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일은 송아영에게 있어 아주 큰 타격이었고, 그녀는 완전히 타락하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악기도 건드리지 않았다.반지훈은 멍해졌다. 지금 그의 기억은 송아영과 안예지의 일이 발생하기 전이라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강성연은 그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안지성씨를 알고 있다고 하니 저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좀 찾아줄래요?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반지훈은 그녀를 번쩍 들어 세면대 위에 앉히더니 이렇게 물었다.“결국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거네?”강성연은 뾰로통하게 물었다.“도대체 도울 거예요,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면서 대답했다.“당신이 하는 걸 보고 결정할게.”어둠은 조용히 내려앉았고 회색 커튼이 바람 따라 나부끼고 있었다. 강성연은 새벽부터 동이 틀 때까지 노력했지만 반지훈은 그래도 만족되지 않는 듯하였다.아침에 반지훈은 품속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그는 자지 않고 6시에 일어나 잠옷을 입은 후 방을 떠났다.반지훈은 현관에서 연희승에게 전화를 했다.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아침 10시 반이었다. 강성연은 다급히 씼은 후 아래층에 내려갔고 김 집사가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그녀는 아침을 먹으면서 김 집사에게 물었다.“반지훈씨는 언제 나간 거예요?”김 집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7시에 나가셨어요.”7시?저녁 내내 열심히 밤일을 한 다음에 자지도 않고 나간 거야?그녀는 soul 주얼리 회사로 가는 길에 연희승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안지성이 내일 저녁 자산 파티에 참석하는데 반지훈도 그녀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보아하니 어제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회사에 들어가자 카운터 접대원이 그녀에게 걸어왔다.“강성연 대표님, 명승희 아가씨는 한참 전부터 대기실에서 기다리셨어요.”강성연은 명승희가 직접 찾아올 줄 몰랐다.마침 그녀도 명승희가 soul 주얼리
“하지만 더 좋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왜 초보 회사인 soul 브랜드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네요.”명승희는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전 soul 브랜드의 디자인 영감이 마음에 들어요. soul이라는 건 영혼이라는 뜻이잖아요. 예전 사셀에서 zora 아가씨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껍데기만 아름다운 다른 것들과 달랐어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면서 웃었다.“명승희 아가씨가 그렇게 말씀해 주니 정말 기쁘네요.”명승희는 방긋 웃었다.“당연히 다른 원인도 있어요.”강성연이 눈을 가늘게 뜨자 명승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3년 전 예찬이가 이례적으로 soul 브랜드의 광고를 찍었다고 들었어요. 예찬이의 마음에 든 브랜드이니 마음에 놓여요.”강성연은 명승희를 바라보았다. 명승희는 3년 전 육예찬이 soul 브랜드의 광고를 찍어 그녀의 회사를 선택했다는 뜻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보아하니 의도적으로 그들의 관계를 알리려는 듯하였다.그녀와 연 씨 가문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알린 적이 없기 때문에 친한 사람 외에 그녀가 육예찬 사촌 여동생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없었다.명승희는 태도가 우아하고 대범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그녀와 육예찬의 관계를 몰라도 인터넷을 자주 본다면 그녀와 반지훈의 관계는 알고 있을 거다.강성연은 그제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육예찬씨 전 여자친구가 모델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명승희씨였어요?”명승희는 웃으며 말했다.“저와 예찬이의 일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어요. 하지만 zora 아가씨는 반지훈 대표님 부인이니 예찬이와 꽤 만났을 거예요. 참, 예찬이가 약혼했다고 들었어요. 송 씨 가문의 아가씨라고요?”“명승희 아가씨는 전 애인 일에 관심이 많네요?”강성연은 손가락을 만지면서 무심하게 물었다.명승희는 눈을 깜박거렸다.“당연히 관심이 많지요. 그때 예찬이가 헤어지자고 한 거라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돌아온 김에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고요.
