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거냐?" 강노인은 영문도 모른 채 젓가락을 던지며 짜증을 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표가 성연이랑 무슨 관계인지 다 아시잖아요. 제가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신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성연이 찾아가실 거면 고향으로 돌아가세요" 강진은 이미 오래 참았다.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충분히 참았다. "뭐, 감히 네 엄마를 협박해?" "어머니도 제가 어머니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죠” 강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성연이는 손녀인데 신경도 안 쓰시면서 손자만 그렇게 중시하세요? 어머니가 손자에 목매지 않았더라면, 저는 진작 초란과 이혼했을 거고, 그 여자가 가짜 임신을 해서 저를 속일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가…가짜 임신?” 강노인은 그 자리에서 굳었다. 하루 종일 초란이 돌아오지 않길래 산부인에 가서 진찰같은 걸 받는 줄 알았는데, 가짜 임신이라니? “흥, 손자가 없다하니 이젠 만족하시죠?" 강진이 밥그릇을 놓았다. 저녁도 먹기 싫어졌다.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아갔다. 강노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화를 냈다. "초란 이것이, 감히 위장 임신을 해서 나를 속이려 해?" "할머니, 그럼 전 어떡해요?" "됐다, 강성연 그 천한 계집애가 잔머리가 많구나. 대표를 대하는 네 모습을 보고 눈치를 못 챌 것 같으냐?" 강노인은 성연이 절대 대표의 바짓가랑이를 놓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문득 뭔가 생각이 난 그녀는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또다른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란 이 못된 것이 감히 그녀를 속이다니. 그녀에게 기대할 수 없다면 또다른 며느리에게 기대해 보자! 다음 날, 점심. 성연은 손님에게 주문 제작한 보석, 에메랄드 세팅으로 만든 태슬 펜던트를 직접 착용 시켜 주었다. “허 여사님, 만족 하시나요?” “아이고, 너무 마음에 드네요. 이 태슬 펜던트는 모임에서 누가 낀걸 본 적도 없는데. 특별
강 노부인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강성연은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만약 고향의 강 씨 가문 사람들이 위너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전 꼭 가봐야 해요.""성연아, 내가 함께 가줄까? 그들이 또 어떤 나쁜 짓을 할지 모르잖아."반크는 그녀가 혼자 가는 것이 마음에 놓이지 않았다.강성연은 머뭇거렸다. 반크의 말처럼 그들은 꼭 목적이 있어 그녀를 만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어떤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뭐라 해도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선 강성연은 긴머리를 높게 묶었고 흑백 언발란스 트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포인트로 금빛 귀걸이를 했다.레스토랑에 들어선 그녀는 많은 손님들의 시선을 빼앗았다.카운터 웨이터는 그녀의 비범한 기품을 보고 재빨리 다가갔다."고객님, 예약한 룸이나 좌석이 있나요?""2층 03룸이요.""네, 이쪽으로 오세요."웨이터는 웃으면서 그녀를 위층에 안내했다.2층 03룸 문밖에 도착한 웨이터는 노크를 한 뒤에서야 문을 열었다. 룸에는 강 노부인과 강예림 외에 중년 부인 2명과 안면이 없는 남자가 있었다.강 노부인은 강성연이 온 걸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성연이가 왔구나. 이분은 너의 이모다, 오랜만에 보겠구나."노부인은 옆에 있는 화려하게 치장한 중년 부인을 소개해주었다.최연은 노부인의 큰며느리자 강예림의 엄마였다. 그녀는 강 씨 가문 장남인 강역에게 시집온 후 아들과 딸을 낳았다. 최연은 손자를 낳았기에 강 노부인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아이고, 네가 바로 성연이구나. 이렇게 예쁘게 자랐다니. 과연 너의 엄마와 좀 닮았어."최연은 목소리가 가늘었고 칭찬인지, 헐뜯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강성연은 테이블 앞에 앉은 후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이모가 어떻게 저와 식사를 할 생각을 했죠?""얘도 참, 그래도 넌 나의 조카딸이잖아. 우리 모두 강 씨 가문 가족들이고.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네 안부가 궁금했어.""그래요? 그렇다면 절 걱정해줘서 정말 고마
