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가 멍하니 조민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 아직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한 낯선 여자 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조민 씨, 그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알고 있어요.”조민이 그녀를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때문에 애나 씨의 협조가 필요해요. 그 남자의 다음 타깃이 저라면 제가 미끼가 될게요. 그러니 애나 씨는 그가 시킨 일을 당신이 훌륭히 완수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해요.”조민이 자기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더니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었다.“애나 씨는 나중에 여기 저장되어 있는 소찬이라는 사람한테 전화 한 통 해줄래요. 하는 김에 경찰서에도 연락해 주시고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게요.”애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저를 그렇게 믿을 수 있죠?”혹시 일을 마친 후 자신이 그녀의 죽음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고 도망쳐 버리면 어쩌려고?“애나 씨가 정말로 저를 해칠 생각이었으면 저한테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지도 않았겠죠. 제가 한눈판 사이에 제 커피에 약을 넣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번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애나 씨도 그 기회를 놓지고 싶지는 않겠죠?”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정말 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걱정 말아요. 애나 씨가 전화만 해 주면 무조건 성공할 테니까요.”한편, 호텔 객실.초인종 소리를 들은 데니스가 문 앞까지 다가가 물었다.“누구지?”“나야.”그는 도어 스코프로 애나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 그가 주변을 살핀 후 그녀를 방안으로 끌어당겼다.그녀가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 걸 확인한 데니스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물었다.“여자는?”애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차 안에 있어. 어떻게 데리고 올라와야 할지 몰라서…”데니스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이번 일은 참 잘해네.”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데니스가 직원
뜻밖의 고통에 데니스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만년필을 확인한 그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몸에 만년필까지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그가 테이블 서랍에서 수갑을 꺼내들었다.“네가 그렇게 얌전하게 못 있겠다면 우리 조금 다른 플레이를 해 볼까?”조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절대 저 수갑을 차면 안 됐다.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스탠드부터 재떨이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남자를 향해 내던졌다. 데니스는 그녀의 행동에 점점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그녀가 안간힘을 써도 결국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조민은 그로 인해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차가운 금속 수갑이 그녀의 손목에 채워졌다.조민이 높은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계속하여 바깥을 살폈다.설마 아직도 그들이 도착하지 않은 걸까? 그녀의 기대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걸까?피부가 공기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느낌에 조민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금 이 순간 데니스는 마치 인면 몰수한 한 마리의 짐승처럼 그녀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강렬한 혐오감이 머릿속을 온통 지배했다. 조민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는 상관할 새도 없이 있는 힘껏 반항했다.“데니스 이 놈아! 너 내 몸에 손 하나 대봐. 내가 너 어떻게든 죽여버릴 테니까!”그러자 데니스는 그저 냉소를 지었다.“그럼 네가 어떻게 날 죽일 수 있을지 기대해 보지!”