......김아린과 송아영은 사치품 가계를 돌고 있었고 송아영은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듯하였다.김아린이 몇 번 불러서야 그녀는 대답했다.“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갑자기 배를 만졌다.“배고파요, 밥 먹으러 갈까요?”김아린은 빙긋 웃었다.“조금 전에 점심 먹었잖아요.”송아영은 멍해졌다.“그렇구나......”김아린이 뭐라 말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강성연 전화임을 확인한 김아린은 전화를 받았다.“아영씨와 쇼핑하고 있어요. 아영씨 휴대폰은 배터리가 없어요, 뭐라고요?”김아린은 몇 마디 한 후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송아영이 물었다.“성연이가 무슨 일로 전화한 거예요?”김아린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했다.“당신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어요.”송아영은 의아했다.김아린과 송아영은 soul 주얼리 회사에 찾아갔다. 전화에서 상황을 들은 김아린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물었다.“명승희는 무슨 뜻이에요?”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마셨다.“무슨 뜻이겠어요. 아영이와 사촌 오빠가 파혼하면 우리 soul 브랜드 모델이 되어주겠다는 거죠.”강성연은 커피를 내려놓았다.“이번에 귀국한 후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서 장기적으로 발전할 모양이에요.”김아린은 콧웃음을 쳤다.“전 애인을 잊지 못해 육예찬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거예요?”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송아영을 바라보았다.“제가 사람을 찾아 명승희를 해결해 줄까요?”송아영은 팔짱을 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뭘 해결해요? 잘된 일이잖아요. 그리고 전 꼭 육예찬에게 시집갈 거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김아린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걱정하지 마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지지해요.”강성연은 한참 동안 송아영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이 일은 육예찬에게 달렸어. 명승희는 옛사랑을 잊지 못하지만, 사촌 오빠도 그런 건 아니잖아. 그리고 사촌 오빠는 너와의 결혼을 동의했어, 함부로 약속을 하는 사람이 아니
“어울리지 않다는 한 마디로 정말 우리 사이를 이렇게 끝낸다고?”명승희는 그의 앞에 다가가더니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우리는 6년 동안이나 사귀었어. 네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널 위해 바이올린도 배우고 너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넌 항상 날 귀찮게 생각했잖아.”육예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미안해.”“난 너의 사과를 들으려는 게 아니야.”명승희는 그를 안았다.“예찬아, 넌 나와 같은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널 위해 네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 너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6년이 되어도......”그녀는 여전히 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라는 한 마디로 이별을 고했다.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육예찬은 그녀를 밀쳐냈다.“넌 아주 좋은 사람이야. 변할 필요 없어. 내가 너에게 빚진 거야, 다른 방법으로 너에게 보상해 줄 수 있어.”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공연장을 떠났다.명승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예전 그녀가 육예찬을 쫓아다녔던 거였고 육예찬도 그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명확히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고 그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그를 위해 바이올린을 배우고 음악을 좋아하려고 했다.그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명승희는 자신이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6년 동안 육예찬의 태도는 항상 달랐다. 기쁘면 미소를 지어주고 기쁘지 않으면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여태껏 그녀는 국외에서도 계속 육예찬을 주시했었다. 자신과 이별한 후 육예찬이 계속 솔로로 지내자 그녀는 매우 기뻤다.여튼 그녀는 육예찬이 인정한 유일한 여자친구였으니까. 비록 보여주기식 여자친구에 근접하지만.그녀가 어떻게 내킬 수 있겠는가?그녀는 미모면 미모, 몸매면 몸매 부족한 게 없었다. 그 폐인 같은 송아영이 무슨 자격으로?송아영과 육예찬 사이에 혼약이 있다는 이유로?이때 매니저에게서 전화 왔다. soul
명승희는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녀가 송아영을 도와주는 걸 막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려면 soul 브랜드와 계약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반크는 웃었다.“네가 이익을 더 중하게 여길 거라 생각했을 거야.”그리고 soul 주얼리는 아직 발전 중이라 강성연이 지향하는 글로벌화를 현실로 만들려면 더 좋은 자원이 필요했다.공원 밖에 나온 강성연은 주위에 가게가 있는 걸 보고 물었다.“반크 아저씨, 뭘 마실 래요?” “아무거나.”강성연은 가게에 쪼르르 달려가 레몬주스를 두 잔 샀다. 한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질주하고 있었는데, 강성연을 발견하지 못한 듯하였다.순간 누군가가 강성연을 곁으로 잡아당겼으며 남자아이는 급정거를 하면서 바닥에 넘어졌다. 남자아이도 놀랐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강성연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구의범이 보였다.구의범은 남자아이에게 말했다.“뭘 우는 거야? 이곳에 사람이 많은 줄 알면서도 그렇게 빨리 달리면 어떡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잖아.”남자아이가 더 크게 울자 한 행인의 불만을 일으켰다.“그저 아이일 뿐이잖아요. 그렇게 욕할 필요 있어요?”“아이라고 방임할 건가요?”구의범은 무표정으로 말했다.“다친 게 당신이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네요. 만약 다친 사람이 당신이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그 행인은 구의범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지 아이를 부축하더니 몇 마디 타이른 후 떠났다.구의범은 몸을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예쁜이가 왜 병원에 있어?”강성연은 반문했다.“당신은 왜 병원에 있어요?”“어머니와 함께 왔어. 어머니가 좀 편찮아서. 예쁜이도 어디 아파?”강성연이 고개를 저을 때 반크가 달려왔다.“성연아.”“반크 아저씨, 죄송해요.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요.”강성연은 들고 있던 레몬주스를 반크에게 건네주었다.반크는 레몬주스를 받더니 곁에 있는 구의범을 바라보았다.“이 분은......”구의범은 공손하게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전 구의범이라고 해요. 전 예...
