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씨 어르신, 저희 성연이와 둘째 도련님의 결혼식은......”한수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구 씨 어르신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한 사장도 알다시피 한성연이 임신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는 거잖아. 하지만 한성연은 예전부터 명성이 좋지 않았던 탓으로 두 사람을 먼저 약혼시키기로 했어. 결혼식은 다음 해 봄에 치르도록 하지.”다음 해?한수찬과 한 부인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곧 한 부인이 입을 열었다.“다음 해에 결혼하면 너무 늦는 거 아닙니까? 그때가 되면 성연이 배가 엄청 불러올 겁니다.”한수찬은 당연히 구 씨 어르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구 씨 가문은 한성연의 명성 때문에 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때 딸과 구천광을 결혼시키려고 했다.구천광에게 거절당한 한성연이 바로 구의범에게 시집간다면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었다.그리고 지금 한성연은 임신한 상태였다.구의범은 냉소했다.“할아버지께서 고려하는 부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한성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입술을 꾹 다물었다.한수찬의 표정도 어두워졌고 한 부인은 딸이 가여워 이렇게 말했다.“그렇다면 저희가 왜 찾아왔겠습니까?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구 씨 어르신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의범의 아이가 옳은지 아닌지 곧 알게 될 거다. 만약 정말 의범의 아이라면 우리도 한성연을 절대 홀대하지 않아, 결국 구 씨 가문의 혈육이잖아.”그는 고개를 들어 한 씨 부부를 바라보았다.“결혼식을 다음 해로 결정한 건 한성연이 우리 구 씨 가문의 손자며느리가 될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만약 약혼한 반년 동안 한성연에게 더 이상 스캔들이 생기지 않는다면 손자며느리로 인정해 주지.”한수찬과 한 부인도 할 말이 없었다.“어르신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저희도 할 말이 없습니다.”구 씨 어르신은 매서운 눈빛으로 한성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하겠느냐?”한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애써 웃음을
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아버지더러 할아버지에게 건의하라고 했어. 넌 예전에 놀기 좋아했지만 훈련 캠프에 간 뒤로 많이 달라졌잖아. 난 널 믿어.”구의범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감동했다.“형이 절 믿어 줄줄 알았어요. 전 맹세코 한성연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하지만......”“하지만 뭐?”구의범은 너무 억울했다.“그날 전 술에 취해 아무 기억도 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성연과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기절할 정도로 취한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렇게 물었다.“그 술은 누가 너에게 건넨 거야?”구의범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한성연이에요. 한성연이 건네준 술을 마신 뒤로......”그는 바로 눈치채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그러니 제가 술 몇 잔에 취한 거군요. 무조건 그 술에 뭔가를 탔어요!”구의범과 같은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은 약을 탈 이유가 없었다. 하, 그년이 나에게 이런 꼼수를 부리다니?구천광은 그의 어깨에 손을 놓았다.“이 일은 내가 대신 조사해 줄게. 반년 동안 좀 참아.”구의범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구천광이 떠난 후 구의범은 곧 육예찬의 전화를 받았다.TG그룹.한재욱은 접대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반지훈이 문 앞에 나타나자 그는 좀 조소 어린 미소를 지었다.“너와 구 씨 가문 큰도련님이 커플이 될 줄은 몰랐어.”반지훈은 소파에 앉더니 다리를 꼬았다.“무슨 일로 찾아온 거죠?”한재욱은 소파에 기댔다.“뭐라 해도 난 너의 삼촌이잖아.” “한 대표님께서는 나이를 먹더니 많이 뻔뻔해지셨네요.”반지훈은 웃으면서 싸늘하게 말했으나 한재욱은 개의치 않았다.“가끔 얼굴이 두꺼운 것도 좋은 거야. 너의 딸과 내 증조카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닌다고 들었어. 참 인연이야.”반지훈은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한재욱은 테이블에 있는 찻잔을 들었다.“너의 딸 이름이 유이라고? 이름만 들어도 귀엽게 생겼을 것 같아.”한재욱
