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린 반지훈은 강성연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강성연은 그의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마침 허벅지까지 덮여있었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 널찍한 소매는 그녀의 손을 완전히 가렸으며 살짝 열린 옷깃 사이로 아름다운 풍경이 보일 듯 말듯했다.그는 강성연의 매력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옷을 준비하지 못한 게 자신의 고통이 될 줄은 몰랐다!"반지훈씨, 다 됐어요? 배고파요."강성연은 힘없이 소매를 흔들면서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더니 물을 찾았다.반지훈은 혀를 차면서 가스 불을 조절했다.그는 뒤로 강성연을 안더니 눈썹을 치켜 올렸다."또 배고파?"잔을 들고 있던 강성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녀의 배에서 정말 꼬르륵 소리가 나자 반지훈은 픽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주물렀다."장난친 거야. 이미 다 됐어."반지훈이 테이블에 요리를 올리자 마침 요리 2가지에 국 1그릇이었다.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는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 남자는 얼굴에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준수했으며 우아한 기품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주방에 있어도 인간미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질투나!"반지훈씨, 고의적으로 저의 옷을 준비하지 않은 거죠?"강성연은 그릇을 들면서 우울하게 물어보았다.반지훈은 입 꼬리를 올렸다."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했잖아. 나 지금 환자라고.""전 보름동안이나 스튜디오에 돌아가지 못했어요. 지금 스튜디오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강성연은 반크 삼촌이 조금 걱정되었다.반지훈은 그녀에게 고기 한 점을 집어주었다."걱정하지마, 내가 soul 스튜디오에 사람을 보냈어."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렇다면 당신은...... 사 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에요?""예전부터 나오고 싶었어."반지훈은 입 꼬리를 올렸다."외부인이 있으니 우리가 알콩달콩하게 지낼 수 없잖아."알콩달콩......왜 이 단어가 이렇게 야하게 느껴지지?3일 밤낮 동안 별장에서 반지훈과 지낸 강성연은 죽을 맛이었다.강성연
"지훈이가 널 인정했으니 나도 네가 무슨 일이 발생하든 쉽게 지훈이를 떠나지 않길 바라."강성연은 머뭇거렸다. 왜 어르신은 아들의 평생을 나에게 맡기는 듯한 느낌이지 들지?그녀는 입 꼬리를 올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 전......"그녀는 "얌전하게" 곁에 앉아있는 반지훈을 보면서 말했다."전 지훈씨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눈을 끔뻑였다. 아버지가 이 정도로 나와 성연이의 일을 신경 쓰다니, 이제 아버지한테 좀 잘해야겠어.어르신은 만족된 말투로 말했다."그래, 큰 어르신의 일은 나한테 맡겨. 젊은이들은 너희들끼리 잘 살면 돼, 언젠가 큰 어르신도 너를 받아들일 거야."전화가 끝난 뒤 강성연은 휴대폰을 반지훈에게 건네주었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더니 교활한 여우처럼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들었어? 아버지가 너더러 떠나지 말라고 하잖아."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힘없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선 넘지 마요. 아저씨한테 당신이 저에게 미안한 짓을 하면 별거할거라 말했어요!"별거!이 두 글자를 들은 반지훈은 마음이 설렜다. 비록 그들은 아직 등기를 하지 않았지만 강성연은 스스로를 그의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반지훈은 며칠 동안 "몸조리"를 하자 얼굴에 멍이 많이 옅어졌다. 그는 정장 외투를 팔에 걸치고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가더니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벽에 기대있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본 반지훈은 입 꼬리를 올렸다.강성연은 뒤에 있는 사람을 눈치 채지 못했고 불을 작게 조절한 후 몸을 돌리다가 누군가의 품에 폭 안겼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포개졌다."읍...... 반지훈씨, 그만 해요......"그는 강성연을 주방 테이블 쪽으로 옮겼다.그녀는 반지훈의 키스에 힘을 잃었다.반지훈은 원래 그녀와 키스를 할 생각이었지만 키스가 진해질수록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딩동!"대문 벨소리가