"그래, 성연아. 정 씨 가문은 금성에서 유명한 가문이란다. 네가 시집간다면 평생 돈 걱정하지 않고 살 거야."최연과 강 노부인이 곁에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마치 강성연을 당장 시집 보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운 듯하였다.강성연은 허허 웃었다."전 애까지 있는걸요. 정 씨 가문에서는 애 딸린 며느리도 원하나요?"이 말을 들은 최연과 정 부인은 표정이 변했다. 강 노부인은 재빨리 반박했다."성연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에게 어떻게 애가 있어?""저에게 애가 있는지, 없는지 아빠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 거 아니에요?"강성연은 팔짱을 끼면서 살짝 뒤로 기댔다."애들의 아버지는 반 대표예요. 금성에 정 씨 가문이 아무리 좋다 해도 반 대표보다 더 좋겠어요?"정 부인은 순간 표정이 난처해지더니 최연을 바라 보았다."당신들 저와 저의 아들을 농락하는 거예요?""정 부인, 화내지 마세요."최연은 그녀를 달랜 후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성연아, 그만 장난쳐. 너에게 애가 있는 걸 우리가 어떻게 모르겠어? 그런 핑계 대지마."강 노부인은 확실히 강성연이 서울의 반 대표와 교제를 한다고 그녀에게 말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딸도 반 대표를 좋아하고 있었다.만약 시어머니를 도와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그녀의 딸에게도 기회가 없을 것이다.그러니 진짜든, 가짜든 강성연을 시집 보내면 되었다.또한......최연의 시선은 정 부인의 아들, 정유하에게로 옮겨졌다. 정유하는 강성연이 들어온 후부터 시선을 옮긴 적이 없었다.흥, 과연 여우 같은 년이야."맞선 보기 위한 모임이라면 전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네요. 또한 당신들은 저의 결혼을 관계할 자격이 없어요."강성연은 바로 일어나려고 했다.강예림은 이 상황을 보고 재빨리 그녀를 잡았다."성연이 언니, 화내지 마요. 그래도 식사는 하고 가요.""그래, 성연아, 밥은 먹고 가야지. 음식이 나올 때 자리를 뜨는 건 너무 윗사람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이 아니니?"최연은 강성연을 이
다른 남자의 피를 가진 아이를 데리고 정 씨 가문에 들어오게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정 부인은 가까스로 강성연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하지만 시집을 오면 시어머니인 자신을 잘 모셔야 할 것이다."아이고, 저에게 아이를 포기하라는 거예요?"강성연은 빙긋 웃었다."성연아, 정 씨 가문에서 너의 과거도 개의치 않아 하는데 아이까지 데리고 시집갈 셈이냐? 너 바보 아니야?"강 노부인은 조급해졌다.저 천한 것이 이 자리를 방해하려고 하는구나?꿈 깨라지.노부인은 최연을 흘깃 보았다.최연은 당연히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오늘 강경한 수단을 써서라도 꼭 목적을 이뤄야 했다.식사를 절반쯤 했을 때 그녀들은 거의 드라마를 찍는 것처럼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정유하는 때때로 강성연을 흘끔흘끔 보았다. 강성연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는데 정유하는 목구멍이 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강성연은 그의 뜨거운 눈빛을 무시한 채 우아하게 요리를 먹고 있었다.또한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주는 주스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강 노부인은 매우 조급해졌다. 저 천한 것이 매우 신중하구나, 그럼 어떻게 약을 타지?그러나 최연은 일찍부터 준비해두었다. 만일을 대비하여 그녀는 강성연 앞에 새 주스 몇 개를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사실 모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바늘구멍이 있는 주스들이었다.그렇기 때문에 그 주스들을 강성연 앞에만 놓았던 것이다.최연은 여우처럼 교활한 강성연이 다른 사람이 준 주스는 마시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강성연은 잔에 담긴 주스를 절반쯤 마셨다. 그러자 최연과 강 노부인은 가끔씩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는 것이었다.강성연은 입 꼬리를 싸늘하게 올리면서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또 요리를 조금 집어 그릇에 놓았다.강 노부인은 그녀를 위해 요리를 집어주었다."성연아, 왜 그것 밖에 먹지 않는 거야. 더 먹어야지."강성연은 취한 것처럼 머리를 푹 숙이더니 곧 테이블에 엎드렸다.노부
