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의심하는 건가요?”김아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골드 룸살롱의 사장님이 주경우 배후 세력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같은 편인지 확신할 수는 없어요.”김아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또 이렇게 말했다.“그들이 수연을 데려갔어요. 그날 밤 매니저는 저에게 뭔가를 감추려고 했던 게 분명해요.”늦은 밤.블루 오션.“당신은 골드 룸살롱 배후의 사장님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서류를 펼치던 반지훈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화장대 앞에 앉아 크림을 바르고 있는 강성연을 바라보았다.“골드 룸살롱 사장?”강성연은 거울에서 그를 바라보았다.“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궁금해하는 거야?”강성연은 크림을 다 바른 후 반지훈 곁에 앉았다.“궁금하니까요. 골드 룸살롱의 사장님이 매우 신비롭다고 하잖아요. 김아린이 자주 골드 룸살롱에 다니지만 사장님은 문자로 그녀와 연락할 뿐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고 해요. 궁금하지 않나요?”반지훈은 서류를 머릿장 위에 놓더니 그녀를 품에 안았다.“사실 골드 룸살롱 배후의 일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한 사람은 알고 있어.” “누구인가요?”“구 씨 가문 가주야.”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구 씨 가문 가주가 알고 있다고요?”반지훈은 그녀를 안더니 침대에 기댔다.“골드 룸살롱 배후에 고위층이 있으며 구 씨 가문 가주는 그들과 접촉이 있어. 그날 우리가 골드 룸살룽에 있을 때 구 씨 가문 가주가 날 찾았던거 기억나?”강성연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구천광과 연관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은 미소를 지었다.“그때 당신을 속였어.”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부은 볼을 본 반지훈은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하지만 계속 당신을 속일 수 없잖아. 장차 사실을 알게 되면 나에게 화낼 거니까.”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했다.“다른 사람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만 신경 써.
김덕문은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고 주경우 배후의 사람은 김덕문과 같은 라인이었다. 일단 그 사람과 같은 라인에 있는 자가 김덕문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구 씨 가문 가주는 상황이 난처해진다.김덕문은 그 자리에 있을 때 구 씨 가문 가주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주경우 배후의 사람은 너무 지나치게 행동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물었다.“구 씨 가문 가주는 당신더러 뭘 하라고 했어요?”반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지. 주경우 손에는 암흑 시장에서 유통해야 할 포도주가 있는데 사실 그건 장물이야.”강성연은 멍해졌다.“그러니 구 씨 가문 가주는 당신더러 그 와인을 모두 구매하라는 거예요?”반지훈은 의자에 기댔다.“구 씨 가문 가주는 암흑 시장에 인맥이 없어. 나에게는 인맥이 있기 때문에 그는 나와 손을 잡으려고 해. 그리고 주경우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고위층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맥들이어야 하지.”그는 강성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난 주경우와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 한 명이 필요해.”강성연은 눈을 깜빡거렸다.“누구요?”반지훈이 대답했다.“지윤.”*동쪽 항구.“주경우 사장님, 현승 형님께서 오셨습니다.”한 덩치의 남자가 절름발이 남자를 데리고 주경우 배에 올랐다.주경우는 재빨리 곁에 있던 두 여자를 밀치더니 웃으며 맞이했다.“암흑 시장에서 현승 형님의 이름을 익히 들었습니다. 오늘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현승은 손을 젓더니 부하더러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소파에 앉은 후 지팡이를 곁에 놓았다.“제가 아무리 암흑 시장에서 잘나가도 고위층 분들과 친한 주경우 사장님과 비교할 수는 없죠.”주경우는 술 한 잔을 따랐다.“과찬입니다. 암흑 시장은 모두 현승 형님의 것이 아닙니까? 저는 그저 심부름꾼이지요.”현승은 그의 술잔을 받았다.“저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오더를 받으면 위험도 커지는 법이지요, 때가 되면......”주경