강성연은 드디어 그녀가 돈을 얼마나 벌든지 세 쌍둥이가 항상 부족하다고 했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자본가와 비교해보면 그녀는 정말 가난했다!반지훈은 휴대폰이 울리자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그의 할아버지였다.그는 나가지 않고 무덤덤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큰 어르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반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픽 웃었다."허, 지금 저의 곁에 있는 사람까지 신경 쓰는 거예요? 연희승은요?"큰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희승을 외지로 출장 보냈다. 왜? 서영유의 실력으로 연희승의 직책을 맡지 못할 것 같아?"강성연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좀 어두워졌다.큰 어르신은 연희승을 외지에 보낸 후 서영유를 반지훈 곁에 안배한 것이다. 보아하니 큰 어르신은 서영유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듯하였다.그녀는 왠지 기분이 불쾌해졌다."TG는 파라다이스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렇게 안배할 자격이 없어요."반지훈의 거절에 큰 어르신이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못된 놈, 내가 강 씨 가문에 손을 쓰는 것이 싫으면 서영유를 곁에 두는 것이 좋을 거야."큰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반지훈의 표정은 점차 싸늘해졌다.그의 기분을 알아차린 강성연은 다가가 차가워진 손을 잡았다."당신의 할아버지가 의도적으로 서영유를 당신의 곁에 안배하려고 하니 받아들여요.""성연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힘없이 웃었다."넌 걱정되지도 않아?"강성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만약 당신이 서영유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저도 그 기회에 남자를 바꾸면 되죠."반지훈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다른 남자로 바꾸고 싶어?"강성연은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면서 요염하게 웃었다."당신의 표현 보고요."반지훈은 실소했다. 정말 성연이를 어쩔 수 없어, 정말 내 혼을 빼앗아가는 요물이야!**커피숍.송아영은 턱을 괸 채 빨대를 물면서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네가 실종한 줄 알았어. 훈련 캠프에 갔었구나."강성연은 아무 말도 없이 살짝 웃었
연희정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바라 보았다."앉아. 너의 어머니에 대한 일을 묻고 싶은 거지?"강성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소파에 앉은 후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확실히 엄마에 대한 일을 듣고 싶었다."은희는 내 여동생이고 넌 확실히 은희와 닮았어."연희정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애당초 강성연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면 그녀는 아마 강미현의 말을 믿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녀는 심지어 강성연이 정말 그런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또 이렇게 물었다."너의 어머니는 너에게 왜 Z국에 왔는지 알려줬어?"강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를 본 연희정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너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구나. 솔직히 강미현이 그 팔찌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나는 은희가 Z국에 있었다는 걸 믿지 않았을 거야.""부인도 모르나요?"강성연은 멍해졌다. 연희정마저도 왜 연은희가 연 씨 가문을 떠나 머나먼 Z국에 오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의아할 필요 없어. 너의 어머니가 가출했을 때 난 은희가 M국에 갔다고 생각했거든.""M국이요?"강성연은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어머니는 M국에 간 적도 있나요?"생각해보니 리비어 아저씨가 M국 사람이잖아?연희정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너의 어머니 일을 알려주기 전에 한 가지 문제를 먼저 대답해줄 수 있어?"강성연이 물었다."무슨 문제요?""너와 반 씨 가문의 반지훈은 무슨 관계지?"강성연은 그녀와 눈을 맞췄고 연희정이 왜 이렇게 묻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예요."반지훈과 그녀는 아이까지 있었으니 무슨 관계일 수 있겠는가? 결혼식만 남겨두고 있었다.결혼......강성연은 자신이 그와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잠시 동안 침묵하던 연희정은 강성연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표정이 엄숙해졌다.강성연의 모습을 보니 이미 마음을 준 것이 분명했다.강성연은 정신을 차렸다."육 부인 제가 답을 했으니 어머니에 관한 일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하지만 성연아, 충고 하나 할게. 