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난 후 강 노부인은 주동적으로 반지훈과 강성연에게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 강성연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반지훈은 응낙했다.노부인은 반지훈이 남겠다고 하자 매우 기뻐했다."반지훈 대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분부해. 이곳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면 돼."반지훈이 대꾸하지 않자 노부인은 어색하게 웃었다.강성연이 뭐라 말하려고 할 때 반지훈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난 당신의 예전 방을 좀 구경하고 싶어."예전의 방?강성연은 멍해졌다. 그녀는 강 씨 저택을 떠난 지 육 년이나 되었고 확실히 돌아와서 묵은 적이 없었다.강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연아, 너의 방을 아직까지 남겨두고 있다. 지금 가정부더러 정리하라고 말하마."조금 후 강성연은 예전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은 확실히 예전과 똑같았고 대부분 물건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침대를 반지훈 방의 침대와 비교해보면 좀 작았다.반지훈은 그녀가 예전에 지내던 방을 둘러보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진 사진을 발견했다.모두 강성연의 어릴 적 사진이었다.성연이는 어릴 적부터 귀여웠는데 유이와 똑같았다."보지 마요!"순간 강성연은 그의 손에서 사진첩을 빼앗아 품에 안더니 남은 사진첩들을 모두 등뒤에 감추었다.반지훈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내가 내 여자의 어릴 적 사진을 보는 것도 안돼?""보지 말라고 하면 보지 마요.""부끄러운 거야?"강성연은 그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예전 사진이 못생겨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을 뿐이었다.반지훈은 억지를 부리지 않고 그녀의 방을 둘러본 후 침대에 앉았다."당신의 방은 인테리어를 잘 했군."강성연은 사진을 모두 옷장에 넣은 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 보았다."반 대표님, 저의 침대가 좀 작아요. 아니면......"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역시 뻔뻔해!저녁.강성연은 옷장을 뒤지고 있었다. 방안에 남은 옷은 모두 고등학생때의 옷이었지만 다행히 잠옷은 입
"반지훈에게 잠옷이 없어서요. 아빠에게 반 대표가 입을 수 있는 잠옷이 없는지 물어보러 왔어요......"강진은 미소를 지었다."며칠 전에 마침 새 잠옷을 샀는데 아직 입지 않았다. 내가 가져다 주마."강진은 새 잠옷을 강성연에게 가져다 주었다. 강성연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강진이 걸어 나왔다."성연아."강성연은 고개를 돌렸다."네?""아빠가 잘못했다.""...... 괜찮아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강진의 표정을 보지 않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강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비록 딸이 여전히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라고 불러주니 강진은 그걸로 충분했다.방으로 돌아간 강성연은 방문 앞에 누군가가 서있는 걸 발견했다. 그건 강예림이었다.강예림은 반지훈과 무슨 말을 하는지 쑥스러우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금 그녀는 반지훈 앞에서 얌전한 모습이었지만 강성연은 순식간에 강예림이 반지훈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돌린 반지훈은 강성연이 돌아온 걸 발견하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돌아왔어?"강성연은 속으로 냉소했다. 돌아오지 않았으면 네가 딴 여자와 알콩달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까?"네."강성연은 잠옷을 그에게 건네주었다."입은 적이 없는 새 잠옷이에요.""성연이 언니, 저기, 오해하지 마세요. 아까 형부와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강예림은 강성연의 표정이 어두운 걸 보고 이렇게 변명했다.강성연은 그녀를 보면서 웃었다."난 오해하지 않았어."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반지훈을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반지훈은 그녀의 뾰로통한 모습을 발견했다. 이러면서도 오해하지 않았다고?역시 질투하고 있어."저기, 형부, 전......""언니와 난 이만 쉬어야겠어."반지훈은 단번에 태도가 변하더니 강예림의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닫았다.강예림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아까 반지훈이 태도는 결코 이렇지 않았다. 성연이 언니가 돌아온
