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송아영이 그의 곁에 다가섰다. “오빠도 퇴원해요?”” 구천광은 잠시 멈칫하더니 김아린과 강성연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바쁜 일이 있어서.” 강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김아린을 보며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래요?” 김아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가요?” “구천광 씨랑 만났는데 인사 안해요?”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같이 입원하고 더 어색해졌지? 김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그날 이후로 구천광을 보러 가지 않았다. 구천광이 그녀를 구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보호했을 때 사실 그녀의 마음에 설레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만약 몇 해 전 임건우의 일을 알고도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보호 한다면, 그녀도 허락했을 것이다. 구천광이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목숨을 바쳐 그녀를 구한 남자는 당신이 잘못된 상황에서 그녀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좀 감동적이었다.그러나 이런 감정은 감정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그저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이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어 웃었다. “병원에서 매일 봤는데 뭘 굳이 인사해요.” 강성연은 팔짱을 꼈다. “그렇군요.” 송아영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그녀들에게 다가와 진단서를 김아린에게 넘겼다. “됐어요!” “고마워요.” 김아린는 진단서를 잘 정리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먼저 집에 갈게요. 다음에 식사 대접할게요.” 김아린은 먼저 병원을 떠났다. 송아영은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팔꿈치로 강성연의 팔을 쳤다. “성연아, 아린 씨 우리 사촌 오빠랑 잘 어울리는거 같지 않냐?”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난 그런거 같아.” “어울리긴 어울리는데,” 강성연은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이어줄 순 없지.”
한성연은 메시지를 조 팀장에게 보내고 득의양양하게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성연, 경찰에 녹음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내가 감옥에 갈 것 같아?” 흥, 그녀는 결국 나오지 않았나? 이 빚을 그녀는 기억할 것이다. 조만간 그녀는 돌아갈 것이다! 저녁. 김아린은 골드 룸살롱에 가서 매니저와 사장을 찾았지만, 매니저와 사장 모두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가 행방을 물었지만 그 직원들도 모른다 하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골드 룸살롱에서 나오자, 밖에는 하필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밤은 추웠다. 그녀는 외투를 두르고 지붕 밑에 서서, 바깥의 거리와 비의 장막 속을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적록색의 등불이 빗속에 쓸쓸히 서 있었고, 얼룩덜룩한 빛들이 땅 위에 물결치는 웅덩이속에 거꾸로 비치고 있었다. 검은색 차 한 대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고, 뒷 차창문이 반쯤 내려갔다. 안경을 쓴 남자의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다. 운전사는 그를 쳐다보았다. “사장님, 저분이 김아린 씨 인가요?” 서도준은 시선을 거두었다. “전화해서 우산을 가져오라 해. 내가 시켰다고 하지 말고.” 김아린은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가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검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아가씨."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종업원이 우산을 건네주었다. “비가 많이 오니 쓰고 가세요.” 김아린은 멍하니 있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었다.그가 돌아서자 그녀는 그를 불렀다. “제가 밖에 있는 걸 어떻게 아셨죠?” 종업원은 사장님의 뜻을 감춘 채 말했다. “방금 나가셨는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요.” 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종업원이 들어간 뒤, 그녀는 손에 들린 검은 우산을 보았다.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우산을 쓴 채 빗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검은색 승용차와 스쳐 지나갈 때 차 안의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서도준은 메시지를 보낸 후 번호를 차단했다. “가자.” 차는 비의 장막 속에서
강성연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린 후 강성연, 지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5층 사무실 안의 인테리어와 물품은 변함이 없었는데 주인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 듯하였다.김아린이 문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강성연이 그녀를 불러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들어와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지윤은 문을 닫았고 보디가드들이 문 앞을 지켰다.강성연은 테이블 위에 찻잔을 들었다.“당신이 실종되었던 날 룸살롱에 찾아온 적이 있어요. 서도준 씨는 저를 만나줬고 저에게 단서 하나를 알려줬어요. 그리고 저에게 도움을 청하더군요.”김아린은 다리 위에 놓고 있던 주먹을 꽉 쥐었다.“왜 그때 병원에서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서도준 씨가 골드 룸살롱을 떠난 뒤에야 당신에게 말할 거라고 약속했거든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서도준 씨는 당신이 그와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그래서요?”김아린은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억지로 분노를 참았다.“그는 계속 뒤에 숨어 저의 생활을 지켜봤던 거예요? 수연의 일을 모두 저에게 알려주고 도움도 주지만 만나 주지 않았어요. 저에게 왜 이런 의미 없는 보상을 하려는 거예요?”강성연은 김아린이 서도준이라는 이름에 이 정도로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서도준과 김아린은 그저 안면이 있는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설마......김아린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자 강성연은 티슈 몇 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울고 싶으면 울어요. 여기에는 저희 둘 밖에 없잖아요. 아무리 크게 울어도 아래층 사람들은 듣지 못해요.”김아린은 이 말을 듣더니 엉엉 크게 울기 시작했다.강성연은 그녀를 달래지 않았다. 기분이 극도로 다운되었을 때 목 놓아 크게 우는 게 그 어떤 위로보다도 효과가 좋았다.시원하게 운 김아린은 퉁퉁 부은 눈으로 가볍게 웃었다.“지금 아주 못생겼죠?”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아니요. 울어도 여전히 예뻐요.”“당신의 앞에서 추한