......강성연은 해산물 호텔을 예약했다. 그녀와 김아린이 먼저 도착했고 한참 뒤에서야 송아영과 육예찬이 도착했다.강성연은 밖을 흘깃 보았다.“한지욱 씨는?”송아영은 강성연 곁에 있는 의자를 빼서 앉더니 웃으며 말했다.“한지욱 씨는 술을 가지러 갔어. 그리고 사촌 오빠도 불렀어, 이따 같이 올 거야.”“뭐라고요? 구천광 씨도 온다고요?”김아린이 화들짝 놀라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아영은 의아해했다.“네, 왜 그래요?”“아니에요......”김아린은 표정이 굳어있었고 조금 어색해 보였다.송아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아린 씨, 설마 우리 오빠와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요?”강성연은 잔을 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송아영 곁에 앉아있던 육예찬은 무심하게 메뉴를 펼치면서 말했다.“당신의 사촌 오빠는 김아린 씨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무슨 트러블이 있겠어요?”“그것도 그러네요.”송아영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사촌 오빠한테 그 정도로 남자다운 모습이 있는 줄 몰랐어요.”강성연은 피식 웃었다.“우리랑 같이 제주도에 있을 때에도 남자다웠어.”송아영은 그녀 곁에 다가가더니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너 사촌오빠랑 반지훈 씨가 함께 광고 찍게 했더라? 정말 아이디어가 좋은 걸. 참, 반지훈 씨가 화를 내지 않았어?” 강성연은 이를 악물며 웃었다.“좋아했어.”내가 하마터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이때 한지욱과 구천광이 룸 밖에 나타났다. 한지욱은 양주 두 병을 들고 있었는데 한병에 900만 원을 넘는 고가의 술이었다.구천광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옷도 아주 캐주얼했다. 그는 오늘 매니저를 데려오지 않았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한지욱은 술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자연스럽게 육예찬 곁에 앉았다. 그래서 구천광은 김아린 곁에 있는 빈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송아영은 손을 저었다.“괜찮아요. 저희도 방금 도착했어요.”구천광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제가 발뺌할 사람으로 보여요?”송아영은 자신을 가리키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전 게임의 신이라고요!”육예찬이 웃음을 터뜨리자 강성연은 헛기침을 했다.“그래, 그럼 시작해. 아린 씨, 천광 씨, 괜찮죠?”강성연은 특별히 그들에게 물었고 구천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다 돼요.”김아린이 머뭇거리자 송아영은 그녀의 팔을 흔들었다.“아린 씨, 함께 해야 재미있죠!”김아린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송아린은 테이블에 있는 랍스터를 벌칙 요리로 지정했다. 랍스터가 한지욱 앞에 멈추자 한지욱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벌칙이 뭐예요?”송아영은 재빨리 물었다.“저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요. 당신은 총각인가요?” “컥.”육예찬은 깜짝 놀라면서 술을 뿜더니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어색해졌고 한지욱은 완전히 당황했다.“이렇게 화끈하게 놀아요?”송아영은 허리에 손을 차며 말했다.“그래야 재미있잖아요. 노예는 말을 들어야 해요.”한지욱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닙니다.”한지욱은 다른 요리를 지정한 후 테이블을 돌렸다. 빙글빙글 돌던 요리는 결국 김아린 앞에서 멈춰 섰다.김아린은 잔을 꽉 잡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네요.”한지욱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아마 상대가 친분이 없는 여자라 그런지 그는 너무 과한 요구를 말하지 않았다.“벌칙으로 한잔 마셔요.”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김아린이 앞에 있는 잔을 통쾌하게 비우는 걸 지켜봤다.김아린은 테이블을 돌렸고 이번 벌칙 대상은 육예찬이었다. 그녀는 육예찬에게 물었다.“송아영 씨의 어느 부분이 좋아요?” “저기요......”송아영은 얼굴이 새빨개졌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육예찬을 바라보았다.육예찬은 송아영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바보 같아서 좋아요.”송아영은 버럭 화를 냈다.“당신이야말로 바보 같아요!”조금 후 한지욱이 다시 벌칙 대상으로 제정되었다. 그는 육예찬을 보며 말했다.“야, 너무 과한 걸 시키지 마.”“안돼.”육예
