을 보며 강성연도 덩달아 웃었다.회의를 끝낸 뒤 강성연은 반크와 함께 잠시 뒤 자리를 떴다.“반크 아저씨, 오늘 저녁에 오실 거죠?”반크는 웃었다.“상황 보고 갈게.”“무슨 상황이요?”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러고 보니 요즘 아저씨 좀 바빠진 것 같아요. 기분도 좋아 보여요. 설마 연애하는 거예요?”반크는 흠칫하면서 갑자기 헛기침했다.“그런 거 아니야. 괜한 추측 하지 마.”“알겠어요. 오늘 저녁 시간 되면 꼭 오세요. 시간 없어서 안 와도 탓하진 않을게요.”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갈게.”강성연은 사무실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얼굴이 잔뜩 부어오른 여자가 있었다. 그 모습에 강성연은 흠칫 놀랐다.“엉엉엉, 성연아. 나 끝났어. 나 지금 엄청 못생겼지?”강성연은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헛숨을 들이켰다.“아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송아영은 거울을 보며 울었다.“알레르기 때문이야. 흑흑, 오늘 저녁 어떡해!”강성연은 그녀의 곁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송아영의 얼굴은 붓기가 심했다.“왜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긴 거야?”“나... 어젯밤에 클렌징폼
하지만 송아영이 과거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조사하기 위해 육예찬이 그녀에게 물으러 왔을 때, 강성연은 육예찬에게 무엇 때문에 송아영과 결혼하려 하는지 물은 적 있었다.육예찬은 이렇게 대답했다.“난 아주 오래전에 송아영을 본 적이 있어. 3년 전보다 더 오래전에 말이야.”더 오래전이라면 언제일까? 고등학교 때 축제가 있었던 그날 저녁, 학교 측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 신분인 육예찬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그는 송아영의 민악 무대를 본 적이 있었고 무척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세 사람은 무대 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 있었지만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다.몇 년 뒤 강성연이 그의 사촌 동생이 되고 다른 한 명이 그의 약혼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아영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이었다.“그런 거...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강성연은 팔짱을 두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너 나한테 물어본 적 없잖아. 그 뒤로는 너무 바빠서 잊고 있었어.”송아영은 입을 앙다물었다.그러고 보니 그녀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그날 밤 공연 때 송아영은 바이올린을 켜던 남자가 육예찬인 줄 몰랐다.설마 이것이 바로 첫눈에 반한다는 걸까?이렇게 막장이라고?무언가를 떠올린 송아영은 볼을 부풀렸다.“하지만 육예찬 씨는 3년 전 카페에서 날 알아보지 못했잖아.”첫눈에 반했다면서 몇 년 지나고 나니 그녀를 잊은 걸까?강성연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더니 시선을 내려뜨리며 웃었다.“다시 만났을 때 오빠는 널 알아보지 못했어.”송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역시나, 그녀를 깔끔히 잊은 게 맞았다.강성연은 천천히 말을 보탰다.“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민악을 배웠던 천재가 송 씨 집안의 백수일 줄은?”“성연아, 너 그렇게 말하면 나 상처받아!”송아영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렇게 냉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강성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송아영은 부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얼른 방법 좀 생각해 줘. 나 오늘 밤 어떻게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