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놀란 것은 이 감독이 이 중요한 캐스팅을 진예은한테 맡겼다는 것이다. 진예은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만약에 잘못 선택한다면 이 감독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캐스팅에 대해서 잘 모르니유이를 찾아서 도움을 청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진예은은 블루마운틴 저택에 와서 강유이하고 같이 캐스팅 대본을 봤다.“유이야, 난 진짜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진짜 캐스팅 잘 못 해서 이 감독님의 영화를 망칠까 봐 무서워. 그래서 나는 무조건 미리 다 선택해 놓아야 그때 가서 제작팀 촬영에 영향을 안 끼치지.”강유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아직 오디션 할 기회가 있잖아. 그리고 반 년이면 시간도 충분해.”진예은은 어쩔 수 없었다.“확실히 충분하지. 하지만 배우가 스케줄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때 가서 돌발 상황이 생겨서 배우가 또 못 출연 할까 봐 무서워.”그리고 난 한 달 후에 귀국해서 오디션을 보고 이렇게 많은 연예인 중에서 두 명을 골라야 하는데 나는 이런 스트레스는 처음으로 겪어 봐서 긴장돼.”강유이는 그녀를 위로했다.“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으니 난 이해해. 음... 아니면 네가 귀국하고 내가 임석진 보고 도와주라고 할까? 그는 매니저라서 캐스팅에 정확하고 유니크한 안목이 있을 거야. 내 대본도 모두 그가 골라줬어. 난 그의 안목을 믿어.”진예은은 웃으면서 그녀를 안았다.“유이야, 나는 네가 제일 좋아!”강유이도 웃었다.“누가 우리보고 제일 친한 친구래. 넌 또 내 둘째 형수고, 내가 당연히 도와줘야지.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내가 그때 가서 임석진한테 부탁할게.”한태군이 위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강유이가 컴퓨터 앞에서 뭐 하는 것 보고 그가 걸어갔다. 시선은 책상 위에 있는 대본에 놓였다. 그는 대본을 들었다.“이건 예은이 대본 아니야?”강유이는 그를 보고 웃으면서 손은 계속 타자하고 있었다.“맞아, 예은이가 캐스팅하는 일을 좀 도와 달라고 해서 지금 임석진하고 얘기하는 중이야.
네티즌들은 캐스팅 명단에서 주계진의 이름을 봤는데 ‘문송’ 역이 주계진이라는 것은 차마 못 알아봤다.주계진의 팬들이 자기들의 우상을 알아보고 미친 듯이 응원했다.#엄마야, 우리 집 계진 강아지가 드디어 맞는 드라마를 찾았구나!#주계진이 유이 언니 때문에 광을 비추네, ㅎㅎㅎ.#예고편을 보고 계진동생의 연기가 옛날보다 훨씬 좋은 거 같아. 옛날에는 그저 재벌 2세나 도련님 역할만 했는데. 어떤 역할 해도 모두 주계진 같았다. 이번 드라마가 방송하고 계진 동생이 우리 실망하게 하지 않으면 좋겠다!#역시 두 남자주인공 드라마야. 우리 집 강아지가 드라마 황제랑 이상한 커플이란 감이 돌아.…..한편, TY 엔터.임석진은 사무실에 앉아서 예고편이 나간 것을 보고 네티즌들의 댓글도 보면서 콧방귀를 꼈다.“이 새끼, 이번에는 제대로 했네. 점수로 하면 한 90점 정도.”보조는 멍했다.“90점 밖에요? 좀 낮은 거 같은데요.”임석진은 팔짱을 끼며 물었다. “뭐가 낮아? 옛날 연기로 따지면 75점밖에 안 돼. 90점이면 아주 높은 점수야. 많이 줘 봤자 거들먹거리기만 하지 뭐.보조는 웃으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에서 커피를 탔다.“근데 주계진이 이 드라마를 찍고 나서 진짜로 많이 조용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역할이 컨셉 상으로 전에랑 많이 달라서 내가 봤을 때 주계진이 몇 년만 더 단련하면 다른 쪽으로 전업해도 되겠어요.”임석진은 보조가 건넨 커피를 받아 천천히 마셨다.“중요한 건 많이 단련해야 한다는 거야.”“맞다. 요즘 빌리우드 이 감독이 미스터리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배우를 찾고 국내에서 촬영한다고 소식이 돌고 있어요. 많은 톱스타도 이 영화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요.”임석진은 담담했다.“나한테 알려주는게 다 무슨 소용인데. 네가 봤을 때 우리 회사 연예인들이 경쟁할 기회는 있을 것 같아?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가도 안 될걸.”이 감독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감독이다. 절대로 톱스타들을 쓰지 않는다. 드라