그는 이어서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 잘 생각이었다.“자.”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균일한 호흡 소리에 강성연은 서서히 긴장을 풀었고 차차 잠기운이 몰려왔다.**강성연은 반지훈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진은 이미 직접 아침을 준비 마친 상태였고 그들이 위층에서 내려오자 웃으며 말했다.“일어났니? 아침 먹고 나가.”강성연은 식탁 앞에 자리를 잡았고 강예림이 예쁘게 꾸민 모습으로 하정화와 같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성연아, 너랑 지훈이 어젯밤에 잘 잤니?”하정화가 살갑게 묻자 강성연은 건성으로 대답했다.“네, 잘 잤어요.”하정화는 강예림에게 눈빛을 보냈고 강예림은 강성연의 옆에 다가가며 말했다.“성연 언니, 저 여기 앉아도 돼요?”“마음대로 해.”강예림은 의자를 빼고 강성연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쑥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성연 언니, 저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여기를 잘 몰라요.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언니 따라다니면서 서울 환경에 익숙해지라고요. 그래도 괜찮죠, 언니?”예전에는 강미현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강성연의 옆에 붙어있을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반지훈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니까. 반지훈처럼 출중한 외모에 좋은 배경을 지닌 남자는 드물었고 할머니도 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반지훈이 자신에게 관심을 둔다면 자기 미모를 이용해 강성연의 손에서 반지훈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할머니는 그녀에게 남자들은 기가 센 여자를 좋아하지 않고 물처럼 부드러우며 가정을 잘 돌보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셨다.큰아버지도 결국에는 기가 세고 능력 있는 본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웠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성격이 강성연보다 더욱 반지훈의 마음에 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강성연이 아무 말 하지 않자 강진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얘들은 일하느라 바빠. 널 데리고 다닐 시간이 어디 있겠어?”하정화가 강예림의 편을 들었다.“시간이 없긴, 회사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예림이는 성연이
하정화는 그녀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하마터면 버럭 화를 낼 뻔했다.강예림도 그 말을 듣고 속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반지훈에게 접근해야 했기에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성연 언니. 저... 야무지지 못해요. 일 못한다고 언니랑 형부가 절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강미현이 위선적인 사람이라면 강예림은 남자에게 기대어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었다.강성연은 씩 웃었다.“난 아주 엄격해.”“...”반지훈은 강성연이 강예림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강예림은 그녀가 바라던 대로 TG에 도착했다. 다들 바삐 일하는 큰 회사에 도착하자 강예림은 저도 모르게 흥분됐다.반지훈의 회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역시나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람다웠다.흥, 내가 바라는 대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반지훈씨의 눈에 들 날이 올 거야!강예림은 강성연을 따라서 16층에 도착했다. 강예림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성연 언니, 형부는 여기에 안 계세요?”강성연은 눈동자를 굴렸다.“당연히 여기 없지. 왜, 보고 싶어?”“아니요. 오해하지 마요, 언니. 전 그냥 물어본 것뿐이에요...”강예림은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강성연은 웃기만 할 뿐 대꾸하지는 않았다.사무실에서 나온 반크는 강성연의 뒤에 누군가 있는 걸 발견했다.“성연아, 이 분은...”“제 사촌 동생이에요. 아르바이트하러 왔어요.”강성연은 대답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여직원 한 명을 불렀다.“얘 데리고 가서 조 팀장님한테 일 좀 분배해주라고 하세요.”여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알겠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예림에게 말했다.“저 따라오세요.”강예림이 여직원을 따라 떠난 뒤 반크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의아한 듯 물었다.“구매자재부에 보내시려고요?”“그럼 어쩌겠어요?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러 온 건데, 고생하면서 인내심을 길러야죠.”강성연은 씩 웃더니 몸을
