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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그들은 하정화가 자랑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사실 하정화도 그렇게 잘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며느리가 죽고, 다른 아들도 죽고, 손녀도 죽고, 다른 손녀에게는 빌붙을 기회도 없다. 사람이 늙으면 복을 누린다고들 하지만 하정화는 복을 누리기는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하정화가 자기 손자가 사장이 됐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친척인 그들을 자기가 도와줄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비위를 맞추며 회사까지 가서 강현을 찾았다가 망신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친척은 더 이상 하정화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얼른 떠났다. 결국 홀로 남은 하정화는 속이 답답했다.

지윤은 복도 입구에 서서 두 친척이 떠나는 걸 지켜보다가 핸드폰을 들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 강성연에게 병원에 있는 하정화의 상황을 보고했다.

강성연은 보고를 들으며 펜을 들고 도면 위에 색을 더했다. 그녀는 하정화의 처지를 동정하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니 말이다.

강현을 압박하기 위해 엄살을 부려서 입원까지 한다니, 참 답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윤이 물었다.

“퇴원하셨는데 따라갈까요?”

강성연의 펜이 우뚝 멈췄다.

“계속 따라가 봐요. 또 무슨 짓을 벌일 것 같은데 만일을 대비해야죠.”

강역과 강현이 친척들 앞에서 크게 망신을 줬으니 하정화의 고집불통인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어리석은 짓을 벌일지도 몰랐다.

한편, 하정화는 퇴원한 뒤 진성으로 향하는 티켓을 샀다. 아들과 손자에게서 좋은 꼴을 못 보고 또 친척들에게 비웃음까지 샀으니 본가로 돌아가 임신한 며느리에게 화풀이를 할 셈이었다.

그녀의 며느리는 하정화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정화에게 차를 한 잔 따라서 줬다.

하정화는 찻잔을 받은 뒤 차를 한 모금 마셨고 차가 뜨겁다며 아예 차를 전부 쏟아버렸다.

“네 시어머니를 이렇게 대해도 되니? 이렇게 뜨거운 차를 사람 마시라고 준 거야?”

“죄송해요, 어머님. 제가 소홀했어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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