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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강유이가 피식 웃었다.

“예전의 내가 딱 지금 네 모습이었어.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 애를 믿었지. 그런데 걔는 내 믿음을 완전히 짓밟았어. 리사가 너한테 자기야말로 한태군과 어려운 시절을 함께 나눈 소꿉친구라고 했었다고? 그건 나랑 한태군의 추억이야. 도대체 어쩌다 그게 리사의 추억이 되었을까. 리사는 네 앞에서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거야. 정말 떳떳하면 내 앞에서 했겠지.”

그녀는 이제야 리사가 왜 한태군을 거리낌 없이 ‘태군 오빠’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갔다.

이제 보니 그녀는 한태군이 기억을 잃은 걸 노리고 자신과 한태군의 추억을 그녀의 것으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4년 전 그녀가 한태군을 찾아왔던 것이다.

자신이 리사의 속임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진작 마음이 다 타 재가 되었을 것이다.

줄리안나는 한참 동안 멍하지 서 있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 그럴 리가. 리사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믿든 말든, 그건 네 자유야. 다만 다시는 그 애 일로 나를 찾아오지 마. 나 강유이는 절대 호락호락 당해줄 사람이 아니니까.”

강유이가 그녀를 밀어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기숙사로 돌아온 그녀가 책을 책상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조금 컸는지 방에 있던 진예은이 거실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강유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옆에 놓인 쿠션을 때리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진예은이 팔짱을 끼고 그녀의 곁에 우두커니 섰다.

“왜. 또 한태군이랑 싸웠어?”

그녀가 웅얼거렸다.

“걔랑 상관없는 일이야.”

진예은이 냉장고를 열고 캔 콜라 하나를 따서 마셨다.

순간 강유이는 한태군이 리사를 위해 준비해 뒀다던 집이 생각났다. 그녀는 속이 콱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

“있잖아. 만약 한 사람이 기억을 잃었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뭐라 뭐라 하면 기억을 잃은 사람은 그걸 다 믿을까?”

진예은이 멈칫하다가 그녀를 흘겨보았다.

“기억을 잃어?”

결국 돌아 돌아 한태군의 이야기였다.

그녀가 소파로 걸아가 다리를 꼬며 앉았다.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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