“안돼…”“쾅!”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무리의 경찰들이 방 안을 침입했다. 그들 뒤로 애나와 소찬 그리고 다민이 들어왔다.방안의 상황을 발견한 소찬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가 빠르게 뛰어가 데니스에게 주먹을 날렸다.“이 새끼가 감히 누구를 건드려!”경찰이 서둘러 그를 말렸다. 다민도 빠르게 달려와 그를 막아섰다. 데니스는 경찰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 경찰 뒤에 숨어있는 애나가 보였다.“네가 감히 날 엿 먹여?!”애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차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손목
조민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그리고 며칠 후 애나가 제공한 증거와 경찰이 직접 목격한 상황까지 있었기에 데니스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었다. 그는 전대미문의 추악한 스캔들 주인공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스캔들의 파급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그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까지 나타나 용기 있게 그의 죄를 고발했다.데니스 명의 하에 있던 호텔도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데니스의 만행이 완전히 드러난 것을 알고 나서야 호텔 직원들은 그가 호텔 고위층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직원들에게 억지로 그의 비밀을 지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또한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호텔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었다. 그녀들은 모두 똑같은 룸에 머물렀었는데 그 룸은 그의 프라이빗 한 공간이었다. 오직 그만이 그 룸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고 방 키는 딱 하나뿐이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그 키는 데니스 본인만 소유하고 있었다.그 방 안에서 각종 성적 도구들이 발견되었는데 세간 사람들이 몰랐던 데니스의 또 다른 일면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데니스의 가족들 마저 그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그의 재편 결과에 대해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가문의 계승권은 그와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 놓았다.데니스가 최종 무기 징역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애나는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는 듯이 대성통곡하였다. 그녀는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복도를 걷던 조민은 마침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중이었던 애나와 마주쳤다.“지금 떠나는 거예요?”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 불쾌한 기억만 남겨준 이 도시에서 빨리 벗어나려고요. 앞으로도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네요.”어떤 사람들의 ‘악몽’은 오랜 시간을, 아니 어쩌면 평생을 걸쳐야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을 조민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애나를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어쩌면 다른 도시로 가서 새롭게 다
”…”소찬이 그만 할 말을 잃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한 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난 민이 네가 민씨 가문 도련님이랑 잘 될 줄 알았는데.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쭉 붙어 다니지…”누군가가 아주머니를 말리며 결국 대화는 중단 되엇다. 여기서 민서율 이름을 꺼내다니! 이웃 주민들은 모두 조민이 민서율을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 남자친구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말을 꺼낸 아주머니도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말을 바꿨다.“어머 미안해. 아줌마가 일부러 그 말을 꺼낸 건 아닌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지.”조민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떠난 후 소찬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건방지게 말했다.