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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반지훈은 덤덤히 대답했다.

“응. 입원할 필요 없어.”

그는 희승을 보며 말했다.

“귀국하게 티켓 준비해 둬. 모레 아침 비행기로.”

희승은 당황했다.

“하지만 몸이...”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반지훈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했다.

희승은 난감한 얼굴로 반지훈의 할아버지를 보았고 할아버지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말했다.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 난 간섭하지 않을 거다.”

그는 화를 내며 병실을 떠났다.

강성연은 이를 악물며 반지훈의 앞에 섰다.

“어르신 말대로 해요. 며칠 뒤에 간다고 해도 늦지 않아요.”

비행기를 오랫동안 타야 하는데 혹시나 상처가 벌어진다면 어떡한단 말인가?

반지훈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강성연은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반지훈 씨?”

“난 반드시 돌아가야 해.”

반지훈은 몸을 일으켰고 별다른 설명 없이 옆으로 걸어가 옷을 들었다.

그가 윗옷을 벗을 때 강성연은 그의 등 뒤에 붕대가 감겨 있는 걸 똑똑히 보았다. 총상을 제외하고 칼에 베인 듯한 새로운 상처가 있었다. 아마 그날 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싸우다가 생긴 상처인 듯했다.

강성연은 그의 등 뒤에 서더니 갑자기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몸에서 온기가 느껴졌지만 체온이 조금 낮았다.

반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리며 그녀를 떼더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 마.”

그가 셔츠를 입자 강성연은 그를 대신해 단추를 잠갔다. 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말리지도 않았다.

단추를 다 잠근 뒤 강성연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말했다.

“반지훈 씨,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녀는 반지훈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녀를 멀리하는 걸 느꼈다.

반지훈의 그윽한 눈동자는 마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호수 같았다.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양복바지를 집어 든 반지훈은 강성연이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자 미간을 살짝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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