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르신은 아직 완강하세요. 서씨 가문의 은혜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계시죠. 만약 서영유가 서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다면 큰 어르신은 그렇게 편들지 않았을 거예요”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큰 어르신은 귀족들에게 여전히 한을 품고 계셔. 게다가 서영유가 큰 어르신을 이간질하고 있지. 직접 사실을 보기 전까지 그 고집쟁이는 절대 맘을 굽히지 않을 거다” 성연은 어르신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또 다시 서영유와의 사건을 겪으면서, 큰 어르신은 그녀와 지훈 사이의 일에 더 이상 집요하게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조언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스스로 참혹한 진실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그 진실을 보는 과정에서 지훈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폭풍이 점점 다가왔다. 욕실 안, 지훈 해신 부자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해신은 욕조에 앉아 손에 든 아기 오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샤워기 아래 서있던 지훈은 샤워기를 틀고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했다. 그의 얼굴 위로 물이 흘러내리며 안개가 낀 듯했고, 다섯 손가락은 축축한 잔머리를 뒤로 빗어 미모를 드러냈다. 해신은 욕조에 엎드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빠랑 목욕하는 건 처음이에요" 지훈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물속에 떠 있는 노란 오리 위에 시선을 멈추었다. 그는 수압을 약하게 틀었다. “그래?” 해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중에 또 아빠랑 혼탕 해도 돼요?” 지훈은 이마를 짚었다. “혼탕은 누가 가르쳐줬니?” 해신은 눈을 깜빡였다. “둘이 같이 하는게 혼탕 아니예요?” 그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훈은 목욕 타월을 들고 허리와 배를 감싸고 욕조 옆으로 가서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었다. "네놈은 아직 어리니 크고 나면 혼탕이 뭔지 알거야" “그럼 아빠랑 엄마는 혼탕했어요?” 지훈의 손놀림은 경직되었다. 해신은 그의 앞에서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의 지훈은 기억을 잃기 전처럼 사람을 자극하는 말투로, 안색도 바뀌지 않은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일부러 원초적인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정색을 유지했다. 성연의 심장박동은 반 박자 빨라졌고 손바닥에는 그의 치솟는 체온이 느껴지며 통제 불능에 가까웠다. “지훈 씨, 이러지 마요…”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그녀의 귀에 닿으며 키스하듯 보였다. "기억나지 않으면 안 되나?" 성연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내뿜는 열기가 그녀를 감싸고 입가에 웃음이 깊어졌다. "나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성연은 입을 오므렸다. 이렇게 서로의 귀가 밀착되어 그녀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였다."성연아" 지훈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는 내 아내야, 나를 책임져야 해" 그는 입술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에 포개었다. 이젠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다. 성연은 그에 의해 심연으로 끌려가 잠시 지훈이 기억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잊었다. 지훈은 성연을 안고 욕실로 가서 함께 욕조로 들어갔고, 성연은 그의 품에 기대었다. "성연아" 지훈의 손이 그녀의 연약한 피부를 쓰다듬었는데, 너무 세게 잡은 탓에 남은 흔적이 자극스러웠다. 성연은 다소 졸린 듯 대답했고,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건드리며 입을 맞추었다. "우리 전에 혼탕 한 적이 있나?" 성연은 나른하게 눈을 떴다. “없어요” 그는 웃었다. “그럼 이번이 처음이네”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그녀의 코끝에 키스했고, 이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성연은 힘없이 그를 때렸다. "나보고 진지해 지라더니, 본인은 진지하지 못하고, 일부러 그런 거죠?" 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목덜미에 턱을 괴었다. “내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네가 먼저 놀렸잖아” “정말 타당하네요!” "못 참겠는 걸" 지훈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가 날 꼬시래?" 성연은 그를 쳐다보았다. 뺨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내가 언제 당신을 꼬셨어요
TG그룹 내 적지 않은 직원들이 뉴스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모두 대표님이 TG를 떠난 지 3년만에 병이 위중해지셨다고 하는데, 무슨 병에 걸리셨는지 기억상실증에까지 왔다고 해요” “어쩐지 어제 오후 회의에 대표님이 늦으셨다고 하던데, 회의실도 잘못 찾아가시고, 청소하시는 분이 길을 알려줬다고 하던데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던 여직원은 그녀들에게 말했다. "대표님이 잘못 찾아가신 회의실은 몇 년 전에 응접실로 바뀐 곳이고, 심지어 대표님이 바꾸라고 지시하신 곳 이래요" 그가 바꾸라고 한 회의장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된 거 아닐까? 또 다른 여직원이 개탄했다. "3년 전 사고로 아내 분까지 잃으시고, 이젠 병에 걸려 기억상실증까지 오시다니, 이보다 더 참담할 수는 없겠네요" 사무실. 지훈은 잡지를 테이블 아래로 내던지고 손을 들어 눈썹을 매만졌다.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했다. “아내를 잃다니, 무슨 뜻이지?” 희승은 마지못해 잡지를 주웠다. 대표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아내를 잃었나는 것'뿐 인가? "대표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이 내 아내를 욕하잖아” 지훈은 탁자를 두드리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희승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어르신이 금색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어제 내가 희승이에게 회사를 잘 숙지 시켜 놓으라고 했는데, 지금 이런 뉴스를 만들어?" 지훈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만년필을 돌릴 뿐 말이 없었다. 어르신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TG는 네가 처음 인수했을 때와 다르다고 했잖니, 기억이 안 나면 다시 TG에 대해 알아가야지.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돼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계약서가 우리 TG로 날아왔는지 알아?" 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은근히 불편해하는 눈빛이었다. 희승이 보고하고 싶은 것도 이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말 할 기회가 없었다. “6개 회사가 우리 TG와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두
