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몇 명도 달려들어 그녀를 둘러싸고 많은 질문을 했다. 성연은 침착하게 대답했고,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존스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곱슬머리 남자는 그의 어깨에 팔꿈치를 얹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존스, 설마 저 사람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지?" "내가?" 존스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씩 웃었다. “조금 관심있어. 하지만 그녀는 기혼자야” "기혼? 그럼 정말 기회가 없겠네" 곱슬머리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존스는 골프채를 잡고 잔디밭에서 공을 쳤으나 빗나간 것 같았다. 옆에 있던 파란 머리는 웃었다. "Zora양이 공 다루는 솜씨가 좋은 것 같네" 그는 성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고, 존스도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성연은 양손에 골프채를 쥐고 있었고, 정확하게 공을 홀에 넣었다. “꽤 잘 치네" 존스는 이를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주변에는 골프를 칠 줄 아는 여성이 거의 없었다. 규수의 여인이 아웃도어형 스포츠를 즐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성연은 온 정신을 골프에 집중해서 존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것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성연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본 듯, 그는 손수건을 꺼내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줬다. 희영이 불쑥 앞으로 다가와 존스의 팔을 잡았다. “뭐하시는거죠?” 성연은 어리둥절해 하며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존스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스스로도 당황한 듯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떼었다. “죄송해요, 친구분의 오해를 샀네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다른 여성 친구였어도 똑같이 했을 겁니다” 희영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 외국인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연은 웃었다. “존스 씨는 정말 상냥하시네요” 대중적인 훈남 스타일. "여성분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존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성연은 갑자기 느껴지는
옆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Zora 씨는 기혼자가 아닌가? 대표가 그녀를 애기라고 부른다고? 설마 Zora 씨와 대표가….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성연은 이를 악물었다, 애기? 하하. 그녀는 그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 씨, 이러면 재밌어요?" 지훈은 탐욕스럽게 그녀의 머리 향을 맡았고, 눈빛은 어두웠다. 그는 어떤 남자에게도 그의 여자를 엿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s국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너 이렇게 노는 거 남편도 알아?" 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남편도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데 저라고 다른 여자 남편 못 안을 건 뭐예요?" 희승과 희영: “......” 도대체 뭐하자는거지?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 간이 커졌구나. 보아하니 네 남편이 어젯밤에 너를 제대로 혼내 주지 못한 것 같네. 다른 사람이랑 어울릴 힘이 남아 있나 봐?"성연은 손끝을 빙빙 돌리며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대표님이 위로해 주실래요?" 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이를 악물었다. “이런 여우 같은이라고”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가씨와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겠습니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했다. 그는 말 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데려갔다.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Zora 씨가 바람을 피우다니, 이렇게 대놓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차에 오르자마자 지훈은 그녀를 감싸 안았고, 입술은 그녀를 향해 강하게 돌진했다. 그의 눈빛은 깊었고 그 속에 숨겨진 성화가 꿈틀거렸다. 성연은 또 그에게 키스를 당하며 숨 쉴 기회조차 없었다. 그 예쁘고 정교한 얼굴에 억울함이 서린 듯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반지훈, 이 나쁜 놈아!"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올린 지훈은 화가 난 듯 웃으며 말했다. "아까 너가 먼저 날 희롱한 거 아니었나?" 이 여
지훈을 등지고 자던 성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지훈이 옷을 차려입고 나갈 때까지 성연은 자는 척했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지훈은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긴장하고 심지어 자신을 숨기는 것까지 서슴지 않을까?지훈을 급히 S국으로 오게 할 수 있었던 일. 추측해보자면 분명 그에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일, 심지어 그녀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 성연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그의 어머니와 관계가 있나?그의 어머니는 S국에서 납치되어 살해당했는데, 그가 S국에 온 것도 이 일 때문일까? 그 시각, 다른 호텔 방. 창문 앞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손에 와인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는 가운을 입고 있었고 가운은 살짝 열어젖혀 있었다. 탄탄한 복근이 드러나 있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관찰 금지구역이 나타났다. 욕실에서 목욕을 마치고 나온 서영유는 몸에 걸친 가운을 꽉 감싸고 이를 악물었다. "남호연 씨, 약속하신 일은, 지킬 수 있는 거죠?" 