지윤은 차에 앉은 후 이렇게 말했다.“바로 암흑 시장으로 가요. 상대방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아요.”현승은 기사더러 출발하라고 했으며 곧 반지훈의 전화를 받았다.“네, 반지훈 대표님. 주경우는 돈을 받았습니다. 네, 알겠습니다.”TG그룹.반지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곁에 있던 연희승이 물었다.“주경우가 의심하는 겁니까?”“주경우는 이현승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저 신중한 것이지. 그는 이현승 배후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해.”연희승은 혀를 찼다.“주경우가 그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어요.”반지훈은 낮게 웃었다.“만약 똑똑하지 않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못했겠지. 그 장물들을 들킬까 걱정되어 급하게 내놓으려는 거야, 주경우 배후의 사람은 그 어떤 리스크도 용납하지 못하거든.”연희승은 구 씨 가문 가주가 이 물건들이 암흑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로써 주경우와 주경우 배후의 사람도 조사를 받게 될 거다.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만약 주경우가 배후 사람을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면 저희와 구 씨 가문 가주는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닙니까?”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 일은 구 씨 가문 가주에게 맡겼어. 우리는 그 물건들이 암흑 시장에 흘러들 때 사고가 나게 만들어주면 돼.”골드 룸살롱, 매니저는 김아린이 옆문에서 들어오는 걸 보고 맞이하러 나갔다.“김아린 아가씨, 또 이 시간에 오셨네요.”김아린은 당당하게 말했다.“수연의 종적을 알고 있나요?”매니저는 멍하니 있다가 곧 웃으면서 말했다.“최근 수연은 출근하러 오지 않았어요, 저도 잘 모릅니다.”김아린은 매니저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는 수연을 찾을 수 없었고 그날 들은 대화를 놓고 본다면 수연은 이들의 손에 있는 듯하였다.“김아린 아가씨?”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여유롭게 해명했다.“그녀와 따질 게 있어서요. 며칠 보이지 않아 절 피해 다니는 줄 알았어요. 사장님은 어디
매니저는 고개를 들었다.“주경우가 최근에 와인을 급하게 내놓으려고 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상합니다.”남자는 한참 동안 옥팔찌를 만지더니 이렇게 말했다.“계속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Soul 주얼리.김아린은 강성연을 찾아왔다. 그녀는 골드 룸살롱에 가봤지만 여전히 수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만약 수연이 정말 그들의 손에 있다면 그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김아린은 고개를 저었다.“전 그저 저의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돼요. 저의 삼촌에게 이미 사고가 났으니 아버지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는 걸 용납할 수 없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들이 김 씨 가문을 겨냥한 것이라면 수연이 아닌 당신을 협박했겠죠.”김아린은 멍해졌다.“당신은 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왜 당신을 도와주는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은 여태껏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만약 김 씨 가문을 노린 거라면 이미 당신을 인질로 삼았을 거예요.”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지의 일은 항상 인간을 두렵게 만드는 법이다. 필경 그녀는 아직 골드 룸살롱 사장이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고 있었다.강성연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반지훈 씨는 구 씨 가문 가주가 골드 룸살롱 사장님을 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어요. 만약 마음에 놓이지 않으면 그분에게 물어보세요.”김아린은 멍하니 있다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네, 그렇다면 시간이 날 때 구 씨 가문 가주를 찾아뵈어야겠네요.”김아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윤이 나타났다. 그녀는 주경우의 물건이 모레 암흑 시장으로 흘러들 것이고 그들이 암흑 시장에 나타나면 매복하고 있던 경찰들이 체포할 거라 말했다.그녀는 지윤이 걱정되었다.“꼭 조심하세요.”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틀 후, 안전을 중요시하는 주경우는 시간을 늦은 저녁으로 잡았으며 이현승이 보낸 부하와 주경우 부하
