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멍해졌다.“어느 때 발생한 일인가요?”지윤이 말했다.“사흘 전, 내부의 대표가 바뀐 후 원래 주주들도 모두 떠났다고 합니다.”강성연은 무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사흘 전에 사셀 내부의 사람이 모두 바뀌었다고?사셀 대표인 이센은 주얼리 업계에 발을 들인지 20여년이나 되었으며, 사셀은 여태껏 주얼리 업계의 최상급 사치품이었다.그가 왜 이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준 걸까?“zora 아가씨인가요?”조금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 뒤쪽에서 들려왔다. 이렇게 그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강성연이 몸을 돌리자 마침 깊게 파인 눈과 마주쳤다.“존스씨?”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우연이네.존스는 처음에 긴가민가했지만 강성연의 얼굴을 본 후 확신에 찬 얼굴로 걸어왔다.“3년이나 보지 못했지만 zora 아가씨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 같네요.” “존스씨도 변하지 않았네요.”그녀는 입 꼬리를 올리면서 무심하게 말했다.“원래 돌아와 보려고 했는데 이센이 없네요. 사셀의 대표가 바뀐 거예요?”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사흘 전에 Y국 재정 왕자인 여 선생님이 조용히 사셀 브랜드를 인수했습니다.”“인수했다고요?”강성연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존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롭이 감옥을 들어가 조사를 받은 후, 롭과 직접적인 이익관계가 있는 사셀 브랜드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센이 사셀을 여 선생님에게 팔았다고 해요.”강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롭이 감옥에 간 후 사셀과 롭의 이익관계까지 드러나다니, 레겔은 손을 주얼리 업계까지 뻗은 것인가?그녀는 흐릿하게 3년 전 칸 주얼리 쇼가 떠올랐다.남호연은 그때 특별 게스트의 신분으로 주얼리 쇼에 나타났으며, 그의 부하들은 칸 파티장에서 조용히 그녀를 납치하기도 했다.15년 전 반지훈의 어머니도 S국의 칸 패션쇼에 참석할 때 납치되었던 것이다.패션쇼 내부에 그들의 사람을 꽂았기 때문에 패션쇼를 할 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거였다.강성연은 복잡한 눈빛을 보
“존스에요.”강성연의 시선은 창문 밖에 머물렀으며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존스는 저에게 수지가 그의 삼촌의 조수라고 말해줬어요.”반지훈은 허 웃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제가 수지와 X의 일을 언급하자 존스는 의도적으로 화제를 돌렸어요.”강성연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존스도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아요.”그 사람이 “X”인 척 하면서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반지훈은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인지 목소리가 매우 낮았다.“내가 알기론 존스 가문에는 의학을 배우는 사람이 없어. 하지만 오래 전에 존스 가문에서 나간 사람이 있어.”강성연은 멈칫했다.“존스의 삼촌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반지훈은 멈칫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들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항체는 진짜일 거야. 레겔은 항체로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거든. 난 항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산이 있어.”그는 지금 유일한 감염자였고 매체들은 당연히 반지훈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반지훈의 병이 낫는다면 레겔에게 당연히 유리했다.지금 레겔은 반지훈이 죽길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었다.강성연은 들고 있던 자료를 바라보았다.“전 수지에 대한 일을 더 알고 싶어요. 만약 정말 다른 두 사람이라면......”“두 사람이 확실해.”반지훈은 재를 털면서 느긋하게 말했다.“그 여자는 확실히 당신이 알고 있는 수지가 아니야. 왜냐하면 난 아까 한 가지 일을 조사해냈거든.” “호오, 지훈씨는 행동이 참 빠르네요. 무슨 일을 조사해낸 거예요?”강성연은 얼굴로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후 입 꼬리를 올렸다.“저녁에 알려줄게.”달빛은 창문을 뚫고 푹신푹신한 큰 침대에 드리워졌다. 스탠드의 몽롱한 불빛은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두 사람의 알몸을 비추고 있었다.강성연은 반지훈의 가슴에 기대 가녀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저녁에 알려주겠다