그때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였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그날 밤 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고 그녀는 “살인범”이 되었다.강성연은 탄식했다.“서도준 씨는 다음 날에야 당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제야 그날 밤 룸에 있는 여자가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고 해요, 그래서...... 계속 당신과 만날 용기가 없었대요. 그날 밤 당신이 서도준 씨를 봤기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김아린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뭔가 허전했다.“서도준 씨는 당신 앞에 나타날 수 없어 계속 휴대폰으로만 당신과 연락했어요. 당신이 수연에게 복수하려는 걸 알고 도움을 줬지요. 그는 뒤에 숨어서 그렇게 도와줄 수밖에 없었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서도준 씨는 경찰이 심은 첩자였고 일찍부터 고진욱과 주경우의 암거래를 알고 있었어요. 그는 임수호에게서 삼촌 고진욱의 정보를 빼내려고 당신들에게 접근한 거예요. 사실 서도준 씨도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첩자는 언제든지 희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었던 거예요. 당신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 후 서도준 씨는 계속 후회했어요. 그때 룸 안에 있는 여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첩자의 신분이 폭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날 룸 안의 여자가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면 모든 걸 저버리고 구했을 거라 해요.”서도준은 김아린을 찾지 못하자 다시 룸으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에야 그는 김아린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그는 후회했고 미친 듯이 자책했다.그 후 김아린은 개명하고 외국으로 떠났고 그는 이름을 감추고 골드 룸살롱을 지은 후 암암리에서 김 씨 가문을 도왔다.김아린 아버지가 주경우의 목욕탕을 차압한 것도 서도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수연을 채용한 후 술집 아가씨로 살아가게 했다. 그녀와 주경우를 만나게 한 건 서도준의 계획이었지만 수연은 얌전히 있지
그의 어깨에 기댄 강성연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뭘 잘못했는데?”“음... 집에 빨리 왔어야 했어요. 여보가 혼자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집에 늦게 왔잖아요.”강성연은 입술을 그의 귀에 가까이 댔다. 눈을 반쯤 뜬 그녀의 모습은 너무 유혹적이었다.반지훈은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았고 쌀쌀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성연이 입을 맞추려고 할 때 그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 그녀의 뺨을 큰 손으로 움켜쥐었다. 화가 났지만 피식 웃으며 말했다.“성연아, 매번 미인계로 나의 용서를 바라지마.”강성연은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꼈다!반지훈이 그녀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성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어디로 가는 거예요?”그가 방문을 열며 대답했다.“서재.”강성연은 신고 있던 슬리퍼를 걷어차고 맨발로 달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안돼요.”반지훈이 어디로 가면 그녀가 그의 길을 막았다.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성연을 쳐다보았다.“나를 서재에 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그녀가 입술 삐죽거렸다.“네.”그가 꼿꼿이 허리를 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유.”강성연은 반지훈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의 그는 기억을 잃은 반지훈이 아니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달래는 방식으로는 그를 감당하기 어렵다.그녀가 그의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당겼다.“김아린과 함께 있느라 시간이 늦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그리고?강성연은 그의 깊은 눈매에 눈을 맞추고 나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제가 골드 룸살롱을 인수했어요.”반지훈이 싱긋 웃어 보였다.“언제까지 나를 속이려고 했어? 강 사장님.”강성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참 동안 마땅히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반지훈이 그녀의 몸을 밀치고 서재로 향했다. 문이 닫기는 그 순간까지 반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다.*레스토랑.“예쁘게 생긴 유부녀가
