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조민은 비서장을 따라 회의에 참석했다. 해외 의원들과의 회의 내내 그녀는 모든 대화를 노트북에 기록했고 비서장에게 통역도 해주었다.장장 두 시간 동안의 담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비서장과 함께 행정 기관에서 나올 수 있었다.차 앞까지 도착한 비서장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저는 다른 볼 일이 있으니까 조민 씨는 이제 저를 따라올 필요 없어요.”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비서장이 탄 차가 떠난 후 조민은 그제야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소찬한테서 온 문자를 확인한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었고, 조민은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방금 전까지 회의하고 있었어요. 생각은 잘 하셨나요 소찬 씨?”소찬이 헛기침을 하더니 제법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며 물었다.“오늘 몇 시에 퇴근하나요 여자친구님?”조민이 웃으며 대답했다.“다섯 시요.”“그럼 여자친구님께서는 오늘 저녁 어떤 걸 먹고 싶나요?”“저는…”조민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대답했다.“뭐.. 다 괜찮아요. 있으면 있는거 먹죠. 남자친구를 먹는 것도 괜찮고요.”마침 물을 마시고 있었던 탓인지 그 말을 들은 소찬이 그만 사레가 들어버렸다. 겨우 진정한 그가 이를 악물며 웃음을 참았지만, 결국 웃어버렸다. “당신 이렇게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 참… 기대되네요.”뭐라 대답하려던 조민의 눈에 누군가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녀가 다급하게 소찬에게 말했다.“제가 지금 좀 바빠서 먼저 끊을게요. 이따가 다시 말해요.”그녀는 소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그녀의 일방적인 통화에 소찬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이 여자가 정말. 자기가 한 말에 책임감이라고는 일도 없네.”그 시각 조민은 마스크를 쓴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여자가 조민을 보며 마스크를 벗었다. 애나였다.애나가 주변을 살피며 그녀에게 물었다.“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로 향했고, 조민은 카운
”그게 무슨 말이에요?”조민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다른 여자들이라니?”“제가 처음이 아니에요. 저도 그에게 속았던 거였어요.”애나가 고개를 수그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데니스한테 속아 넘어갔는지 또 그에게 어떤 잔인한 짓을 당했는지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모든 걸 전해 들은 조민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났다. 믿을 수 없었다. 데니스가 그녀에게 접근한 방법이 지금 그가 조민에게 다가오는 방법과 완전히 똑같았다.그는 일부러 교묘한 함정을 팠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서 접근하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준 후 호감을 갖고 있다는 듯이 여자와 천천히 친구 사이로 발전해갔다.데니스는 자신의 외모와 조건, 그리고 특유의 위트를 무기로 매너 있게 여자들에게 다가가 수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훔쳤다.그러고는 교제한다는 명의로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여자가 완전히 사랑의 늪에 빠져 자신한테 완벽한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착각할 때 쯤에 남자는 숨겨왔던 잔혹한 이빨을 드러냈다. 애나와 데니스의 관계가 회사 내부에 퍼지지 않은 것도 단지 데니스가 회사 내부에서 자신의 돈 많은 솔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처음에는 사내 연애로 그녀의 직장 생활이 어려워질 거라는 걸로 핑계를 대고 비밀을 유지했다. 애나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가 자기 몰래 밖에서 꽤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에게 따졌지만 돌아온 건 데니스의 무차별적인 폭행이었다.애나는 그의 폭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삼 년 동안이나 묵묵히 버티며 살아왔다.그녀의 사정을 들은 조민은 처음에는 놀랐고 곧 동정심이 들었다.조민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애나를 보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그가 만난 여자들 중 그에게 반항한 여자는 한 명도 없었나요?”애나가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내저었다.“그가 고른 여자들은 전부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대학
애나가 멍하니 조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 아직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한 낯선 여자 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조민 씨, 그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알고 있어요.”조민이 그녀를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때문에 애나 씨의 협조가 필요해요. 그 남자의 다음 타깃이 저라면 제가 미끼가 될게요. 그러니 애나 씨는 그가 시킨 일을 당신이 훌륭히 완수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해요.”조민이 자기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더니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었다.“애나 씨는 나중에 여기 저장되어 있는 소찬이라는 사람한테 전화 한 통 해줄래요. 하는 김에 경찰서에도 연락해 주시고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게요.”애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저를 그렇게 믿을 수 있죠?”혹시 일을 마친 후 자신이 그녀의 죽음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고 도망쳐 버리면 어쩌려고?“애나 씨가 정말로 저를 해칠 생각이었으면 저한테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지도 않았겠죠. 제가 한눈판 사이에 제 커피에 약을 넣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번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애나 씨도 그 기회를 놓지고 싶지는 않겠죠?”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정말 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걱정 말아요. 애나 씨가 전화만 해 주면 무조건 성공할 테니까요.”한편, 호텔 객실.초인종 소리를 들은 데니스가 문 앞까지 다가가 물었다.“누구지?”“나야.”그는 도어 스코프로 애나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 그가 주변을 살핀 후 그녀를 방안으로 끌어당겼다.그녀가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 걸 확인한 데니스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물었다.“여자는?”애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차 안에 있어. 어떻게 데리고 올라와야 할지 몰라서…”데니스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이번 일은 참 잘해네.”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데니스가 직원
