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하면서도 섹시해야 한다는 요구에 딱 들어맞는 여학생이었다!“학생, 잠시만!”갑작스러운 부름에 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안경을 쓴 남자가 다가오며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학생, 잠깐만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몇 분이면 되는데.”강유이는 명함을 확인했다. AF 명품 향수 회사의 디렉터라고 적혀있었다.그녀가 고개를 들었다.“디렉터님, 저한테 볼 일 있으세요?”“우리 회사에서 지금 향수 모델을 찾고 있는데. 학생이 우리가 찾고 있는 모델 이미지에 딱 부합되는 것 같아. 그러니가 학생이 우리 좀 도와주면 안 될까?”강유이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덧붙였다.“보수는 절대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절대 억지로 장기 계약 같은 걸 하지도 않을 거야. 우리는 지금 딱 학생 같은 이미지의 모델이 필요해. 진짜 광고 하나만 찍어주면 돼.”강유이가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전 아직 졸업도 못했고…”“걱정하지 마. 절대 학생 졸업에 방해될 일 없을 거야. 카메라 앞에 몇 번만 서주면 돼. 빠르면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수도 있어.”그들은 이미지에 부합되는 사람을 찾기 너무 힘들었다. 이번 광고가 요구하는 이미지는 무작정 예쁜 여학생을 찾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겨우 이미지에 부합되는 학생을 찾아냈는데 그들은 쉽게 이 기회를 놓질 수 없었다.강유이가 잠깐 침묵하다가 명함을 받아들었다.“생각해 볼게요.”상대가 웃으며 답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 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삼 일 내로 학생이 나한테 연락해 줬으면 좋겠어. 난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식당에서 강유이는 광고 제의를 받은 일을 진예은한테 털어놓았다.“어쩌지? 연락해? 하지 마?”진예은이 고개를 들었다.“왜 안가?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경력을 쌓으면, 나중에 졸업하고 더 좋은 엔터 회사와 계약할 수도 있잖아. 너 연극 영화과를 선택했으면 배우가 되려고 선택한 거 아니야?”강유이가 입술을 깨물었다.확
기숙사. 강유이가 진예은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그녀의 방 문은 닫혀있지 않고 비스듬하게 열려있었다.유이는 아까 식당에서 둘째 오빠가 했던 말에 대해 오빠 대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예은아, 나 할 말 있는데…”그녀가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진예은이 다급하게 노트북을 닫으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랐잖아.”강유이가 고개를 수그렸다.“미안해. 일부러 놀래키울 생각은 아니었어.”“괜찮아. 그 정도는 아니야.”그녀가 책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친필 원고를 정리했다.“참,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았어?”“나 너한테 사과하려고.”그녀가 움직임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유이를 바라보았다.“사과?”강유이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우리 둘째 오빠 말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오빠는 그저 내가 걱정돼서…”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 전에 문뜩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친필 원고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진예은 아직 강유이가 그 원고를 주워드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가 책상 위에 놓인 원고를 정리하여 서랍에 넣어두었다.“사과할 필요 없어. 이해해. 그리고 너한테는 좋은 오빠잖아. 너를 엄청 아껴주고 관심해 주던데.”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녀가 서둘러 다가가 강유이의 손에 들린 원고를 빼앗아 서랍 안에 봉인해 넣었다.강유이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강유이 학생.”진예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애써 미소 지으며 유이를 바라보았다.“비밀 지켜줄 거지? 응?”강유이가 씩 웃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3일 뒤, 강유이는 AF 한정 향수 회사에 도착했다.안내원이 그녀가 내미는 명함을 보더니 친절하게 그녀를 VIP 대기실로 안내했다.강유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벽에는 온통 각종 고급스러운 광고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리우드 연예인들이었다.AF는 국제적으로 한정된 명품 브랜드답게 합작하는 연예인들도 모두 거물이었다. 심지어 명승희와 그녀의
하지만 투자자가 갑자기 조건을 변경했고 그들의 가장 큰 시장은 아시아 태평양 권이었다. Z 국은 그들 브랜드의 가장 큰 자본주가 된 것이다.디렉터가 한창 난감해하고 있을 때 강유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저는 제가 이 브랜드 평판을 깨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브랜드 쪽에서 저를 이 향수의 모델로 발탁했고, 저는 이번 광고를 잘 찍을 자신 있어요.”레이린 정이 강유이의 각오를 비웃었다.“아직 학교도 졸업 못한 햇병아리 주제에 감히 어딜 나서? 너 이 광고를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건 줄 알아? AF가 얼마나 큰 회사인데. 너 지금 이게 소꿉장난 같아?”연예인은 이름만으로도 일종의 호소력을 갖고 있었다. 천만 명의 팬을 거느린 다는 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홍보 효과도 확실히 볼 것이다.그런데 아직 연예계 입문도 하지 않은 애송이한테 이렇게 큰 브랜드 홍보를 맡기다니. 당연히 질타를 받을 수도 있었다.강유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중하게 말을 뱉었다.“그럼 지금 당장 촬영해 보고 판단하죠. 만약 제 연기가 여러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스로 물러나겠어요.”레이린 정이 콧방귀를 뀌었다.“좋아. 똑똑히 지켜보겠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신인이 어느 정도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그녀가 옆 사람에게 의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자리에 앉았다.촬영 스텝들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곧바로 녹화가 시작되었다.‘스위트 로즈’는 소녀의 매력을 방출하는 향기였다.시나리오는 인어공주 동화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인어는 바다에 빠진 ‘왕자’를 구해 육지로 올려줬다. 그러나 그에게 정체를 들킬까 봐 바닷속으로 들어가 암초 뒤에 숨어서 몰래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지나가던 공주가 기절한 왕자를 발견하고 그를 깨운다. 왕자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공주에게 그녀의 향수에 대해 묻는다. 왕자는 바로 공주가 자신이 원하는 그 ‘소녀’가 아님을 알아차린다.왕자는 공주를 밀어내고 암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암초 뒤에 숨어있는
