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언비어가 그녀의 귀에 들어갔다. 비웃음, 경멸, 조롱, 그녀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갔다. 분명 그녀는 그런 적이 없는데, 왜 이 여자는 그녀의 이름을 말하고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을까? 그 중년 여인의 반격이 오기도 전에 그녀는 차에 올라탔고, 중년 여인은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도망가는 거냐? 당장 나와, 이 여우 년아!" 그러나 차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구경꾼들도 모두 흩어졌고 중년 여인은 구석으로 갔다. 지윤이 약간의 돈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중년 여인은 두툼한 돈주머니를 보고 기뻐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일이 있으면 찾아줘요!" 지윤이 차에 돌아왔다. 성연은 차 안에 앉아 방금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윤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이 뉴스를 내보낼까요?" "우리는 손댈 필요가 없어요" 성연은 시선을 거둬들였다. "누군가가 흘릴 거예요"한성연이 길거리에서 당한 이번 일은 반드시 '영애 단톡방'에 전해질 것이고, 한성연을 못마땅해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소식을 퍼뜨릴 것이다.그녀는 원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성연은 그녀의 선을 넘었다. 지윤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가씨, 지금 회사로 돌아가실 겁니까?" 성연이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해신과 유이의 학부모회 날이었지만, 지훈은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성연은 지윤을 시켜 그들의 학교로 향하게 했다. 학교 주차장 앞에는 수십 대의 호화로운 차가 세워져 있었다. 해신과 유이가 다니는 이 학교는 서울사립초등학교로, 학비는 비싸지만 교육시설은 최상이었다. 해신과 유이는 교문 밖에 서서 기다리다가 성연이 나타나자 웃으며 달려갔다. "엄마!" 성연은 허리를 굽혀 두 아이를 안았다. "오래 기다렸어?" 유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참, 아빠는요?" 성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의 머리를 문질렀다. "너희 아빠는 아직 일에 묶여 있나봐, 좀 늦을것 같아" "알겠어요. 엄마, 저희 학교 구경 시켜줄게요."
지훈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몸매덕에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튀었다. 해신도 그의 외모를 닮아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리사는 유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유이야, 너네 오빠 정말 네 아버지처럼 잘생겼다" 유이는 신난 듯 웃어 보였다. "당연하지, 내가 너네한테 거짓말하겠어?" 그녀의 학우들 대부분은 그녀의 아빠와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이번에 아빠와 엄마는 모처럼 그들의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고, 그 못된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것이다! 유이는 지훈을 향해 달려갔다. "아빠" 지훈은 아이를 받아 안아 올렸다. "아빠가 약속 지켰지?" 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목을 껴안았다. "아빠가 엄마랑 같이 오니까 너무 좋아요" 해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아빠한테 안기냐" 유이는 그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반 대표가 여기 있으니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지훈을 알아보고 정중히 인사하러 오기도 했다. 성연은 두 팔을 두른 채 나무 밑에 서있었다. 그녀는 지훈이 사진 일 때문에 아직 화가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모른 척했지만, 그녀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복도를 바라보다가, 얼핏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았다. 그녀는 멈칫 하더니 서둘러 복도로 쫓아갔다. 지훈은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연이 이탈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연은 복도에 도착했고 남자는 마침 학교 학생주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임이 떠나자 성연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조훈 씨?" 조훈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연 씨?" 과연 그녀가 잘못 본게 아니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조훈 법의관님이 어떻게 학교에 있는거죠?" 조훈은 서울 사법 감정 센터의 법의학 의사이다. 이전에 그녀가 위조한 DNA 검증은 조훈의 공이 컸고, 무엇보다 조훈은 아영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다.그는 웃었다. "사법국은 그만둔 지 오래예요. 지금은
성연은 이 아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뺨을 움켜쥐었다. 유이는 양쪽 뺨이 찌그러진 채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저…엄마 좀 데려갈게요, 학부모회가 곧 시작해요." 조훈이 그녀에게 말했다. "곧 시작한다는데 먼저 가세요, 저도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훈이 떠나자 유이는 눈을 깜빡였다. "엄마, 조 선생님이 첫사랑은 아니죠?" 하마터면 사례가 들릴 뻔한 성연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린놈이, 첫사랑이 뭔지는 알아?"유이는 차마 엄마에게 오빠를 따라 아이돌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됐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런거 맞아요?"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아니지" 유이는 눈을 깜빡이며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엄마 첫사랑 있어요?" 