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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지훈의 눈은 점점 이글거렸으나 꾹 참았다. 살짝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화났으니 벌을 내리겠어"

성연은 목덜미 사이에 묻혀진 머리카락을 느꼈다. 그는 두 팔로 힘차게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녀는 그의 목을 안은 채 그를 껴안았다. 그녀는 현관에서 가슴 뛰는 설렘을 느꼈다.

 하늘은 어둡고, 침대의 등은 어둑어둑하고, 따뜻한 빛은 성연의 옥과 같이 매끄러운 살결을 덮었다. 베개위로는 먹물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앉는 소리가 나자 성연은 그제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지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밥 안 먹을거야?"

 성연은 몸을 뒤척였다. 오늘 답답한게 목이 잠길 정도였다. "목말라요."

 지훈은 탁자 위에 준비한 물 한 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 물컵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기 때문인지, 그녀는 사레가 들려 그가 방금 갈아입은 셔츠에 물방울이 세차게 튀었다.

 지훈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물만 마셨는데 사레가 들려"

 성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이불을 내려 침대 끝에 기대 중얼거렸다. "밥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는 그녀의 뺨을 들어올렸다. "오늘 편하게 대해줬는데, 도리어 남편을 부려먹어?"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불만 있어요?"

 지훈이 웃었다. "아니."

 그가 성연을 안고 계단을 내려갔고, 성연은 테이블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밥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가 집어 주었고, 원하는 음식은 다 가져다 주었다. 그를 일부러 부려먹었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맞춰주다가 그녀가 맥이 빠지자 지훈은 히죽히죽 웃었다. "힘들어?"

 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 그렇게 화를 내니, 당신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오늘 네가 먼저 뽀뽀했으니, 나는 너가 화해하자는 줄 알았어"

 "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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