인어 역할을 맡은 강유이는 뜻밖에도 안티팬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티팬은 대부분 레이린의 팬이었다.강유이는 인터넷 가득 채운 안티팬의 악플을 바라보다가 문득 레이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일은 틀림없이 레이린의 짓일 것이다.진예은은 강유이와 함께 교실로 가면서 물었다."너 혹시 레이린한테 밉보인 거라도 있어?"강유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아마도.""레이린은 우리 오빠 약혼녀야. 동시에 엄청 유명한 연예인이기도 하지. 레이린의 아버지가 딸의 연예계 진출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거든."강유이는 잠깐 멈칫했다. 레이린이 진찬의 약혼녀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이때 검은색 차량의 둘 앞에 서서히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진찬이 얼굴을 드러냈다. 진찬은 강유이를 바라보며 물었다."유이 씨, 지금 시간 있어요?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진예은은 약간 어두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무심한 척 몰래 한태군의 번호를 눌렀다.강유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찬과 레이린 사이의 관계를 금방 알게 된 시점에서 만나게 되자, 진찬이 레이린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저 수업 가야 해요. 지금은 시간 없어요."강유이는 진예은의 손을 잡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진찬이 두 사람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예은아, 그래도 너는 나를 도와줘야지."진예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머리를 돌렸다. 그녀가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강유이가 대신 말했다."진찬 씨, 남매라고 해서 서로 도와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에요."진찬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거절할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할 얘기가 있다고 했죠? 빨리 해요."강유이는 진예은이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타협을 선택했다. 그러자 진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니까 타요."그는 또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혹시 저를 못 믿겠으면 예은이도 같이 가요."강유이는 진예은
진찬은 잠깐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유이 씨, 말이 지나치네요. 유이 씨는 레이린의 광고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난감한 일까지 당하게 했어요. 만약 이번 기회에 양보를 해준다면 레이린도 고마워할 거예요.""레이린의 고마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강유이는 몸을 일으키며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죠. 광고 모델을 결정하는 사람은 광고주지 제가 아니에요. 레이린 씨의 스태프가 소식을 제때 전달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를 대학생인 저한테 책임을 묻는 게 당신들의 태도에요?"진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이린은 그에게 강유이를 처리해 버리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반씨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기에, 그로서는 강유이가 타협하도록 계속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유이 씨를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레이린의 성격으로는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서요. 만약 유이 씨가 타협하고 광고를 포기한다면 제가 책임지고 지켜줄게요.""제 여자친구한테 무슨 자격으로 책임을 운운하는 거죠?"싸늘한 목소리가 돌연 울려 퍼졌다. 강유이는 멈칫하며 머리를 들었다. 한태군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진찬이 놀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태군 씨가 어떻게 여기에 있죠?"한태군은 테이블 곁에 멈춰서더니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레이린 씨가 우리 유이의 양보를 요구하던가요?"진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태군이 이어서 말했다."약혼녀의 기분도 풀어줘야겠다, 반씨 가문의 눈치도 살펴야겠다... 그래서 어린 유이를 표적으로 삼은 건가요? 이런 식으로 강요를 해가면서?"진찬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한태군은 강유이의 팔을 잡고 일으키며 말했다."지금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고 싶지 않다면 약혼녀한테 똑바로 전해요. 앞으로 주제를 알고 살라고요. 성질을 죽이는 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예요."한태군은 강유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진예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은 진찬을 힐끗
강유이는 어찌할 바를 몰라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전유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백미러를 통해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유이 씨, 차 안에 잠깐 계세요. 저는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눈치가 빨랐던 전유준은 변명거리를 찾아 자리를 피했다. 한태군과 함께 일한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린 적이 손에 꼽히는데, 강유이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눈에 뻔히 보였다.전유준은 강유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언제까지 자려는 거야."한태군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더니 몸을 기울여 강유이의 어깨에 기댔다.강유이는 몸을 흠칫 떨며 한태군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오뚝한 코, 빽빽한 속눈썹, 얇은 입술, 조각도 이렇게 못 만들 정도로 예쁜 모습이었다. 