그녀는 이미 지훈을 s국으로 보냈으니, 이번에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남호연은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입꼬리를 올려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그는 술잔을 탁자 위에 놓고 가느다란 손 끝으로 가볍게 잔을 두드렸다. “근데, 너가 아직 나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남자의 강한 압박감을 느낀 영유는 몸을 떨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호연 씨, 제…. 제가 아는 건 다 말해드렸어요!" 호연은 사진 한 장을 탁자 위에 던졌다. "이 여자는 누구지?" 영유는 사진 속 여인을 보고는 경악했다. "강성연? 그녀가 어떻게…." 그녀도 s국에 있다니?"어? 아는 사이인가 봐?" 호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영유는 이를 악물었다. “당연히 알죠. 못 죽인 게 한이예요”호연이 그녀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그는 마치 독사처럼 음흉하고 표독하였으며 무서웠다. "그녀
남호연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가운을 지체없이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을 마주하였으나 그의 눈에는 어떠한 욕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지훈의 생모가 납치됐을 때의 일도 깔끔하게 처리해서 반서준 그 늙다리도 속였는데, 이 일을 굳이 나한테 맡길 필요가 있나?” 서영유는 수치심보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눈을 똑바로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남호연이 무서운 이유는 그가 감정이 없고 연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반가의 사람들보다 더 악랄하고 시기심이 매우 강하다. 그를 똑바로 쳐다보기만 해도 그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낼 것이다.그가 너무 무서워서 그녀는 전부터 그를 피했다. 그의 표적이 된다면, 그는 독사처럼 상대를 질식시킬 것이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응고되는 것 같았다. "남호연 씨, 저는… 감히 당신을 이용할 수 없어요"남호연은 테이블 위에 놓인 적포도주를 들어 그녀의 몸에 부었다. 포도주는 그녀의 하얀 피부에 활짝 핀 붉은 꽃처럼 흘러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보아하니 너는 연 씨네 가족들에게 죄를 떠넘기는 것에 매우 능숙한 것 같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어머니가 납치된 일을 그들에게 떠넘기지 못 했겠지. 하지만 바로 그런 너의 가식적인 얼굴 때문에 너가 쓸모 있게 느껴지는 구나” 서영유는 갑자기 심장이 떨렸다. 호연은 그녀의 뺨을 만지며 그녀를 똑바로 마주하게 했다. "네가 반지훈을 내가 설계한 함정에빠지게만 한다면, 그 여자는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알아들어? 영유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호연은 그녀를 놓아주었고, 영유는 몸을 가운으로 감쌌다. 그는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 이틀 뒤. 성연과 남여진 부인은 애뉴얼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창가에 자리를 잡은 남 부인 말고도 오리엔탈룩 브랜드 맞춤 정장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성연은 송구한 미소를 지었다. "남 부인, 오래 기다렸죠" 남 부인은 손사래를 쳤다. “뭐 큰일이라고”
남여진 부인은 멈칫 하였다. “이 분은?” 루이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분은 남 선생님 입니다" 남여진 부인은 듣자마자 알아차렸다. “남 선생님이시군요, 오래 전부터 익히 들었습니다” 남호연은 남여진의 옆으로 다가가 서양 의례로 그녀의 손등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남 부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 부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남호연이 루이스와 악수를 나눈 후 그의 시선은 성연에게로 향했다.그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띄웠다. “이 아가씨는?" 남 부인은 소개했다. “이 쪽은 Zora 양입니다. 본명은 강성연이지요” 성연도 그저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남호연은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Zora양의 성이 강 씨였군요” 성연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성이 강 씨인게 이상한가? 남호연은 루이스 옆에 앉았다. 성연과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루이스와 차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루이스가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남 선생님이 이번에 사나 주얼리쇼에 입점하셨어요. 이번 회차의 주최측 주주이시기도 하고요 " 남 부인은 약간 의외였다. “남 선생님이 주얼리 쪽에도 관심이 있으셨나요?” 남호연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네, 저는 모든 아름다운 것에 관심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 성연은 그와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는 당황하여 이내 시선을 피했다. 이 남자는 누구지? 설마 나를 알고있나? 멀지 않은 곳에서, 희승은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뜻밖에도 남씨 집안 사람이었다. 그는 서둘러 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남씨 집안 사람들은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 남호연, 그는 강성연을 노리는 것 같았다. 한 시간 동안의 환담이 끝나고 남 부인이 돌아가려 하자 성연도 덩달아 일어났다. "부인, 제가 모셔다 드리죠" 남 부인이 어리둥절해 하며 말을 하기도 전에 루이스는 말했다. "제가 부인을 모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가는 길 이거든
