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냉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한재욱은 커피잔을 들고 말했다.“우연이네. 내 조카손자도 그 학교 다니는데.”*입원한 수연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맞아서 부은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수연은 거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한성연은 문밖에 서서 노크했고 수연이 그녀를 보았다.“당신이 여긴 왜 왔어요?”그녀와 한성연은 빈말로도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한성연과 친하게 지내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그날 밤 김아린이 반지훈의 부인과 같은 편이라는 비밀을 알려준 게 다였다.“당연히 병문안하러 왔죠.”한성연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훑어봤다.“주 사장님 정말 사정없으시네요.”수연은 몸을 살짝 떨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당신...”한성연이 어떻게 그녀와 주 사장 사이의 일을 아는 걸까?한성연은 그녀의 놀란 표정이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듯 말했다.“수연 씨는 뒷배가 없으니 그 바닥에서 구르려면 어렵죠.”한성연은 아주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난 한 씨 집안 딸이니 당신과 주 사장의 일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아요.”수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뭐예요? 나한테 당신 집안이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거예요?”“당연히 아니죠. 난 수연 씨랑 협력하고 싶어요.”“협력이요?”수연은 의아한 표정이었다.한성연은 창가 옆으로 다가갔다.“수연 씨가 김 씨 집안을 쓰러뜨리고 싶어 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요.”수연은 당황했다.“무슨 좋은 소식이요?”한성연은 미소 지었다.“수연 씨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죠. 김아린 씨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돌아가셨대요. 김 씨 집안에서 여론 통제하고 있어서 다들 몰라요.”수연은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뭐... 뭐라고요?”수연은 그것이 진짜라는 걸 믿기 어려웠다.침대 옆으로 다가간 한성연은 허리를 살짝 숙여 그녀를 보았다.“이건 주 사장님 쪽 사람 통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수연은 이불을 꽉 쥐
한성연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당신이 직접 나서도 구천광은 넘어오지 않을 거예요. 난 밑천도 못 건지기는 싫어요. 구의범이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한성연은 이미 구천광에게서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그는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바른 사람이라 스님 같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한성연은 구천광에게 도박을 걸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진다면 정말 모든 걸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의범이라면 승산이 있었다. 그녀가 조사한 데 따르면 구의범은 별 능력 없는 바람둥이였다. 그러나 훈련 캠프에 있던 몇 년 사이 그는 여자들과 연락하지 않았다.그래서 위험을 최대한 줄여 구의범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다 구 씨 집안 도련님이니 구의범과 결혼해도 그녀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수연은 갑자기 서랍을 열어 지갑을 꺼냈다.“도와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한성연이 그녀를 보았다.“무슨 조건이요?”“어떤 순간이 오든 절대 날 배신해서는 안 돼요. 그게 내 조건이에요.”수연은 약 한 봉지를 그녀에게 건넸다.한성연은 당황했다.“이게 뭐예요?”수연은 냉소했다.“남자들이 죽고 못 사는 거죠.”*블루 오션.강성연은 정신이 딴 데 팔린 채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릇 안의 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반지훈은 복도에서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사고 조사했어.”강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사고 조사했어요?”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네가 다른 사람 일 때문에 걱정하는 거 보니 마음 아파서.”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웃어?”“당신이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아마...”강성연은 기억을 잃기 전 그의 진지한 표정을 따라 하며 말했다.“네가 다른 사람 걱정하는 거 보니까 불쾌해.”반지훈은 의미심장하게 싱긋 웃었다.“내가 그렇게 바보 같아 보여?”강성연은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그의 어깨를 꼬집
반지훈은 그녀의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잠시 뒤에 먹어.”“지훈 씨!”항의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밤이 깊어졌고 바 안의 음악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어둑어둑한 불빛이 번쩍였고 무대 위에서 여자가 폴댄스를 추고 있었다. 스타일리시한 차림의 남녀들은 무대 아래서 술을 마시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구의범은 친구들과 함께 바 안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는데 구의범의 옆에만 여자가 없었다. 구의범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한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의범아, 내가 여자 한 명 불러올까?”구의범은 손을 내젓더니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려놓았다.“싫어. 난 여자한테 관심 없어.”“세상에, 의범이가 바른 사나이가 됐네. 예전에 우리 술 마시러 나오면 네가 여자 소개해줬잖아.”“그러게. 의범이 훈련 캠프 갔다 오더니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졌나 봐?”구의범은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댈 뿐 마시지 않았다.“난 그냥 진지하게 연애하고 싶은 것뿐이야.”“연애?”남자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구의범은 당황한 표정으로 술잔을 내려놓았다.