반지훈이랑 있으면 넌 언제든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어.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반씨 가문의 특별한 혈맥 때문에 말이야.”**송아영은 거실에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20분쯤 지났을까, 연희정이 강성연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 수 없었다.송아영이 우유를 다 마실 때쯤 되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고개를 든 순간, 송아영의 입꼬리가 축 내려왔다.훤칠한 남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당신이 왜 여깄어요?”그녀의 입가에 남은 우유의 흔적을 발견한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조금 전 그는 자기 어머니가 어디서 또 여자를 데려와 그에게 소개해주려는 건 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요? 성연이만 아니었어도 난...”송아영이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강성연을 보자 송아영은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성연아, 이모랑 얘기 다 나눴어?’강성연은 육예찬도 거실에 있자 그를 향해 묵례했다.송아영은 자신의 시야를 가린 육예찬을 밀어내고는 강성연의 앞에 섰다. 강성연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발견한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괜찮아.”강성연은 미소를 쥐어 짜냈다.육예찬은 그들을 향해 걸어오더니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난 네가 우리 어머니를 만나러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난 내 어머니에 관해 알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알아야 할 건 다 알았으니 이만 가볼게요.’강성연은 정중한 어투로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겼다.송아영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성연아, 나 기다려줘야지!”육예찬은 미간을 구긴 채로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차 안에서 강성연은 정신이 딴 데 팔린 채로 창밖의 경치를 내다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연씨 집안을 떠났는지 이유는 알게 됐지만 연희정은 반씨 집안과 연씨 집안의 일을 알지 못했다.하지만 연희정의 말은 충고가 분명했다. 반지훈도 얘기했다시피 반씨 집안의 특별한 혈맥
송아영은 잠시 뜸을 들였다. 강성연의 난제가 그녀를 쓰러뜨린 것이 분명했다.“알겠어. 확실히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네.”강성연은 송아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취한 듯 웃어 보였다.“아영아, 이제 나한테 제일 친한 친구는 너 하나뿐이야. 나에 관한 헛소문이 돌고 다른 사람들이 날 모함해도 넌 날 버리지 않았어. 네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거야.”송아영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너 취했냐?”“짜증 나네. 내가 어딜 봐서 취한 것처럼 보여? 그냥 감개무량해서 그래.”강성연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난 가끔 네가 부러워. 네가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자랄 수 있도록 널 잘 지켜준 좋은 아빠가 있잖아. 괜히 너한테 시비 거는 사람도 없고. 근심 걱정 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아가씨라니, 좋잖아.”적어도 그녀처럼 이러한 문제를 마주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내가 어딜 봐서 근심 걱정 없어 보이냐? 너 우리 아빠가 나 혼낼 때 모습을 못 봐서 그래!”송아영은 작은 목소리로 불평했다.“난 네가 부러운 걸. 서울시 여자라면 다 자고 싶어 하는 남자랑 자고 심지어 아이도 셋이나 가졌잖아.”“그럼 너도 한 명 자빠뜨려.”강성연은 웃었다.“됐어. 너처럼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랑 잘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게다가 엄청 순정파잖아.”테이블 위에 놓았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 반지훈의 이름이 뜬 걸 봤을 때 송아영은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강성연은 전화를 받았다.“반지훈 씨?”반지훈은 전화 건너편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음악 소리가 들리자 안색이 흐려졌다.“어디야?”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바에 있어요. 나 데리러 올래요?”반지훈은 잠깐 침묵하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주소 말해.”강성연은 반지훈에게 주소를 알려줬고 10분도 되지 않아 반지훈은 바에 나타났다.너무 빨랐다!반지훈은 안색이 흐려지고 눈빛도 어두워졌다.“혼 좀 나야겠어. 감히 바에 오다니...”말이 끝나기도 전