송아영은 한지욱을 가리켰다.“그...... 그렇다면 사촌 오빠랑 한지욱 씨가?”한지욱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난 절대 남자랑 키스하지 않을 겁니다.”송아영과 김아린은 눈을 마주치더니 그 모습이 상상되었는지 하하 크게 웃었다.송아영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벌칙을 선택하기로 했다. “계속 오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오빠는 좋아하는 여자 있어요?”코 뼈를 주무르던 김아린은 송아영의 물음을 듣고 손을 멈칫했다. 그녀도 궁금한 듯했다.강성연은 술잔을 들고 웃었다.“나도 알고 싶어요.”한지욱과 육예찬도 맞장구를 쳤다.“저희도 알고 싶어요.”구천광은 눈을 내리깔았다.“아직 없어.”세 사람은 야유를 보냈다.김아린은 조용히 제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무도 그녀가 취한 것인지,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강성연은 그들을 흘깃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아영이 여전히 흥을 다하지 않은 듯하자 육예찬은 헛기침을 했다.“다들 취한 것 같으니 그만 돌아가요.”송아영은 거절했다.“아니요. 아직 술이 부족해요, 더 놀 거예요.”육예찬은 일어서서 그녀 뒤에 서더니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배부르게 먹었고 즐겁게 마셨으니 그만 돌아가요.”강성연도 자리에서 일어섰다.“내가 아영이를 배웅해 줄게요.”그녀는 또 구천광을 바라보았다.“천광 씨, 아린 씨랑 지욱 씨를 부탁할게요.”구천광은 멈칫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지욱은 위를 움켜쥐면서 손을 저었다.“전 기사를 데려왔어요. 괜찮아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들은 잇달아 룸에서 나왔다.육예찬은 거하게 취한 송아영을 부축하면서 먼저 차에 올랐다. 그와 구천광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다.구천광은 호텔 곁에 주차했던 차를 강성연 앞에 댔다. 창문을 내리자 김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머리를 주무르고 있었다.“성연 씨, 나 또 취한 것 같네요.”강성연은 구천광을 흘깃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천광 씨가 데려다 줄 거
구천광은 고개를 끄덕였다.아파트 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과연 잠이 들었다. 그는 숨을 들이쉰 후 주차부터 했다.구천광은 조수석에 있는 김아린을 안고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녀의 지문으로 문을 열어보니 김아린의 집은 매우 깨끗했다. 심지어 좀 텅 빈 느낌이 들었는데 꼭 필요한 가구만 있었다.구천광은 그녀를 안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은 흰색을 메인으로 인테리어 되었으며 매우 심플했다. 창턱에는 각종 인형이, 책장에는 각종 소녀 만화와 애니메이션 피규어로 가득했다. 한정판, 기념 버전, 없는 게 없었고 벽에도 애니메이션 화보로 가득했다.만약 두 눈으로 본 게 아니었다면 구천광은 김아린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구천광은 김아린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침대에 누운 김아린은 더 깊은 잠에 빠진 듯싶었다.그가 손을 빼려는 순간 김아린은 몸을 뒤척이면서 구천광의 손을 깔았다.구천광은 손이 깔려 구부정하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아린의 얼굴은 그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며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알코올 냄새가 섞인 뜨거운 숨결이 그의 얼굴을 간지럽혔다.구천광은 천천히 손을 뺐다. 그녀는 정말 깊은 잠에 빠졌는지 조금도 경계심이 없었다.구천광은 머리가 아팠다.나를 너무 믿는 거야, 아니면 모든 사람 앞에서 이런 거야?구천광은 이불을 잘 여며준 후 바로 방에서 나왔다.구천광이 김아린 아파트에서 나올 때 마침 모퉁이에 숨어있던 여자가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찍었다.수연은 사진을 클로즈업했다. 역시 구천광이구나. 하, 김아린 아파트에서 나오다니. 설마 둘이 정말 사귀는 건가?김아린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좋은 남자랑 사귈 수 있지? 난 용납할 수 없어!*반지훈은 술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강성연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반지훈의 목을 그러안더니 사랑스럽게 웃었다.“여보가 최고야.” “그래.”반지훈은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더니 눈빛이 흐리멍덩한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내 어디가 좋아?”강성연은 그의 품에 안겨 떨어지