강예림이 돌아선 순간 강성연은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일어나서 강예림을 기절시켰다.강예림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강성연은 그녀를 룸 안에 있는 소파로 끌어갔다."하, 너희들이 먼저 날 해치려고 했던 것이니 날 원망하지 마."다행히 그녀는 준비를 하고 왔었다. 그녀는 오는 길에 약방에서 수면제 효과를 없앨 수 있는 특효약을 샀었다.그녀는 도착하기 전에 약을 복용했고, 약효는 4시간이었다.그녀 앞에 놓여졌던 주스들은 확실히 새것이었지만 그녀는 일찍부터 뚜껑 곁에 있는 작은 바늘 구멍을 발견했었다.강성연이 룸의 커튼을 내리니 룸 안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누군가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강성연은 재빨리 소파 뒤에 숨어 낮게 말했다."불은 켜지 마요."정유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스위치를 누르려던 손을 움츠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이렇게 자극적인걸 좋아해?"강성연은 역겨움을 참으면서 말했다."도련님, 전 안쪽에 있는 소파에 있어요. 빨리 와요, 전...... 전 곧 기절할 것 같아요.""그래, 그래. 조급해 하지마, 이쁜아. 내가 지금 당장 예뻐해 줄게."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들은 정유하는 참을 수 없었다. 그가 더듬더듬 소파까지 다가오자 과연 사람이 만져졌다."헤헤, 보아하니 너도 방탕한 년이구나. 자, 내가 많이 예뻐해 줄게."이어 부스럭부스럭 옷을 벗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듣고 싶지 않은 역겨운 소리가 들려왔다.강성연은 더듬거리면서 조심조심 소파에서 기어 나왔다. 그녀는 들어올 때 룸의 크기와 공간을 대체적으로 살펴 보았기에 기억하고 있었다.열정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던 남자는 당연히 눈치채지 못했다.강성연은 룸에서 나갈 때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고 손잡이에 팻말을 "방해하지 마십시오"로 뒤집어 놓았다.모든 일을 끝낸 강성연은 싸늘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만약 강 노부인과 최연이 이 장면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해졌다.20분 뒤에서야 강성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원래 룸에 돌아갔다. 최
"이건...... 상대는 분명이 강성연이어야 하는데, 어떻게......"노부인은 몸을 비틀거렸다. 강성연 저 천 것이 약에 기절한 게 아니었어?강성연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입을 가리면서 놀란 척하였다."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강성연, 네가 한 짓이지? 천한 것이 감히 내 딸을 해쳐!"최연이 달려와 강성연을 때리려고 했지만 강성연은 옆으로 피했다.그녀는 정 부인 곁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절 탓할 수 없어요. 아까 예림이가 절 부축해오면서 예전부터 정 씨 도련님을 좋아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절 기절시켰어요. 제가 깨어났을 때 전 다른 룸에 있었고요.""허튼 소리, 넌 분명히......"침대에 기절해있던 강예림은 천천히 눈을 떴고 룸에 많은 사람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온몸이 욱신거렸고 추웠다. 고개를 숙인 강예림은 자신이 옷을 입지 않은 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면서 옷으로 몸을 가렸다."제가...... 제가 어떻게 이곳에......"강성연과 알몸인 정유하를 본 강예림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강성연, 이 천한 년아. 네가 날 해쳤어!"강성연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어떻게 널 해칠 수 있어? 분명 너희들이 날 해치려고 했잖아. 네가 그 주스를 마신 후 기절한 날 데리고 룸에 오면서 도련님을 좋아해왔다고 말했잖아......""허튼 소리, 난 그런 적 없어. 분명히 네가......""그렇다면 네가 왜 정유하 도련님과 이곳에 있는 거야?"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정유하 도련님과 관계를 맺은 건 나였을 거야. 하지만 네가 좋아한다고 하니 나도 너와 남자를 빼앗을 수는 없었지. 또한 난 기절해 있었고.""아니, 난......"강예림도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대답하지 못했다.그녀는 강성연을 룸에 데려온 후 머리가 무거워졌고 곧 의식을 잃었다.이런 생각이 든 강예림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네가 날 기절시킨 거야!""난 기절한 상