서영유는 오늘 화장이 아주 단아했고 성대하게 꾸민 듯했다.“지훈이가 아무 얘기 안 하던가요?”강성연은 멈칫했다.“무슨 얘기요?”서영유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저 이제 지훈이 비서예요. 어라? 지훈이가 얘기 안 했어요?”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팔짱을 둘렀다.“난 또 뭐라고.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반지훈의 비서가 됐다는 걸 자랑하는 건가?“강성연 씨, 괜한 생각 하실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께서 요구한 일이거든요. 할아버지는 제가 지훈이 옆에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강성연 씨도 개의치 않으시죠?”서영유는 강성연에게 할아버지가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 듯했다.할아버지가 그녀의 편에 선다면 강성연은 절대 반씨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서영유가 대체 뭘 기대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강성연은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비서잖아요? 상사랑 부하 관계일 뿐인데 저한테 보고하실 필요는 없죠.”상사랑 부하 관계라는 말에 서영유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점차 굳어졌다. 그녀는 입만 웃고 눈은 웃지 않는 상태로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궁금하네요. 강성연 씨는 연씨 가문과 관계가 있으니 연씨 집안 힘에 기대어 자기 회사를 차릴 수 있을 텐데 왜 아직도 TG그룹에서 주얼리 작업실을 하는 거죠?”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서영유 씨는 TG그룹이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나요?”“당연하지만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다만 능력이 있는데 굳이 지훈이한테 기대려는 게 이해가 안 돼서요.”서영유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강성연 앞에서 연기할 인내심이 다 닳은 듯했다.강성연은 위협하듯 그녀를 노려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눈썹을 까딱였다.“미안하네요, 서영유 씨를 실망시켜서. 제가 반지훈 씨한테 기대려 하는 게 아니라 반지훈 씨가 꼭 자기한테 기대라고 한 거라서요.”“제가 TG그룹에서 주얼리 작업실을 차리길 원한 사람은 당신 상사인 지훈 씨거든요.”강성연은 상사라는 말에 힘을
두 아이는 기회를 참 잘 잡았다.반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 우리는 구천광 씨가 홍보해준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어. 그러니 뭐라도 좀 보답해야 할 텐데.”“네, 알아요.”강성연은 팔짱을 두르며 웃어 보였다.“시간 될 때 구천광 씨랑 식사 한번 해야겠어요.”일반인이라면 구천광과 식사할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구천광의 덕을 봤기 때문에 식사 한 끼로 조금이라도 신세를 갚는 게 좋을 것 같았다.신세를 갚는다고 하니 훈련 캠프의 구의범이 떠올랐다.참 답답한 일이었다.영문도 모르고 구씨 집안 두 형제의 신세를 지게 됐으니 말이다.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점심 먹으러 나갔는데 강성연은 홀로 사무실에 앉아 디자인하고 있었다.이따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영감이라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강성연은 종이를 동그랗게 구겨 쓰레기통 안에 넣었다. 쓰레기통 안에는 이미 종이 뭉치가 여러 개 쌓여있었다.강성연은 이마를 짚었다. 보름 동안 훈련 캠프에서 지냈다고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그러다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J가 당신을 친구로 추가하고 싶어 합니다.”강성연은 화면을 클릭했고 어쩐지 나이 있는 남성이 카톡을 하는 기운이 물씬 풍겼다.스팸 같은 건가?강성연은 단호히 거절했다.잠시 뒤, 반지훈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나 거절한 거야?”강성연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조금 전 그 사람이 반지훈이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반지훈은 나이 있는 남성이 아니었다.미처 답장하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고 깜짝 놀란 강성연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여보세요?”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거절했어?”강성연은 이를 악물었다.“잘못 눌렀어요.”“추가해.”거절하지 말라는 투였다.강성연은 반지훈의 카톡을 추가했다. 평소에 바빠서 카톡을 하지 않는다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웃긴 일이 발생하지.반지훈이 메시지를 보냈다.“사무실에서 기다릴게.”“...”강성연은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