한 사람의 힘으로 이런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다. 대단한 신분인 사람이 아닌 한.강성연은 그에게 기댔다. 최소한 지금 이 “수지”가 가짜 수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깜빡인 후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보아하니 이 수지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도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신경 쓰는 거야?”“아니에요.”강성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손가락으로 그의 목젖을 만졌다.“전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요.”고의적으로 반지훈에게 접근하고 또 “X”와 관련이 있는 척 하였다. 만약 이것이 그들의 계획이라면 그녀도 틈을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옅게 웃었다.“또 연기하려는 거야?”“지훈씨는 연기가 정말 좋아요. 구천광과 함께 연예계에 들어가지 못한 게 좀 아쉽네요.”그녀가 자꾸 구천광을 언급하자 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진하게 키스했다. 잠시 후 강성연은 숨을 거칠게 쉬더니 얼굴이 새빨개졌고 눈빛도 몽롱해져 매우 매혹적이었다.“그때 어떤 바보가 절 구천광에게 선물하겠다고 했잖아요.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 거예요?”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강성연을 눕히면서 웃었다.“그렇다면 당신이 이 바보가 한 말을 잊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어.”다음날 강성연이 장도 별장에서 떠나자 곧 큰어르신이 찾아와 반지훈과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뭐라 해도 점심 모임에 넌 꼭 참가해야 한다. 수지 아가씨와 X는 우리의 은인이야. 빚을 지지 않으려면 뭐라도 표시해야지.”큰어르신의 진지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들에 대해 아주 믿는 듯하였다.반지훈은 서류를 닫은 후 거절하지 않았다.“모임이라면 성연이도 갈 수 있어요?”“그 여자를 데리고 가려고?”반지훈의 태도에 큰어르신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너 마음대로 해.”큰어르신은 이렇게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연희승은 문 앞에 서서 큰어르신이 떠나는 걸 지켜보고 나서야 서재로 들어갔다.“반지훈 대표님, 큰어르신은 아직까지도 강성연
반지훈은 의미심장하게 수지를 흘깃 보았다.“저와 수지 아가씨를 오해했을 거예요.”수지의 눈에서 의아한 빛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아, 그 아가씨를 말하는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전 그날의 일 때문에 그 아가씨가 오해할 줄은 몰랐어요.”큰어르신은 좀 불쾌해 했다.“무슨 장난을 하는 거야? 수지 아가씨는 너의 은인이잖아. 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거의 죽을 뻔 할 때 강성연은 어디에 있었지?”“이혼을 했으면 완전히 인연을 끊어. 너도 강성연이 너의 생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잖아.”반지훈의 병이 엄중해져 입원할 때 강성연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만약 수지와 X의 항체가 없다면 그가 어떻게 이 정도로 빨리 회복될 수 있겠는가?비록 3년 전의 일은 강성연과 상관이 없었고 반지훈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그리고 강성연은 그때의 사고로 유산했으며 아버지와 희영까지 잃게 되었기 때문에 확실히 좀 가련했다.하지만 큰어르신은 자신의 손자가 또 무슨 사고가 날까 걱정되어 둘이 연을 끊길 바랐다.수지는 조용히 곁에서 듣고 있었다.그들이 꽤 오래 전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수지는 알고 있었다. 3년 동안 숨어있다가 다른 신분으로 반지훈 앞에 나타난 그녀는 “수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큰어르신과 반지훈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성연 그 천한 것이 아직까지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가 살아있어도 괜찮다.예전 그녀가 그런 사고를 만들 수 있었으니, 과거의 사고를 재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아가씨는 반 대표님의 전처였어요?”“수지 아가씨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손에 들고 있는 와인 잔을 흔들자 와인이 출렁이면서 아름다운 빛을 냈다.수지는 머뭇거리다가 눈을 내리깔았다.“네, 선생님은 많은 일을 저에게 맡기고 있어요.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었어요.”반지훈은 무심하게 물었다.“좋아하는 사람은 있나요?”수지
