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은 그의 뒤를 따랐다. “누구세요? 왜 저를 구해주시죠?” 검은 옷의 남자가 대답했다. “저는 서 사장님의 사람입니다. 고 회장의 곁에 배치된 사람이고, 서 사장님이 기회를 봐서 당신을 구하라고 하셨습니다”그는 고진욱의 곁에 배치된 스파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진욱은 그들 중 몇 명에게 김아린을 처리하도록 지시했고 그 중 몇 명이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금 최선을 다해 연기하여 그들과 동참한 것은 아무에게도 의심사지 않기 위한 것뿐이었다. 김아린을 창고로 데려가자고 한 것도 창고 안에 비밀 통로가 있기 때문이었다. “서 사장님이 누구죠?” 그녀는 서 사장을 알지 못했다. “그만 궁금해하시고, 일단 나가시죠.”김아린은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천광 씨가 아직 그들 손에 있어요.”“아가씨, 고진욱은 구 도련님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그는 당신의 목숨을 원해요.”검은 옷의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안 가시면 다시 붙잡힐 거예요.” 두 사람이 화물 운송용 통로를 빠져나와 빛을 본 지 얼마되지 않아, 작은 차 몇 대가 순식간에 두 사람을 골목길에서 막았다.고진욱이 차에서 내리자 몇몇 부하도 따라 내렸다. 검은 옷의 남자는 얼굴빛이 약간 변했고, 무의식적으로 김아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고 회장.” 고진욱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석호 네가 나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나를 배신하다니?” 석호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든, 오늘 너희 둘 다 떠날 수 없다.” 고진욱은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불빛이 요동을 쳤고, 안개 속으로 고진욱의 은근한 눈빛이 나타났다. “잡아와.” 몇 명의 부하들이 몰려오자, 석호는 김아린을 밀치고 허리춤에 있는 칼을 꺼내 부하들과 맞붙었다. 김아린은 벌벌 떨며 뒤로 물러섰지만, 뒤쪽에는 벽이 있어 도망갈 길이 전혀 없었다.그 부하들은 힘이 세고 실력도 좋았고, 석호는 곧 제압
총구가 그녀의 머리를 겨누자 그녀는 숨이 막혔다. 심장도 그 순간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고진욱이 명령을 내리려 하자, 석호가 입을 열었다. “날 먼저 죽여.” 고진욱은 그를 쳐다보았다. “허허, 네가 여자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구나, 너희 둘 다 똑같아. 해 봐.” 총을 든 경호원 두 명이 장전하여 동시에 그들을 겨누었다.“회장님!” 멀지 않은 곳에서 이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 팀장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쏘지 마세요!” 석호는 그 사람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 총을 든 사람을 향해 몸을 부딪쳤다. “탕!” 총소리가 숲 전체에 울렸다. 김아린은 석호가 총에 맞아 남자와 함께 쓰러지는 것을 보고 목이 메였다. 고진욱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고, 이 팀장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망했다…”고진욱은 즉각 반응해 소리쳤다. “빨리 대피해!” 경찰이 총소리를 듣고 들이 닥쳤고, 검은 옷의 사람들은 고진욱을 엄호했다. “인질을 구해!” 경찰이 김아린을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김아린의 밧줄이 풀렸고,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은 석호를 보며 무릎을 꿇고 울었다. 여경은 그녀를 일으켜 세워 위로했다.한편, 구세준은 차에서 내리다가 구천광이 안에서 실려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나섰다. “천광아!” 구천광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의식이 흐릿한 가운데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 그 여자를… 그 여자를 구해주세요.” 구세준은 그가 말한 것이 누구인지 알아채고 구천광의 손을 잡으며 마치 어린아이 대하 듯 말했다. “걱정 마, 너희들 모두 괜찮을 거다. 우리가 너희를 구하러 왔어. 아들아, 버텨야 해!” 구천광이 다시 의식을 잃었다. 며칠 후. 경찰은 고진욱의 수배령을 내렸고, 구세준은 고진욱이 살인사건을 포함한 밀수와 관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상부에 제출했다. 상부는 고진욱의 잔당을 소탕할 것을 명령했다. 김덕문과 구세준의 정적 양수진은 수천만 달러를 해외 계좌로 옮겼
반지훈은 병실에서 나오다 이들을 발견하고 물었다. “왜 안 들어가?” 강성연은 그에게 팔짱을 꼈다. “그냥 보러 온 거예요.” 구천광도 그들을 발견했다. 구세준은 그들을 보고 라민희에게 말했다. “천광이 쉬게 하고 먼저 돌아가지.” 라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병실에서 나왔고, 구세준은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께 말씀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아린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그들이 떠난 후, 강성연은 김아린을 떠밀었다. “들어가요.” 김아린도 직접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강성연은 살며시 문을 닫았고, 반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또 무슨 꿍꿍이야.” 강성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속삭였다. “무슨 꿍꿍이요, 조용한 데서 얘기 하라는 거죠.” 그는 웃었다. “감정을 키우라는 거 아니고?”강성연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아린과 구천광은 함께 납치되었고, 구천광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주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커플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반지훈은 그녀가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결혼 정보업체를 차리는 게 낫겠어.”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럼 지훈 씨가 투자해 주나요?” 그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바로 회사 차려줄 수 있지.” 강성연은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그럼요, 지훈 씨가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고 귓가에 가까이 다가갔다. “응, 집에 가면 더 사랑해 줄게.” 병실 안. 구천광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당신…괜찮아요?” 그녀는 멈칫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전 괜찮아요.” 다시 고개를 들어 멍이 든 구천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제가 당신을 끌어 들였어요. 사실… 당신이 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됬어요.” 구천광은 고개를 떨구며 자책했다. “아니에요, 미안하다는