강성연은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혹시 마음 아파서 그러는 거면 반지훈씨한테 보내줄까요?”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싱긋 웃더니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에 두르더니 강성연의 등에 문이 닿도록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이러면서 질투 안 한다고?”강성연은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단지 강미현보다 더 연약한 척하는 강예림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다.게다가 고생 좀 해서 인내심을 기르는 게 문제가 될 리도 없었다.강성연은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자꾸 안으려고 하지 마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봐도 상관없지.”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고 강성연은 화가 나서 그를 깨물었다.“반지훈씨, 적당히 좀 하시죠!”반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뒷머리를 잡더니 그녀의 입술에서 나는 단맛을 느꼈다. 그는 그녀가 서서히 그의 키스에 익숙해지는 걸 느꼈다.“읍...”’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으려 했고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어디서 연습이라도 했는지 반지훈은 키스를 점점 더 잘했다.강성연은 그에게 거의 장악당할 듯했다. 그의 입맞춤은 그녀의 입에서 멀어지고 서서히 아래로 향했다.뜨거운 열기가 그녀에게 불을 붙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돌연 오싹함이 느껴지자 강성연은 불현듯 정신을 차렸고 얌전하지 못한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반지훈씨, 빌어먹을!”’강성연은 갑자기 무릎을 접으며 그를 공격했고 반지훈은 갑작스럽게 걷어차였다.그는 낮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이를 악물었다. 너무 아파서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미안해요... 난 단지 당신을 진정시키고 싶었을 뿐이에요.”강성연은 살짝 창백해진 그의 안색을 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그를 부축했다.“괜... 괜찮아요?”반지훈은 이를 악물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집안 대를 끊으려고 작정한 거야?”“그러게 누가 갑자기... 그러래요.”“내가 진짜 강제로 할 생각이었다면 넌 반항할 기회도 없었을 거야.”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단지
초란은 자기 딸이 여전히 반지훈을 잊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급히 설득했다.“넌 일단 반지훈 일은 관여치 마. 연씨 일가 딸이라는 신분만 얻게 된다면 반지훈도 당연히 널 마음에 들어 하겠지.”그 말에 강미현은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요. 우선은 육씨 집안사람이 날 연은희의 딸이라고 생각하게 해야 해요. 그런데 강성연 그년 머리카락으로 DNA 검사를 해야 해요.”초란은 냉소를 지었다.“그건 쉽지. 강예림 그 망할 계집애가 지금 TG에 있거든. 걔한테 시키자. 강성연 그 망할 년은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 거야.”궂은일을 해본 적이 없던 강예림은 구매자재부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을 도맡았다. 그녀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빌어먹을, 강성연은 일부러 그런 걸 거야!바로 그때, 그녀는 큰어머니 초란의 전화를 받았고 곧장 그녀를 향해 하소연했다.초란은 가식적으로 그녀를 위로했다.“그래, 예림아. 너무 화내지 마. 그리고 거기 남아있을 기회가 곧 생기니 조금만 더 고생해”“게다가 성연이랑 같이 있으면 반지훈씨도 자주 만날 수 있잖아.”초란은 일부러 그 얘기를 꺼냈다. 강예림은 진짜 반지훈을 위해 참고 있었다.“큰엄마 말이 맞아요. 저 잘할게요!”다음번에 반지훈을 만나서 강성연이 자신을 고생시켰다는 얘기를 한다면 반지훈은 그녀를 동정할 것이다.다른 한편, 초란은 그녀를 몰래 비웃고 있었다.강예림은 너무 단순했다. 반지훈이 그녀처럼 무식하고 멍청하며 촌스러운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초란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강예림의 멍청함은 그들 모녀에게 있어 강성연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였으니 말이다.초란은 겨우 말 몇 마디로 강예림을 어르고 달래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게 만들었다.강성연의 머리카락 한 올을 가져오는 건 강예림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반크는 손안에 든 서류를 강성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번 주 예정량은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예산을 넘었어.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1년도 되지 않아