“하지만 전 반지훈 대표가 그녀를 아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어요.”수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반지훈의 표정을 자세하게 살폈다.하지만 반지훈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가 창문을 조금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와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어디서 그걸 눈치챈 거예요?”수지는 멈칫하더니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여자의 직감이지요.”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은 움직이는 거예요. 예전에는 사랑했었겠죠.”수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설마 반지훈과 강성연 사이에 무슨 틈이라고 생긴 건가?그녀는 넌지시 물었다.“설마 반지훈 대표가 마음이 변한 거예요?”반지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수지 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나요?”그녀는 심장이 떨렸다. 예전에 반지훈은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으며 여태껏 그녀는 반지훈의 눈빛이 자신에게 머무르기를 바라왔다.그녀가 병실에서 고의적으로 넘어졌을 때 반지훈은 그녀를 밀치지 않았다. 만약 그 천한 년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면......“집에 도착했네요.”반지훈은 시선을 거두었다.“수지 아가씨, 들어가세요.”수지는 빙긋 웃었다.“고마워요.”그녀는 차에서 내리려고 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반지훈 대표님, 요즘 시간 있어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스스럼없이 대답했다.“네.”그녀는 차문을 닫은 후 의기양양한 얼굴로 떠났다.그녀가 떠난 뒤에서야 연희승은 시동을 걸었고, 반지훈은 차 안의 향수 냄새가 역겨워 창문을 모두 내렸다.연희승은 백미러로 이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강성연 아가씨는 대표님을 미남계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해요?”외부인인 그도 수지가 반지훈 대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지훈 대표와 약속을 잡으려고 했다.반지훈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정원에 있는 정자에서 티 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뜬 뒤에서
“허.”아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반지훈이 감염된 M 바이러스는 변이된 새 바이러스야. 지금 반지훈은 감염 말기에 진입했어.”수지의 표정이 확 변했으며 두 손을 꽉 잡고 있었다.그때 남호연은 그녀에게 그것이 M 바이러스라고만 말했었고 다른 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강성연이 감염되게 할 생각이었다.그 후 만약 강성연의 함정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고 남호연도 그렇게 그녀를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계속 남호연 곁에 남아있으면 결과가 더 비참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Z국으로 돌아간 후 그 일을 꾸며 남호연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수지를 만나게 되었으며, 수지가 아리의 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리는 토론토 예술 아카데미의 강사지만 사실 존스의 삼촌이었으며 바이러스를 포함한 의학에 대해 꽤 연구가 있었다.심지어 그는 X와 선후배 사이였다.그리하여 그녀는 수지의 신분을 얻기 위해 화재를 꾸몄던 것이다.수지가 큰 화재에 목숨을 잃은 후, 그녀는 수지의 가족으로 가장하여 시체를 수령하고 수속을 했다. 그녀는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간단한 일만 물은 후 그녀를 보냈다.그녀는 수지의 신분을 없애지 않았으며 수지의 카드에 있는 돈으로 성형 수술을 했다. 상처가 회복되는 1년 동안 그녀는 수지의 신분으로 아리에게 접근했다.아리는 화재에서 얼굴이 상한 그녀를 가련하게 여겨 그녀를 남겼다. 수지는 전에 대학교에 있었던 일을 남김없이 그녀에게 말했기 때문에 아리는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그녀는 남호연이 자신을 발견할까 두려워 계속 얌전하게 아리 곁에 있었다.아리는 줄곧 의학 연구에서 X를 뛰어넘으려고 했고, X가 실종된 후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남호연이 죽고, 바이러스의 일이 드러나자 레겔은 직접 찾아와 아리의 도움을 청했다.그녀는 이 기회에 아리에게 반지훈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아리가 그를 구한다면 그녀에게도 기회가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이 필요할 거다. 지훈이는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X에게 빨리해달라고 전해주길 바란다.”수지는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꼭 반지훈 씨를 구할 거예요.”