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황 엔터테인먼트, 양우진은 아이패드를 구천광 앞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트위터에 온통 그의 기사로 가득했다.구천광은 아이패드를 흘깃 보더니 좀 멍해졌다.양우진이 물었다.“천광 씨, 정말 연애하는 건 아니겠죠?”“아니야.”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진은 그가 김아린을 배웅해 주던 그날 찍힌 거였다.“지금 인터넷상으로 의론이 분분해요. 팬들과 댓글 알바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어요. 당신과 반지훈 대표가 얼마 전에 잡지 표지를 찍었는데, 교제 대상이 있다고 하니 일부 절세 커플 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팬들 마음속에 자리잡은 커플 이미지는 바뀌기 쉽지 않았다. 커플 팬들은 절대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커플이 헤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커플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 있다.구천광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양우진은 말했다.“트위터에 해명글을 올려야겠어요.”“괜찮아.”구천광은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코를 만졌다.“누군가가 여론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니 해명해도 소용없어, 그리고......”그는 고개를 들어 양우진을 바라보았다.“내가 평생 남자와 커플로 살 수는 없잖아.”그는 이미 “솔로” 이미지로 팬들을 모으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의 팬들이 이해하는데 그가 굳이 네티즌들의 말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이때 사무실에 있던 강성연도 이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아파트가 김아린 아파트라는 걸 알고 있었다.설마 그날 구천광이 김아린을 배웅해 줄 때 파파라치가 찍은 건가?이때 송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성연아, 아린 씨에게 큰일이 생겼어. 자칭 구천광 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린 씨 집 아래 모여있어서 지금 나갈 수 없어. 어떻게 주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아파트 경호원은?”“아파트 경호원 몇 명이 어떻게 저 사람들을 다 막을 수 있겠어? 세상에, 올라오고 있어.”송아영의 말 속도가 빨라졌다.“난...... 난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신고했어?”
앞장선 여자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구천광 씨가 당신의 사촌 오빠라고요? 웃기는 소리 하시네.”송아영은 턱을 치켜들면서 문을 열고 나왔다.“믿지 못하겠으면 구 씨 가문에 찾아가 물어봐요.”그녀는 문 앞에 서서 그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경고하는데 저 이미 신고했어요, 지금 경찰들이 오고 있는 중이에요. 만약 협박죄로 경찰서에 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돌아가요!”“당신은 누구예요? 얼른 안에 숨어있는 년더러 나오라고 해요!”여자들은 다가와 송아영을 잡아끌었다.“누굴 년이라고 욕하는 거예요? 이 미친년들이!”송아영도 화가 나서 그녀들과 함께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하지만 혼자인 송아영은 당연히 상대가 될 수 없었으며, 누군가의 킥을 맞고 뒤쪽 계단 아래로 넘어졌다. 순간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새하얘졌으며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송아영이 걱정되었던 김아린은 밖으로 나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고함을 질렀다.“아영 씨!”그녀는 사람들을 헤집고 달려가 송아영을 부축했다.“괜찮아요?”송아영은 입술이 창백했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괜찮지 않아요......”김아린은 일어서서 그녀들을 가리켰다.“만약 아영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구천광 팬들의 교양이 이 정도예요? 제가 이 상황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봐요.”김아린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한 여자가 달려와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김아린은 그녀를 밀쳐냈다.“왜요? 자신이 한 짓이 부끄러워요?”“찍지 마!”그 여자가 협박조로 말하자 김아린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찍지 못할 것 같아요?”그녀는 표정이 바뀌더니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저 년의 휴대폰을 빼앗아!”여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김아린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김아린은 사력을 다해 휴대폰을 지켰다.“그만!”큰 목소리와 함께 강성연이 경찰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경찰들은 엄숙
송아영은 마음이 조급한지 울먹거렸다.“아니에요.”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어. 함께 가줄게.”송아영은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갔고 강성연과 김아린은 밖에서 기다렸다. 조금 후 송아영이 간호사와 안에서 나왔다.그녀는 울었는지 눈시울이 빨갰다.“아영아, 너......”송아영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아린은 간호사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았다.“제 친구는 무슨 상황인가요?”간호사는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별일 아닙니다. 외력으로 인한 처녀막 파열입니다. 출혈이 좀 있었습니다.”김아린은 멍하니 있다가 좀 놀라면서 물었다.“이럴 수도 있나요?”간호사는 진지하게 말했다.“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처음 성관계할 때 출혈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승마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처녀막이 파열될 수도 있습니다.”송아영은 슬픈 표정으로 자리에 서있었다. 그녀는 이 일을 입에 담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세 사람은 산부인과에서 나왔고 송아영은 강성연에게 기댔다.“성연아, 아니면 내가 복원수술을......”김아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런 수술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리고 이건 사고잖아요......”“아린 씨 말이 옳아.”강성연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지금 무슨 시대인데, 누가 그걸 신경 쓰겠어?”송아영은 멍하니 있다가 곧 고개를 떨궜다.“하지만...... 남자들은 다 신경 쓰잖아?”김아린은 팔짱을 꼈다.“육예찬 씨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아니면 솔직하게 말하면 되죠.”“싫어요......”송아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넘어지다가 파열되었다면 누가 믿겠어요? 그리고 너무 창피해요, 차라리 말하지 않을래요.”*인터넷에 구천광의 팬들이 소란을 피워 경찰서에 압송되었다는 기사가 올랐다. 이에 구천광의 진짜 팬들이 분노했다.가짜 팬들은 엄청 욕을 먹었고, 네티즌들은 가짜 팬들이 악의적으로 날조한 글도 찾아냈다.구천광은 뉴스를 보고 삽시간에 표정이