그는 웃었다. "그래서, 당신 절친을 위해 저를 혼내주겠다고 약속했나요?" 성연도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 “오빠, 정말 아영이랑 결혼하고 싶으세요?” 육예찬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가늘고 아름다운 눈은 약간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평온했다. 그녀는 손에 있던 잔을 들었다. “당신들 두 집안이 혼인을 맺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집안 수준이 비슷하니, 친척끼리 겹사돈을 맺는 건 어르신들 모두가 좋아하시겠죠. 하지만 혼인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행복을 희생할 수는 없어요. 한 명은 내 절친이고 한 명은 내 사촌 오빠예요. 그때 가서 다툼이라도 생기면, 제가 가운데서 난처 할 것 같네요”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 앞에 놓자 그는 잔을 집어들고 창밖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툼은 없을 거예요" 성연이 의아했다. 그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송아영과 결혼하지 않더라도 어머니는 나를 다른 낯선 여자와 결혼하게 할 거예요. 나는 송아영과 비교적 잘 아는 사이이고, 이 결혼에 반대하지 않아요” "그래서 원한다는 건가요?" 성연은 턱을 한 손으로 받쳐 들었다. "남자의 결혼은 그냥 그럭저럭,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해도 괜찮은 건가요?" 예찬은 잠시 멈칫하다 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왜 내가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확신하죠?" 성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제 3자일 뿐이고, 예찬의 머리속에 든 생각을 몰랐다. 절친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녀는 아영이 자신의 행복을 잃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예찬의 입장에서 그는 평생 함께할 여자를 얻으려고 할텐데, 정말 아무 여자나 찾아서 결혼할 거였다면 진작 이모의 주선에 따라 낯선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설마 정말로 예찬과 아영을 이어주는 수 밖에 없단 말인가? 물론 성연이 아영에게 이 말을 전했을 때, 아영은 차를 내뿜었다, "성연아, 너 그 사람한테 매수당했니?" 성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촌 오빠도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어"아영은 찻잔을 내려놓고
성연은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부활’해야겠네” 그녀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고, 아영은 그녀를 보았다. "돌아가게?""안 돌아가면 그 사람들이 정실 부인 자리를 꽤 차려고 할걸" 성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아영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실 부인, 역시 위풍당당하네!" TG그룹. 성연과 지윤은 프런트를 지나갔고, 프런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직원은 두개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두 그림자는 이미 엘리베이터 앞에 이르렀는데, 그 중 긴 머리를 한 여인의 모습은 꽤 눈에 익었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여자 좀 낯이 익은데?" "이상하네, 어떻게 감히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지?" "큰일났다!" 두 여직원은 뭔가를 눈치채고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고, 성연이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한 손으로 그녀를 급히 끌어당겼다. “아가씨!” 여직원은 숨이 찼지만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 엘리베이터는 저희 대표님 전용으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래요?" 성연은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그녀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무심코 물었다. “제가 못 타나요?” 두 여직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녀의 옷차림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옆에는 만만해 보이지않는 여자도 따라다녀, 그녀들은 감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본인 외에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만약 발견이라도 된다면 저희가 난처해요" 대표가 돌아온지 얼마되지도 않아 회사를 인수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대표를 찾아와서 감히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려하다니…. 성연은 웃었다. "걱정 마요, 지훈 씨는 당신들을 탓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그녀가 대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정말 대단한 기세다. 그러나 성연은 끝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지윤과 함께 그의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는 사무실로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성연과 지
