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줘요.”강성연이 반지훈의 팔을 흔들었고 반지훈은 웃었다.“10월 23일.”강성연은 눈을 깜빡였다.“다음 달이네요?”강성연은 중얼거리며 말했다.“우리 아직 같이 겨울 보낸 적은 없으니까 겨울 되면 진성에 눈 보러 가요. 진성은 10월 말이면 눈이 내려요. 그쪽에 천연 스키장이 있는데 겨울이 되면 사람이 엄청 많아요. 우리 해신이랑 유이도 데리고...”말을 끝내기도 전에 반지훈이 소리 없이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돌려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참 뒤에야 반지훈은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강성연을 놓아줬다. 그는 손가락으로 강성연의 입술을 문질렀다.“예전에 함께 하지 못했던 겨울, 평생 같이 보내자.”강성연은 세 번의 겨울 모두 m국 산페이아스 성에서 보냈다. 겨울이면 새하얗게 눈이 뒤덮이는 그곳에서 반지훈 없이 1095일의 기나긴 밤을 보냈다.반지훈도 마찬가지였다.강성연은 그의 품을 파고들면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반지훈 씨, 나 유혹하는 거예요?”반지훈은 당황했고 이내 웃음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내가?”강성연은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어떡해요. 나 갑자기 아침 먹기 싫어졌어요. 내가 먹고 싶은 건...”“그러면 성연이 입맛에 맞춰줘야지.”반지훈은 강성연을 안아 들었다. 우아하고 고고하던 천사가 타락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밤새 괴롭힘당한 수연은 골드 룸살롱 근처의 작은 골목길에 버려졌다. 옷으로 몸을 가리지도 못하고 머리는 잔뜩 흐트러진 데다가 얼굴이 멍으로 얼룩덜룩했다.청소부 아주머니는 쓰레기통 옆에 수연이 쓰러져 있자 혼비백산하며 소리를 질렀다.수연은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덕분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비를 맞은 탓에 몸이 덜덜 떨렸고 의식 또한 흐릿했다.다시 깨어났을 때 수연은 김아린이 팔짱을 두르고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수연은 고통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날 비웃으러 온 거야?”“비웃는다고?”김아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창밖을 바라봤다.“비웃고 싶긴 해. 그런
주경우 부인의 집안은 부유했고 그들은 중매를 통해 결혼한 사이였다. 주경우처럼 악랄한 사람은 부인에게 화풀이를 하지 못하면 애인이 그 화를 감당해야 했다.김아린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강성연은 김아린을 보았다.“후회해요?”김아린은 잠깐 뜸을 들이가가 고개를 숙여 컵 안에 담긴 진한 커피를 바라보았다.“후회가 아니에요. 그냥 불쌍한 것 같아서요.”“저도 예전에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긴 적이 있어요.”강성연은 테이블 위 펜을 돌렸다.“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만약 그 사람들이 본인들의 끝을 예상했다면 후회했을까요?”김아린은 웃었다.“당신이 말한 그 두 사람, 설마 반지훈 씨를 좋아했던 그 두 여자예요?”강성연은 부주의로 펜을 떨굴뻔했지만 잽싸게 움직인 덕에 바닥에 떨어뜨리지는 않았다.“맞아요.”강성연은 머쓱했다.김아린은 다리를 꼬고 앉아 우아하게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반 대표님이 매력 넘치시긴 하죠. 그래서 여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잖아요. 부인인 당신이 있는데도 말이에요.”강성연은 미간을 주물렀다. 예전에 강성연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반지훈은 여자들이 너무 꼬인다는 점만 제외하면 다 좋았다. 만약 강성연이 먼저 그를 손에 넣지 않았다면 아마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홀렸을 거다.강성연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참, 아린 씨 아버지랑 구세준 씨 사이가 좋으신가요?”김아린은 고개를 저었다.“사이가 엄청 좋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저 예전에 같이 일한 적 있는 동료일 뿐이죠.”강성연은 문득 깨달았다. 그날 밤 구세준이 주경우에게 한 말은 아마 핑계일 것이다.구세준은 김 씨 집안이 아니라 반지훈의 체면을 봐줬을 거다.김아린의 휴대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무슨 내용인지 김아린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김아린은 휴대폰을 보더니 집에 급한 일이 있다면서 soul 주얼리를 떠났다.강성연은 그녀의 다급한 안색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 큰 일이 있