“왜요. 어렸을 때부터 쭉 붙어 다녔다던 그 친구한테 다른 마음이라도 품었나 보죠?”“무슨 마음?”그와 나란히 걷고 있던 조민이 서서히 발걸음을 늦추었다.“내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기를 바라는 거예요? 당신과 헤어지고 그 남자라도 찾아 갈까 봐?”소찬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뒤돌아 보았다.“그런 생각 하기만 해봐요! 그랬다가는 내가…”조민이 고개를 들고는 그를 바라보았다.“그랬다가는?”소찬이 갑자기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조민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렇게 당신을 안고 그 집 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면 그놈, 아주 열불이 나서 죽지 않을까요?”조민이 웃음을 터뜨렸다.“유치해요.”“맞아요 나 유치해요. 그런데 당신 나한테 주기로 했던 거 아직 안 줬어요.”소찬이 고개를 숙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까지 발뺌할 생각이죠?”조민이 그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오늘 밤에 시간 줄게요.”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집에서는 좀 그런데…”그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이 진작부터 이랬으면 난 벌써 정인군자 노릇따위는 안 했겠죠.”말이 끝나고 소찬은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조민은 손을 내밀고 그를 끌어안았다.온 방의 온도가 계속 오르더니 애매하고 화끈거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질 때까지 영혼이 융합된 것이다.…같은 시각, 진성.화해진에 있는 민박 술집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고풍스러운 길목의 야시장은 불빛이 은은했다. 새벽이 됐어도 사람이 사는 온기가 가득했다.민서율은 혼자서 옥탑에 앉아서 칵테일을 시켰고 옆 테이블 손님들의 소란과 조용한 그는 서로 대비됐다.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율동이 울려 퍼지면서 여자가수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불렀다. 약간 쉬어 있는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당신은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 착각이 날 황야에서 길을 잃게 했다. 나는 울어도 보고 타협도 해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낮이 결국에는 어두운 밤에 찢어지게 됐다. 이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밤새도록 흘린 눈물이 밝은 달빛을 적셨다. 끊임없이 한 번, 두 번 반복해 양심의 가책을 안고 하루 이틀 지내고...”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오자, 민서율은 머리를 돌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여자 가수를 향해 바라봤다.민박집 사장이 먹을거리를 들고 그의 테이블에 가져다줬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더니 웃었다.“그 애 이름은 채원이야. 이쁘지? 진성예술학원에 있는 음대생이고, 19살인데 우리 가게에서 가수로 알바하고 있어. 채원이 친구들은 모두 연예계에 진출해서 드라마 영화 찍는다고 하더라.”민서율은 시선을 거두었다.“나 이건 시키지 않았어.”사장이 자리에 앉았다.“서비스야. 힘들게 와서 휴가하는데 여기서 2주나 있는데 어떻게 민 도련님께 서비스를 주지 않겠어!”민서율은 그에게 술을 따랐다.“가게 장사 잘되나 보네.”“여행 개발구니깐. 외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좋아해.”사장은 술잔을 들고 그랑 건배했다.“어때? 요즘 여기서 지내고 나니 좀 홀가분해지지 않았어?”그는 술을 마시고 담담하게 답했다.“그런 셈이
자기 집 고양이가 다른 집 베란다에 갔고, 그것도 잡힌 것을 보고는 채원은 놀라서 냉기를 들이마셨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았고 표정은 꽤나 경건해 보였다. “죄송해요. 우리집 츄미가 폐를 끼쳤네요. 제가 지금 데리고 올게요. 죄송한데 츄미를 안아 저에게 주시겠어요?”베란다 사이에 1.5m 거리가 있었고, 그녀는 이쪽으로 두 손을 내밀면서 받겠다는 뜻을 했다.민서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고양이를 잡아다 건네줬다.채원은 고양이를 받고 급하게 품에 안았다.“고마워요. 진짜 신세 졌어요.”그녀는 몸을 돌려서 살짝 품에 있는 츄미를 때렸다.“다시 마음대로 달아나면 너 데리고 불임 수술하러 갈 거야!”츄미는 소리 지르면서 항의하는 듯했다.민서율은 소매를 걷고 고양이 털이 있는 데를 털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이튿날, 민서율은 널찍한 실크 잠옷을 입고 아래층에 내려갔다. 민박은 손님을 위해 뷔패식 아침과 커피를 준비한다. 민박집 사장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민서율이 커피 한 잔을 따르는 것을 봤다.