수지는 병실로 들어갔다. 반지훈은 침대에 기대어 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준수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다.반지훈은 책을 펼치면서 시선 한 번 들지 않고 말했다.“살 방법이 없나 보네요.”“그럴 리가요?”수지는 침대 옆에 서서 입술을 깨물었다.“전 꼭 당신을 구할 거예요.”반지훈이 정말 죽을까?아니, 사실 그녀는 당시 반지훈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고, 총으로 반지훈을 겨느리는 순간 후회했다.그녀는 빌어먹을 강성연에게 총을 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모두 강성연 때문이었다. 강성연이 없었다면 반지훈이 그녀를 대신해 총에 맞았을 리가 없었고 감염됐을 리도 없었다.페이지를 넘기던 반지훈이 잠깐 멈추면서 미간을 구겼다.“수지 씨는 절 아주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것 같네요.”그 말에 수지는 얼어붙었다.반지훈은 잡지를 닫고 고개를 들어 수지의 시선을 마주했다. 수지의 눈빛이 잠깐 빛났고 그녀는 찔리는지 시선을 피하며 웃었다.“사실 전 당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어요. 반지훈 씨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는 걸 바라지 않아요.”“그래요?”그는 시선을 거두고 잡지를 탁자 위에 내려두더니 그녀를 보며 웃었다.“그럼 수지 씨가 절 구해주길 기대할게요.”수지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만약 반지훈이 그때 그녀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그렇게 혐오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지금 수지고, 더 이상 서영유가 될 수 없었다.반지훈은 그녀를 살펴보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수지 씨가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네요.”수지는 살짝 놀랐다. 그녀가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는 수지 같아 보이지 않을까 걱정돼서였고 혹시나 키때문에 다른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워서였다.하지만 반지훈은 수지를 몰랐다.“반
수지는 웃었다.“그렇지.”“그것보다 수지 씨 예전에 사셀에서 일했었죠?”강성연의 말에 수지의 미소가 굳었다.“그랬지. 근데 왜?”강성연은 그녀가 인정하자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이상하네요. 9년 전에 저도 사셀에 있었는데 절 모르시나요?”수지는 클러치를 꽉 잡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한때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기억을 잃었어.”수지는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했다.“이따 선생님이랑 만나서 대책을 얘기해봐야 해서 먼저 가볼게.”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곧장 강성연의 곁을 지나쳤다. 강성연은 그녀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병실 밖에 선 강성연은 우연히 반지훈과 희승의 대화를 듣게 됐다.희승은 반지훈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레겔이 최근 Y국의 재벌 여 선생님과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레겔이 이렇게 Y국의 재벌 여 선생님을 회유하려 하는 것은 그의 재력 때문이다.그들의 든든한 금고가 되어주었던 롭이 무너진 뒤 그의 재산 중 절반은 황실이 몰수했고 나머지는 정부가 가져갔다.레겔이 항체를 독점해 주변 국가의 병원이나 귀족들에게 파는 이유가 항체를 이용해 정세를 뒤집기 위해서였다.희승은 그를 보며 말했다.“언론에서 대표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을 통해 그 항체가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것 같아요.”반지훈은 이불 위에 손을 올렸다.“여씨 집안이 이 일에 간섭했다는 거 할아버지도 알고 있어?”희승은 고개를 저었다.“아뇨.”반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뒤 고개를 돌린 그는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강성연을 보며 살짝 웃었다.“거기 서서 뭐 해?”희승은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강성연과 지윤이 문 앞에 서 있다는 걸 눈치챘다.강성연이 안으로 들어왔다.“당신들이 얘기 나누는 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희승은 지윤과 함께 밖으로 나갔고 병실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강성연은 창가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반지훈이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준수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