그는 분명히 돌려서 거절한 것이었다.소찬은 몇 초 멍해졌다.“하지만, 여자가 3살 많으면 궁합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그분 사진은 성숙하게 나왔어도 실제로 보시면 완전 어린애 같아요.”“죄송합니다. 나이에서 벌써 마음에 안 드니 기타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안 될 것 같네요.”고요문은 말하자 마자 일어나서 바로 자리를 떴다.“저기, 고요문 씨!”소찬은 그 사람이 진짜로 간 것을 보고 혀를 차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나이를 본다고? 18살짜리 소개 해주면 되나, 참 나...”조민은 뒤에서 일어나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웃었다.“실패했나요?”소찬은 어이가 없었다. “난 지금 내 맞선도 아니고 당신의 맞선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웃음이 나와요?”“됐어요. 다른 사람이 내 나이가 많다고 하는 게 정상이죠. 그리고, 내가 무조건 남자 친구를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고마워요. 이렇게 도와주셔서.”조민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쨌든 소찬이 이렇게나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이제 봤더니 당신 맞선 보기 싫었던 거네요?”소찬이 실눈을 뜨며 물었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잖아요?”“그럼, 지금 날 가지고 논거에요?”소찬은 화가 날 죽을 지경이다. 그가 여태껏 헛수고 한 거네?조민은 웃었다.“당신이 내가 남자 때문에 죽니, 사니 한다고 나한테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내가 거절하면 당신 마음이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요.”소찬은 아무 말도 하기 싫다.그는 잔을 들고 커피를 물 마시듯이 원샷하고는 내려놓았다.“남자 때문에 죽니, 사니 하는 거 아니면 왜 그런 말을 했어요?”그녀는 멍해 지더니 어쩔 수 없다는듯이 웃었다.“내가 그날 말한 뜻은 내가 외국에 가서 계속 통역하는 일을 해야 하니깐 당연히 당신과 연락할 일이 없겠죠.”소찬은 더는 말하지 않았고, 조민은 그를 보면서 웃었다.“그동안 소찬 씨를 만나게 돼서 즐거웠어요.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차는 민서율 앞으로 지나갔다.차 안, 조민은 소찬에게 사과했다. 소찬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도 자기가 왜 끼어들었는지 모른다. 그냥 돕다 습관이 된 모양이다.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소찬이 물었다.“외국 어디로 가는데요?”그녀는 멈칫하더니 웃었다.“아직 몰라요. D국 일 수도 있고 영국일 수도 있어요.”소찬은 혀를 차더니 차 밖으로 봤다.“그럴 바에는 S국에 가는 게 훨씬 났겠네요. 당신이 가겠다고 하면 내가 사람을 부탁해 볼게요. 난 그저 우리가 아는 사이에 봐서 도와주는 겁니다.”“좋아요.”조민은 시원하게 대답했다.“만약에 내가 S국에 간다고 결정한다면 소찬 씨 잘 부탁드릴게요.”며칠 뒤, S국 뉴스에 연혁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전했다. 왕실, 귀족, 정치계의 대표 인사들이 모두 장례식에 참여했다. 거의 전국을 뒤흔들었다. 반재언은 관속에 편안히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심정이 답답해졌다.한참 지나서 그는 손에 쥔 백장미를 한쪽에 놓았다.육예찬이 그의 옆에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치면서 위로를 표하고는 떠났다.반재언이 뒤를 돌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연희정을 바라봤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져 추모하러 온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했다.송아영과 남우가 그녀의 옆에 같이 있었다.남우의 시선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반재언과 눈을 마주쳤다.반재언이 걸어와 연희정 앞에 섰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연희정은 손수건을 가슴에 꼭 쥐면서 눈을 내려다봤다.“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네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은 이미 말기였다.”반재언은 입술을 꼭 오므렸다.“재언아, 너희들이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장례식장에서 나오니 흩날리는 눈이 나뭇가지와 잔디밭에 덮여 있었고, 사람들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오가고 있었다.반재언은 눈 속에 서 있어 눈꽃이 그의 검정 외투에 떨어지고 그의 머리카락에 붙었다.우산이 그의 머리 위에 쓰였다.그가 머리를 돌리니