직원이 반지훈을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테라스에 있는 카페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에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보았다.“반 대표가 날 만나러 오다니, 내 영광이네.”“안지성 아저씨가 제 연락처를 당신에게 줬나 보네요.”반지훈은 의자를 당겨 느긋하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한재욱이 직원을 불렀다.“뭐 마실래?”반지훈은 덤덤히 말했다.“아무거나요.”한재욱은 직원에게 말했다.“블루마운틴 하나 더 주세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안지성 씨가 네 연락처를 준 건 맞아. 어쨌든 난 네 외삼촌이니까.”“외삼촌이요?”반지훈은 눈을 치켜뜨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반 씨 집안은 당신을 친척이라고 인정한 적 없는데요.”한재욱은 웃었다.“아직도 네 어머니 일로 우리를 탓하는구나. 사실 우리 한 씨 집안은 너희 어머니에게 꽤 잘해줬어. 네 어머니가 우리랑 같은 핏줄은 아니었지만 말이야.”“꽤 잘해줬다고요?”반지훈은 냉소를 흘렸다.“한 씨 집안은 딸이 없어 결혼으로 집안에 이득을 가져올 수 없었기에 고아를 입양한 거죠. 당신들은 한 씨 집안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 어머니가 자신을 희생하기를 바랐잖아요.”한재욱의 흐려진 안색을 보고 반지훈은 피식 웃었다.“당신들이 필요했던 건 딸이 아니라 이득을 얻는 데 쓰일 도구 아니었나요?”한미영은 용모가 출중했고 연예계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무척 아름다웠다. 한 씨 집안은 y국에서 그녀의 출중한 외모를 이용해 그녀를 상류층에 보내려고 했다. 그녀의 매력에 심취한 남자들은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엄청난 재물공세를 했다.그것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한 씨 집안이었다. 그들은 한미영을 딸로 여기는 게 아니라 상류층 사교계의 꽃으로 여겼다.한재욱은 웃음기를 서서히 거두어들였다.“한 씨 집안 때문에 걔가 손해 본 적은 없어.”“그렇긴 해요.”반지훈은 직원이 건네준 커피잔을 들며 덤덤한 어조로 대꾸했다.“정말 남자랑 잠자리라도 한다면 가치가
반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냉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한재욱은 커피잔을 들고 말했다.“우연이네. 내 조카손자도 그 학교 다니는데.”*입원한 수연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맞아서 부은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수연은 거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한성연은 문밖에 서서 노크했고 수연이 그녀를 보았다.“당신이 여긴 왜 왔어요?”그녀와 한성연은 빈말로도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한성연과 친하게 지내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그날 밤 김아린이 반지훈의 부인과 같은 편이라는 비밀을 알려준 게 다였다.“당연히 병문안하러 왔죠.”한성연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훑어봤다.“주 사장님 정말 사정없으시네요.”수연은 몸을 살짝 떨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당신...”한성연이 어떻게 그녀와 주 사장 사이의 일을 아는 걸까?한성연은 그녀의 놀란 표정이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듯 말했다.“수연 씨는 뒷배가 없으니 그 바닥에서 구르려면 어렵죠.”한성연은 아주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난 한 씨 집안 딸이니 당신과 주 사장의 일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아요.”수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뭐예요? 나한테 당신 집안이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거예요?”“당연히 아니죠. 난 수연 씨랑 협력하고 싶어요.”“협력이요?”수연은 의아한 표정이었다.한성연은 창가 옆으로 다가갔다.“수연 씨가 김 씨 집안을 쓰러뜨리고 싶어 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요.”수연은 당황했다.“무슨 좋은 소식이요?”한성연은 미소 지었다.“수연 씨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죠. 김아린 씨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돌아가셨대요. 김 씨 집안에서 여론 통제하고 있어서 다들 몰라요.”수연은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뭐... 뭐라고요?”수연은 그것이 진짜라는 걸 믿기 어려웠다.침대 옆으로 다가간 한성연은 허리를 살짝 숙여 그녀를 보았다.“이건 주 사장님 쪽 사람 통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수연은 이불을 꽉 쥐