성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복도에 나타난 양복 차림의 형상을 보고 입꼬리를 살며시 치켜올렸다. "있지." 복도에 서 있던 지훈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성연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 첫사랑은 너희 아빠야, 너희 아빠는 그때 나를 죽도록 따라다녔지. 그렇지 않았다면 너희 세 토끼들을 만나지 못했겠지?" 지훈은 멈칫하였다. 심장 박동은 반 박자 빨라졌고, 차갑고 음산했던 얼굴도 많이 누그러졌다. 한 그림자가 그의 곁에 나타났고, 손을 들어 그의 뒤쪽 벽면을 받쳤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고,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성연이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만족해요?"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순간 그녀의 몸에 있는 은은한 향수가 퍼져오며 그의 몸을 굳혔다. 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분명히 힘을 쓰지 않았지만, 그의 손등에는 핏줄이 서있었고,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성연아…" 성연이 눈을 내리깔고 손을 떼려하였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바짝 조였다. 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다시 키스했다. 많이 자제하였고
중년 남자의 손이 아래로 향하자 성연은 앞으로 나와 그의 손목을 잡고 발로 걷어차 땅에 넘어뜨렸다.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당신 미쳤어?" 화들짝 놀란 중년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까 두려워 일어나 도망쳤다. 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저런 쓰레기가 학교에 있는 걸까. 학생들에게 너무 위험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위로하려 했으나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남자아이가 이렇게 곱고 예쁘게 생기다니, 유이보다 훨씬 더 예뻤다.남자아이의 눈동자 색깔은 매우 투명하고 맑았으며, 피부는 백색, 머리는 곱슬머리였고, 속눈썹이 길었다. 어떤 아이던지 아까의 일을 겪었다면 많이 놀랐겠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담벼락 앞에 서 있었다. 놀라지 않았다기보다는 아이가 이런 일에 무감각해진 것인지, 아이가 가져야 할 총기가 눈에 서 보이지 않았다. "얘야, 너 왜 혼자 여기 서 있니? 너희 엄마 아빠는?" 성연은 허리를 굽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소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비로소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띠었다. "엄마 아빠 없어요." "어…미안, 고의가 아니였어" 성연은 눈빛이 흔들렸고, 동정심이 들었다. "너 혼자 있는 건 너무 위험해, 아줌마가 선생님을 찾아줄게" 소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그 사람이 선생님이었어요" 성연은 멈칫하였다. 순간 아이의 눈빛에서 냉소적인 기운이 새어 나왔다. 소년은 돌아서서 가버렸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성연의 마음은 다시 복잡해졌다. "엄마!" 이때 해신이 나타나 그녀의 앞으로 뛰어왔다. "엄마, 왜 여기까지 왔어요" 성연은 시선을 거두었다. "엄마가 너희들을 찾고 있었어. 참, 올 때 유난히 예쁜 남자 아이를 봤니?" 해신은 작은 손을 허리에 대고 얼굴을 찌푸렸다. "저놈은 우리 반인데, 엄마가 그걸 왜 물어봐요?" 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아이 설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지훈의 눈은 점점 이글거렸으나 꾹 참았다. 살짝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화났으니 벌을 내리겠어"성연은 목덜미 사이에 묻혀진 머리카락을 느꼈다. 그는 두 팔로 힘차게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녀는 그의 목을 안은 채 그를 껴안았다. 그녀는 현관에서 가슴 뛰는 설렘을 느꼈다. 하늘은 어둡고, 침대의 등은 어둑어둑하고, 따뜻한 빛은 성연의 옥과 같이 매끄러운 살결을 덮었다. 베개위로는 먹물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앉는 소리가 나자 성연은 그제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지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밥 안 먹을거야?" 성연은 몸을 뒤척였다. 오늘 답답한게 목이 잠길 정도였다. "목말라요." 지훈은 탁자 위에 준비한 물 한 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그녀는 일어나 앉아 물컵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기 때문인지, 그녀는 사레가 들려 그가 방금 갈아입은 셔츠에 물방울이 세차게 튀었다. 지훈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물만 마셨는데 사레가 들려" 성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이불을 내려 침대 끝에 기대 중얼거렸다. "밥 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는 그녀의 뺨을 들어올렸다. "오늘 편하게 대해줬는데, 도리어 남편을 부려먹어?"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불만 있어요?" 지훈이 웃었다. "아니." 그가 성연을 안고 계단을 내려갔고, 성연은 테이블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밥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가 집어 주었고, 원하는 음식은 다 가져다 주었다. 그를 일부러 부려먹었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맞춰주다가 그녀가 맥이 빠지자 지훈은 히죽히죽 웃었다. "힘들어?" 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 그렇게 화를 내니, 당신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오늘 네가 먼저 뽀뽀했으니, 나는 너가 화해하자는 줄 알았어" "오, 그래요?"