“오빠.” 송아영이 그의 곁에 다가섰다. “오빠도 퇴원해요?”” 구천광은 잠시 멈칫하더니 김아린과 강성연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바쁜 일이 있어서.” 강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김아린을 보며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래요?” 김아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가요?” “구천광 씨랑 만났는데 인사 안해요?”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같이 입원하고 더 어색해졌지? 김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그날 이후로 구천광을 보러 가지 않았다. 구천광이 그녀를 구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보호했을 때 사실 그녀의 마음에 설레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만약 몇 해 전 임건우의 일을 알고도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보호 한다면, 그녀도 허락했을 것이다. 구천광이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목숨을 바쳐 그녀를 구한 남자는 당신이 잘못된 상황에서 그녀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좀 감동적이었다.그러나 이런 감정은 감정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그저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이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어 웃었다. “병원에서 매일 봤는데 뭘 굳이 인사해요.” 강성연은 팔짱을 꼈다. “그렇군요.” 송아영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그녀들에게 다가와 진단서를 김아린에게 넘겼다. “됐어요!” “고마워요.” 김아린는 진단서를 잘 정리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먼저 집에 갈게요. 다음에 식사 대접할게요.” 김아린은 먼저 병원을 떠났다. 송아영은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팔꿈치로 강성연의 팔을 쳤다. “성연아, 아린 씨 우리 사촌 오빠랑 잘 어울리는거 같지 않냐?”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난 그런거 같아.” “어울리긴 어울리는데,” 강성연은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이어줄 순 없지.”
한성연은 메시지를 조 팀장에게 보내고 득의양양하게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성연, 경찰에 녹음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내가 감옥에 갈 것 같아?” 흥, 그녀는 결국 나오지 않았나? 이 빚을 그녀는 기억할 것이다. 조만간 그녀는 돌아갈 것이다! 저녁. 김아린은 골드 룸살롱에 가서 매니저와 사장을 찾았지만, 매니저와 사장 모두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가 행방을 물었지만 그 직원들도 모른다 하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골드 룸살롱에서 나오자, 밖에는 하필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밤은 추웠다. 그녀는 외투를 두르고 지붕 밑에 서서, 바깥의 거리와 비의 장막 속을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적록색의 등불이 빗속에 쓸쓸히 서 있었고, 얼룩덜룩한 빛들이 땅 위에 물결치는 웅덩이속에 거꾸로 비치고 있었다. 검은색 차 한 대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고, 뒷 차창문이 반쯤 내려갔다. 안경을 쓴 남자의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다. 운전사는 그를 쳐다보았다. “사장님, 저분이 김아린 씨 인가요?” 서도준은 시선을 거두었다. “전화해서 우산을 가져오라 해. 내가 시켰다고 하지 말고.” 김아린은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가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검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아가씨."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종업원이 우산을 건네주었다. “비가 많이 오니 쓰고 가세요.” 김아린은 멍하니 있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었다.그가 돌아서자 그녀는 그를 불렀다. “제가 밖에 있는 걸 어떻게 아셨죠?” 종업원은 사장님의 뜻을 감춘 채 말했다. “방금 나가셨는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요.” 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종업원이 들어간 뒤, 그녀는 손에 들린 검은 우산을 보았다.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우산을 쓴 채 빗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검은색 승용차와 스쳐 지나갈 때 차 안의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서도준은 메시지를 보낸 후 번호를 차단했다. “가자.” 차는 비의 장막 속에서
