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몇몇은 상당히 놀랐다. 대표는 3년 동안 회사의 일을 상관하지 않았다. 병세가 악화되어 요양 중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지금 대표가 돌아온 걸 보니 분명 회복된 것 같았다. 어르신은 서류를 한데 모았다. "너희들 먼저 나가거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 어르신은 가죽 의자를 돌려 그를 보았다. "이 자식, 정말 지금 회사를 인수받고 싶은거니?" 지훈은 소파에 기대어 소파 가장자리에 팔을 기대었다. “서류 모두 봤어요. 기억해야 하는 건 모두 기억했으니, 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 나도 널 막지 않으마. 회사는 네가 처음 인수했을 때와 다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희승에게 물어보면 돼"그가 처음 TG를 인수했을 때는 열여섯 살이었고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 경영을 공부했다. 비록 그의 현재 기억이 예전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경험이 있었고, 곁에는 희승이 그를 돕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적응하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다. 그의 기억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르신은 문으로 가서 희승에게 뭐라고 설명했고 희승은 그를 배웅하고 나서야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지금 회사를 경영하실 겁니까?" “응” 희승이 고개를 숙였다. “TG에서 내가 뭔가를 떠올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싶어” 그는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가 손끝으로 책꽂이에 진열된 책을 훑고는 가죽의자에 앉았다.희승이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저와 사내를 돌아보며 한번 숙지해 보시겠어요?"지훈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내가 회사에서 길을 잃을 것 같아?" 그는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가 아니다. 희승이 웃으며 아무말 하지 않다. 육 가네.연희정은 손에 있는 반지를 보고 있었다. 이 반지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 연혁이 가지고 있던 반지였다. 그녀는 성연에게 반지를 돌려주며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너에게 준거니 네가 잘 보관해야 한다" 성연은 반지를 건네받았고, 연희정은 안색이 어두웠다. "나는 네 할아버
아영의 발걸음이 어색해졌다. 아버지는 그동안 육씨 집안과의 혼사에 대해 계속 잔소리했었다. 아버지가 그녀를 집에 남겨두겠다고 한 것은 그녀가 결혼을 결심한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제와서 시집 안 간다고 하면 그녀를 집에서 쫓아내지 않을까? 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아 육예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신 쪽에서 먼저 파혼 얘기를 꺼냈다면, 저희 아빠도 저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예찬의 눈빛이 흔들렸다. "우리 두 집안의 결혼 소식을 서울시 사람들 다 아는데, 파혼이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설령 우리 육가가 혼인을 파기하고 당신 송가의 체면을 구긴다고 해도, 당신 아버지가 그걸 보고만 계실 것 같으세요?" 아영은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성연과 희정이 위층에서 내려왔고, 희정은 그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 "아영아, 예찬이랑 무슨 얘기하는 거야?" “희정 이모, 전...” “당연히 결혼 얘기죠” 예찬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이 결혼 확정된거죠?” 아영의 표정이 변했다. “당신...” 예찬의 알 수 없는 웃음을 보고 그녀는 이 남자가 틀림없이 고의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한번의 앙심 때문에 자신 인생의 가장 큰 일을 건 것이다. 그는 약혼 후에 복수를 하려는 거겠지? 희정이 웃으며 성연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성연아 너가 아영이랑 친구라니 정말 잘됐다. 조만간 네 사촌 형수가 되겠어” 성연은 아영을 쳐다보았다. “그러게요, 저도 몰랐네요” 육가를 떠나기를 기다리다가, 아영은 차 앞으로 걸어와 타이어를 걷어찼다. “망했어, 저 사람 분명 내가 찬 거를 복수하려고 저러는 거야. 나 어떡해” 성연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쩌겠니, 화풀이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아영은 차 안으로 들어가 안전벨트를 맸다. “3년 동안 말 안 꺼내면 피할 수 있을 줄 알았지” 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잘생기고 능력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각 방면에서도 훌륭하고, 서울시 아가씨들 모두 시집을
지훈은 확실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성연을 보고 그는 잠시 멍해졌다. 성연이 막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그는 갑자기 그녀를 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성연의 등은 뻣뻣하게 굳었고, 그가 그녀를 안고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착각인지 왜 그가 다시 ‘애교’를 부리며 위로를 해달라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지훈 씨?” 그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자기 회사 내부도 기억하지 못 한다니, 웃기지 않아요?” 성연은 어리둥절해하다 이내 웃음을 보였다. 이 사람은 체면 구기지 않기 위해 억지로 버티다 돌아와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다. 그가 기억을 되찾을 때 어떤 표정을 떠올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너스레를 떨었다. "당신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요?" 지훈은 그녀를 밀어내 어깨를 움켜쥐고 그녀를 응시했다. “만약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다면?” 성연은 턱을 치켜들고 눈썹 끝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누가 감히 내 남자를 비웃어요?" 지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유이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랑 또 껴안고 뽀뽀해요?” 그녀의 뒤로 두 번째 머리가 나타났다. 해신은 일부러 얼굴을 가렸다. “엄마, 아빠 계속 하세요. 저희는 안 볼게요” “너희 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턱을 당겨 그녀의 얼굴을 바로 하고, 아이들 앞에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두 아이는 눈을 가렸으나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았다. 기억을 잃은 아빠 최고다! "지훈 씨!" 성연은 화를 내며 그를 밀치고 뺨을 붉혔다. “애들 앞에서 무슨 짓이예요!” 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애들처럼 어렸을 때, 우리 아빠도 우리 엄마 앞에서 자주 뽀뽀 했는데, 문제가 있나?" 성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자식이 기억 잃었다고 아무 말이나 정말 뻔뻔하게 하네? "정말요?" 유이가 갑자기 그에게 달려가 고개를 들었다. "아빠, 할아버