구의범은 혀를 찼다."뭐라는 거야? 아직도 우리가 훈련 캠프에 있다고 생각해?"훈련 캠프에 있을 때 그는 두려운 게 전혀 없었다.강성연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약을 챙긴 손유린은 돌아가려 했고 구의범은 혹시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그녀를 따라갔다.떠날 때가 되자 구의범은 일부러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밥 한 끼 빚진 거 잊지 말라고 강성연에게 당부했다.강성연은 당연히 잊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구의범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건지 차 앞에 서서 뻔뻔하게 말했다."오늘 일까지 두 끼.""..."그들의 차가 떠난 뒤 강성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경적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우아하고 눈부시며, 익숙하게 느껴지는 마이바흐 한 대가 그곳에 멈춰 서 있었다.강성연은 숨을 들이마셨다. 반지훈이었다.그녀는 차 앞에 섰고 차창이 서서히 내려갔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역시나 반지훈이었다.겉옷을 벗은 그는 검푸른색 셔츠만 입고 있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 차 안에서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것은 예전에 그가 자주 사용하던 향수였는데 파촐리와 삼나무 향이 어우러져 섹시하면서도 남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강성연은 매번 그에게 반했다.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조수석에 앉았고 몸을 기울여 그와 거리를 좁혔다."여보, 오늘 당신 갑자기 무척 매력 있어 보여요."반지훈은 작게 웃었다."나 항상 매력 있지 않았어?"강성연은 눈을 깜빡였다."그러게요. 우리 남편은 항상 매력 있죠. 매일 날 반하게 만드는걸요."반지훈은 웃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단단히 고정한 채로 거리를 더 좁혔다."무슨 잘못을 했길래 갑자기 예쁜 말을 하지?"강성연은 입술을 핥더니 팔을 뻗어 그의 목에 감았다."잘못이라뇨? 그냥 오늘 당신이 무척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반지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진짜?"강성연은 거의 몸이 딱 붙을 정도로 그에게 가까이
그의 딸 안예지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깨어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안지성도 반지훈을 발견하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지훈이도 왔니?"반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그는 강성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소개해드릴게요. 이 사람은 제 아내 강성연이에요."강성연은 겸허하게 말했다."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안지성은 정중하게 대답했다."강성연 씨랑 지훈이 일은 들어본 적 있습니다. 역시나 잘 어울리네요."강성연은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과찬이세요."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소개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주최 측 사람이 올라가서 발언했다.무대 위 스크린에서 기부받은 지역의 낙후한 상황이 비쳤고 주최 측은 그 지역의 책임자와 아이들을 초청해 무대 위에서 소감을 밝히게 했다.기부식이 시작되고 각 회사 대표가 현금이나 값비싼 소장품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최소 몇백만 원이었다.안지성은 교과서 10만 권과 현금 2억을 기부해 박수갈채를 받았다.진행자는 다른 기부자의 정보를 보고 흥분해서 말했다."반지훈 부부께서 학교 건설을 위해 40억을 기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한 번에 40억이라니, 역시 반 대표님답네.""TG 그룹이 10여 년 동안 많은 부를 축적했잖아. 반씨 집안에 40억은 큰돈이 아닐 거야.""다른 사람은 몰라도 반 대표랑 우리는 비교도 안 돼."주위 사람들의 의논 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부부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맞잖아."강성연은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며 말했다."다 당신 혼자 냈잖아요. 내가 당신 덕을 봤다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 내가 좋다는데."강성연은 웃기만 할 뿐 대꾸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 직원을 불렀고 직원이 다가오자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반지훈
강성연은 무엇을 본 건지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그의 품 안에 넣었다."나 대신 선물 보관해줘요. 금방 갔다 올게요."복도로 나간 강성연은 안지성이 복도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녀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상대방이 떠난 뒤에 안지성에게 다가갔다."안지성 씨."안지성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강성연 씨네요. 왜 지훈이랑 같이 있지 않고 나왔어요?"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지훈 씨한테 얘기하고 나왔어요."안지성은 잠깐 뜸을 들였다."무슨 일이죠?"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핑계를 댔다."사실 전 B대 학생이에요. 따님인 안예지 씨와 동문이죠. 사실 아주 오래전에 안지성 씨 얘기를 들었습니다."안지성은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렇군요...""사실 저랑 안예지 씨는 별로 접점이 없어요. 하지만 안예지 씨가 아주 낙관적인 노력파라는 건 알고 있어요."안지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딸 얘기를 거론하는 사람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심지어 강성연은 동문이었다."낙관적인 아이긴 했어요."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괜히 안지성 씨를 슬프게 만들려고 이 얘기를 꺼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안지성 씨께서 희망을 놓지 않으셨으니 저도 안예지 씨가 꼭 깨어날 거라고 믿어요."안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랬으면 좋겠네요.""그런데요."강성연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떠보듯 물었다."안예지 씨 사고를 조사해본 적 있으신가요?"안지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조사할 건 없어요. 딸이 갑자기 사고를 당했고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건 송씨 집안 딸 뿐이니까요."역시...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에 잠겼다."그러면 혹시 시간 날 때 제가 안예지 씨를 만나러 가도 될까요?"안지성은 동의했다.파티가 끝난 뒤 강성연과 반지훈은 주차장으로 향했고 희승이 그들의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차에 올랐고 희승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의 손에 들린 선물을 보았다."자선 파티에 선물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