“내가 연애하겠다는데 뭐 불만 있어?”남자들은 웃으면서 술잔을 들었다.“자, 자. 술 마시자. 술.”그들은 술잔을 부딪쳤다.구의범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욕할 생각이었는데 고개를 들자 한성연이 보였다.열심히 꾸민 한성연은 일부러 그와 부딪힌 뒤 웃으며 말했다.“구의범 씨, 우연이네요.”“우연은 무슨, 비켜요.”구의범은 한성연에게 호감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아주 비호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한성연을 밀어내고 떠나려는데 한성연이 그를 잡았다.“구의범 씨, 나 사과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다시는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구의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성하는 한성연을 보며 잠깐 얼이 빠졌다.한성연은 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손을 들어 직원을
강성연은 속을 드러내지 않고 웃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누나가 소개 안해주셔도 알아요. 반 가의 며느님 맞죠?” 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저께 골프장에서 지훈이를 만났어.” 그녀는 잠시 멈칫 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웃어보였다. “그러세요? 지훈 씨가 그런 말은 안 해줬어요.” 남여진 부인은 탄식했다. “반지훈의 생모가 재욱이의 여동생이었지, 내가 깜빡했네.” 한재욱이 이어 말했다. “제가 말 안 해줬다고 탓하지 마세요, 저는 요 몇 년 동안 y국에 있었잖아요. 남들 입에 오르내린 것도 예전 일이에요.” 남여진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재욱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지훈이 시간 비면 다시 한번 보지.” 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을 아꼈다. “걱정마세요, 제가 대신 지훈 씨한테 전해드릴게요.” 그녀는 찻잔을 들며 고개를 숙였다, 반지훈은 그녀에게 그의 어머니와 한 가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 가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외부 사람들에게 그녀와 y국 한 가의 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이렇듯 반지훈의 어머니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아, 그녀가 한 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재욱은 그저께 반지훈을 만났다. 그녀는 극장에서 본 장면과 반지훈에게 얘기해준 구 부인과 그 사이의 “속사정”에 대해 떠올렸다. 그녀는 정말 무슨 심리로 그들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자신이 뜻하지 않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된 것이다.남여진 부인이 한재욱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강성연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말을 끊지 않았다.그녀가 찻잔을 입에 대고 차를 마시려 하는 순간, 남여진 부인이 그에게 질문하는 것을 들었다.“이번에 동임그룹 해외 개발 프로젝트는 잘 준비했니?” 한재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안지성 씨 덕택이죠. 그렇지 않으면 제가 낯선 땅에서 믿을 만한 투자자
강성연은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남여진 부인을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속 사정을 모르는 건 확실히 남여진 부인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라민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라민희는 한재욱을 보고도 안색이 바뀌지 않았다. 역시 명문가의 안주인이었다. 강성연은 회사로 돌아왔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반지훈이 창문 앞에 꼿꼿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돌아섰고, 한 줄기 빛이 그의 짙은 눈썹을 스쳐 지나갔다. “왔어?” 강성연은 그의 품에 안겼다. “남 부인이 차를 마시러 가자고 했고 한재욱 씨도 계셨어요.” 반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아.” 강성연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구 선생님과 부인을 마주쳤어요.” 그가 옅게 웃었다. “아수라장이었겠네.” 강성연이 피식 웃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당신 얘기가 나와서 왜 안 왔냐고 물어봤어요. 한재욱 씨가 시간 좀 내라고 하더라고요.” 반지훈이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도 너를 알고 있겠네.” 강성연은 손가락에 넥타이를 감고 놀았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극장에서 구 부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어요.” 반지훈은 그녀를 들어 책상에 놓은 채 앞으로 몸을 숙이고 두 팔로 책상을 받쳐 그녀를 팔 안으로 감쌌다. “그 사람이 너에게 경고했어?” “나도 몰라요.”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을 감싸 안았다. “만약 경고라도 하면 어떡하죠? 제 눈이라도 파가는 거 아니에요?” 반지훈은 웃었다. “누가 감히 네 눈을 파. 너가 보면 본거지 뭐. 그 사람 낯짝도 두꺼운 거 같은데 알려지는 걸 두려워 나 하겠어?” 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구천광이 동임그룹에 투자한 프로젝트는 당신이 소개해 준거예요?” 반지훈이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한재욱이 안지성 씨의 파트너라는 것도 알고있어요?” 그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당신 또 그 사람을 속인거죠?”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내가 어떻게 걔