그는 무의식적으로 강성연을 꽉 끌어안으면서 따뜻한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맞췄다.이틀 후 트위터에 과연 한성연의 기사가 올라왔다. 한성연이 거리에서 “본처”에게 맞은 사건은 부자 아가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강성연은 휴대폰을 끄고 곁에 두었다. 곧 여직원이 문을 두드리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들어와요.”여직원은 서류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강성연 대표님, 한 모델이 저희 soul 브랜드의 커플 상품 주얼리의 광고를 찍으려고 합니다. 그쪽에서 주동적으로 자료를 보내왔어요.”강성연은 직원에게서 서류를 받아 펼쳐본 후 표정이 좀 의아해졌다.자료에는 명승희라는 이름 세 글자와 1촌 사진이 있었는데 여자는 매우 고급스럽게 생겼다. 비록 첫눈에 보고 혀를 내두를 미모는 아니지만 아주 기억 포인트가 있는 외모였다.그녀의 프로필 상의 키는 176센티였기에 190센티인 육예찬과 잘 어울릴 것이다.하지만 이 모델은 귀국하자마자 soul 주얼리 브랜드의 광고를 요구했기 때문에 강성연은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여직원이 물었다.“이 모델과 계약하실 겁니까?”강성연은 자료를 서류 안에 넣으며 말했다.“우리 쪽에서 아직 대답을 줄 수 없다고 전하세요.”여직원이 떠난 후 강성연은 자신의 일을 마저 하려고 했다. 이때 문밖에 눈에 띄게 키가 훤칠한 사람이 나타났다.강성연은 멍해졌다.“사촌 오빠?”그의 전 여자친구의 프로필을 받기 바쁘게 육예찬이 찾아오다니, 참 우연이었다.육예찬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물었다.“당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있어요.”강성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마침 오빠의 전 여자친구 명승희가 저희 soul 주얼리 브랜드의 모델이 되려고 하네요.”육예찬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지만 다른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soul 브랜드의 모델이 되려고 한다고요?”강성연은 턱을 괴었다.“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거예요?”육예찬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니요.”그는 이렇게 말한 후 한참 침묵했다.“마음대로 해요.”“그녀는
강성연은 깜짝 놀랐다.“언제 본 적이 있나요?”육예찬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고등학교 때 저녁 파티에 저도 있었어요.”강성연은 확실히 그렇게 오래전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육예찬을 빤히 바라보았다. 송아영 대학교 때 일까지 조사하다니, 너무 꼼꼼한 거 아니야?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조건으로 한 가지 물음을 대답해 주세요.”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송아영과 결혼하려는 목적은 뭔가요?”......#슈퍼 모델 명승희 귀국#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과일 샐러드를 먹으면서 휴대폰을 놀던 송아영은 이 기사를 보고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명승희가 귀국했어?아이고, 그 사람의 전 여자친구가 귀국했네. 그렇다면 꼭 파혼하겠지?그녀는 포크로 수박을 집었다.이때 송인후가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송아영, 이 나쁜 계집아!”송아영은 깜짝 놀라 수박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녀의 아버지가 거실을 빙빙 돌고 있는 걸 발견했다.송아영은 그녀의 아버지가 거실에서 돌 때면 꼭 그녀를 때릴 물건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과일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 벌떡 일어섰다.“아빠, 왜 그러는 거예요?”“너...... 너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송인후는 파리해진 얼굴로 소매를 거두었다.“내가 서재에 소장해 두었던 골동품 시계는 어디에 있어?” “무슨 골동품 시계요?”“16억 원짜리 시계!” 송인후의 고함에 송아영은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곧 아버지가 말하는 골동품 시계가 무엇임지 깨달았다.“내가 20년 동안 소장해온 골동품이란 말이다. 아까워서 한번 차지도 않았는데 오늘 청소할 때 보니까......”그는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다.“16억 원이 사라진 거야.”송아영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빠, 그 골동품 시계의 종적은 저도...... 정말 몰라요.”망했다, 9년 전에 성연이을 돕기 위해 팔아버렸었는데. 필
송인후는 육예찬을 서재에 데려갔다. 그는 차탁 앞에 앉더니 가정부더러 준비한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육예찬은 서재 환경을 둘러보았다. 서재의 인테리어는 간단하고 운치가 있었으며 서재 위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책들이 있었다. 역시 서울에서 유명한 선비 집안이었다. 차를 우린 후 송인후는 그에게 차를 부어주려고 했으나 육예찬이 거절했다.“아저씨, 제가 할게요.”송인후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그는 차를 따른 후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오늘 못난 모습을 보여줘 정말 부끄럽구나.”육예찬은 찻잔을 들었다.“아영이에게 엄격하지만 진짜 호되게 때려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요.”송인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송아영을 자주 때렸지만 진짜 힘줘서 때린 적이 없었다. 송아영은 그의 외동딸이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했었다.그는 탄식했다.“예전에 정말 큰 소리로 꾸짖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저 계집애가 졸업한 뒤로부터 내 속만 썩이는구나. 나쁜 길로 들어설까 걱정되고, 불같은 성격에 무슨 사고라도 칠까 걱정된다. 앞으로 정말 둘이 결혼한다면......”송아영은 문에 귀를 대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게 되었다.송아영은 맞을 위험도 감수하고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이때 육예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괜한 걱정을 하네요. 앞으로 저와 아영이가 결혼하게 된다면 전 어떤 모습도 받아줄 수 있어요.”송아영은 멍해졌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송인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예찬아, 정말 아영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필경 이 혼사는 연희정이 직접 제안한 거였다. 딸이 시집을 가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었던 송인후는 당연히 즐거운 기분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하지만 그는 송아영의 성격이 걱정되었다. 아버지인 그처럼 예뻐해 줄 사람이 몇 명 없을 것이다.육예찬은 담담하게 웃었다.“전 송아영이 겉모습처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송인후는 잠시 멍해지더니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