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몸매덕에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튀었다. 해신도 그의 외모를 닮아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리사는 유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유이야, 너네 오빠 정말 네 아버지처럼 잘생겼다" 유이는 신난 듯 웃어 보였다. "당연하지, 내가 너네한테 거짓말하겠어?" 그녀의 학우들 대부분은 그녀의 아빠와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이번에 아빠와 엄마는 모처럼 그들의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고, 그 못된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것이다! 유이는 지훈을 향해 달려갔다. "아빠" 지훈은 아이를 받아 안아 올렸다. "아빠가 약속 지켰지?" 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목을 껴안았다. "아빠가 엄마랑 같이 오니까 너무 좋아요" 해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아빠한테 안기냐" 유이는 그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반 대표가 여기 있으니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지훈을 알아보고 정중히 인사하러 오기도 했다. 성연은 두 팔을 두른 채 나무 밑에 서있었다. 그녀는 지훈이 사진 일 때문에 아직 화가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모른 척했지만, 그녀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복도를 바라보다가, 얼핏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았다. 그녀는 멈칫 하더니 서둘러 복도로 쫓아갔다. 지훈은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연이 이탈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연은 복도에 도착했고 남자는 마침 학교 학생주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임이 떠나자 성연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조훈 씨?" 조훈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연 씨?" 과연 그녀가 잘못 본게 아니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조훈 법의관님이 어떻게 학교에 있는거죠?" 조훈은 서울 사법 감정 센터의 법의학 의사이다. 이전에 그녀가 위조한 DNA 검증은 조훈의 공이 컸고, 무엇보다 조훈은 아영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다.그는 웃었다. "사법국은 그만둔 지 오래예요. 지금은
성연은 이 아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뺨을 움켜쥐었다. 유이는 양쪽 뺨이 찌그러진 채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저…엄마 좀 데려갈게요, 학부모회가 곧 시작해요." 조훈이 그녀에게 말했다. "곧 시작한다는데 먼저 가세요, 저도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훈이 떠나자 유이는 눈을 깜빡였다. "엄마, 조 선생님이 첫사랑은 아니죠?" 하마터면 사례가 들릴 뻔한 성연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린놈이, 첫사랑이 뭔지는 알아?"유이는 차마 엄마에게 오빠를 따라 아이돌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됐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런거 맞아요?"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아니지" 유이는 눈을 깜빡이며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엄마 첫사랑 있어요?" 성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복도에 나타난 양복 차림의 형상을 보고 입꼬리를 살며시 치켜올렸다. "있지." 복도에 서 있던 지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성연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 첫사랑은 너희 아빠야, 너희 아빠는 그때 나를 죽도록 따라다녔지. 그렇지 않았다면 너희 세 토끼들을 만나지 못했겠지?" 지훈은 멈칫하였다. 심장 박동은 반 박자 빨라졌고, 차갑고 음산했던 얼굴도 많이 누그러졌다. 한 그림자가 그의 곁에 나타났고, 손을 들어 그의 뒤쪽 벽면을 받쳤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고,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성연이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만족해요?"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순간 그녀의 몸에 있는 은은한 향수가 퍼져오며 그의 몸을 굳혔다. 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분명히 힘을 쓰지 않았지만, 그의 손등에는 핏줄이 서있었고,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성연아…" 성연이 눈을 내리깔고 손을 떼려하였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바짝 조였다. 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다시 키스했다. 많이 자제하였고
중년 남자의 손이 아래로 향하자 성연은 앞으로 나와 그의 손목을 잡고 발로 걷어차 땅에 넘어뜨렸다.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당신 미쳤어?" 화들짝 놀란 중년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까 두려워 일어나 도망쳤다. 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저런 쓰레기가 학교에 있는 걸까. 학생들에게 너무 위험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위로하려 했으나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남자아이가 이렇게 곱고 예쁘게 생기다니, 유이보다 훨씬 더 예뻤다.남자아이의 눈동자 색깔은 매우 투명하고 맑았으며, 피부는 백색, 머리는 곱슬머리였고, 속눈썹이 길었다. 어떤 아이던지 아까의 일을 겪었다면 많이 놀랐겠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담벼락 앞에 서 있었다. 놀라지 않았다기보다는 아이가 이런 일에 무감각해진 것인지, 아이가 가져야 할 총기가 눈에 서 보이지 않았다. "얘야, 너 왜 혼자 여기 서 있니? 너희 엄마 아빠는?" 성연은 허리를 굽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소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비로소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띠었다. "엄마 아빠 없어요." "어…미안, 고의가 아니였어" 성연은 눈빛이 흔들렸고, 동정심이 들었다. "너 혼자 있는 건 너무 위험해, 아줌마가 선생님을 찾아줄게" 소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그 사람이 선생님이었어요" 성연은 멈칫하였다. 