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꼬집었다. “하지만 그 늙다리는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으니, 접촉을 피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그러기도 힘든게 그 사람은 남 부인의 후배고, 남 부인은 나를 양손녀로 인정한 걸요.” 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턱을 괴었다. “남 부인이 저를 부르는데, 한재욱 씨 때문에 계속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반지훈은 그녀의 눈가를 덮었다. “해신이랑 유이네 반에 한 씨 성을 가진 아이가 있었는데 기억나?” 강성연은 어리둥절했다. “그 아이요?” 반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재욱 조카의 아들, 한 가의 작은 도련님이야.” 강성연이 깜짝 놀랐다.그 아이가, 뜻밖에도 한 가의 작은 도련님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왜 z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죠?” 반지훈은 옆으로 다가갔다. “한 가를 떠나는 편이 더 안전한가보지.” * 호텔.구의범은 깨어났을 때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정신이 멍했다. 그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여자를 보고 놀라 일어나 앉았다. 고개를 숙여 아무것도 안 입은 상태인 자신의 몸을 보고 그의 눈빛은 멍해졌다. 여자가 깨어나자 구의범은 급히 이불로 몸을 가렸다. “당신은…” 여자의 얼굴을 보자 구의범은 쓰러질 것 같았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 한성연은 억울한 척을 하였다. “의범 씨, 어젯밤 기억 안 나세요?” “어젯밤?” 구의범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것과, 바로 돌아오자 몸이 불편해서 일행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먼저 떠났던 것만 기억났다. 그 뒤에는… 어떤 여자가 그를 부축한 것 같다. 한성연이 말했다. “의범 씨, 의범 씨가 어젯밤에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구의범은 침대에 멍하니 앉아 한참 동안 생각했다. “이건… 이건 아니야. 난 왜 기억이 없지?” 한성연은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의범 씨는 여자랑 밤을 보내고 인정하
그녀가 물러서는 것은 나아가기 위한 것일 뿐, 너무 확실하게 드러내면 안된다. 구의범은 갑자기 지갑에서 노란색 지폐를 모두 꺼내 침대에 내던졌다. “내가 가진 돈은 이것 밖에 없어요. 당신이 다른 걸 원해도 난 줄 수 없어요.” 한성연은 굳어졌다. 수치심을 느낀 듯하였다. “당신…나를 뭘로 보는거죠?” “당신이 생각하기에는요?” 구의범은 외투 단추를 채웠다. “내가 무방비한 틈을 타 내 침대에 올라온 건 당신 스스로가 그런 여자가 되려고 한 거예요. 나랑 자면 구 씨 집안에 시집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하.” 구의범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한성연은 이불 위에 흩어진 돈을 보며 화가 나 베개를 던졌다. “구의범, 기다려!” 구의범이 집에 돌아왔고, 구세호는 거실에 앉아 신문을 읽고 차를 마시다가 그가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젯밤에 어디 갔었니?” “취해서 친구 집에서 잤어요.” 구의범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구세호는 신문을 탁자 위에 던져 놓았다. 이 녀석이 일부러 자신에게 대드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아파트 단지. 손유린은 거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고, 초인종 소리가 났다. 그녀는 구의범인 줄 알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구세호인 것을 보자, 그녀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구세호는 불쾌해하며 말했다. “당신 아들이 어젯밤 당신한테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걸 배워서 들어오지도 않았어. 아들 신경 안써?” 손유린은 자신을 탓하려고 온 그를 보고 웃었다.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당신은 아버지로서 아이를 데려갔어요. 당신이 아이를 잘 케어하지 못한 거 가지고 나를 탓할 수는 없죠.” 구세호는 그녀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걸 보자마자 손을 짚고 막으며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어쨌든 우리 부부가 이렇게 긴 시간을 원수처럼 지낼 필요가 있을까?” 손유린과 이혼한 후, 구세호도 자신을 돌아보
김아린의 말투는 차분했다. “넌 맞는지 아닌지만 말하면 돼.” “내가 또 뭐 어쨌다고?” 수연은 건물로 들어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냈다. “네 삼촌은 돌아가셨고, 너희 김 씨 가문은 외부에 숨기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되게 놔둘 수 있겠니?” 김아린이 말했다. “허, 우리 삼촌의 자동차 사고, 설마 너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원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네 삼촌이 죽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니? 하느님이 너희 김 씨 집안을 못마땅하게 여기셔서 너희들에게 되갚아 주신 거야. 또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거야?” 김아린은 웃었다. “너 주 사장이랑 또 뭐 꾸미고 있더라?” 수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다 이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주 사장한테 물어봐.” 김아린은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수연은 집 앞에 서있었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골드 룸살롱. 김아린은 어두운 룸에 앉아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강성연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김 씨 집안 일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연루시킬 수 없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끄자 한 남자가 들어와 그녀 앞에 정중히 다가왔다. "아가씨, 사장님이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주 사장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십니다." 김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장님도 아가씨를 위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번 김 가의 사고는 주 사장의 배후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가씨가 사건이 주 사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셔도, 주 사장은 매우 교활하게 빠져나갈 거고, 배후는 밝혀지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가 주 사장의 뒤를 캐는 것도 아가씨 본인을 해칠 뿐입니다.” 그녀가 이마를 짚었다. “알겠어요.” 남자가 나간 후, 김아린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주경우는 정말 교활했다, 수연이 김 씨 집안에 원한이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