2 주 뒤, 반재언과 남우가 S국에서 돌아왔다. 반재언은 증조 외할아버지의 유언장을 강성연에게 전달했는데, 강성연은 유언장을 보고는 멍해졌다.“이건 증조 외할아버지가 외삼촌보고 나한테 주라고 했데요. 외삼촌은 연씨 가문이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한대요.”강성연은 손에 있는 유언장을 보며 웃었다.“알았어. 재언아, 고마워.”“어머니. 내가 남우랑 상의해 봤어요. 만약에 나중에 우리한테 아이 생기면 남자든 여자든 그 애가 책임을 지게 하려고 합니다.”강성연은 반재언을 보며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놓았다.“엄마도 알아. 네가 반 씨 가문의 장자로서 반 씨 집안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엄마는 널 지지해.”반재언은 다정하게 웃었다.…..한편, 도장에는 많은 신입생을 맞이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남우는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도장에 드나드는 것을 보고 시선을 문 입구에 있는 학생 모집 포스트에 놓였다.한 제자가 신청하러 온 학부모를 바래다주면서 남우를 봤다.“남우 누나, 돌아왔어요?”카운터에서 일을 돕고 있는 시월이 머리를 돌려 수첩을 놓고는 남우한테 달려왔다.“아가씨!”그러고는 남우를 꽉 끌어안았다.남우는 너무 갑작스러워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하고 시월에게 받혀서 두 발짝 뒤로 물러나고서야 제대로 섰다.“시월아. 너 많이 먹어서 살찐거야?”시월은 그녀를 보았는데,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아가씨, 구정에 모든 사람이 매일 샤브샤브를 먹는데 내가 살이 안 찌겠어요? 몸무게를 쟀더니 4킬로나 쪘어요.”남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우리 시월이는 살이 좀 쪄야 이뻐.”남우와 시월이 2층에 올라갔다. 카운터에서 누구를 봤는지 살짝 놀랐다.구명신 옆에는 옷을 간단하고 분위기 있게 입은 중년 여성이 종언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종언의 시선이 걸어 오는 남우와 시월을 봤다.구명신도 따라서 머리를 돌려 옆에 있는 중년 여성에게 말했다.“할머니, 이분이 전에 저랑 미소 누나를 도와줬던
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네가 선택을 했으니 마음대로 해봐. 아빠랑 엄마도 널 지지할 테니깐.”송미소는 그에게 팔짱을 꼈다.“고마워요, 아버지.”…한 달 뒤.진예은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가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고 반 씨 가문으로 갔다.그녀가 반재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알리지 않았다.차가 반 씨 가문에 도착하고 진예은이 케리어를 밀고 들어갔다.집에 들어서자, 그녀는 희망이의 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줌마가 얼리고 있었다.진예은을 보자, 아줌마는 놀랐다.“둘째 작은 사모님?”진예은은 케리어를 옆에 나와 물건 받을 도우미에게 주고 아줌마를 향해 걸어갔다.“제가 안을게요.”아줌마은 희망이를 진예은에게 주었다. 진예은이 희망이를 품에 안는 순간 마음이 사르륵 녹았다.그녀의 희망이는 좀 컸다. 하얗고 통통했다.모녀의 마음이 통했는지, 희망이는 새까만 두 눈으로 그녀를 보자, 눈물이 그쳤다.“둘째 작은 사모님, 돌아오셨어요?”진예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아버님, 어머님께서는 집에 안 계세요?”“회장님과 사모님은 나갔어요. 어르신은 집에 계십니다. 둘째 도련님은 회사에 있어요. 둘째 도련님께서 작은 사모님이 돌아오신 걸 알아요?”“아직 몰라요. 안 알려줬어요.”진예은은 말하고 나서 아줌마를 봤다.“그럼 비밀로 해주세요. 저녁에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해서요.”아줌마가 웃었다.“알겠어요. 그럼, 저는 가서 이유식을 준비할게요. 희망이 아가씨가 배가 고픈 것 같네요.”진예은은 희망이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희망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놀고 있고 그녀는 희망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희망이, 엄마가 와서 너랑 같이 있어 주면 기쁜가?”그러자 희망이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냈다.“마. 마.”진예은은 희망이 때문에 웃으면서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우리 착한 희망이.”아줌마가 이유식을 해서 희망이를 먹이고 희망이가 배불리 먹고 나서 진예은은 또 잠시 그녀랑 같이 놀아줬다.