순간 아이의 눈빛에서 냉소적인 기운이 새어 나왔다. 소년은 돌아서서 가버렸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성연의 마음은 다시 복잡해졌다. "엄마!" 이때 해신이 나타나 그녀의 앞으로 뛰어왔다. "엄마, 왜 여기까지 왔어요" 성연은 시선을 거두었다. "엄마가 너희들을 찾고 있었어. 참, 올 때 유난히 예쁜 남자 아이를 봤니?" 해신은 작은 손을 허리에 대고 얼굴을 찌푸렸다. "저놈은 우리 반인데, 엄마가 그걸 왜 물어봐요?" 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아이 설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지훈의 눈은 점점 이글거렸으나 꾹 참았다. 살짝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화났으니 벌을 내리겠어"성연은 목덜미 사이에 묻혀진 머리카락을 느꼈다. 그는 두 팔로 힘차게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녀는 그의 목을 안은 채 그를 껴안았다. 그녀는 현관에서 가슴 뛰는 설렘을 느꼈다. 하늘은 어둡고, 침대의 등은 어둑어둑하고, 따뜻한 빛은 성연의 옥과 같이 매끄러운 살결을 덮었다. 베개위로는 먹물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앉는 소리가 나자 성연은 그제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지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밥 안 먹을거야?" 성연은 몸을 뒤척였다. 오늘 답답한게 목이 잠길 정도였다. "목말라요." 지훈은 탁자 위에 준비한 물 한 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녀는 일어나 앉아 물컵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기 때문인지, 그녀는 사레가 들려 그가 방금 갈아입은 셔츠에 물방울이 세차게 튀었다. 지훈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물만 마셨는데 사레가 들려" 성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이불을 내려 침대 끝에 기대 중얼거렸다. "밥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는 그녀의 뺨을 들어올렸다. "오늘 편하게 대해줬는데, 도리어 남편을 부려먹어?"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불만 있어요?" 지훈이 웃었다. "아니." 그가 성연을 안고 계단을 내려갔고, 성연은 테이블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밥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가 집어 주었고, 원하는 음식은 다 가져다 주었다. 그를 일부러 부려먹었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맞춰주다가 그녀가 맥이 빠지자 지훈은 히죽히죽 웃었다. "힘들어?" 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 그렇게 화를 내니, 당신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오늘 네가 먼저 뽀뽀했으니, 나는 너가 화해하자는 줄 알았어" "오, 그래요?"
그는 무의식적으로 강성연을 꽉 끌어안으면서 따뜻한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맞췄다.이틀 후 트위터에 과연 한성연의 기사가 올라왔다. 한성연이 거리에서 “본처”에게 맞은 사건은 부자 아가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강성연은 휴대폰을 끄고 곁에 두었다. 곧 여직원이 문을 두드리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들어와요.”여직원은 서류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강성연 대표님, 한 모델이 저희 soul 브랜드의 커플 상품 주얼리의 광고를 찍으려고 합니다. 그쪽에서 주동적으로 자료를 보내왔어요.”강성연은 직원에게서 서류를 받아 펼쳐본 후 표정이 좀 의아해졌다.자료에는 명승희라는 이름 세 글자와 1촌 사진이 있었는데 여자는 매우 고급스럽게 생겼다. 비록 첫눈에 보고 혀를 내두를 미모는 아니지만 아주 기억 포인트가 있는 외모였다.그녀의 프로필 상의 키는 176센티였기에 190센티인 육예찬과 잘 어울릴 것이다.하지만 이 모델은 귀국하자마자 soul 주얼리 브랜드의 광고를 요구했기 때문에 강성연은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여직원이 물었다.“이 모델과 계약하실 겁니까?”강성연은 자료를 서류 안에 넣으며 말했다.“우리 쪽에서 아직 대답을 줄 수 없다고 전하세요.”여직원이 떠난 후 강성연은 자신의 일을 마저 하려고 했다. 이때 문밖에 눈에 띄게 키가 훤칠한 사람이 나타났다.강성연은 멍해졌다.“사촌 오빠?”그의 전 여자친구의 프로필을 받기 바쁘게 육예찬이 찾아오다니, 참 우연이었다.육예찬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물었다.“당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어요.”강성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마침 오빠의 전 여자친구 명승희가 저희 soul 주얼리 브랜드의 모델이 되려고 하네요.”육예찬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지만 다른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soul 브랜드의 모델이 되려고 한다고요?”강성연은 턱을 괴었다.“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거예요?”육예찬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니요.”그는 이렇게 말한 후 한참 침묵했다.“마음대로 해요.”“그녀는
강성연은 깜짝 놀랐다.“언제 본 적이 있나요?”육예찬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고등학교 때 저녁 파티에 저도 있었어요.”강성연은 확실히 그렇게 오래전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육예찬을 빤히 바라보았다. 송아영 대학교 때 일까지 조사하다니, 너무 꼼꼼한 거 아니야?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조건으로 한 가지 물음을 대답해 주세요.”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송아영과 결혼하려는 목적은 뭔가요?”......#슈퍼 모델 명승희 귀국#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과일 샐러드를 먹으면서 휴대폰을 놀던 송아영은 이 기사를 보고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명승희가 귀국했어?아이고, 그 사람의 전 여자친구가 귀국했네. 그렇다면 꼭 파혼하겠지?그녀는 포크로 수박을 집었다.이때 송인후가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송아영, 이 나쁜 계집아!”