영황 엔터테인먼트, 양우진은 아이패드를 구천광 앞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트위터에 온통 그의 기사로 가득했다.구천광은 아이패드를 흘깃 보더니 좀 멍해졌다.양우진이 물었다.“천광 씨, 정말 연애하는 건 아니겠죠?”“아니야.”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진은 그가 김아린을 배웅해 주던 그날 찍힌 거였다.“지금 인터넷상으로 의론이 분분해요. 팬들과 댓글 알바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어요. 당신과 반지훈 대표가 얼마 전에 잡지 표지를 찍었는데, 교제 대상이 있다고 하니 일부 절세 커플 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팬들 마음속에 자리잡은 커플 이미지는 바뀌기 쉽지 않았다. 커플 팬들은 절대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커플이 헤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커플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 있다.구천광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양우진은 말했다.“트위터에 해명글을 올려야겠어요.”“괜찮아.”구천광은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코를 만졌다.“누군가가 여론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니 해명해도 소용없어, 그리고......”그는 고개를 들어 양우진을 바라보았다.“내가 평생 남자와 커플로 살 수는 없잖아.”그는 이미 “솔로” 이미지로 팬들을 모으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의 팬들이 이해하는데 그가 굳이 네티즌들의 말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이때 사무실에 있던 강성연도 이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아파트가 김아린 아파트라는 걸 알고 있었다.설마 그날 구천광이 김아린을 배웅해 줄 때 파파라치가 찍은 건가?이때 송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성연아, 아린 씨에게 큰일이 생겼어. 자칭 구천광 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린 씨 집 아래 모여있어서 지금 나갈 수 없어. 어떻게 주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어!”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아파트 경호원은?”“아파트 경호원 몇 명이 어떻게 저 사람들을 다 막을 수 있겠어? 세상에, 올라오고 있어.”송아영의 말 속도가 빨라졌다.“난...... 난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신고했어?”
앞장선 여자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구천광 씨가 당신의 사촌 오빠라고요? 웃기는 소리 하시네.”송아영은 턱을 치켜들면서 문을 열고 나왔다.“믿지 못하겠으면 구 씨 가문에 찾아가 물어봐요.”그녀는 문 앞에 서서 그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경고하는데 저 이미 신고했어요, 지금 경찰들이 오고 있는 중이에요. 만약 협박죄로 경찰서에 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돌아가요!”“당신은 누구예요? 얼른 안에 숨어있는 년더러 나오라고 해요!”여자들은 다가와 송아영을 잡아끌었다.“누굴 년이라고 욕하는 거예요? 이 미친년들이!”송아영도 화가 나서 그녀들과 함께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하지만 혼자인 송아영은 당연히 상대가 될 수 없었으며, 누군가의 킥을 맞고 뒤쪽 계단 아래로 넘어졌다. 순간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새하얘졌으며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송아영이 걱정되었던 김아린은 밖으로 나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고함을 질렀다.“아영 씨!”그녀는 사람들을 헤집고 달려가 송아영을 부축했다.“괜찮아요?”송아영은 입술이 창백했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괜찮지 않아요......”김아린은 일어서서 그녀들을 가리켰다.“만약 아영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구천광 팬들의 교양이 이 정도예요? 제가 이 상황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봐요.”김아린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한 여자가 달려와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김아린은 그녀를 밀쳐냈다.“왜요? 자신이 한 짓이 부끄러워요?”“찍지 마!”그 여자가 협박조로 말하자 김아린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찍지 못할 것 같아요?”그녀는 표정이 바뀌더니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저 년의 휴대폰을 빼앗아!”여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김아린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김아린은 사력을 다해 휴대폰을 지켰다.“그만!”큰 목소리와 함께 강성연이 경찰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경찰들은 엄숙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