강유이도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장에 경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좋은 대본은 늘 있다. 어떤 역할이든 그녀는 모두 소화할 수 있다.더군다나 그녀의 대본에 강유이에 나이에 맞는 역할은 이미 이 감독님이 선택 해놓은 사람이 있다.그녀가 선택해야 할 두 역할 중 하나는 여자 역할인데 이 감독은 20살 정도의 젊은 배우를 요구했다.임석진은 찻잔을 들고 천천히 마시며 물었다. “이 감독님은 혹시 선택해 놓은 사람이 있나요?”“그가 요구한 것의 일부분은 홍콩 배우를 쓰고 일부분은 현지 엑스트라를 쓴다고 합니다. 지금 네명의 주인공은 미정이고 나머지 두 역할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저에게 맡겼어요. 남자 역할은 30세 이하, ‘위 씨’ 역할을 맡아야 하고 여자 역할은 20세 정도에요.”임석진은 턱을 만지면서 생각했다.“그럼, 내일 내가 한 번 알아볼게요. 그때 가서 내가 데리고 캐스팅하러 갈게요.”진예은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그녀가 TY엔터에서 떠나자, 강유이의 전화를 받았다. 강유이가 물었다.“어때? 벌써 귀국했어?”“지금 이미 국내에 들어왔다고 들었어. 조금 전에 임 매니저도 만났고 그가 나를 데리고 배우 캐스팅 해준다고 했어.”강유이는 웃으며 말했다.“임석진의 안목이 틀리지는 않을 거야. 맞다. ‘안개’가 방송 됐어. 주계진 연기가 내 생각보다 좋았어. 네 그 영화에 참고 한 번 해봐.”진예은이 멍해졌다가 잠시 후 대답했다.“알았어. 내가 집에 가서 한 번 볼게. 아, 맞다. 유이야. 넌 아이 낳자마자 복귀할 거야?”강유이가 말했다.“난 급하지 않아. 아이 낳고는 한 동안 쉬면서 천천히 대본 고르려고. 너는 내 생각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내가 찍을 대본이 없으면 네가 있잖아. 진 작가가 잘나가면 이후로 난 찍을 대본 없을까 봐 무섭지 않지.”진예은은 피식 웃었다.“알았어요. 강여왕님. 내가 나중에 감독들하고 친해져서 모든 대본을 다 너에게 줄 게.”….AM그룹.반재신은 회의를 마치고 바
연서의 대답을 듣자, 진예은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반재신이 고모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재신이 빈해 별장에 도착했다. 그는 거실에 들어서자 연서가 희망이를 데리고 거실에서 노는 것을 봤다.진예은은 다 해놓은 저녁 식사를 가지고 주방에서 들고 나왔다. 그녀가 머리를 들고 말했다.“이렇게 빨리 왔어?”반재신은 기가 차서 웃으면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이게 서프라이즈야? 내 딸을 데리고 도망간다고?”그녀는 젓가락을 가지고 갈비를 들어 그의 입가에 가져다줬다.“한 번 맛 봐봐.”그는 한 입 먹으며 물었다. “몇 시에 도착했는데?”그러자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점심때, 가서 딸이랑 좀 놀다가 딸이 잠들고 잠시 TY엔터에 갔다가 딸을 데리고 여기로 왔지.”갑자기 희망이가 울었다.연서가 희망이를 안았다.“고모, 동생이 배고픈 것 같아요.”희망이는 배고플 때만 울기 때문이다. 진예은은 다가가서 희망이를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희망이 배고팠어요? 엄마가 가서 깨죽을 좀 끓어다 줄게.”“내가 갈게.”반재신은 코트를 의자에 걸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웃으면서 울고 있는 희망이를 달랬다.“우리 보배 안 울어요. 착하지? 아빠가 가서 먹을 거 하러 갔어.”희망이가 배부르게 먹고 나서 진짜로 조용해졌다. 반재신은 아직까지도 밥도 못 먹고 계속 희망이를 안고 있었다.반차를 낸 아줌마가 때마침 돌아와서 진예은과 반재신을 보고 놀랐다.“사모님, 도련님.”진예은은 반재신 품에 있든 희망이를 안았다.“희망이 방금 배불리 먹었어요. 아줌마가 데리고 나가서 좀 산책해요.”아줌마는 희망이를 받았다.“알겠습니다.”진예은은 그를 위해 채를 집어 줬다.“우리 애 아빠 수고 많았어. 자, 많이 먹어.”반재신은 콧방귀를 꼈다.“저녁에 보상해 주지 않으면 진짜 용서 안 할 거야.”그녀는 발로 그를 찼다.연서도 아직 옆에 있는데!어둠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