“정말 아들을 낳는다면 강예림 할머니가 기뻐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녀가 손자를 애지중지한다면 초란의 집안 지위도 달라지겠죠.”큰어머니가 아들을 낳고 싶어 한다고?강예림은 경악했다. 그녀는 할머니가 손자만 좋아하고 손녀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진성에 있을 때 쓸모라고는 전혀 없는 남동생은 그녀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일은 그녀가 다 도맡았었고 동생은 아무것도 안 했다.결혼할 나이가 되자 그제야 할머니는 그녀에게 조금 잘해주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녀더러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동생을 도우라고 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강예림은 사실 조금 기대됐다.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문에 귀를 붙이고 엿듣고 있던 강예림은 반크의 발치에 엎어졌다.반크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구겼고 강성연도 자연스럽게 강예림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왜 밖에 서 있었어?”강예림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머쓱한 얼굴로 대답했다.“성연 언니, 난... 언니 찾으러 온 거였어요. 미안해요, 엿들을 생각은 없었어요.”강예림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반크는 강성연을 보았고 강성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자리를 떴다.강성연은 서류를 제자리에 놓고 말했다.“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데?”“저... 오늘 출근 첫날이라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언니한테 묻고 싶어요. 성연 언니, 설마 제가 귀찮은 건 아니죠?”강예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강성연은 강씨 집안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강예림은 하정화의 세뇌 때문에 이렇게 변한 것이었다.강미현과 비교했을 때 강예림은 약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혐오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건 강예림이 아직 그녀를 해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강성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서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그럴 리가. 모르는 것 있으면 나한테 물어도 돼. 아니면 조 팀장이나 다른 직원들한테 물어도 되고.”“고마워요, 성연 언니. 저 사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언니는 제
“DNA 검사하겠대.”연희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받아들여야 할 거야.”육예찬은 어깨를 으쓱였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두 아이에게 욕지거리하고 남에게 커피를 쏟아붓는 강미현의 모습에 그녀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지 않았다.어머니를 통해 이모 연은희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연은희는 교양 있는 사람인데 그녀에게서 저렇게 채신머리없는 자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진짜 어머니의 말대로 DNA 검사 결과가 나오고 그녀가 그의 사촌 동생이라는 게 확실해진다고 해도 그녀에게 호감이 가지 않을 것이다.“그 디자이너 Zora에 대해서는 조사한 것 있어?”육예찬은 눈동자를 굴렸다.“있죠. 사셀의 주얼리 디자이너였데요. 이름은 강성연이고 반지훈씨랑 무슨 사이인가 봐요.”연희정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그 사람이었어?”강미현은 연희정에게 엄마가 다른 이복동생 강성연이 있다고 했다. 윤티파니와 함께 그녀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강미현이 인터넷에서 그런 풍파를 겪게 된 것도 그녀가 한 짓이었을까?그리고 강성연의 뒤에는 반지훈이 있었다.연희정은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안색이 흐려졌다. 반지훈이 반씨 집안사람이라고는 하나 연씨 집안도 그리 만만한 집안은 아니었다.**오늘은 반씨 집안에 가서 할아버지를 보는 날이었기에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아이들은 무척 들떠 있었고 강해신도 학원에 이틀 동안 가지 못한다고 연락했다.반지훈은 강유이를 안고 차 앞에 도착했고 강시언은 자신과 강유이의 가방을 메고 희승의 뒤를 따랐다.반지훈은 유이를 뒷좌석에 앉힌 뒤 고개를 돌려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강성연과 강해신을 바라보았다.강해신은 종종걸음으로 뛰었다. 강해신은 아직 반씨 저택에 가본 적이 없었다. 저번에는 유이와 시언만 가봤었다.강성연의 걸음이 늦자 강해신은 그녀를 재촉했다.“엄마, 빨리요.”강성연은 원래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전부 가서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강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