뜻밖의 고통에 데니스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만년필을 확인한 그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몸에 만년필까지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그가 테이블 서랍에서 수갑을 꺼내들었다.“네가 그렇게 얌전하게 못 있겠다면 우리 조금 다른 플레이를 해 볼까?”조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절대 저 수갑을 차면 안 됐다.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스탠드부터 재떨이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남자를 향해 내던졌다. 데니스는 그녀의 행동에 점점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그녀가 안간힘을 써도 결국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조민은 그로 인해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차가운 금속 수갑이 그녀의 손목에 채워졌다.조민이 높은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계속하여 바깥을 살폈다.설마 아직도 그들이 도착하지 않은 걸까? 그녀의 기대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걸까?피부가 공기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느낌에 조민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금 이 순간 데니스는 마치 인면 몰수한 한 마리의 짐승처럼 그녀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강렬한 혐오감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했다. 조민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는 상관할 새도 없이 있는 힘껏 반항했다.“데니스 이 놈아! 너 내 몸에 손 하나 대봐. 내가 너 어떻게든 죽여버릴 테니까!”그러자 데니스는 그저 냉소를 지었다.“그럼 네가 어떻게 날 죽일 수 있을지 기대해 보지!”“안돼…”“쾅!”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무리의 경찰들이 방 안을 침입했다. 그들 뒤로 애나와 소찬 그리고 다민이 들어왔다.방안의 상황을 발견한 소찬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가 빠르게 뛰어가 데니스에게 주먹을 날렸다.“이 새끼가 감히 누구를 건드려!”경찰이 서둘러 그를 말렸다. 다민도 빠르게 달려와 그를 막아섰다. 데니스는 경찰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 경찰 뒤에 숨어있는 애나가 보였다.“네가 감히 날 엿 먹여?!”애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차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손목
조민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그리고 며칠 후 애나가 제공한 증거와 경찰이 직접 목격한 상황까지 있었기에 데니스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었다. 그는 전대미문의 추악한 스캔들 주인공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스캔들의 파급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그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까지 나타나 용기 있게 그의 죄를 고발했다.데니스 명의 하에 있던 호텔도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데니스의 만행이 완전히 드러난 것을 알고 나서야 호텔 직원들은 그가 호텔 고위층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직원들에게 억지로 그의 비밀을 지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또한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호텔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었다. 그녀들은 모두 똑같은 룸에 머물렀었는데 그 룸은 그의 프라이빗 한 공간이었다. 오직 그만이 그 룸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고 방 키는 딱 하나뿐이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그 키는 데니스 본인만 소유하고 있었다.그 방 안에서 각종 성적 도구들이 발견되었는데 세간 사람들이 몰랐던 데니스의 또 다른 일면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데니스의 가족들 마저 그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그의 재편 결과에 대해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가문의 계승권은 그와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 놓았다.데니스가 최종 무기 징역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애나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는 듯이 대성통곡하였다. 그녀는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복도를 걷던 조민은 마침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중이었던 애나와 마주쳤다.“지금 떠나는 거예요?”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 불쾌한 기억만 남겨준 이 도시에서 빨리 벗어나려고요. 앞으로도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어떤 사람들의 ‘악몽’은 오랜 시간을, 아니 어쩌면 평생을 걸쳐야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을 조민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애나를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어쩌면 다른 도시로 가서 새롭게 다