성연이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가볍게 말했다. “나야” 성연은 멍하니 있다가 거실의 불이 켜진 후 돌아보고 나서야 지훈임을 알았다. "무슨 일 이예요?" 성연은 그를 보고 왠지 안심이 되었다. 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너 보러 왔어”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방금 목욕을 끝내고 나와 퍼지는 은은한 향기는 그의 마음속의 초조함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 "오늘 남호연 만났어?" 성연은 그를 밀치지 않고 있다가 그의 말을 듣고 멈칫하였다. "남호연?"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성연은 돌아서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지훈 씨, 그 남호연이라는 사람 알아요?" 그녀의 입술은 온기로 막혔고, 지훈은 그녀를 소파에 밀어넣고 잠시 키스를 했다. 그때 갑자기 그의 입술 끝에 통증이 찾아왔다. 성연이 그를 물었다. 입술 물린 지훈의 눈은 위태롭게 가늘어졌다. "또 물어?" "제가 물어보는데도 계속 그러니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몸을 뒤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피비린내가 그녀의 입술에 스며들었고, 그의 가슴에 닿은 그녀의 두 손은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산소가 부족할 것 같은 그녀의 뺨은 슬픔에 잠겨 낮은 목소리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후…" 숨을 쉴 기회를 얻은 성연은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였고, 두 눈은 물안개를 뒤집어쓴 듯 맑고 깨끗했다. 분명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의 눈에는 귀여움만이 들어차 있었다. 그는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엄숙하게 말했다. “남호연이랑은 거리를 둬” 성연은 웃었다. “며칠 전에는 존스와 거리를 두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남 선생이랑 거리를 두라고 하네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훈 씨, 내 옆에 다른 남자가 있는 게 그렇게 싫어요?" 지훈은 농담하지 않았다. "그는 존스와 달라, 남호연은 위험해" 성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을 알아요?”"아는 사이는 아니야. 귀족
"성연아, 소란 피우지 마…" 그는 백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사자처럼 숨결이 무섭게 변했다. 그러나 성연은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의 몸 안의 피가 끓어올랐지만, 그는 시종일관 자신을 억제했다. “너 잘 못 배웠어”“사람은 변해요” 성연은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고 붉은 입술로 가볍게 찡그렸다. "아니면, 부탁해 볼래요?"지훈은 어쩔 수 없이 넋을 잃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부탁할게" ............ 다음날. 성연이 화장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희영이 대신 문을 열어주러 갔더니 밖에 여종업원 한 명이 보라색 선물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대표님께서 저에게 이걸 이 방으로 보내라고 하셨어요" 희영은 선물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고 여종업원은 자리를 떴다. 성연은 방에서 나와 희영이 손에 들고 있던 선물상자를 보고 물었다. "그게 뭐예요?" 희영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대표님이 보내셨다고 하는데요, 한번 열어보실래요?” 성연은 문득 지훈이 아침에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설마 이것인가? 성연이 선물을 뜯어보니 금색 카드와 함께 아름다운 드레스가 나왔다. '오늘의 당신이 가장 빛나' 사나 주얼리쇼 회장. 레드카펫 입구에는 100여 명이 몰려 보안에 차질이 빚어졌고, 언론사 기자들은 앞다퉈 맨 앞자리를 선점하려 했다. 쇼장에 참석한 유명인들을 찍기 위해서였다. 루이스는 이번 주얼리쇼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해 외국 여배우들과 함께 등장했다. 모든 카메라는 그를 향했다. 많은 스타들과 유명 디자이너들 모두 화려하게 차려입어 마치 시각적 퍼레이드를 방불케 했다. 이때, 성연의 등장은 외신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연예인인가요?" "참 예쁘게 생겼네""어머, 드레스가 너무 아름다워!"행사장 밖에서는 그녀의 신원뿐 아니라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에도 관심이 쏠렸다. 걸어오는 여인의 튜브톱 스타일인 블랙 골드
성연이 옆에 놓인 손을 움켜쥐고 돌아섰을 때, 짙은 남색의 그는 이미 걸음을 뗀 뒤였다. ‘행운을 빌어요’ 그의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성연은 남 부인의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여인을 보았지만 그 여인은 자신과 시선이 마주치자 급히 몸을 돌려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방금 그 여자, 서영유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서영유가 S국에 있다고? 무언가가 떠오른 성연은 일어나서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남호연은 성연이 무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성연은 드레스를 들고 텅 빈 복도를 걸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적이 끊겼다. 서영유가 왜 여기 있지? 그녀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가씨, 누구 찾으세요?"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갑자기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 성연은 뒤를 돌아 그를 보았다. 그녀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그를 보고 현장 스태프인 줄 알고 웃었다. "아뇨, 방금 지인을 봤는데 잘못 봤나 봐요" 그녀가 떠나려 하자 검은 옷차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찾는거 아니세요?” 성연은 멈칫하다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요?” 검은 옷의 남자는 그녀에게 깍듯이 말했다. "사실 대표님이 여기 계시는데 나오시기 불편해서 휴게실로 찾아와 달라고 하셨어요"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성연은 무심코 그의 깍지 낀 손등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의 손등에는 문신이 있었다. 지훈 옆에 있는 경호원들 중에 손등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없던 것 같은데? "대표님 측근이세요?" 성연은 그를 보며 물었다.검은 옷의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성연은 재빨리 그와 거리를 두고 몸을 돌려 달려 도망치려 했다. 검은 옷의 남자가 갑자기 그녀를 잡아당기자, 성연은 반지를 낀 손을 그에게 들이댔고, 반지의 날카로운 부분이 그의 뺨을 긁었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목을 졸랐고,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