"정 부인, 그건 안됩니다......""뭐라고요? 당신 강 씨 가문에서는 저희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정 부인은 최연을 흘끔 바라 보자 최연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네, 이모. 정씨 가문에 시집가는 건 예림이의 복이잖아요. 전 그런 복이 없어 참 아쉽네요."입을 가리고 있는 강성연의 눈에서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강 노부인은 계획이 뒤틀리자 하마터면 제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강예림은 자신의 순결까지 빼앗겼다.최연도 강예림을 장차 서울의 유명한 집안에 시집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유하 저 빌어먹을 놈에게 당한 것이었다.결국 모두 강성연 때문이었다.최연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강성연은 이를 눈치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녀를 미워하는 건 최연 한 사람뿐이 아니었다.강성연은 그들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으로 복수했을 뿐이었다!**엄숙한 회의실, 연희승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위층 책임자들은 모두 고개를 기웃거렸다.상석에 앉아있던 반지훈의 눈빛이 조금 반짝였다.연희승은 고위층 책임자들을 향해 살짝 머리를 끄덕인 후 빠른 걸음으로 반지훈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순간 반지훈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왜 이제서야 나에게 말하는 거야?""전 대표님께서 이렇게 오랫동안 회의하실 줄 몰랐습니다."연희승은 억울했다. 반크가 계속 그에게 재촉하고 있었으며, 강성연은 확실히 나간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연희승은 반지훈에게 있어 강성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만약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연희승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반지훈은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그는 넥타이를 조금 푼 후 어두운 얼굴로 연희승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회의실에 남은 고위층은 모두 막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반지훈은 연희승에게 강성연의 위치를 알아보게 한 후 곧바로 그쪽으로 떠났다.그러나 그가 갓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강성연은 느긋하게 레스토랑
반지훈이 왜 왔지?정유하는 멈칫하다가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당신...... 당신 누구야?""이 여자 애들 아빠다, 왜?"반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이런 별 볼일 없는 놈이 감히 내 여자를 넘봐?정유하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못했다. 아마 남자의 싸늘한 오로라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강성연은 반지훈의 품에 기대더니 그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자기야, 왜 이제야 온 거예요?"조금 화났었던 반지훈은 강성연이 "자기야"라고 부르면서 안아주자 화가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녀에게 왜 다른 남자와 손을 잡았냐고 캐물으려던 생각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다른 한쪽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다른 남자가 내 여자를 넘보는 걸 알겠어?"강성연은 왠지 불안해져 이를 악물면서 웃었다."함께 집에 돌아가요."집에 돌아가요.반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성연씨......"정유하가 뭐라 말하려고 하자 반지훈이 그를 흘깃 쳐다 보았다. 정유하는 깜짝 놀라면서 목을 움츠렸다.남자의 아우라는 매우 강했다.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차 안.강성연은 반지훈이 계속 안고 있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예요?""왜? 이용하고 난 후 버리려고?"반지훈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가 손해 보는 사람인 것 같아?안을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안고 있어야지.강성연은 입술을 깨물었고 감히 운전하고 있는 연희승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반지훈 다리 위에 앉아있어 자세가 아주 애매했다."그 남자는 누구야?"반지훈이 눈을 내리깔면서 심문하는 말투로 묻자 강성연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고향에 있는 강 씨 가문에서 저에게 소개해준 맞선 대상이에요."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강성연은 맥없이 그의 몸에 기대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낮게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반지훈은 한쪽 손으로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