강유이는 어릴 적부터 한태군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혼혈의 특징이 여자보다도 정교한 이목구비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사실 강유이는 한태군의 예쁜 얼굴 때문에 줄곧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성인이 된 한태군은 치명적인 매력까지 더해져 더욱 잊지 못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는 마치 바다 한 가운데 소용돌이처럼 그녀를 빨아들였고, 빙빙 돌리며 정신도 못 차리게 했다.강유이가 잠깐 넋을 놓고 있을 때, 따듯한 입술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강유이는 순간 숨을 들이쉬며 눈을 크게 떴다.뒤늦게 정신 차린 강유이의 얼굴은 폭삭 익은 새우처럼 빨개졌다."너... 너 자는 척한 거야?!"한태군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 어떻게 잠들겠어?""아무리 그래도... 기습은 반칙이지."강유이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덕분에 진정하기는 완전히 틀린 것 같았다.한태군은 그녀와 이마를 맞대면서 물었다."싫었어?""... 싫은 건 아니고."한태군은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좋다는 뜻이네?""너 자꾸 이러면 나...""또 삐질 거라고?"한태군은 소리 내어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그래도 상관없어.
진예은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나 불렀어?"반재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앞으로 가서 섰다. 165cm의 진예은은 그의 앞에서 유난히도 작아 보였다."너 원래 B동에 살았지?"강유이의 기숙사는 A동, 휴학 전 진예은의 기숙사는 B동에 있었다. 하지만 개학하고 나서는 하필이면 강유이와 같은 기숙사에 배정받게 되었다.진예은은 잠깐 멈칫하다가 눈살을 찌푸렸다."기숙사 바꿨어.""왜?""내가 기숙사를 바꾼 이유를 왜 너한테 말해야 하지?"진예은은 반재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강유이의 오빠이자 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금융학과를 전공으로 하는 동시에 컴퓨터학과도 복수전공으로 하는 그는 한태군 외에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반재신은 아주 명석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특히 싫어하는 일과 사람에게 아주 단호했고,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 그는 한태군과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한태군은 미소 뒤에 칼을 품는 스타일이라면, 반재신은 칼을 완전히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반재신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진예은을 바라봤다."한태군이 보냈나?"진예은은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이미 추측되는 바가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반재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진예은이 몸을 돌리며 이어서 말했다."나를 너무 경계하지 마. 나는 누구한테 철면피하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들러붙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한테 친구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일 뿐이야."반재신은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진예은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며칠 후.강유이의 광고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무턱대고 공격하는 안티팬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입덕한 팬도 아주 많았다. 팬들은 그녀를 '인간계에 떨어진 요정', '동방의 아프로디테', '청순과 섹시의 결합체'라고 불렀다.레이린은 강유이가 안티팬의 공격으로 광고 모델에서 잘리기는커녕, 팬이 잔뜩 생긴 것을 보고 홧김에 태블릿을 바
한태군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러면 너는 내 어디가 좋은데?"강유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서슴없이 답했다."얼굴."한태군은 잠깐 멈칫하더니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잘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처음 하네."강유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한태군이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내가 너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어."강유이의 눈초리는 파르르 떨렸다. 한태군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주체 되지 않았다. 만약 이게 바로 설렘이라는 감정이라면 그녀는 오래전부터 한태군에게 설렌 게 틀림없었다.한태군과 강유이는 서로 손을 맞잡고 성악실에서 나갔다. 다른 학생과 마주쳐도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이 커플이라는 것을 완전히 밝히기로 한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줄리안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잠깐 놀랐다가 곧 침묵했다. 강유이가 지난번에 한 말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리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속의 궁금증을 더욱 풀 수 없었다."저 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건가?""몰랐어? 한태군이 강유이 때문에 조기 졸업까지 포기했잖아."사실 빅토리아대학교에는 한태군을 좋아하는 여자가 꽤 많았다. 하지만 한태군의 눈에는 강유이 밖에 없었기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다. 이토록 눈에 띄는 플러팅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줄리안나는 다른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이때 낯선 번호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어두운 방 안의 구석에 앉아 있는 여자의 안색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녀는 문자를 보낸 기록을 황급히 지우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에 마음이 점점 더 불안해졌다.이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후다닥 소리를 꺼버리고 침대 위에 있는 남자가 깬 것은 아닌지 한참 관찰했다. 남자는 잠깐 뒤척이기만 할 뿐 깨지는 않았다.그녀는 시름 놓은 듯 한숨 돌리며 남자의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절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