”…”소찬이 그만 할 말을 잃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한 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난 민이 네가 민씨 가문 도련님이랑 잘 될 줄 알았는데.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쭉 붙어 다니지…”누군가가 아주머니를 말리며 결국 대화는 중단 되엇다. 여기서 민서율 이름을 꺼내다니! 이웃 주민들은 모두 조민이 민서율을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 남자친구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말을 꺼낸 아주머니도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말을 바꿨다.“어머 미안해. 아줌마가 일부러 그 말을 꺼낸 건 아닌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지.”조민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떠난 후 소찬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건방지게 말했다.“왜요. 어렸을 때부터 쭉 붙어 다녔다던 그 친구한테 다른 마음이라도 품었나 보죠?”“무슨 마음?”그와 나란히 걷고 있던 조민이 서서히 발걸음을 늦추었다.“내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기를 바라는 거예요? 당신과 헤어지고 그 남자라도 찾아 갈까 봐?”소찬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뒤돌아 보았다.“그런 생각 하기만 해봐요! 그랬다가는 내가…”조민이 고개를 들고는 그를 바라보았다.“그랬다가는?”소찬이 갑자기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조민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렇게 당신을 안고 그 집 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면 그놈, 아주 열불이 나서 죽지 않을까요?”조민이 웃음을 터뜨렸다.“유치해요.”“맞아요 나 유치해요. 그런데 당신 나한테 주기로 했던 거 아직 안 줬어요.”소찬이 고개를 숙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까지 발뺌할 생각이죠?”조민이 그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오늘 밤에 시간 줄게요.”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집에서는 좀 그런데…”그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이 진작부터 이랬으면 난 벌써 정인군자 노릇따위는 안 했겠죠.”말이 끝나고 소찬은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조민은 손을 내밀고 그를 끌어안았다.온 방의 온도가 계속 오르더니 애매하고 화끈거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질 때까지 영혼이 융합된 것이다.…같은 시각, 진성.화해진에 있는 민박 술집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고풍스러운 길목의 야시장은 불빛이 은은했다. 새벽이 됐어도 사람이 사는 온기가 가득했다.민서율은 혼자서 옥탑에 앉아서 칵테일을 시켰고 옆 테이블 손님들의 소란과 조용한 그는 서로 대비됐다.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율동이 울려 퍼지면서 여자가수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불렀다. 약간 쉬어 있는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당신은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 착각이 날 황야에서 길을 잃게 했다. 나는 울어도 보고 타협도 해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낮이 결국에는 어두운 밤에 찢어지게 됐다. 이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밤새도록 흘린 눈물이 밝은 달빛을 적셨다. 끊임없이 한 번, 두 번 반복해 양심의 가책을 안고 하루 이틀 지내고...”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오자, 민서율은 머리를 돌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여자 가수를 향해 바라봤다.민박집 사장이 먹을거리를 들고 그의 테이블에 가져다줬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더니 웃었다.“그 애 이름은 채원이야. 이쁘지? 진성예술학원에 있는 음대생이고, 19살인데 우리 가게에서 가수로 알바하고 있어. 채원이 친구들은 모두 연예계에 진출해서 드라마 영화 찍는다고 하더라.”민서율은 시선을 거두었다.“나 이건 시키지 않았어.”사장이 자리에 앉았다.“서비스야. 힘들게 와서 휴가하는데 여기서 2주나 있는데 어떻게 민 도련님께 서비스를 주지 않겠어!”민서율은 그에게 술을 따랐다.“가게 장사 잘되나 보네.”“여행 개발구니깐. 외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좋아해.”사장은 술잔을 들고 그랑 건배했다.“어때? 요즘 여기서 지내고 나니 좀 홀가분해지지 않았어?”그는 술을 마시고 담담하게 답했다.“그런 셈이
자기 집 고양이가 다른 집 베란다에 갔고, 그것도 잡힌 것을 보고는 채원은 놀라서 냉기를 들이마셨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았고 표정은 꽤나 경건해 보였다. “죄송해요. 우리집 츄미가 폐를 끼쳤네요. 제가 지금 데리고 올게요. 죄송한데 츄미를 안아 저에게 주시겠어요?”베란다 사이에 1.5m 거리가 있었고, 그녀는 이쪽으로 두 손을 내밀면서 받겠다는 뜻을 했다.민서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고양이를 잡아다 건네줬다.채원은 고양이를 받고 급하게 품에 안았다.“고마워요. 진짜 신세 졌어요.”그녀는 몸을 돌려서 살짝 품에 있는 츄미를 때렸다.“다시 마음대로 달아나면 너 데리고 불임 수술하러 갈 거야!”츄미는 소리 지르면서 항의하는 듯했다.민서율은 소매를 걷고 고양이 털이 있는 데를 털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이튿날, 민서율은 널찍한 실크 잠옷을 입고 아래층에 내려갔다. 민박은 손님을 위해 뷔패식 아침과 커피를 준비한다. 민박집 사장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민서율이 커피 한 잔을 따르는 것을 봤다.“이렇게나 오래 쉬었는데도 딱딱 제 시간을 지키네.”민서율은 커피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습관 됐어.”테이블에는 샌드위치, 라면, 계란, 떡과 영양죽 등이 있다.하지만 이것은 모두 민박 사장이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조식이다. 손님용 뷔페는 뒷마당 식당에 있다.민박 사장이 신문 페이지를 넘겼다.“내가 만든 조식은 모두 담백한 거라 네 입맛에는 맞지 않을거야.”“담백한 게 좋지. 내가 요즘 열이 많아.”“아이고, 열이 많다고? 그럼, 여자를 찾아야겠네.”민박 사장이 웃었고, 민서율은 대꾸하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뭔가가 그의 발목을 건드렸다. 그는 놀라서 테이블 밑으로 보았는데 털이 보송한 뭔가가 기어 나왔다.‘야웅’“츄미, 너 이자식이 왜 또 그 밑으로 들어갔어?”민박 사장이 고양이 소리를 듣자, 머리를 숙였더니 탁상 보 밑에 있는 츄미를 봤다.그는 빨리 신문을 내려놓고 츄미를 품에 안았다.“배고팠어? 너 주인이 나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