구천광은 미안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일은 내가 다 조사했어요. 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그 사람들은 내 팬이 아니에요.”구천광은 그의 팬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팬은 절대 그의 명의로 이런 비이성적인 일을 하지 않을 거다.“네, 알고 있어요.”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구천광의 팬이라 해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구천광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구천광을 보며 말했다.“내가 폐를 끼친 거죠.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집을 바꿔요.”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김아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구천광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사진은 수연이가 찍은 거예요. 그리고 수연이가 당신의 주소를 알고 있으니 이곳도 안전하지 못해요.”김아린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당신이...... 조사한 거예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아파트 치안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아요. 내가 다른 곳을 찾아봐줄게요.”김아린은 구천광이 그녀를 도와 이 일을 조사할 줄은 몰랐다. 이 모든 게 수연의 짓이었던 거다.확실히 수연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고 이곳에서 구천광을 본 적도 있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렇다면...... 부탁할게요.”이틀 후 김아린은 원래 아파트에서 더 좋은 아파트인 클라우드 아파트로 이사했다.클라우드 아파트는 치안이 엄격하고 아파트 한 채의 월세가 120만 원이며 행정구 부근이라 교통도 편리했다.현지의 연봉 높은 직장인과 고위층, 심지어 연예인들도 모두 이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다.강성연은 마침 여유가 있는지라 두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도우러 왔다. 두 아이의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에 아파트 어르신들은 매우 예뻐했다.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어르신들이 두 아이들과 장난치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두 아이의 유전자는 정말 강하네요. 당신이 아닌 반지훈 씨를 더 많이 닮았어요.”사실 전에 반 씨 저택에 있을 때부터 김
“잠깐만,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청년이 해명하기도 전에 강해신이 아파트 어르신들을 데리고 왔다.어르신들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우리 아파트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이군.”“설마 유괴범인 건가?”청년은 손을 들면서 설명했다.“전 유괴범이 아닙니다. 전 기획사 직원이에요!”어르신들이 믿지 않자 그는 재빨리 사원증을 꺼냈다.“이건 저의 사원증이에요.”강성연은 그녀에게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며 18살이 되고 나서 연예계에 대해 고려해도 늦지 않았다고 했었다.강유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아저씨, 저희는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어요. 아직 학교를 다니거든요.”청년은 포기하지 않았다.“괜찮아. 먼저 계약부터 하지 뭐. 어른이 되면 우리 회사와 정식으로 활동하자!”강해신은 팔짱을 꼈다.“아저씨, 인터넷 안 봐요? 저랑 유이는 일찍부터 계약을 했어요.”남자가 멍하니 있자 강해신은 탄식했다.“유이는 데뷔하자마자 구천광 아저씨랑 드라마를 찍었는데 회사와 계약할 필요가 있을까요? 알아서 찾아올 사람들이 많다고요.”강유이가 3년 동안 연예계에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이 알아보지 못한 거다. 그때 유이는 4살이었고 지금 그녀는 8살인지라 많이 달라졌다.“양아버지!”강유이는 멀지 않은 곳에서 구천광이 벤에서 내리자 웃으며 뛰어갔다.구천광은 그녀를 안더니 이렇게 말했다.“유이야, 좀 무거워졌는걸?”유이는 콧방귀를 뀌었다.“그건 제가 키가 커서 그래요!”구천광은 고개를 돌리더니 그 청년을 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유성 엔터에 다니던 그분?”청년은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말했다.“네, 아직도 절 기억하고 있네요?”구천광은 빙긋 웃었다.“지금은 매니저가 아닌 스카우터가 된 거야?”청년은 어색하게 웃었다.“먹,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양아버지, 저 사람 매니저였어요?”강유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필경 눈앞의 이 아저씨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믿음직스럽지도 않았다.구천광은 고개
김아린의 머릿속에 온전하지 않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구천광에게 뭐라 말한 듯한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강성연은 유이와 해신과 함께 차 앞에 섰다. 강해신은 여전히 그들을 따라오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아저씨, 왜 저희를 따라오는 거예요?”청년은 어색하게 웃더니 곧 표정을 갈무리하면서 헛기침을 했다.“너의 여동생이 아역으로 데뷔했으니 장차 꼭 크게 될 것 같아. 앞날이 창창한걸! 앞으로 꼭 많은 인기를 얻게 해줄게!”강해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청년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강해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너의 여동생이 성인이 되면 나와 꼭 계약을 체결하게 될 거야. 꼭 구천광씨보다 더 인기 많은 배우로 키워줄 거라고!”강해신은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유성 엔터 매니저 우성빈이라고 적혀있었다.