“이렇게나 오래 쉬었는데도 딱딱 제 시간을 지키네.”민서율은 커피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습관 됐어.”테이블에는 샌드위치, 라면, 계란, 떡과 영양죽 등이 있다.하지만 이것은 모두 민박 사장이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조식이다. 손님용 뷔페는 뒷마당 식당에 있다.민박 사장이 신문 페이지를 넘겼다.“내가 만든 조식은 모두 담백한 거라 네 입맛에는 맞지 않을거야.”“담백한 게 좋지. 내가 요즘 열이 많아.”“아이고, 열이 많다고? 그럼, 여자를 찾아야겠네.”민박 사장이 웃었고, 민서율은 대꾸하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뭔가가 그의 발목을 건드렸다. 그는 놀라서 테이블 밑으로 보았는데 털이 보송한 뭔가가 기어 나왔다.‘야웅’“츄미, 너 이자식이 왜 또 그 밑으로 들어갔어?”민박 사장이 고양이 소리를 듣자, 머리를 숙였더니 탁상 보 밑에 있는 츄미를 봤다.그는 빨리 신문을 내려놓고 츄미를 품에 안았다.“배고팠어? 너 주인이 나가기 전에
츄미는 기쁜듯 먹이를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원아. 너 오늘 학교 가서 수업 있는 거 아니었어?”“선생님 집에 일이 있나 봐요. 휴가 냈어요.”채원은 안추엽을 바라봤다.“저도 수업이 없는 걸 보고 나오는 거 아닙니까?”안추엽은 웃었다.“젊으니 참 좋네.”채원은 그제야 민서율을 보고는 몇 초 동안 멍했다.“아, 혹시 어제 저녁에 내 옆방에 있는 그분 아닌가요?”안추엽은 민서율을 바라봤다.“두 사람 서로 알아?”“그건 아니고 어젯밤에 츄미가 이분 베란다에 가서 좀 폐를 끼쳤거든요.”채원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뭔가 생각났다.“맞다. 추엽 오빠. 이분 여기서 오래 있었던 거 같은데요.”안추엽이 웃었다.“오래됐지. 내 친구는 서울에서 휴가 보내러 왔어.”“서울이요?”채원은 이때 소파에 앉아 취미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서울 재밌어요?”민서율은 담담하게 답했다.“그럭저럭.”“내 친구도 서울에 갔어요! 영화 학원에 갔다 그랬나? 아무튼 지금 영화랑 드라마도 찍는데요.”안추엽은 그녀를 바라봤다.“너도 찍고 싶어? 그럼 이 사람 찾으면 돼. 예전에 연예계에서 종사했었어.”민서율은 안추엽을 바라봤다.“연예계일은 더 이상 손대지 않기로 했어.”채원이 똑바로 앉았다.“난 연예계에 들어설 생각 없어요. 연예계가 뭐가 좋다고요! 특히 우리 같은 대학생인 경우에 기획사도 악질인 곳을 찾으면 몸을 파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죽으라고 일해야 하고 계약 해제 하려면 돈을 벌지 못한 나머지 위약금까지 내야 하고요.”“아이고, 우리 채원이가 아는 것도 많네!”채원은 콧방귀를 끼더니 계란 하나를 들었다.“내 주변에 아는 친구가 이뻐서 스카우트 당해서 데뷔했는데 결국에는 속아서 지금 연습생이나 하고 있잖아요. 4시간만 휴식할 수 있고 매일 연습만 해야 하고 휴가 내서 나가지도 못해요. 얼마나 불쌍한데요.”안추엽이 커피를 들었다.“헛소문도 많기도 하다. 그러니 주방에 있는 동이도 아무것도 다 잘 알지 알고 보니 네가 말한
민박에 술집이 있고 야식해야 해 다른 직원들은 모두 오후 5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가게에서 알바하는 사람은 채원뿐이고, 그녀는 그냥 저녁에 잠시 와서 손님들한테 노래해 주고 낮에 수업이 없으면 가게에 와서 일을 돕는다. 나이가 어려서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특히 잘 보살핀다.저녁에 공연 끝나도 늦어서 택시 잡기 힘들면 민박에서 쉬게 한다.익숙하지 못했던 얼굴이 서로 같이 천천히 지내면서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서로 아끼는 사이가 된다.안추엽은 매년 명절이 되면 가게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준비해 직원 참과 보너스를 주기에 민박이라고 하기보다 모든 사람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큰 가정이라고 하는 게 더 맞앗다.민서율은 정원에 걸어 나갔다. 안추엽은 정원에서 꽃과 나무들의 가지를 치고 있었다.그는 머리를 돌려 민서율을 바라봤다.“오늘 날씨 좋은데 나가서 좀 안 돌아?”“뭐 볼 것도 없어.”“내가 보기에 넌 나보다 더 집돌이인 것 같다.”안추엽은 천천히 일어섰다.“우리 화해진에 아직도 볼거랑 놀거리가 이렇게나 많은데 네가 안 가보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애.”민서율은 꽃들을 봤다.“너 언제 이런 걸 좋아했어?”“내 생활에 의미를 조금 더해 주는 거지. 떠들썩한 큰 도시를 떠나니 사람이 다 여유로워 졌어. 꽃이나 심고 차나 마시고 오후에는 커피 한잔하고 또 츄미가 옆에 있어주고 얘기 나누는 사람도 있고 미리 퇴직해서 노년의 삶을 사는 것도 꽤 재밌어.”민서율은 손을 등 뒤에 졌다.“이게 바로 세속과 싸우지 않고 남과 쟁취하지 않은 생활인가?”“뭘 더 쟁취해야 하는데? 권력을 쟁취하든 이익을 쟁취하든 우리가 죽고 나면 아무것도 못 가져가. 어떤 사람은 고상함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일반 생활만 추구해 하지만 무엇을 추구하든 간에 모두 자기의 목표가 있어야 해.”안추엽은 정원에 있은 은행나무를 봤다.“내 목표는 간단해. 돈과 이익이 많은 걸 바라지도 안 해. 그냥 기쁘고 평안하면 돼.”말하고는 몸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