한성연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당신이 직접 나서도 구천광은 넘어오지 않을 거예요. 난 밑천도 못 건지기는 싫어요. 구의범이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한성연은 이미 구천광에게서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그는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바른 사람이라 스님 같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한성연은 구천광에게 도박을 걸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진다면 정말 모든 걸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의범이라면 승산이 있었다. 그녀가 조사한 데 따르면 구의범은 별 능력 없는 바람둥이였다. 그러나 훈련 캠프에 있던 몇 년 사이 그는 여자들과 연락하지 않았다.그래서 위험을 최대한 줄여 구의범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다 구 씨 집안 도련님이니 구의범과 결혼해도 그녀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수연은 갑자기 서랍을 열어 지갑을 꺼냈다.“도와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한성연이 그녀를 보았다.“무슨 조건이요?”“어떤 순간이 오든 절대 날 배신해서는 안 돼요. 그게 내 조건이에요.”수연은 약 한 봉지를 그녀에게 건넸다.한성연은 당황했다.“이게 뭐예요?”수연은 냉소했다.“남자들이 죽고 못 사는 거죠.”*블루 오션.강성연은 정신이 딴 데 팔린 채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릇 안의 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반지훈은 복도에서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사고 조사했어.”강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사고 조사했어요?”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네가 다른 사람 일 때문에 걱정하는 거 보니 마음 아파서.”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웃어?”“당신이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아마...”강성연은 기억을 잃기 전 그의 진지한 표정을 따라 하며 말했다.“네가 다른 사람 걱정하는 거 보니까 불쾌해.”반지훈은 의미심장하게 싱긋 웃었다.“내가 그렇게 바보 같아 보여?”강성연은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그의 어깨를 꼬집
반지훈은 그녀의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잠시 뒤에 먹어.”“지훈 씨!”항의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밤이 깊어졌고 바 안의 음악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어둑어둑한 불빛이 번쩍였고 무대 위에서 여자가 폴댄스를 추고 있었다. 스타일리시한 차림의 남녀들은 무대 아래서 술을 마시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구의범은 친구들과 함께 바 안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는데 구의범의 옆에만 여자가 없었다. 구의범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한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의범아, 내가 여자 한 명 불러올까?”구의범은 손을 내젓더니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려놓았다.“싫어. 난 여자한테 관심 없어.”“세상에, 의범이가 바른 사나이가 됐네. 예전에 우리 술 마시러 나오면 네가 여자 소개해줬잖아.”“그러게. 의범이 훈련 캠프 갔다 오더니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졌나 봐?”구의범은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댈 뿐 마시지 않았다.“난 그냥 진지하게 연애하고 싶은 것뿐이야.”“연애?”남자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구의범은 당황한 표정으로 술잔을 내려놓았다.“내가 연애하겠다는데 뭐 불만 있어?”남자들은 웃으면서 술잔을 들었다.“자, 자. 술 마시자. 술.”그들은 술잔을 부딪쳤다.구의범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욕할 생각이었는데 고개를 들자 한성연이 보였다.열심히 꾸민 한성연은 일부러 그와 부딪힌 뒤 웃으며 말했다.“구의범 씨, 우연이네요.”“우연은 무슨, 비켜요.”구의범은 한성연에게 호감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아주 비호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한성연을 밀어내고 떠나려는데 한성연이 그를 잡았다.“구의범 씨, 나 사과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다시는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구의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성하는 한성연을 보며 잠깐 얼이 빠졌다.한성연은 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손을 들어 직원을