한성연과 한사장은 들어온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강성연이 가방을 테이블에 던지자 금속 체인이 테이블과 마찰하면서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렸다.이에 한성연은 깜짝 놀랐다.강성연은 테이블을 돌아 반지훈 곁에 다가가더니 곧장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콩콩 때렸다.“지훈씨, 어젯밤 침대에서 나만 사랑한다고 하더니 벌써 다른 여자와 눈이 맞은 거예요? 나빠요!”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품에서 떼를 쓰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강성연은 억울한 목소리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저의 몸매가 완벽하지 않은 거예요, 얼굴이 예쁘지 않은 거예요? 나쁜 사람, 저만으로 부족한 거예요?”순간 사무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사장과 한성연의 표정은 모두 굳어져있었고 문밖에 있던 연희승도 눈이 휘둥그래졌다.한성연이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지훈 오빠, 이 여자는 누구야?” “너 누구에게 오빠라고 하는 거야?”강성연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녀가 끼고 있는 선글라스가 그녀의 얼굴 절반을 가렸지만 날카로운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지훈씨가 기억을 잃은 틈에 전 여자친구인 척 하려고? 네가 전 여자친구면 난 전처야!”한성연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매우 불쾌해졌다. 이 년은 누구지, 간덩이가 부었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신분이 존귀한 반지훈 대표가 이런 상황을 그저 내버려두지 않겠지?하지만 반지훈은 내버려둘 뿐만 아니라 방임까지 했다.한사장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지훈 대표, 성연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 알아, 하지만 괜찮아......”“한사장님.”반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전 당신의 입에서 ‘성연’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딸의 이름을 고치든지, 알아서 하세요.”한사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기억을 잃었다고 했잖아?그는 지금 반지
지윤은 그를 흘깃 보았다.연희승은 빙긋 웃으면서 물었다.“지윤 아가씨, 목 마르세요? 주스 마실래요?”“아니요.”지윤은 팔짱을 끼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연희승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반지훈은 강성연을 도와 단추를 잠갔다. 그녀가 휘청거리자 그는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으면서 픽 웃었다.“뻔뻔해.”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제가 뭘 부끄러워하겠어요.”반지훈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런 일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듯하였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는 듯하였다.강성연이 떠날 때 반지훈이 그녀를 배웅해줬다. 회사 내부 직원들은 반지훈이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고 나가는 걸 모두 목격했다! “세상에,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반지훈 대표에게 새 여자가 생긴 거야?”직원들은 표정이 복잡했다. 반지훈 대표는 전처에 대한 정이 매우 깊었다. 하지만 전처가 별세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새 여자가 생긴 것이다.당연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필경 죽은 사람은 부활할 수 없고, 반지훈 대표는 아직 젊으며 계속 살아가야 했다.그리고 반지훈 대표는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사고로 죽은 아내를 잊어버리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었다.반 씨 저택, 어르신은 신문에 실린 루머들을 보고 픽 웃더니 신문을 테이블에 던졌다.“내 아들이 기억을 잃은 틈에 몇몇 회사가 사기를 치려고 하는구나.”곁에 있던 김 집사가 차를 따르면서 웃었다.“반지훈 대표님은 기억을 잃어도 그렇게 쉽게 속으실 분이 아니에요.”어르신은 찻잔을 들었다.“보아하니 내가 그 회사들의 대표를 좀 만나봐야겠어.”그 놈들이 계속 이런 짓을 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이틀 후, 더 이상 TG그룹에게 계약서를 내미는 회사가 없었다.듣건대 반 어르신이 그 회사 대표들을 만나자, 대표들은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고 더 이상 TG그룹에 손을 대려고 하지 못했다고 한다.어르신은 상업계에서 은퇴하여 몇 년 동안 업계의 일에 대해 참견하지 않았지
강성연은 픽 웃었다.“그래, 바람 맞아. 나랑 바람 핀 거야.”송아영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말했다.“아, 너였구나. 너희 부부는 또 무슨 코스프레이를 하는 거야?”“나도 다른 방법이 없잖아.”강성연은 펜을 돌리면서 고개를 들었다.“서울 사람들은 모두 나와 반지훈이 이혼한 걸 알아. 내가 지금 당당하게 나의 신분을 밝힌다 해도 반지훈은 기억을 잃었잖아. 기자가 물어보면 기억하지도 못할 건데, 얼마나 귀찮겠어.”송아영은 쯧쯧 혀를 찼다.“벌써부터 기억 잃은 남편의 기분을 생각하는 거야?”강성연은 답하지 않고 이렇게 반문했다.“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찌라시를 들은 거야. 기사에도 나지 않았는데. 소식이 빠르네.” “카톡에 상류 아가씨들의 단톡방이 있는데 나도 그 안에 있어. 쟤들 수다 떨 때 계속 눈팅만 했거든.”송아영은 이렇게 말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또 말을 이었다.“참, 단톡방에 윤티파니도 있어.”윤티파니, 강성연에게 있어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때 강미현은 윤티파니와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치려다가 도리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그 사건이 있은 후 윤 씨 가문에서는 윤티파니를 외국에 보내 심리치료를 받게 했다고 한다. 3년이 지나고 모든 사람이 그 일을 잊은 후에서야 윤티파니는 귀국했다.송아영은 윤티파니가 작년에 귀국했다고 한다. 원래 제멋대로였던 그녀는 그런 사건을 겪은 후 많이 조용해지고 성숙해졌다.필경 윤티파니는 “피해자” 신분이기 때문에 상류 계층의 아가씨들도 그녀의 상처를 함부로 들춰내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겪은 일을 동정했다.“참, 윤티파니와 한 씨 가문이 저번 달에 약혼했다고 해.”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한 씨 가문?”송아영이 대답했다.“응, 한 씨 가문은 체인 호텔을 경영하고, 한 사장에게는 아들딸이 있어. 참, 넌 이전에 한 사장의 아들을 본 적 있는데, 기억나? 우리 사촌 오빠, 그리고 그 육 씨 놈과 꽤 친한 한지욱이야.”한지욱은 한 사장 전처의 아들이다. 한지욱의 여동생은 한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