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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내가 기억을 잃어서.”

반지훈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이제 더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 거야?”

서러운 얼굴을 보니 괜히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의 품에 안겼고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언제 필요하지 않다고 했어요? 난 당신의 몸과 마음 모두 내 거여야 해요.”

반지훈이 시선을 내리뜨려 그녀를 응시했다. 강성연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미소는 언제나 그를 설레게 했다.

그는 강성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돌아가면 줄게.”

밤이 되고 침대맡의 따뜻한 노란 빛이 방 안을 비췄다. 반지훈의 옆얼굴은 빛을 등지고 있었다. 반지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고 강성연은 몸을 돌려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반지훈 씨, 당신의 사람을 빌리고 싶어요.”

반지훈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다.

“누구?”

“당연히 희승 씨죠.”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의 그윽한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다분했다.

“당신 희승 씨는 믿잖아요.”

반지훈은 씩 웃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그래.”

강성연은 그의 가슴팍에 손끝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대신 지윤 씨를 남겨줄게요.”

반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윤을 남기는 이유가 뭔데?”

강성연은 코웃음을 쳤다.

“희승 씨가 없어서 흑심을 품은 여자들이 당신에게 접근하려고 하면 어떡해요? 지윤 씨가 있어야 내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반지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러면 아내 말대로 해야지. 그것보다...”

반지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침대맡의 전등을 끄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거친 손바닥이 그녀가 입고 있는 실크 슬립을 매만졌다.

“우리 이제 자야지.”

*

강성연은 희승에게서 강역의 주소지를 알아냈다.

강역은 빚을 너무 많이 져서 감히 진성에서 지낼 수 없었기에 서울시 교외 쪽에 있는 연해 도시에 숨어들었다.

희승은 강성연이 뭘 하려는지 알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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