강성연은 속을 드러내지 않고 웃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가 소개 안해주셔도 알아요. 반 가의 며느님 맞죠?” 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저께 골프장에서 지훈이를 만났어.” 그녀는 잠시 멈칫 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웃어보였다. “그러세요? 지훈 씨가 그런 말은 안 해줬어요.” 남여진 부인은 탄식했다. “반지훈의 생모가 재욱이의 여동생이었지, 내가 깜빡했네.” 한재욱이 이어 말했다. “제가 말 안 해줬다고 탓하지 마세요, 저는 요 몇 년 동안 y국에 있었잖아요. 남들 입에 오르내린 것도 예전 일이에요.” 남여진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재욱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지훈이 시간 비면 다시 한번 보지.” 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을 아꼈다. “걱정마세요, 제가 대신 지훈 씨한테 전해드릴게요.” 그녀는 찻잔을 들며 고개를 숙였다, 반지훈은 그녀에게 그의 어머니와 한 가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 가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외부 사람들에게 그녀와 y국 한 가의 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이렇듯 반지훈의 어머니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아, 그녀가 한 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재욱은 그저께 반지훈을 만났다. 그녀는 극장에서 본 장면과 반지훈에게 얘기해준 구 부인과 그 사이의 “속사정”에 대해 떠올렸다. 그녀는 정말 무슨 심리로 그들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자신이 뜻하지 않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된 것이다.남여진 부인이 한재욱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강성연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말을 끊지 않았다.그녀가 찻잔을 입에 대고 차를 마시려 하는 순간, 남여진 부인이 그에게 질문하는 것을 들었다.“이번에 동임그룹 해외 개발 프로젝트는 잘 준비했니?” 한재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안지성 씨 덕택이죠. 그렇지 않으면 제가 낯선 땅에서 믿을 만한 투자자
강성연은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남여진 부인을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속 사정을 모르는 건 확실히 남여진 부인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라민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라민희는 한재욱을 보고도 안색이 바뀌지 않았다. 역시 명문가의 안주인이었다. 강성연은 회사로 돌아왔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반지훈이 창문 앞에 꼿꼿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돌아섰고, 한 줄기 빛이 그의 짙은 눈썹을 스쳐 지나갔다. “왔어?” 강성연은 그의 품에 안겼다. “남 부인이 차를 마시러 가자고 했고 한재욱 씨도 계셨어요.” 반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아.” 강성연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구 선생님과 부인을 마주쳤어요.” 그가 옅게 웃었다. “아수라장이었겠네.” 강성연이 피식 웃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당신 얘기가 나와서 왜 안 왔냐고 물어봤어요. 한재욱 씨가 시간 좀 내라고 하더라고요.” 반지훈이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도 너를 알고 있겠네.” 강성연은 손가락에 넥타이를 감고 놀았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극장에서 구 부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어요.” 반지훈은 그녀를 들어 책상에 놓은 채 앞으로 몸을 숙이고 두 팔로 책상을 받쳐 그녀를 팔 안으로 감쌌다. “그 사람이 너에게 경고했어?” “나도 몰라요.”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을 감싸 안았다. “만약 경고라도 하면 어떡하죠? 제 눈이라도 파가는 거 아니에요?” 반지훈은 웃었다. “누가 감히 네 눈을 파. 너가 보면 본거지 뭐. 그 사람 낯짝도 두꺼운 거 같은데 알려지는 걸 두려워 나 하겠어?” 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구천광이 동임그룹에 투자한 프로젝트는 당신이 소개해 준거예요?” 반지훈이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한재욱이 안지성 씨의 파트너라는 것도 알고있어요?” 그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당신 또 그 사람을 속인거죠?”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내가 어떻게 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