육예찬은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강성연의 접시에 고기반찬을 놓더니 웃으며 말했다.“요즘 핫한 프로그램 ‘아내바보’가 누구를 참고해서 찍었는지 알고 있어요?”강성연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육예찬이 웃음을 터뜨렸다.“반지훈 씨를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이에요. 결혼정보 회사 소개 글에도 좋은 남자를 뽑는 요구가 반지훈 씨를 기준으로 삼는대요.”강성연은 이마를 짚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군요...”“네. 서울에서 반지훈 씨 같은 남자들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몰라요. 서울의 재벌 집 아가씨들 중에 반지훈 씨가 이혼하기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사촌 오빠이자 친구의 약혼자로서 이야기하는 건데, 조심해야 될 거예요.”강성연이 자세를 고쳐앉았다.“웃기지 마요. 누가 감히 제 남편을 빼앗아요?”용납할 수 없어!내가 반지훈과 싸우는게 그 여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잖아. 안돼!예전에도, 지금도 다른 여자에게 기회 따위는 주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가방을 손에 쥐고 씩씩거리며 레스토랑을 나섰다.육예찬은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누구처럼 여자한테 잡혀살고 싶지 않았다.그가 휴대폰을 꺼내어 송아영에게 문자를 남겼다. 바보 같은 여자는 아침을 먹었을까나....[착한 딸: 다이어트 중이에요!][육예찬: 가슴도 없으면서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예요.][착한 딸: 꺼져요!!]그가 종업원을 불러 송아영이 좋아하는 반찬을 포장했다.TG 그룹계약을 끝낸 반지훈은 희승과 여러 임원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많은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그는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늠름한 그의 자태와 매우 어울렸다. 환한 불빛 아래 그의 날카로운 눈매는 깊고도 점잖아 보였다.그를 발견한 여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휴대폰을 쥔 채로 소리를 질렀다.“아! 반지훈 대표님이 결혼한 건 서울에 있는 모든 여자들의 손해야!”“반지훈 대표님과 구천광의 호흡도 좋았어, 하지만.. 하지만 반지훈 대표님이 부인을 사랑해 주는 모습도 보고 싶어!”“반지
반지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이 조금 시큰거렸다.그는 넥타이를 풀어 책상에 내던지며 애써 기분을 가라앉혔다. “내가 잘못했어요. 숨기지 말았어야 했어요. 계속 나랑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훌쩍거리며 말했고 투명한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의 앞에 선 반지훈은 무표정이었다.“나는 당신이 나한테 의지했으면 좋겠어. 날 투명인간으로 생각하지 말고.”“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그는 손으로 탁자를 지탱하더니 그녀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혼자 결정하고 나랑 상의하지 않았잖아. 나라는 존재를 잊기라도 한 거야?”강성연이 손을 뻗어 그를 끌어 안았다. 반지훈은 그녀를 밀치지 않고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그녀가 훌쩍거리며 말했다.“미안해요, 매번 당신이 나를 대신해서 해결하는 게 귀찮을까 봐 그랬어요, 룸살롱을 인수했지만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면 양도하려고 했거든요.”반지훈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맞췄다.한참이 지나서 그녀를 놓아준 그는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강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신이 울면 내 마음도 아파.”반지훈이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 담겼다.“당신이 어제저녁에 울었더라면 내가 서재로 가지 않았겠지.”강성연은 감정을 억누르고 흐릿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왜 나를 울게 만들어요?”그는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울렸어?”강성연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때문이에요!”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책상에 앉혔다.“음, 당신이 울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 대체 나한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너한테 화를 내지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하고 욕도 하지 못하겠어. 항상 내가 당신을 달래고 있잖아.”그녀는 고개를 돌렸다.“달래주지 않아도 돼요.”반지훈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달래지 않아 당신이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면, 나는 또 애들을 데리고 애들 엄마
반지훈의 목을 그러안은 강성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반지훈 씨, 지훈 씨가 기억을 잃었을 때 내가 비밀이 하나 있다고 했잖아요.”그가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슨 비밀?”눈가가 촉촉해진 그녀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많이 사랑해요, 반지훈 씨.”3년 전, 강성연은 그녀 대신 총 맞아준 반지훈을,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멍한 표정을 짓던 반지훈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교실에서 나와 교무실로 향하는 송아영을 만난 학생들마다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사모님이라 불렀다.그녀가 육예찬의 약혼자라는 소문이 학원에 퍼졌다.부리나케 교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책상 위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포장한 음식이 놓인 것을 발견했다.몇몇 선생님들은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송 선생님, 예찬 도련님께서 정말 잘해주시네요.”“그러니까요. 점심밥까지 배달해 주다니, 너무 다정해요.”깊게 심호흡을 한 송아영은 책상 위에 놓인 음식을 쥐고 교무실을 나섰다.그녀가 떠난 후, 교무실에 남은 사람들의 얼굴에 상냥한 웃음이 사라졌다.“육예찬 도련님의 약혼자 신분으로 들어왔잖아. 짜증 나.”“어쩌겠어,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집에서 태어나 육 씨 가문 며느리가 되고.”“재벌 집에 시집가면서 예비 신부 교육이나 받는 게 아니라 왜 우리 밥그릇까지 뺏으려고 그런대? 얼마 하지도 않을 거면서.”포장된 음식을 손에 쥔 송아영은 육예찬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육예찬 혼자 있었다.그녀는 그의 책상 위에 음식을 내려놓고 말했다.“육예찬 씨,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음식도 보내지 마요.”의자에 몸을 기대어 책을 뒤적거린 그가 나른하게 눈을 뜨고 그녀를 보았다.“다른 사람이 뒤에서 욕했나 봐요.”“알고 있었어요?”교무실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이 자신을 아니꼽게 본다는 사실을 송아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알았으니 이제 그만 보내세요. 낙하산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