“큰 어르신은 아직 완강하세요. 서씨 가문의 은혜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계시죠. 만약 서영유가 서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다면 큰 어르신은 그렇게 편들지 않았을 거예요” 어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큰 어르신은 귀족들에게 여전히 한을 품고 계셔. 게다가 서영유가 큰 어르신을 이간질하고 있지. 직접 사실을 보기 전까지 그 고집쟁이는 절대 맘을 굽히지 않을 거다” 성연은 어르신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또 다시 서영유와의 사건을 겪으면서, 큰 어르신은 그녀와 지훈 사이의 일에 더 이상 집요하게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조언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스스로 참혹한 진실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그 진실을 보는 과정에서 지훈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폭풍이 점점 다가왔다. 욕실 안, 지훈 해신 부자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해신은 욕조에 앉아 손에 든 아기 오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샤워기 아래 서있던 지훈은 샤워기를 틀고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했다. 그의 얼굴 위로 물이 흘러내리며 안개가 낀 듯했고, 다섯 손가락은 축축한 잔머리를 뒤로 빗어 미모를 드러냈다. 해신은 욕조에 엎드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빠랑 목욕하는 건 처음이에요" 지훈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물속에 떠 있는 노란 오리 위에 시선을 멈추었다. 그는 수압을 약하게 틀었다. “그래?” 해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중에 또 아빠랑 혼탕 해도 돼요?” 지훈은 이마를 짚었다. “혼탕은 누가 가르쳐줬니?” 해신은 눈을 깜빡였다. “둘이 같이 하는게 혼탕 아니예요?” 그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훈은 목욕 타월을 들고 허리와 배를 감싸고 욕조 옆으로 가서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었다. "네놈은 아직 어리니 크고 나면 혼탕이 뭔지 알거야" “그럼 아빠랑 엄마는 혼탕했어요?” 지훈의 손놀림은 경직되었다. 해신은 그의 앞에서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의도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의 지훈은 기억을 잃기 전처럼 사람을 자극하는 말투로, 안색도 바뀌지 않은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일부러 원초적인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정색을 유지했다. 성연의 심장박동은 반 박자 빨라졌고 손바닥에는 그의 치솟는 체온이 느껴지며 통제 불능에 가까웠다. “지훈 씨, 이러지 마요…”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그녀의 귀에 닿으며 키스하듯 보였다. "기억나지 않으면 안 되나?" 성연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내뿜는 열기가 그녀를 감싸고 입가에 웃음이 깊어졌다. "나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성연은 입을 오므렸다. 이렇게 서로의 귀가 밀착되어 그녀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였다."성연아" 지훈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는 내 아내야, 나를 책임져야 해" 그는 입술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에 포개었다. 이젠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다. 성연은 그에 의해 심연으로 끌려가 잠시 지훈이 기억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잊었다. 지훈은 성연을 안고 욕실로 가서 함께 욕조로 들어갔고, 성연은 그의 품에 기대었다. "성연아" 지훈의 손이 그녀의 연약한 피부를 쓰다듬었는데, 너무 세게 잡은 탓에 남은 흔적이 자극스러웠다. 성연은 다소 졸린 듯 대답했고,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건드리며 입을 맞추었다. "우리 전에 혼탕 한 적이 있나?" 성연은 나른하게 눈을 떴다. “없어요” 그는 웃었다. “그럼 이번이 처음이네”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그녀의 코끝에 키스했고, 이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성연은 힘없이 그를 때렸다. "나보고 진지해 지라더니, 본인은 진지하지 못하고, 일부러 그런 거죠?" 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목덜미에 턱을 괴었다. “내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네가 먼저 놀렸잖아” “정말 타당하네요!” "못 참겠는 걸" 지훈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가 날 꼬시래?" 성연은 그를 쳐다보았다. 뺨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내가 언제 당신을 꼬셨어요
TG그룹 내 적지 않은 직원들이 뉴스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모두 대표님이 TG를 떠난 지 3년만에 병이 위중해지셨다고 하는데, 무슨 병에 걸리셨는지 기억상실증에까지 왔다고 해요” “어쩐지 어제 오후 회의에 대표님이 늦으셨다고 하던데, 회의실도 잘못 찾아가시고, 청소하시는 분이 길을 알려줬다고 하던데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던 여직원은 그녀들에게 말했다. "대표님이 잘못 찾아가신 회의실은 몇 년 전에 응접실로 바뀐 곳이고, 심지어 대표님이 바꾸라고 지시하신 곳 이래요" 그가 바꾸라고 한 회의장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된 거 아닐까? 또 다른 여직원이 개탄했다. "3년 전 사고로 아내 분까지 잃으시고, 이젠 병에 걸려 기억상실증까지 오시다니, 이보다 더 참담할 수는 없겠네요" 사무실. 지훈은 잡지를 테이블 아래로 내던지고 손을 들어 눈썹을 매만졌다.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했다. “아내를 잃다니, 무슨 뜻이지?” 희승은 마지못해 잡지를 주웠다. 