송아영은 깜짝 놀라 수박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녀의 아버지가 거실을 빙빙 돌고 있는 걸 발견했다.송아영은 그녀의 아버지가 거실에서 돌 때면 꼭 그녀를 때릴 물건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과일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 벌떡 일어섰다.“아빠, 왜 그러는 거예요?”“너...... 너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송인후는 파리해진 얼굴로 소매를 거두었다.“내가 서재에 소장해 두었던 골동품 시계는 어디에 있어?” “무슨 골동품 시계요?”“16억 원짜리 시계!” 송인후의 고함에 송아영은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곧 아버지가 말하는 골동품 시계가 무엇임지 깨달았다.“내가 20년 동안 소장해온 골동품이란 말이다. 아까워서 한번 차지도 않았는데 오늘 청소할 때 보니까......”그는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16억 원이 사라진 거야.”송아영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빠, 그 골동품 시계의 종적은 저도...... 정말 몰라요.”망했다, 9년 전에 성연이을 돕기 위해 팔아버렸었는데. 필
송인후는 육예찬을 서재에 데려갔다. 그는 차탁 앞에 앉더니 가정부더러 준비한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육예찬은 서재 환경을 둘러보았다. 서재의 인테리어는 간단하고 운치가 있었으며 서재 위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책들이 있었다. 역시 서울에서 유명한 선비 집안이었다. 차를 우린 후 송인후는 그에게 차를 부어주려고 했으나 육예찬이 거절했다.“아저씨, 제가 할게요.”송인후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그는 차를 따른 후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오늘 못난 모습을 보여줘 정말 부끄럽구나.”육예찬은 찻잔을 들었다.“아영이에게 엄격하지만 진짜 호되게 때려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요.”송인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송아영을 자주 때렸지만 진짜 힘줘서 때린 적이 없었다. 송아영은 그의 외동딸이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했었다.그는 탄식했다.“예전에 정말 큰 소리로 꾸짖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저 계집애가 졸업한 뒤로부터 내 속만 썩이는구나. 나쁜 길로 들어설까 걱정되고, 불같은 성격에 무슨 사고라도 칠까 걱정된다. 앞으로 정말 둘이 결혼한다면......”송아영은 문에 귀를 대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게 되었다.송아영은 맞을 위험도 감수하고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이때 육예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괜한 걱정을 하네요. 앞으로 저와 아영이가 결혼하게 된다면 전 어떤 모습도 받아줄 수 있어요.”송아영은 멍해졌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송인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예찬아, 정말 아영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필경 이 혼사는 연희정이 직접 제안한 거였다. 딸이 시집을 가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었던 송인후는 당연히 즐거운 기분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하지만 그는 송아영의 성격이 걱정되었다. 아버지인 그처럼 예뻐해 줄 사람이 몇 명 없을 것이다.육예찬은 담담하게 웃었다.“전 송아영이 겉모습처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송인후는 잠시 멍해지더니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그래
그녀는 문앞까지 쫓아갔다.“아빠!”하지만 송인후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육예찬이 문밖에 서있는 그녀를 바라보자 송아영은 씩씩거리며 다가와 그의 멱살을 잡았다.“당신, 저를 조사하고 있는 거예요?”육예찬은 평온하게 말했다.“뭐 들키면 안 될 일이라도 있어요?”송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육예찬은 그녀의 손을 떼어놓은 후 일어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일이 당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송아영은 멍하니 있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무슨 뜻이에요?”육예찬은 허리를 숙였다.“전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어요.”육예찬이 서재를 떠난 후 송아영은 오랫동안 제자리에 서있었다. 또 그녀는 끝없는 무기력함을 느꼈다......TG그룹.강성연은 카운터를 지나쳤다. 카운터 직원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어 열정적으로 인사했다.“사모님, 오셨어요?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세요.”강성연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그녀는 사무실에 가서 노크를 한 후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들어갔다. 문을 여니 반지훈은 가죽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는 연희승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오늘 밤 약속을 거절해 줘. 난 그런 장소를 좋아하지 않아.”강성연은 책상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왜요?”반지훈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서류를 닫았다.“성연아?”강성연은 책상 위에 앉았다.“서프라이즈예요.”그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은 후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날 보러 온 거야?”나 보러 온 거야......이 말에 반지훈마저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의 대뇌를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이었다.강성연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들켰네요.”반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볼에 그녀의 손을 대며 말했다.“내가...... 예전에도 이런 말 한 적 있어?”그녀는 눈을 깜빡거렸다.“반지훈씨, 제가 웃기는 이야기해줄까요?”반지훈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묵묵히 웃었다.“어느 사탕이 북극에서 걷고 있었어요,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