강해신은 명함을 버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호주머니에 넣었다.앞으로 쓸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차에 오른 후 강성연은 물었다.“누구랑 말하는 거야?”강해신은 감추지 않았다.“스카우터예요. 유이가 마음에 들어 유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린대요.”그는 강성연을 보면서 반문했다.“엄마, 유이가 어른이 된 후 연예인이 되려고 한다면 반대할 건가요?”강성연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유이를 바라보았다.“유이가 어른이 되면 뭘 하든지 엄마는 상관하지 않을 거야.”강해신이 입을 열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할아버지 전화예요.”강해신은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곧 반지훈의 생일이 오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내일 옛 저택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자고 했다.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반 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휴대폰 액정에 김아린이 10분 전에 보낸 “배신자!”라는 문자가 떴다.강성연은 휴대폰을 보면서 픽 웃더니 답장을 보냈다.“구천광 씨랑 있는 게 싫어요?”“어색해요......”김아린은 테라스에서 강성연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어떤 기억으로 인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테라스에 “도망”친 거다.“앞으로 내가 술을
구천광이 요리하는 걸 본 김아린은 의외라고 생각했다.“구...... 구 씨 저택에도 도우미가 있잖아요.”김아린은 그의 곁에 서서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당신이 밥할 필요가 있나요?”구천광은 계란물을 풀면서 말했다.“촬영 때문에 저택에 돌아가는 일이 적고 보통 혼자 밖에 있어요. 먹고 싶은 걸 스스로 하다 보니 실력이 늘게 되었어요.”김아린은 주먹을 입 앞에 놓으면서 헛기침을 했다.“에헴, 아주 훌륭하네요.”구천광은 풀어놓은 계란물을 그릇에 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배우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 줄게요.”김아린은 구천광의 가르침에 따라 요리 두 가지를 완성했으나 비주얼은 별로였다.구천광이 한 것과 비교해 보면 그녀가 한 건 야매요리 같았다.김아린은 테이블에 올려진 그녀의 요리가 너무 부끄러워 가장자리에 놓았다.“이 두 가지는 먹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구천광은 젓가락으로 그 요리를 집었다.“저기......”김아린이 말리기도 전에 요리를 먹은 구천광은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이럴 줄 알았어.그녀는 눈을 내리깔면서 억지로 웃었다.“내가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맛없죠?”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뱉어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도대체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예요?”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한 스푼이라고 했잖아요.”구천광은 아까 주방에서 둘의 대화를 회상했다.그가 말하는 한 스푼은 요리용 스푼을 말한 건데, 설마......구천광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물었다.“설마 이 숟가락으로 한 스푼 넣은 거예요?”김아린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아니면요?”구천광은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을 가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의 어깨를 보고 그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김아린은 자신의 잘못을 눈치채고 표정이 굳어졌다.구천광이 억지로 웃음을 참는 얼굴을 발견한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웃고 싶으면 그냥 웃어요......”“미안해요...... 정말 당신이 소금 한 스푼을 그
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블루 장미?”강성연은 입꼬리를 올렸다.“다른 사람들은 붉은 장미, 흰 장미를 좋아하지만 전 보기 드문 블루 장미를 좋아해요. 마치 당신처럼 매력이 있거든요.”반지훈의 입술이 그녀 얼굴 가까이에 다가왔다.“아, 내가 매력 있다고 인정하는 거야?”그녀는 어이가 없어 얼굴을 돌렸다.“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공인된 거잖아요.”반지훈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결국 당신의 남자잖아.”강성연은 매우 만족했다.유리창에는 두 사람이 포옹한 채 키스하고 있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비쳤다.다음날, 김아린은 요리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 서점에 들어서니 카운터에 베스트셀러 몇 권이 놓여있었는데 바로 구천광과 반지훈의 soul 주얼리 광고 사진이었다.그녀는 아무 책이나 한 권 집어 계산했다.서점에서 나온 그녀는 불현듯 차에서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내리는 걸 발견하고 흘깃 보았다.그녀는 한성연이었다. 조수석에는 젊게 생긴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절대 구의범이 아니었다.한성연은 차에서 내릴 때 조수석에 앉은 남자를 향해 윙크까지 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각별해 보였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한성연이 구의범의 아이를 임신해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소란을 피웠잖아. 그런데 또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거야?김아린은 살금살금 한성연을 따라갔다. 그녀는 한성연이 도대체 누구와 만나는지 궁금했다.한성연이 커피숍에 들어가자 김아린은 창문 밖에서 지켜보았다. 한성연은 창가 자리에 앉았고 한성연 앞에 앉은 여자는 수연이었다.한성연은 립스틱을 꺼내 화장을 고쳤다.“당신의 동생이 구천광과 사귄다고 들었어요.”수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커피잔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하, 김아린 따위?”“당신이 납득하지 못한들 어떻게 하겠어요.”한성연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거울을 닫았다.“김아린은 명분이 정당한 김씨 가문 아가씨잖아요.” “저를 비꼬라고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수연은 특별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