주경우는 웃으면서 손을 비볐다.“저의 보스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아니면 이 일이 끝난 후 제가 현승 형님에게 물어볼까요?”지윤은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럴 마음 없습니다.”주경우가 유혹했다.“현승 형님은 얼마나 줍니까? 저희가 더블로 주겠습니다.”지윤은 차 안을 흘깃 보았다. 남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오관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손등에 푸른 핏줄이 튀어 올라온 것을 보아 마흔, 쉰 살 남짓해 보였다.그녀는 입을 열었다.“현승 형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돈 문제가 아닙니다.”신주희는 가소롭다는 듯 웃더니 다가와 지윤의 얼굴을 툭툭 쳤다.“이현승은 그저 암흑 시장의 우두머리일 뿐이잖아. 고 회장님이 널 예쁘게 보고 오라고 하는데 눈치 없이...... 악!”지윤이 신주희의 팔을 비틀자 신주희는 휘청거리면서 고함을 질렀다.“사장님, 살려줘요...... 이 미친년이...... 아, 아파.”모든 사람이 이쪽을 쳐다보았다.주경우가 뭐라 말하려고 할 때 지윤은 신주희 팔을 골절 시켰다.지윤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는 신주희를 밀쳤다.“전 그저 이 거래만 책임질 뿐입니다. 현승 형님은 지금 저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미 늦었으니 계속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주경우는 신주희를 걷어찼다.“꺼져, 왜 괜한 일에 참견하는 거야.”신주희는 흐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주경우는 고개를 돌려 차 안의 남자에게 말했다.“고 회장님, 죄송합니다.”차 안의 남자가 말했다.“됐어, 먼저 물건부터 옮겨.”그는 차 문을 올리고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했다.주경우는 지윤을 흘깃 보더니 체면이 상하는지 콧방귀를 뀌고는 떠났다.모든 물건을 차에 옮긴 후 화물차는 천천히 항구 창고에서 떠났다.지윤은 소형차에 앉아 연희승에게 문자를 보낸 후 뒤를 따랐다.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희승은 반지훈의 전화를 받았다.“반지훈 대표님, 경찰들은 이미 길목에서 매복하고 있습니다. 지윤 일행은 지금 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강성연에게 있어 지윤은 22살짜리 여자애에 불과했다. 그녀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X는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었다. 지금 지윤은 예전처럼 불안정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반지훈은 강성연이 주변 사람에게 애정이 많다는 걸 알고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지윤에게 이 일을 맡겼으니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바로 이때 연희승에게서 전화가 왔다.반지훈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연희승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반지훈 대표님, 큰일이 났습니다. 화물차가 시내에 들어서기 전에 누군가가 도중에서 가로챈 것 같습니다. 전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아마 들킨 것 같습니다.”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윤이랑 그 사람들은?”연희승이 대답했다.“지금 지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이현승과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경찰은 지금 그 물건들을 쫓고 있습니다.”반지훈은 침착하게 말했다.“나도 지금 갈게. 이현승에게 조심하라고 전해.”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예감이 현실로 된 거다.반지훈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자 그녀는 물었다.“나가려는 거예요?” “응, 다녀올게.”“저도 같이 갈래요.”강성연은 그의 손을 잡았다.“시름이 놓이지 않아요.”반지훈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래.”연희승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은 이미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쳤다. 바닥의 흔적으로 놓고 볼 때 무슨 일이 발생했던 것 같았다. 차바퀴가 마찰한 흔적이 매우 진하게 남았고 유리 파편도 있었다.소형차 한 대가 길에 전복돼있었는데 보닛은 들려있고 흰 연기까지 나고 있었다.앞 유리에는 갈라진 흔적이 있었으며 위에 총알이 박혀있었다. 부좌석에 앉은 남자는 머리에 총을 맞았고 창문은 열려있었다. 아마 부좌석에 있던 남자가 불행하게도 머리에 총을 맞은 듯하였다.운전석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니 아마 도망쳤을 거다.반지훈이 거리에 차를 세우자 연희승이 달려왔다.반지훈이 창문을 내린 후 연희승은 이렇게 보고했다.“반지훈 대표님,