강성연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린 후 강성연, 지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5층 사무실 안의 인테리어와 물품은 변함이 없었는데 주인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 듯하였다.김아린이 문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강성연이 그녀를 불러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들어와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지윤은 문을 닫았고 보디가드들이 문 앞을 지켰다.강성연은 테이블 위에 찻잔을 들었다.“당신이 실종되었던 날 룸살롱에 찾아온 적이 있어요. 서도준 씨는 저를 만나줬고 저에게 단서 하나를 알려줬어요. 그리고 저에게 도움을 청하더군요.”김아린은 다리 위에 놓고 있던 주먹을 꽉 쥐었다.“왜 그때 병원에서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서도준 씨가 골드 룸살롱을 떠난 뒤에야 당신에게 말할 거라고 약속했거든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서도준 씨는 당신이 그와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그래서요?”김아린은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억지로 분노를 참았다.“그는 계속 뒤에 숨어 저의 생활을 지켜봤던 거예요? 수연의 일을 모두 저에게 알려주고 도움도 주지만 만나 주지 않았어요. 저에게 왜 이런 의미 없는 보상을 하려는 거예요?”강성연은 김아린이 서도준이라는 이름에 이 정도로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서도준과 김아린은 그저 안면이 있는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설마......김아린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자 강성연은 티슈 몇 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울고 싶으면 울어요. 여기에는 저희 둘 밖에 없잖아요. 아무리 크게 울어도 아래층 사람들은 듣지 못해요.”김아린은 이 말을 듣더니 엉엉 크게 울기 시작했다.강성연은 그녀를 달래지 않았다. 기분이 극도로 다운되었을 때 목 놓아 크게 우는 게 그 어떤 위로보다도 효과가 좋았다.시원하게 운 김아린은 퉁퉁 부은 눈으로 가볍게 웃었다.“지금 아주 못생겼죠?”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아니요. 울어도 여전히 예뻐요.”“당신의 앞에서 추한
그때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였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그날 밤 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고 그녀는 “살인범”이 되었다.강성연은 탄식했다.“서도준 씨는 다음 날에야 당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제야 그날 밤 룸에 있는 여자가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고 해요, 그래서...... 계속 당신과 만날 용기가 없었대요. 그날 밤 당신이 서도준 씨를 봤기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김아린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뭔가 허전했다.“서도준 씨는 당신 앞에 나타날 수 없어 계속 휴대폰으로만 당신과 연락했어요. 당신이 수연에게 복수하려는 걸 알고 도움을 줬지요. 그는 뒤에 숨어서 그렇게 도와줄 수밖에 없었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서도준 씨는 경찰이 심은 첩자였고 일찍부터 고진욱과 주경우의 암거래를 알고 있었어요. 그는 임수호에게서 삼촌 고진욱의 정보를 빼내려고 당신들에게 접근한 거예요. 사실 서도준 씨도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첩자는 언제든지 희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었던 거예요. 당신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 후 서도준 씨는 계속 후회했어요. 그때 룸 안에 있는 여자를 구하고 싶었지만 첩자의 신분이 폭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날 룸 안의 여자가 당신이라는 걸 알았다면 모든 걸 저버리고 구했을 거라 해요.”서도준은 김아린을 찾지 못하자 다시 룸으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에야 그는 김아린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그는 후회했고 미친 듯이 자책했다.그 후 김아린은 개명하고 외국으로 떠났고 그는 이름을 감추고 골드 룸살롱을 지은 후 암암리에서 김 씨 가문을 도왔다.김아린 아버지가 주경우의 목욕탕을 차압한 것도 서도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수연을 채용한 후 술집 아가씨로 살아가게 했다. 그녀와 주경우를 만나게 한 건 서도준의 계획이었지만 수연은 얌전히 있지
그의 어깨에 기댄 강성연은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뭘 잘못했는데?”“음... 집에 빨리 왔어야 했어요. 여보가 혼자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집에 늦게 왔잖아요.”강성연은 입술을 그의 귀에 가까이 댔다. 눈을 반쯤 뜬 그녀의 모습은 너무 유혹적이었다.반지훈은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았고 쌀쌀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성연이 입을 맞추려고 할 때 그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 그녀의 뺨을 큰 손으로 움켜쥐었다. 화가 났지만 피식 웃으며 말했다.“성연아, 매번 미인계로 나의 용서를 바라지마.”강성연은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꼈다!반지훈이 그녀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성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어디로 가는 거예요?”그가 방문을 열며 대답했다.“서재.”강성연은 신고 있던 슬리퍼를 걷어차고 맨발로 달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안돼요.”반지훈이 어디로 가면 그녀가 그의 길을 막았다.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성연을 쳐다보았다.“나를 서재에 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그녀가 입술 삐죽거렸다.“네.”그가 꼿꼿이 허리를 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유.”강성연은 반지훈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의 그는 기억을 잃은 반지훈이 아니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달래는 방식으로는 그를 감당하기 어렵다.그녀가 그의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당겼다.“김아린과 함께 있느라 시간이 늦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그리고?강성연은 그의 깊은 눈매에 눈을 맞추고 나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제가 골드 룸살롱을 인수했어요.”반지훈이 싱긋 웃어 보였다.“언제까지 나를 속이려고 했어? 강 사장님.”강성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참 동안 마땅히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반지훈이 그녀의 몸을 밀치고 서재로 향했다. 문이 닫기는 그 순간까지 반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다.*레스토랑.“예쁘게 생긴 유부녀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