대표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아내를 잃었나는 것'뿐 인가? "대표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이 내 아내를 욕하잖아” 지훈은 탁자를 두드리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희승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어르신이 금색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어제 내가 희승이에게 회사를 잘 숙지 시켜 놓으라고 했는데, 지금 이런 뉴스를 만들어?" 지훈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만년필을 돌릴 뿐 말이 없었다. 어르신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TG는 네가 처음 인수했을 때와 다르다고 했잖니, 기억이 안 나면 다시 TG에 대해 알아가야지. 뉴스가 나온 지 얼마 돼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계약서가 우리 TG로 날아왔는지 알아?" 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은근히 불편해하는 눈빛이었다. 희승이 보고하고 싶은 것도 이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말 할 기회가 없었다. “6개 회사가 우리 TG와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두
그는 웃었다. "그래서, 당신 절친을 위해 저를 혼내주겠다고 약속했나요?" 성연도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 “오빠, 정말 아영이랑 결혼하고 싶으세요?” 육예찬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가늘고 아름다운 눈은 약간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평온했다. 그녀는 손에 있던 잔을 들었다. “당신들 두 집안이 혼인을 맺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집안 수준이 비슷하니, 친척끼리 겹사돈을 맺는 건 어르신들 모두가 좋아하시겠죠. 하지만 혼인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행복을 희생할 수는 없어요. 한 명은 내 절친이고 한 명은 내 사촌 오빠예요. 그때 가서 다툼이라도 생기면, 제가 가운데서 난처 할 것 같네요”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 앞에 놓자 그는 잔을 집어들고 창밖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툼은 없을 거예요" 성연이 의아했다. 그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송아영과 결혼하지 않더라도 어머니는 나를 다른 낯선 여자와 결혼하게 할 거예요. 나는 송아영과 비교적 잘 아는 사이이고, 이 결혼에 반대하지 않아요” "그래서 원한다는 건가요?" 성연은 턱을 한 손으로 받쳐 들었다. "남자의 결혼은 그냥 그럭저럭,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해도 괜찮은 건가요?" 예찬은 잠시 멈칫하다 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왜 내가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확신하죠?" 성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제 3자일 뿐이고, 예찬의 머리속에 든 생각을 몰랐다. 절친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녀는 아영이 자신의 행복을 잃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예찬의 입장에서 그는 평생 함께할 여자를 얻으려고 할텐데, 정말 아무 여자나 찾아서 결혼할 거였다면 진작 이모의 주선에 따라 낯선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설마 정말로 예찬과 아영을 이어주는 수 밖에 없단 말인가? 물론 성연이 아영에게 이 말을 전했을 때, 아영은 차를 내뿜었다, "성연아, 너 그 사람한테 매수당했니?" 성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촌 오빠도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어"아영은 찻잔을 내려놓고
성연은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내가 ‘부활’해야겠네” 그녀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고, 아영은 그녀를 보았다. "돌아가게?""안 돌아가면 그 사람들이 정실 부인 자리를 꽤 차려고 할걸" 성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아영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실 부인, 역시 위풍당당하네!" TG그룹. 성연과 지윤은 프런트를 지나갔고, 프런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직원은 두개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두 그림자는 이미 엘리베이터 앞에 이르렀는데, 그 중 긴 머리를 한 여인의 모습은 꽤 눈에 익었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여자 좀 낯이 익은데?" "이상하네, 어떻게 감히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지?" "큰일났다!" 두 여직원은 뭔가를 눈치채고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고, 성연이 엘리베이터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한 손으로 그녀를 급히 끌어당겼다. “아가씨!” 여직원은 숨이 찼지만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 엘리베이터는 저희 대표님 전용으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래요?" 성연은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그녀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무심코 물었다. “제가 못 타나요?” 두 여직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그녀의 옷차림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옆에는 만만해 보이지않는 여자도 따라다녀, 그녀들은 감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는 본인 외에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만약 발견이라도 된다면 저희가 난처해요" 대표가 돌아온지 얼마되지도 않아 회사를 인수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대표를 찾아와서 감히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려하다니…. 성연은 웃었다. "걱정 마요, 지훈 씨는 당신들을 탓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그녀가 대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정말 대단한 기세다. 그러나 성연은 끝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지윤과 함께 그의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는 사무실로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성연과 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