남자는 허허 웃었다.“그 사람들의 장기짝이니 사고가 생기면 덤터기를 써야 하지. 도망칠 것 같아 보이는군.”보디가드가 물었다.“그렇다면 저희는......”“수연더러 주경우의 아들을 룸살롱으로 유인하라고 해. 아들이 우리 손에 있는 한 주경우는 도망치지 못해.”화물차는 경상도 지역을 들어서고 있었다. 지윤과 남자 몇 명은 물건들과 함께 화물차 트렁크에 갇혀있었다.남자들은 모두 이현승의 부하였고 큰 상처를 입었다. 유독 지윤의 목에 깊지도, 옅지도 않은 상처가 있었다.그녀가 재빨리 손목의 밧줄을 풀자 암흑 속에 휴대폰 빛이 비쳤다.“다들 괜찮아요?”그녀가 묻자 남자들은 모두 낮게 대답했다.지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손전등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저요.”한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손전등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지윤은 손전등을 켜고 물건 박스로 다가갔다. 물건은 와인용 박스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녀가 작은 칼로 박스 뚜껑을 열려고 하자 상대적으로 경한 부상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손전등을 건네받았다.“이건 도대체 뭐예요?”“모르겠어요.”지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가 와인 박스 뚜껑을 열자 스포츠머리 남자는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박스 안에 담긴 건 모두 문화재였다.남자는 침을 퉤하고 뱉었다.“그러니 그렇게 긴장했던 것이군요. 와인이 아닌 문화재라니, 이건 모두 장물이잖아요?”이 문화재를 판다면 적어도 몇천억 원은 벌 것이다. 그들은 경찰의 시선을 돌리려고 암흑 시장에 접근한 것이었다.그들의 행동이 상대방의 의심을 샀는지 노선을 바꿔 서울이 아닌 경상도로 가고 있었다.지윤의 휴대폰 신호는 매우 약했다. 지윤이 꽉 잠긴 화물차 뒤쪽으로 갔지만 신호는 여전했다.겨우 연희승의 문자를 받았지만 또 신호가 사라져 답장할 수 없었다.블루 오션.강성연은 지윤이 걱정되어 밤새 자지 못했고 반지훈은 서재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서서히 동이 트자 그는 피곤한 얼굴로 서재에서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파에 기대 자고 있는
김아린이 손을 흔들자 강성연은 그곳으로 걸어가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았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요?”김아린은 가방 안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저희 삼촌 사고에 대해 몇 가지 단서를 찾았어요. 알아보니까 사고 당일 골드 룸살롱에 간 적이 있어요.”서류를 확인한 강성연은 CCTV에 잡힌 화면을 보았다. 김아린은 커피를 들었다.“저희 삼촌 곁에 있는 남자가 바로 골드 룸살롱의 매니저예요.”“그러니까 골드 룸살롱의 배후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요?”강성연이 김아린을 보며 말했고 김아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들이 왜 날 도와주면서 또 날 속였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어요. 만약 그들이 진짜 삼촌의 사고와 관련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떠한 목적 때문에 날 도왔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김 씨 집안은 골드 룸살롱과 아무런 원한이 없어요. 정말 모르겠어요.”정적이라면 몰라도 골드 룸살롱 배후의 사람과 김 씨 일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설마 그들도 단지 다른 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일까?김아린은 무언가를 떠올렸다.“참, 주경우 씨가 도망간 사실 알고 있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주경우 씨가 윗선을 대신해 물건을 팔았는데 그 물건을 어젯밤 누군가에게 도둑맞았대요. 주경우 씨는 아마 사건이 터질까 봐 깨끗이 손을 뗐을 거예요.”“어제 우연히 알게 된 게 있어요.”김아린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이 사람 알죠.”한성연 옆에 있는 남자는 얼굴이 찍히지 않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뻘인 듯 보였다. 둘이 아주 가까운 사인 건지 한성연은 그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한성연이 한 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로 한성연 어머니가 도와줬어요. 그리고 한성연은 또 따로 뒷배를 찾았는데 윗줄 사람인 듯해요.”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 것까지 알고 있어요?”김아린은 웃었다.“골드 룸살롱에 사람을 심어뒀거든요.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 삼촌이 룸살롱에 간 모습이 찍힌 CCTV를 얻지 못했겠죠. 그리고 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